하지만, 경찰은 자신이 중대한 사건에 연루되어 있고, 재판이 열리기 전에는 가족을 만나거나 연락할 수 없으며, 심지어 당분간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 윤우선은 원한을 품고 있었지만, 전혀 발산할 곳이 없었다. 구치소의 높은 담벼락에 들어서자 경찰은 즉시 윤우선을 데리고 구류 수속을 하러 갔다. 사진 촬영과 본인 확인은 물론 자신의 옷을 모두 벗겨 구치소에 넘긴 뒤 간수가 제공하는 죄수복과 통일된 옷으로 갈아입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윤우선은 죄수복으로 갈아입었고, 자신을 데려다 준 두 명의 경찰관은 이미 떠났다. 이제부터 그녀의 모든 것은 구치소의 관리하에 있었다. 한 여성 교도관이 그녀를 데리고 감옥으로 들어가면서 관례에 따라 그녀에게 "여기는 10명씩 있는 감방이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불을 끄고, 하루 세 끼를 먹는다."라고 말했다.말을 마치자 그녀는 윤우선을 힐끗 쳐다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식사는 모두 정량. 완전히 배불리 먹을 수 없다. 만약 어떤 식품이나 용품이 더 필요하다면, 가족들이 준 영치금을 사용하여 매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그럼 가족에게 어떻게 연락하죠?" 여교도관은 그제서야 아까 경찰이 윤우선을 데려다 주면서 말했던 일이 생각나 말했다. "아 참, 잊을 뻔했네. 너 같은 형사 사건 용의자는, 당분간은 외부와 접촉할 수 있으니 배가 덜 부르면 다이어트라고 생각해!”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녀는 이때 문득 신 회장과 혜빈이도 구치소에 갇혔던 것을 떠올렸다. 설마 그녀들과 마주치는 건 아니겠지? 이 일을 생각하며 그녀는 약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긴장이 풀리고 사라졌다. 왜냐하면 신 회장과 혜빈을 만나도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감히 자기와 싸웠다면, 자기 발로 그녀를 반쯤 죽여 버릴 수 있을 거니까! 그리고 혜빈에 관해서 말하자면, 이 계집애는 비록 어리기는 하지만, 손가락에 물도 묻혀본 적 없는 계집애로 작은 체격으로
윤우선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신 회장이 침대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자신을 가리키며 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신 회장 역시 구치소에서 윤우선을 만날 줄은 몰랐다. 윤우선은 자신과 같은 구치소 죄수복을 입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뭔가 잘못을 저질러서 잡혀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윤우선도 신 회장과 김혜빈을 보고 매우 당황했다. 그녀는 자신이 두 사람이 있는 감방에 배치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설마 같은 방을 쓰게 될까 생각했지만,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교도관이 아직 멀리 가지 않은 틈을 타서, 얼른 철문의 작은 창문을 향해 소리쳤다. “저기 교도관 님!!! 저, 방 좀 바꿔 주시면 안 될까요??! 저 이 여자들이랑 같은 방은 쓸 수 없어요!”하지만 교도관은 어이없다는 얼굴을 한 채 소리쳤다. "구치소가 네 집이야? 뭐? 방을 바꾸고 싶어? 아니, 감방에서 살기 싫으면 일단 죄를 안 저질렀어야지! 그러게 왜 나쁜 짓을 저질렀어?!”하지만 윤우선은 서둘러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교도관 님! 제가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내 쓰레기 같은 사위가 날 이렇게 만든 거라고요!! 전 아무 상관도 없어요!! 날 이렇게 여기에 잡아 두지 말고, 제발 그 자식을 잡아 가세요!!"교도관은 구걸하는 윤우선의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쳤다. "헛소리 지껄이지 마! 그리고 평생 나갈 생각도 하지 말고!” 그녀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바로 사무실로 가버렸다. 윤우선은 상대방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고, 기분이 가라 앉고 말았다.김혜빈은 이 때 윤우선을 비웃으며 말했다. "윤우선! 어떻게 하나? 얼마 전에 입주한 별장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이렇게 누추한 곳으로 왔을까? 교도관의 말을 들어보니, 심각한 죄를 지은 것 같던데..? 후후후..”윤우선은 고개를 돌려, 신 회장과 김혜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재수가 없을
신 회장은 자신의 생각대로 장옥분이 화를 내자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하이고!! 이 불쌍한 늙은이를 좀 보시오!! 우리 집안도 참 불행하지.. 이런 며느리를 얻어서 죽을 것 같은데 손가락질까지 받고 모욕까지 당해야 하다니!!!" 신 회장이 또 다시 눈물을 흘리자 장옥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농약을 마신 후 응급실로 이송되었던 어머니의 비극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 당시 바로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의사는 어머니가 대량의 농약을 복용했기 때문에 이미 폐의 섬유화가 진행되었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라고 말했다. 그때 어머니는 병실 침대에 누워 이렇게 울부짖었고, 장옥분은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윤우선이 할머니를 이렇게 몰아붙이고, 또 자신의 그 나쁜 제수보다 더 날뛰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속의 분노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즉시 윤우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험악한 말로 그녀를 협박했다. "이 개 같은 년아!!!! 시집가기 전에 시댁에 효도하는 법을 네 부모님이 안 가르쳐 주시던?"윤우선은 장옥분이 자기와 싸우러 온 줄도 모르고, 자신의 부모님을 욕하는 말을 듣고 대들었다. "뭐? 시댁에 효도를 해? 너 지금 뭔 개소리야? 그리고, 이런 시어머니가 있었으면, 너도 진작에 때려 죽였을 거다?!"장옥분은 신 회장이 얼마나 징그럽고 치사한 인간인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그저 신 회장의 말만 듣고 윤우선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그렇기에 그녀는 순식간에 윤우선에게 달려들었고, 주먹으로 윤우선의 콧등을 내리쳤다!!윤우선은 “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큰 덩치의 장옥분은 그대로 윤우선의 배에 올라타서 한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고, 한 손에는 온 힘을 가득 실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야 이 년아!!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년! 내가 오늘 너를 제대로 교육시켜 줄게! 죽을 정도로 맞으
윤우선이 구치소에서 정신없이 맞고 있을 무렵, 시후는 안세진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도련님, 윤우선은 이미 구치소에 갇혔고 도련님의 명령에 따라 WS 그룹 신회장과 김혜빈과 같은 감방에 넣었습니다.”"교도관과는 연락하셨나요?”"네, 부하 직원들에게 구치소 책임자를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아마도 윤우선이 안에서 어떤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좋아요. 윤우선이 안에서 반성을 좀 하도록 해주시죠.”그러자 안세진은 급히 물었다. "도련님, 아니면.. 제가 사람 몇 명을 보내서 바로 좀 손봐 드릴까요? 그럼 다시는 윤우선이 도련님을 건드리지 못할 텐데요."시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아니요,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시죠." 시후는 이제 윤우선이 자신과 유나의 공간에서 사라지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상곤은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아마 이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안도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유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후가 아는 그녀는, 부모님을 아끼고 매우 의리 있는 여자였다. 그러니 만약 그녀의 어머니가 갑자기 실종된다면, 평생 마음을 놓지 못하고 괴로워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시후는 서두를 것 없이 먼저 유나의 반응을 관찰하려고 했다. 유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는 오후에 슈퍼마켓에 가서 음식을 살 때, 4인분 정도의 양을 구매했고, 윤우선이 좋아하는 음식도 조금 샀다. 그러나 오늘 윤우선은 이 식사를 맛볼 기회가 없을 것이다.장옥분은 사람들을 데리고 윤우선을 반쯤 혼절시켰는데, 그녀의 얼굴이 이미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구타하는 것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는 윤우선을 향해 말했다. "야, 내가 경고하는데.. 조금 있다가 교도관이 왔을 때 함부로 지껄이지 마, 알겠어? 안 그러면 너 나중에 더 괴로워질 거야?!”"알았어, 알았어, 말 안 할게..” 윤우선은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교도관은 한 발짝 물러서서 윤우선에게 잡힌 다리를 빼내더니, 밥을 가지러 가려는 두 사람에게 "빨리 빨리! 어서 나가!"라고 다그쳤다.두 사람은 급히 교도관을 따라 문을 나섰다.윤우선은 속으로 절망했다.교도관이 철문을 막 닫자 장옥분은 어두운 얼굴로 윤우선에게 다가가 무섭게 소리쳤다. "야, 너 진짜 간도 크다? 맞은 걸 감히 꼰질러?!!”윤우선은 멘붕한 채로 말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미쳤나 봐요! 제발 이번 만은 용서해주세요!""용서를 해 달라고??" 장옥분은 잠깐의 여유도 주지 않고 팔을 휘둘러 윤우선의 뺨을 갈겨버렸다. 윤우선은 눈앞이 핑 돌며 현기증을 느꼈다.신 회장도 부들부들 떨며 다가와, 쓰러진 윤우선의 손가락을 발로 짓밟았다. "이 개 같은 년아!! 보아하니 네가 아직 덜 맞았구나!? 조금만 기다려, 나는 여기에 15일 동안 있을 테니까 너는 남은 시간동안 나랑 좋~~은 시간을 보내면 될 거다! 알겠어?!!”그러자 장옥분이 다급하게 물었다. "저, 어르신.. 이제서야 겨우 저 년과 한 감방에 들어왔는데 제가 할머니라면 15일만 있다가 나가기 너무나도 아까울 것 같은데.. 매일 대여섯 번씩 패면서 한을 푸시는 게 어떻습니까?” 신 회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맞아.. 매일 그 정도로 팰 수 있으면 참.. 떠나기 아쉬울 것 같구먼!”그러자 윤우선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어머님, 살려주세요! 앞으로 저를 때리지 않고 이 여자가 저를 때리지 못하게 하면, 별장에 방을 하나 마련해드릴게요!! 어떠세요…?”신 회장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지금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이 안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네가 어떻게 방을 마련해준다는 말이냐?!”그러자 윤우선이 말했다. "그럼 어머님께서 구치소를 나가실 때 제가 쓴 편지를 들고 가서 유나를 찾으시면 되죠. 그럼 그때 가서 유나는 어머님을 꼭 별장에 들일 거예요!!”신 회장은 얼굴을 찡그리며 "정말이야?
장옥분의 말에 윤우선은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는 장옥분의 말을 의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장옥분은 굉장히 잔인한데다가, 조금 전 자신을 구타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신에게 보여줄 동정 따위는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장옥분이 자신의 뒤를 봐주는 것을 믿고, 윤우선을 걷어차며 말했다. "이 년아! 그래서 쓸 거야 안 쓸 거야?!”윤우선은 고통에 신음하며 소리쳤다. “아악!! 쓸.. 쓸게요!! 쓰면 되잖아요!!”장옥분은 또 그녀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말했다. "이 병신 같은 게?! 대답을 제대로 안 하다가, 맞아야 결국 제대로 답하지?”윤우선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좋게 말을 해야지.. 조금 전에 날 때렸.. 악!!”장옥분은 이를 악물고 또 윤우선의 뺨을 한 대 치며 소리쳤다. "누가 말대꾸 하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이번에 장옥분의 손바닥은 윤우선의 앞니 두 개를 함께 강타했다. 윤우선은 갑자기 윗입술이 탈락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곧 이어 입 안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앞니 두 개는 입 안으로 들어가 하마터면 삼킬 뻔했다. 그녀는 급히 이를 뱉어 내고, 피 묻은 앞니 두 개를 보고 울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 슬피 울었다. “그냥 날 죽여!! 더 이상 살기 싫으니까 그냥 죽이라고!!”장옥분은 그래도 윤우선의 뺨을 몇 대 더 때리며 욕을 했다. "무슨 개소리야? 구치소를 전부 시끄럽게 만들려고?”윤우선은 얼굴을 가리고 절망에 빠져 울었지만, 신 회장은 흥분하여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윤우선의 머리채를 있는 힘껏 쥐고 흔들며 욕을 해댔다. "왜 울어 이 년아? 청년재에 있을 때, 그렇게 잘 나간다고 나대더니? 이제 와서 왜 울고 난리야? 여기 구치소에 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네가 평소에 하던 짓거리를 한 번 보여주란 말이야!!! 서울에서 하나도 무서울 것 없던 그 간 큰 년은 어디 갔어?!”김혜빈은 이때 서둘러 할머니의 말에 동의하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말을 마치자 윤우선은 손을 들어 또 윤우선의 뺨을 한 대 때린 후 차갑게 말했다. "상곤이 너와 결혼하려고 했던 날부터 나는 네가 눈엣가시였다! 그런데 네가 나를 이렇게 오랫동안 괴롭혀 왔으니, 나는 반드시 널 충분히 괴롭혀야 속이 풀릴 것 같다!”윤우선은 완전히 멘탈이 나갔다! 그녀는 신 회장이 이렇게 파렴치할 줄은 몰랐다! 자신이 한 말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변덕스럽게 바꾸다니!! 하지만, 자신은 지금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장옥분이라는 여자까지 있어서, 자신은 지금 불평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윤우선은 슬픔이 극에 달해 이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기만 바랄 뿐이었다. 잠시 뒤, 식사를 가지러 간 두 사람이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바구니 안에는 모두 동일한 규격의 알루미늄 도시락과 식기들이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누군가 "자! 밥 먹자, 밥 먹자!"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도시락 하나를 먼저 가져간 뒤, 그것을 열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장옥분도 배가 고파서 잠시 윤우선을 놔두고 배부터 채우기로 계획했다.신 회장과 김혜빈 역시도 배가 고파서 도시락을 가지러 왔다. 혜빈이 도시락을 열자마자 눈 앞에 두 개의 칸으로 나뉜 도시락이 보였다. 한 곳에는 반찬이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쌀밥이 들어 있었다. 이 요리는 김혜빈의 눈에 좀 낯익어 보였다. 같은 방의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 "어머나, 오늘 양배추 볶음이랑 돼지고기 조림이네?!" 김혜빈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 음식이 왜 이렇게 낯익었는지 깨달았다. ‘조금 전에 점심을 먹었구나..’ 그녀는 조금 전에 점심을 먹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메스껍고 고팠던 배가 갑자기 가득 찬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신 회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하면서 혜빈에게 물었다. “혜빈아, 왜 안 먹고 있냐?" 혜빈은 울상을 지으며 "할머니.. 이거 할머니가 집에서 해주던 거랑 뭐가 달라요..?” 라고 물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윤우선은 배가 고파서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었다. 점심 때, 시후는 식사를 준비해 뒀지만 그녀는 한 입도 먹지 못하고 경찰에 체포되어 연행되었다. 게다가 오후 내내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체력 소모가 심했기에 그녀는 평소보다 더더욱 배가 고파왔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기어서, 플라스틱 광주리에서 도시락을 하나 꺼냈다. 그녀는 도시락을 품에 조심스럽게 안고 자신이 쪼그려 앉아 있던 모퉁이를 향해 다시 돌아갔다.구석에 앉아 도시락을 연 뒤, 밥을 먹으려던 찰나! 장옥분이 갑자기 윤우선을 불렀다. "어이, 너 뭐하는 거야!?!”그러자 윤우선은 다급하게 말했다. "저.. 큰....언니..? 저 밥 한 끼 먹고 싶어요...""밥을 먹어? 너 같이 시어머니에게 불효한 년이 무슨 낯짝으로 밥을 먹어?!! 진짜 뻔뻔하다!””"저.. 저는.." 윤우선은 갑자기 또 숨이 막혀왔다. 그녀는 장옥분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장옥분은 "저.. 저.. 뭐! 말 제대로 안 하냐!? 빨리 와!”윤우선은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저 언니..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장옥분은 윤우선이 들고 있던 도시락을 홱 낚아챘다. "야, 너 같은 년은 이런 거 먹을 자격도 없어! 얼른 꺼져!”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마자, 절망에 눈물을 흘렸다. "언니, 오늘 아침에 밥을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배가 고파서 기절할 지경이에요.. 제발 저 좀 불쌍하게 생각해주세요..”"아이고.. 청년재 별장에 산다며, 그런데 이런 걸 먹어서 되겠어???”윤우선은 눈물 흘리며 말했다. "언니, 저 진짜 배고파 죽겠어요.. 그러니까 제발 자비 좀 베풀어 주세요.. 그냥 한 두 입만 먹으면 되는데.. 사람이 굶어 죽는데.. 이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장옥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사람이 말이야.. 2-3일 안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아. 그러니 걱정 마!""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