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은 20여 년이 지난 뒤에 한미정의 일로 이렇게 얻어맞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원래 장옥분을 설득하려 들었지만, 신 회장이 이 일을 꺼내어 자신의 모든 노력을 모두 수포로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히려 자신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줄이야. 그녀를 폭행한 몇 명의 여자들은 내연녀 때문에 겪은 비참한 일들이 한 번씩은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을 때 자신의 원한을 모두 윤우선에게 퍼부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비라는 단어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윤우선은 또 다시 구타를 당했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거의 숨을 거둘 지경에 이르렀다. 몇 번이나 윤우선은 자신이 곧 쇼크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그녀는 정말 쇼크를 받았고 다른 사람에게 몇 번 맞아서 깨어났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윤우선을 구타한 후, 신 회장은 옆에서 말했다. "난 우리가 이 계집애가 여기 있지 않도록 화장실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우리를 짜증나게 만드는 여자를 치워버리죠?” "맞아요!" 가장 먼저 달려들어 윤우선에게 손을 댄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 회장님 말이 맞아요, 화장실로 끌어 냅시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다른 여자들을 불렀다. "그럼 우리 각각 다리 하나씩 잡고 그냥 끌고 들어갑시다!” “그래!” 상대방이 즉시 고개를 끄덕여 승낙하자, 두 사람은 윤우선의 한쪽 다리를 잡아당겨 억지로 그녀를 화장실로 끌고 갔다.그러자 김혜빈도 급히 따라가서 윤우선을 화장실에 넣는 걸 보고, 세면대에 물을 한 대야 받아 그녀에게 뿌렸다. "야, 윤우선! 너 오늘 같은 날이 있을 거란 걸 꿈에도 몰랐지? 지금 아직도 우리 할머니와 싸우고 싶어?!”윤우선은 이때 찬물을 맞고 깨어났고, 격렬하게 떨면서 속으로 후회했다. 괜히 장옥분에게 그런 말을 해서 동정을 살려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만약 자신이 신 회장의 행동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자신도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사위의 카드
윤우선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 장옥분 언니.. 제발 저 좀 먹게 해주세요. 안 그럼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장옥분은 냉소를 터뜨렸고 그릇에 담긴 죽을 모두 바닥에 부은 뒤 발끝으로 가리켰다. "자, 먹고 싶지? 그럼 바닥에 엎드려서 핥아!" 어제 장옥분이 윤우선에게 바닥에 있는 죽을 핥게 했을 때, 윤우선은 원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어차피 한 입 먹기 위해 엎드려서 그런 상스러운 짓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이미 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무슨 상스러운 짓이든 자신의 배를 채울 수만 있다면, 스스로 무릎을 꿇고 주저 없이 엎드려 시멘트 바닥의 차가운 죽을 혀로 핥았다.신 회장은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얼마나 상쾌한지 몰랐다. 게다가 윤우선이 앞으로 얼마나 이 안에서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은 더욱 흥분되었다. 윤우선이 바닥에 있는 죽을 한입 한 번 핥아 먹고 심지어 입에 모래가 가득 찬 것 같았지만, 그녀는 지금 그런 것을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그 때, 교도관은 감방 문을 열고 윤우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우선! 나와! 경찰서로 소환이다!”구치소에 수감돼도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모두 피의자로 통칭하고 피의자는 경찰에 의해 경찰서로 연행돼 재판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윤우선은 자신을 재판에 회부한다는 말을 듣고 의심조차 하지 않고 힘겹게 일어나 울면서 문으로 달려가 교도관을 바라보며 제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 그녀는 이번 재판이 자신의 사위 은시후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연극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교도관은 윤우선의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앞니까지 두 개 빠진 참혹한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윤우선에게 "빨리 나와! 온 경찰들이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했다. 이 두 명의 경찰관은 바로 며칠 전에 윤우선을 이곳으로 보낸 두 명의 경찰이었다. 두 사람은 48시간도 안 된 시간 안
윤우선은 경찰서로 연행되자마자 바로 취조실에 갇혔다. 경찰 몇 명이 들어와 그녀 앞에 앉아 묻기 시작했다. “윤우선, 이틀 동안 생각의 변화가 좀 있었어? 조직과 관련해서 불 생각이 돼 있는 거야?"윤우선은 "경찰관 님,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라며 울먹였다."뭐? 윤우선! 너 지금 우리가 만만하게 보여?? 그럼 우리가 만약 네 친구 놈들을 못 잡으면.. 모든 죄는 네가 뒤집어쓰는 거야! 그럼 너 해외로 잡혀 갈 수도 있어! 그럼 너 영영 한국 땅 못 밟고 해외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평생 썩는 거야!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르지??”해외로 잡혀가 평생 썩을 수도 있다는 말에 당황한 윤우선은 애원하기 시작했다. "경찰관 님!!!! 정말 아니에요~!! 제가 이미 여러 번 말했지만 그 카드는 정말 내 것이 아니라고요!! 그 카드는 제가 사위의 호주머니에서 꺼낸 것이고, 그 카드의 비밀번호가 내 사위 생년월일이라는 걸 보면, 이건 분명 이 카드가 내 사위의 것이라는 증거입니다! 경찰 선생님들이 이 카드가 국제 사기 사건으로 의심된다고 했으니까! 진짜 배후는 분명 그 망할 사위라고요!! 그런데 왜 사위를 안 잡고 날 체포해요?!!”"그래? 네 사위 이름이 은.시.후.지?" 경찰이 냉소했다.윤우선은 황급히 물었다. "이미 그를 조사하셨어요? 그를 잡은 겁니까? 심문한 적 있어요? 혹시 빨리 자백하라고 하셨어요?”경찰은 서류봉투에서 블랙카드를 꺼내, 윤우선의 앞에 놓았다. "윤우선, 그때 은행에 가서 현금 인출할 때 쓴 카드가 이거야?”윤우선은 한눈에 그 카드를 알아보았고, 잠시 눈을 감자 지난 이틀 동안의 일 들이 모두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약 이 카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자신이 이렇게 체포되어 비인간적인 굴욕을 당하게 되었을까? 그래서 그녀는 이 카드에 대해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요! 바로 이 카드예요! 이 블랙 카드를 내 사위 주머니에서 훔쳐낸 것이라구요! 그러니까, 은시우 이 자식이
그러자 경찰관은 말했다. "네 사위분은 매우 정직한 사람이고 매우 솔직한 사람이었어! 다시 말해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지. 그는 이 카드를 받고 잔액을 파악한 뒤에 즉시 경찰에 신고했어! 그래서 그 신고를 받고 우리는 사위분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걱정 마시고 카드만 들고 계시라고 했는데, 네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카드를 훔쳐서 돈을 인출한 거야!! 알아?”윤우선은 사실을 알고 놀라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아이고!! 내가 이럴 줄 알았으면 때려죽여도 그 카드를 안 훔쳤을 텐데!!" 그녀는 자신이 이런 지뢰를 밟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저 돈을 좀 얻고 싶었을 뿐인데.. 이 카드가 은 서방의 인적사항을 훔쳐서 위조한 것이라니! 그리고 은 서방을 유인해 자신이 했던 것처럼 은행에 가서 돈을 이체하게 만든 것이라니!! 만약 은 서방이 돈을 이체했다면 범죄 조직이 돈을 버는 과정을 돕게 되고, 조직은 범죄로부터 모든 위험을 피할 것이고 오히려 은 서방을 찾아와 협박하고, 그를 죽였을 것이다! 그럼 은 서방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윤우선은 벌써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경찰이 말한 이 모든 것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은행에서 이 700억을 빼돌렸으면, 죽을 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경찰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미 범죄 집단에게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이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감방에서 겪었던 그 고통들 조차도 단번에 잊혀질 만큼! 신 회장과 장옥분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미 야산에 묻혔을 지도 모른다! 그러자 윤우선도 울음을 터뜨리며 경찰관에게 말했다. "저 선생님, 누명을 쓴 걸 알게 되셨으니 제발 저를 놓아주세요!”하지만 경찰관은 윤우선의 생각대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풀어 달라고? 어떻게 널 믿어? 만약 당신이 입을 열어서 이 일에 대해 폭로하고 덤벼들면, 어떻게 용
윤우선은 이미 경찰이 알려준 이 이야기를 완전히 믿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경찰이 자신을 계속 가두어 두는 것이었다. 구치소에 갇혀 있으면 언제 밖에 나갈 수 있는 자유를 되찾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진심으로 애원하는 눈빛으로 경찰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경찰관 님!! 제가 정말 한 마디도 안 할게요! 그러니까 풀어주세요! 만약 저를 다시 구치소로 보내시면 저는 저 안에서 죽을 지도 몰라요!”그 경찰관은 신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윤우선, 난 아직도 널 믿을 수 없어. 당신 같은 사람은 많이 만났다고! 처음에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고 하다가 누구보다 빠르게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그러자 경찰관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그리고 말이야, 내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가뒀다고 생각하지 마! 사실 나도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 그런 거니까! 왜냐면 당신을 밖으로 내보낸 뒤에 아무에게나 이 이야기를 함부로 말하고 다니면 아마 그 조직에서 당신을 죽여 입을 막을 거야! 심지어 당신을 죽인 다음 모든 증거를 당신에게 뒤집어 씌우겠지! 그럼 그냥 당신은 그 놈들의 계략에 완전히 빠지게 되는 거야! 그렇다면 당신은 구천을 떠돌며 억울함을 호소할 건가??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보면 안전을 위해 구치소에 계속 머무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용의자를 모두 잡은 뒤 풀어주면 당신 안전도 보장될 거고..”윤우선은 필사적으로 거부했다. "아니에요!! 그럼 얼마나 기다려야 나갈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제발 자비를 베풀어 저를 놓아주세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발, 저는 당신들에게 무릎을 꿇고, 빌고 싶네요! 저를 놓아주세요, 제발 저를 더 이상 가두지 마세요..!! 흑흑... 흐윽윽윽!!” 윤우선은 이미 숨이 막힐 정도로 울면서 꺽꺽 대고 있었다. "됐어!! 아무래도 우리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어! 23개국의 인터폴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데 당신 때문에 국제 수사를 망치면 우리 한국 경찰이 모조리 책임지게
그러자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경찰관 님.. 그냥 집에서도 사위에게 이 일을 얘기하면 안 되는 거예요?”그러자 윤우선 맞은 편에 앉은 경찰관은 분노하며 책상을 쾅쾅 쳤다. 그리고 옆에 앉은 경찰관을 향해 소리쳤다. "이것 봐 이것 봐! 이 여자는 못 믿는다고 했지?! 왜 이런 멍청이를 굳이 풀어주겠다고 하냐고!! 방금 무슨 말하는지 들었냐?? 나중에 풀려나면 몰래 은시후 씨와 이야기한다고 하잖아!?! 이거 그냥 자살하고 우리 사건을 망치려는 거 아니냐고!!?" 그러자 다른 경찰관의 얼굴빛도 어두워지며 윤우선에게 차갑게 말했다. "윤우선 씨, 당신은 정말 나를 실망시키네요. 정말 당신이 입을 다물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이 일을 지금 사위에게 따져 물으려고요? 우리에게 말했던 게 다 구라였어요?!”윤우선은 순간 당황하여 벌벌 떨었다. "저.. 저.. 경찰관 님, 솔직히 말해서, 제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은 서방 카드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그 이야기를 사위와 하면 안 되는 겁니까?”"하.. 정말 머리가 안 돌아가요? 은시후 씨도 카드를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요! 그 범죄 조직이 늘 그를 주시하고 있어서, 심지어 그의 일거수일투족, 말 한마디, 행동 모두가 그들의 감시 범위 내에 있어요! 그리고 집에 감시 카메라와 도청 장치가 설치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감히 돌아가서 그에게 한 마디라도 한다면, 당신은 물론 가족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요!!!”윤우선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아아!! 그럼 절! 대! 말 안 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맞은 편의 경찰관은 코웃음을 쳤다. "하! 참!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 이미 늦었어! 내가 진작에 말했듯이, 너 같은 인간은 전혀 믿을 수 없어! 널 내보내? 그럼 재앙이 시작될 거야! 네가 결국 우리의 큰일을 망칠 거라고! 그리고 곧 목숨도 끊어지겠지!" 그리고 나서 그는 옆에 앉은 경찰관에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다시 가두는
윤우선이 죽을 힘을 다하는 듯 진심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이자 두 명의 경찰관은 서로의 눈을 마주쳤고, 맞은 편의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윤우선, 우리는 당신을 풀어주는 건 고려할 수 있지만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이 있어. 우리가 당신을 풀어주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이 며칠 간의 행방을 물으면 어떻게 말할 거야?”윤우선은 한참을 우물쭈물 하다가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집에 가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틀 정도 이유 없이 집을 나갔고, 더 중요한 건 지금 온 몸이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딱 봐도 이건 얻어맞은 꼴이었다. 더 중요한 건 앞니가 두 개나 빠졌다는 것! 이건 너무 비참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경찰관이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당신을 놓아주기로 결정한다면, 집에 돌아가서 남편, 딸, 그리고 사위에게 요 며칠 동안 다단계 조직에 잘못 들어갔는데, 그 조직이 세뇌를 시키고 은행에 가서 사기를 치게 만들었다가 경찰에게 잡혔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그러자 윤우선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이고! 그러면 되겠네요! 그럼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를 돌려보내 주시면, 반드시 경찰 선생님들 분부대로 가족들에게 이 일에 대해 한 마디도 누설하지 않고, 더욱이 국제 사기 집단을 체포하는 것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열심히 협조할게요!!”그러자 경찰관은 "자, 그럼 다시 이 문제를 검토해보겠습니다. 그럼 사람을 불러 당신을 구치소로 잠시 보냈다가, 우리가 당신을 출소하기로 논의한다면 직접 수속을 밟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윤우선은 급히 물었다. "경찰관 님, 그럼 결정할 때까지 저를 놓아주지 않으실 건가요?"맞은 편의 경찰관은 책상을 쳤다. "이번 건은 의논을 더 해야 된다고! 그러니 어서 돌아가서 우리가 상의한 결과를 기다려. 이제 이건 당신이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어!"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순순히 동의하며 몸을 부
그러자 김상곤은 아침 식사도 하지 않고 바쁘게 씻고 나서 외출 준비를 했다.유나는 아버지가 또 정성껏 치장하는 것을 보고 즉시 물었다. "아버지, 또 아침 일찍 어디 가시려고요?”상곤은 유쾌하게 답했다. "오늘? 미정이와 우리가 졸업한 대학을 둘러보기로 약속했거든! 20년이 넘도록 간 적이 없잖냐?"유나는 이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빠!!!!! 엄마가 실종된 지 이틀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어요. 그런데 아빠는 어떻게 미정 이모랑 같이 놀러 다닐 수 있어요? 설마 엄마의 행방을 찾지 않을 생각이에요?""허허......" 김상곤은 멋쩍게 웃으며, “아이고, 사람을 찾는 일은 너와 은 서방이 하는 것이 아니냐.? 너희 둘은 어쨌든 젊은 사람이니, 나 같은 늙은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릿해서 잘할 거야! 그러니 나는 그냥 좋은 소식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유나는 화가 가라 앉지 않았다. "아빠!!! 자꾸 이러시면 정말 화낼 거예요! 왜 이런 시기에 중요한 일을 구분을 못하는 건데요? 아빠가 도와주면, 엄마가 더 빨리 안전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 미정 이모와 함께 모교를 구경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냐고요!!”김상곤은 이런 일이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았지만, 유나와 이 일의 옳고 그름을 지나치게 따지고 싶지 않아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 "아이구, 아니야 아니야! 시간이 늦었네, 그럼 나중에 얘기하자, 나 먼저 나간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상곤은 이미 밖으로 나가버렸다.유나는 아버지가 나가는 것을 막고 싶었지만, 이미 소용이 없었다. 상곤이 이미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버리자 유나는 화가 나서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씨, 저거 봤어요? 아빠가 이번엔 당신을 안 데리고 가잖아요! 분명히 미정 이모도 그 폴이라는 친구도 안 데리고 갈 거예요! 그럼 둘이서만 데이트하는 거잖아요?”시후는 재빨리 답했다. "하하..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마요. 그냥 동기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