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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Autor: 로드 리프
순간 유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이태리 부회장이 말한 '은 회장'이 만약 내 남편인 '은시후'였다면?

이 시나리오를 다시 곱씹어보곤 그녀는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깨달았다.

말도 안 돼.

시후 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시설에서 자랐으니까.

그렇지만... 나에게 이렇게 잘해줄 사람이 시후 씨 말고 또 누가 있단 거지?

150억 원도 너무나 큰 데, 300억 원을 그냥 내줬다. 역시….

"이태리 부회장님, 혹시 은 회장님 성함이 '은시후'는 아닌가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유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어디서 회장의 신상에 대해 흘린 거지? 태리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근두근.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회장의 엄명 때문에 대중에게도 그의 성만 공개한 상황이었다. 그의 아내와 만난 시점에서 그녀가 회장의 정체를 눈치채면, 자신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유나 씨, 이 얘기는 여기서 그만했으면 해요. 은 회장님은 한국 유수 가문의 자제분이세요. 제 재량으로 마음대로 회장님의 신원을 밝힐 순 없습니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수 가문의 자제라는 말에 의심을 접었다.

시후는 고아였지, 그런 명문가 자제는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이 일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

부회장실을 나왔지만, 유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는 WS 그룹과 엠그란드 그룹 사이의 300억 원짜리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아직도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빌딩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시후를 발견하자, 신이 나서 그에게로 달려갔다. "시후 씨! 시후 씨!! 계약, 따냈어요!!"

시후는 마음속으로 '제가 회장이니 당연히 계약이 성사되었겠죠.'라고 생각했지만, 놀란 척하며 말했다.

"정말인가요, 유나 씨?! 정말 유나 씨는 대단해요!!"

"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엠그란드에서 이 프로젝트를 저희한테 그냥 준 것 같았어요."

"네?" 시후는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유나는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하면, 엠그란드 그룹 회장이 자신에게 보인 호의적인 태도에 시후가 질투할까 봐 재빨리 얘기를 돌렸다. "말하자면 길어요. 일단 어서 돌아가서 모두에게 이 소식을 전해요!"

"그래요! 이번에야말로 김혜준 그 인간이 제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예요!"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까지 혜준 오빠가 그렇게 사람을 깔보고 무시했으니 이제 자신이 한 대로 돌려받을 차례 아니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유나도 나름대로 한 성질 했다. 김혜준이나 다른 가족들은 줄곧 철저하게 유나 부부를 무시해왔는데,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내기를 수락해서 가족들 콧대를 눌러줄 생각을 했으니...

10분 뒤, 두 사람은 WS 그룹 빌딩에 도착했다.

모두가 모인 회의실엔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유나가 아침 일찍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한 걸 알았기에, 예상한 대로 계약 체결에 실패하고 돌아올 유나를 놀려줄 심산이었다.

그런데 유나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빨리 돌아온 것이었다.

유나와 시후가 회의실에 들어서자, 모두들 한껏 빈정대며 두 사람에게 흘긋 눈을 흘겼다.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김혜준이었다. "한 30분은 걸렸나? 거 봐, 내가 너네 둘이 가 봤자 문전박대 당할 거라고 했잖아! 푸하하"

혜빈도 오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말 한 시간도 안 돼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진짜!"

신옥희 회장의 얼굴에는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엠그란드 그룹도, 프로젝트 입찰 건도 다루기 어려운 사안이었던 건 알지만, 맡은 일이니 최소한 진지하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어?

신옥희 회장은 매서운 눈초리로 유나를 쏘아보며,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유나, 너한테 실망했다."

시후는 사람들의 반응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정말이지 이 인간들한테는 구역질이 난다. 유나 씨의 말은 듣지도 않고 거래 성사에 실패했다고 멋대로 단정 지어서는 다짜고짜 그녀를 나무라고 있는 꼴이라니...

특히 김혜준.... 지가 잘난 줄 알고 깝죽거리는 이 새끼는 왜 매사에 나대는 거야? 넌 나한테 무릎 꿇을 준비나 하라고!

처음에는 잔뜩 신이나 들떠있던 유나도, 가족들의 면박과 조롱에 그녀의 속에서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하지만, 엠그란드 그룹의 이태리 부회장님과 직.접. 만나서 거래하고 왔습니다!"라고 잔뜩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네가 누굴 만나?"

"말도 안 돼! 만나지도 못했으면서 거짓말하지 마!"

유나의 한 마디에 순식간에 회의실은 충격에 빠졌다.

"김유나, 우리가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믿을 거라고 생각해?"

혜준이 크게 한번 숨을 가다듬었다가, 탁자를 치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엠그란드 그룹의 이태리 부회장 같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왜 널 만나 주겠어?"

모두의 의심과 비난에 굴하지 않고 유나는 가방에서 계약서가 든 파일을 꺼내 들었다. "할머니, 여기 계약서에요. 한번 봐주세요."

계약서라는 말에 또 한 번 술렁였다.

여전히 혜준은 유나의 말을 믿지 않았고, 도리어 큰소리쳤다. "그 서류는 가짜야! 위조서류라고! 김유나가 엠그란드 그룹과 진짜로 거래를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오빠 말대로야!" 혜빈도 눈에 띄게 동요한 기색이었다. "김유나가 이번에 제안한 건 150억 규모의 프로젝트였다고! 얘가 할 수 있는 거였으면, 내가 진작에 계약을 따냈을 거라고!!"

유나에게서 코웃음이 새어 나왔다. "혜빈아, 숫자는 정확하게 해야지~ 150억이 아니라, 300억이야."

"말도 안 돼! 300억 원? 우리가 바보인 줄 알아? 300억이 무슨 옆집 개 이름이야? "

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김유나, 넌 지금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 말고도 할머니까지 바보 취급하는 거야."

그러고는 신옥희 회장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할머니, 이번 일은 그냥 봐줘선 안 돼요!"

신 회장은 시뻘게진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신 회장이 사업계획서를 보고 줄곧 150억 원이라는 금액이 작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런데 1시간도 안 돼서 돌아온 유나가 300억 원짜리 계약을 따냈다고 말했다.

지금 이 새파랗게 어린 손주 놈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날 바보 취급한 거야?

이 집안의, 이 회사의 기둥인 내가, 정말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건가?

당장 이 괘씸한 손주 놈을 쫓아내지 않으면, 회장으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오른 신옥희는 테이블을 부서져라 내려치며 소리 질렀다.

"김유나--!!! 지금 당장 사표 내!!!!!"

유나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왜 이렇게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번만 열어서 서류를 보면 되는 일인데..

신 회장의 씩씩거리는 숨소리 외에 회의실 안은 조용했다. 그때 누군가가 외침이 적막을 깼다.

"엠그란드 그룹이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 계약 체결을 발표했습니다! 300억 원 사업 수주는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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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ntario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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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
어설프고 조사도 해보지않고 기업소설을 쓰다니....150억이고300억이고간에 저정도 금액은 그룹차원에선 껌값인데... 부회장 월급을 두배인상....초딩차원 처신....
goodnovel comment avatar
MSZ J
와이프라고 말했는데 신원을 흘리다니...부회장직은 부녀회장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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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80장

    유나는 성격은 섬세했지만, 일에 있어서는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리고 시후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건드렸다. ‘일하러 가는데 남편이 옆에 따라붙는 건 좀 그렇지... 그건 나도, 남편도 다 한심해 보일 거야.’게다가 마지막 말이 결정적이었다. 배유현과 자신은 친구이지만, 매번 남편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이상했다.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그럼 나 혼자 가야겠어요. 내가 없는 동안 당신도 건강 챙기고, 부모님도 잘 부탁해요.”“걱정 마요.” 시후는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배유현 씨한테 아직 확답 안 했죠?”“응, 당신이랑 얘기하고 연락주겠다고 했어요.”“그럼 지금 바로 전화해서 간다고 말해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냈다.통화가 연결되자 배유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유나 씨 은 선생님께 말했어요?”“유현 씨, 시후 씨랑 얘기 끝났어요. 나 바로 갈게요.”“정말? 다행이네요!” 배유현의 목소리에는 안도와 기쁨이 묻어 있었다. “그럼 내가 금방 전용기를 보낼게요. 새벽 전에 서울에 도착하면 아침에 바로 출발할 수 있을 거예요!”유나가 놀라 물었다. “이렇게 급해요?”“네. 지금 정말 상황이 급박해서요. 하루라도 지체되면 손실이 수천만 달러라... 이대로면 주주들에게 보고도 못해요.” 배유현이 말한 건 진짜였다. 프로젝트를 중단하면 하루 손실만 천만 달러가 넘고, 기존 설계와 준비를 전면 폐기해야 하기에 실제 손실은 1억 달러 이상이었다.하지만 배유현에게 그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시후가 한마디만 하면, 백억 달러라도 내줄 테니까. 그래서 이런 작은 손실은 그녀에게 사소한 일일 뿐만 아니라 기꺼이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유나는 미안하면서도 단호히 말했다. “그럼 나 금방 짐 싸서, 내일 새벽 바로 공항으로 갈게요.” 그리고 유나는 말하면서 뭔가 생각난 듯 황급히 물었다. “그런데 전용기는 예약할 필요 없어요 제가 티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79장

    “은 선생님, 그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는 아직 만나지 않으신 건가요?” “아직요. 하지만 이번에 위험이 닥친다면, 더는 숨을 수 없겠죠.”배유현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사람들이라도 바로 모아 국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상황이 너무 복잡해요. 사람이 많아지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그래서 유나 씨만 먼저 피하게 하려는 겁니다.” 시후는 배유현에게 말했다. “배유현 씨 유나 씨가 잠시 미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어요? 빨리 갈수록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배유현은 단호히 답했다. “당장 유나 씨에게 연락하겠습니다!”“고맙습니다.”시후는 전화를 끊고 잠시 차를 길가에 세워두었다. 5분쯤 지나 배유현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은 선생님, 유나 씨와 통화했어요. 제가 ‘뉴욕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 디자인이 문제로 전면 중단됐다’고 말하고, 여러 디자인 회사 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시후가 물었다. “유나 씨가 뭐라고 했죠?”“유나 씨는 처음엔 규모가 너무 커서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제가 ‘한국적인 디자인 감성을 넣고 싶다’고 했죠. 미국에 있는 디자이너들을 한국에 대한 이해도는 피상적이라 현재 프로젝트가 중단되었고, 하루에 손실이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하고 있으니 윤아 씨가 와서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어요. 유나 씨는 결국 도와주기로 했지만, 은 선생님과 상의해 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배유현은 급히 물었다. “은 선생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사람을 보낼까요?” 시후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요, 이렇게 해주신 것만으로 충분합니다.”배유현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음... 은 선생님,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네. 그렇게 하죠.”......잠시 후 시후는 집으로 향했다. 시후가 집에 들어서자 유나가 황급히 마중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78장

    시후는 폴른 오더의 표적이 외할아버지 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릴리가 ‘당신에게 위험이 닥친다’고 했으니, 그건 곧 자신이 큰 전투를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 될 것이었다.시후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8살 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날부터, 살아 있는 하루하루가 보상과 같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걱정되는 건, 혹시 외할아버지댁과 아내 유나가 동시에 위험에 처하면 자신이 두 곳을 모두 지킬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유나를 서울에서 떠나게 하는 것이었다. 유나가 서울에 없다면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을 테니까.하지만 유나가 의심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떠나게 만들 방법은 쉽지 않았다.처음에 시후는 윤우선을 속여 ‘유럽 여러 국가를 방문하는 10일짜리 여행에 당첨됐다’는 식으로 조작된 이벤트를 만들어, 여성 동반만 가능하다고 해 유나를 데려가게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유나는 미국 연수를 다녀온 뒤로 일 욕심이 강해졌고, 윤우선이 여행을 제안해도 열흘이나 회사를 비울 리 없었다.게다가 어떤 수를 쓰든 단 한 번에 성공해야 했다. 한 번 실패하면 유나가 눈치챌 테니, 재시도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고민 끝에 시후는 미국에 있는 배유현을 떠올렸다. 만약 그녀가 일 때문에 유나를 부른다면, 유나는 분명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유나는 배유현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친구의 부탁이라면 반드시 도와주려 할 테니까.그래서 시후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그때 미국은 막 아침, 배유현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시후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순간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최대한 침착하게 받았다. “은 선생님, 무슨 일이시죠?”“배유현 씨, 부탁 하나 드리고 싶어요.” “뭐든 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다면 언제든요.”“최근 미국에서 추진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가 있나요?” “있어요. 뉴욕만 해도 여러 건이에요. 그 중에 이제 막 시작하거나 준비 단계인 건요?”“하나 있어요. 대형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7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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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576장

    점괘의 결과가 시후에게 향하자 릴리는 크게 긴장했다. 그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웬만한 사람은 그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위험하다면, 상대의 힘은 엄청날 것이다.릴리는 문득 생각했다. ‘설마 폴른 오더의 다른 백작이 서울로 오고 있는 건가? 분명 그럴 거야. 그래서 은시후 씨가 나에게도 조심하라 한 거겠지.’그녀는 급히 휴대폰을 꺼냈다가 망설였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지금껏 자신은 시후 앞에서 모른 척을 해왔는데, 갑자기 이런 전화를 하면 그가 자신을 의심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릴리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그는 내 목숨의 은인이야. 도와줄 수는 없어도 경고는 해야 해.’릴리는 고민 끝에 베란다로 나와 전화를 걸었다. 그때 시후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우자마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시후 오빠, 저 소영이예요.”“소영이? 무슨 일이지?”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시후 오빠, 혹시 생일이 언제예요?”“응? 갑자기 그걸 왜 물어?”“아까 오빠가 우리한테 조심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위험할까 봐 제가 점을 좀 쳐보려고요.”“점을 친다고?” 시후는 노르웨이에서 그녀의 책상 위에 놓인 동전들과 윷을 본 게 떠올랐다. 그때 시후는 그것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전설에 나오는 점을 보는 괘일 수도 있다고 추측한 적이 있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건 인간의 손으로는 다룰 수 없는 수준의 점술이었다. 그는 그땐 그냥 우연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아닌 듯했다.“소영아, 너 점을 볼 줄 알아?” “조금요. 하지만 자주 보면 천벌을 받는다고 해서 잘 안 해요.”“그 정도는 아닐 걸?” 시후가 웃자 임소영도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요, 시후 오빠. 생일 알려주시면 한 번 점을 쳐볼게요.”그때 시후는 아무런 이상한 점도 느끼지 못했다.릴리는 대화의 흐름을 완벽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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