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준은 세 번이나 엎드려 사과한 후, 수치심, 분노, 모멸감 여러 감정이 뒤섞여 눈물이 차 올랐다. 그는 이제 감히 경솔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할머니가 지금 그에게 매우 실망했음을 알고 있기에, 더는 할머니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되었다.신 회장은 혜준이 고개 숙인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귀하고 소중한 내 손주가 은시후 같은 놈한테 고개 숙이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내기에 응한 건 혜준이었다. 게다가 나까지 끌어들여서...그녀는 매우 신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한 평생 하느님의 계명을 정금같이 지켜왔는데, 손자가 거짓말로 죄를 짓는 걸 가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혜준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혜준아, 오늘 일을 교훈 삼아 다음부터는 100% 이길 수 있는 내기가 아니면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내기하게 되거든 가족들은 끌어들이지 말고.""저도 잘 알았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혜준은 기분이 상한 듯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는 입으로는 알겠다고 말하면서 눈으로는 시후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감히 나에게 이런 치욕을 당하게 하다니... 반드시 백배 천 배로 되갚아 주마!잠시 후 신옥희가 손뼉을 ‘탁’ 치며, "자! 유나가 큰 계약을 따냈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 하는 거야? 어서 프로젝트 진행 준비를 해야지! 이번 기회에 엠그란드 그룹과 더욱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해!""잠시만요, 할머님. 그 전에 유나 씨가 거래를 성사시켰으니 약속하신 대로 유나 씨를 이사직에 선임해 주셔야 하지 않나요?"신 회장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분명 누가 계약을 따내든 회사 이사로 추임 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손녀딸도 딱히 예쁜 구석이 없는데 유나의 남편은 매번 그녀를 짜증 나게 만들었다.만약에 유나가 회사 중책을 맡게 된 후에 통제불능이 된다면?약속을 철회하고 싶어졌다. 어떡하면 좋지? 곰곰이 생각하던 중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잘 얘기하면 약속을 취소
유나는 남편의 말을 단순한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녀는 회의실 한쪽 벽면으로 걸어가서 이태리 부회장의 전화번호를 눌렀다.뚜르르르. 신호음이 울렸다.잠시 후 이태리의 밝고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태리 부회장님. 긴히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연락 드렸는데... 괜찮으세요…?" 유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네,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유나는 심호흡을 하고, 전화 걸기 전에 몇 번이고 연습한 문장을 읽어 내렸다. "혹시 내일 저녁에 회장님께서 시간이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쪽에서 엠그란드 그룹과의 협업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해 파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부디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셨으면 합니다."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태리가 다시 말했다. "유나 씨, 미안하지만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네요. 아니면... 제가 대신 회장님께 말씀드릴 수는 있는데, 괜찮으세요?""그래 주시면 정말 너무 감사드리죠!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통화가 끝난 후, 유나는 그녀의 연락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휴대폰 액정만 쳐다보고 있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시후의 휴대폰이 울렸다.무음으로 바꿔 두는 걸 깜빡했구나! 시후는 당황해선, 발신자를 확인했다. 역시나 전화한 사람은 이태리였다.그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태연한 척 전화를 받았다. "네?""안녕하십니까, 회장님. WS 그룹에서 내일 점심 파티를 열 예정이라고 하는데, 회장님께 참석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시후가 대답했다.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저, 지금 들어가 봐야 해서 그럼...."그는 재빨리 전화를 끊고는 중얼거렸다. "요새 이런 스팸 전화가 너무 많이 오네.... 진짜 사람 귀찮게..."곧 그녀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여보세요, 유나 씨? 회장님께서 참석하겠다고 하시네요.""정말이요? 정말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지.... 회장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해주세요.
유나는 회사 건물에서 나왔지만, 심장이 두근거림이 여전했다.할머니께서 내일 제 승진을 공식적으로 발표해 주실 거예요. 이제 당당히 고개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그녀는 남편을 향해 몸을 돌려,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시후 씨, 정말 고마워요! 시후 씨의 격려가 없었다면 나설 생각조차 못 했을 거예요."시후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냥 다, 당연한 일이었어요.""오늘 같은 경사스러운 날, 축하해야 하지 않겠어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우리 뭘 할까요?""그러고 보니 우리 3주년 결혼기념일도 얼마 안 남았는데, 같이 축하합시다! 제가 다 준비할 테니까 유나 씨는 좀 쉬고 있어요.""에? 깜짝 이벤트라도 준비한 거예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하게 웃었다. "깜짝 놀라게 해 줄게요!"그의 따스한 미소에 몸에 온기가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알았어요, 그럼 자세한 건 안 물어볼게요.""저만 믿고 기다려 주세요!"시후는 특별한 결혼기념일을 위해 몇 가지 계획을 세워 뒀었다.그녀에게 보상해주고 싶었다. 이전의 자신은 너무 가난해서 아내를 위해 선물 하나 살 돈도 없었다. 사실 두 사람은 변변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지금,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다 해 주고 싶었다. 아내와 헤어진 후, 시후는 홀로 청담동에 위치한 주얼리샵 '트라비체'로 발걸음을 옮겼다.트라비체는 청담동에서 제일 인기 있는 주얼리샵이었다.금, 백금,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메랄드.... 세상 모든 종류의 보석과 액세서리가 있었다. 시후는 결혼식장을 예약하기 위해 호텔로 가기 전에, 너무 늦어버린 결혼식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아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가 매장으로 들어서자, 직원들은 그가 짝퉁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있는 걸 보곤 따로 응대하러 가지 않았다.그런 매장 직원들의 태도에 괘념치 않고 그는 한참 동안 매장
매니저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영화에서나 보던 검은 양복 무리라니...!설마...! 저 사람이 부른 건 아니겠지?세 번째 차량에서 박 기사가 내려 매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매니저는 재빨리 그를 맞이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박 기사는 그녀를 무시하고 시후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여기, 말씀하신 돈 준비해왔습니다."그러곤 박 기사가 손짓을 취하자, 보디가드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007 가방을 줄지어 바닥에 놓고 가방을 열어 보였다.가방 안에는 하나같이 현금이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거ㅈ... 아니 저 남자가 한 말이 다 사실이었다니....!대체 이 남자 정체가 뭐야!이 와중에 몇몇 사람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박 기사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촬영을 못 하게 막고 즉시 사람들을 가게 밖으로 쫓아냈다. 덕분에 사람들은 시후의 뒤통수 정도밖에 찍을 수 없었다.시후는 현금을 가리키며 무례한 매니저에게 말했다. "당신이 아까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본 적 없다고 했죠? 그럼 지금 눈 똑바로 뜨고 잘 봐."눈이 동그래진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웅얼거렸다. "네, 알겠어요. 이제 알겠으니까...."시후가 박 기사에게 말했다. "이 가게의 총책임자를 만나고 싶어."박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소리쳤다. "나, 박상철이다. 지금 트라비체에 있으니까 1분 안에 튀어 와!”소리치는 박 기사를 보고 겁에 질린 매니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야! 뭐야! 도대체 뭐냐고!트라비체의 사장은 한남동에서 알아주는 재력가이면서 '조직'과도 연결돼 있어서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사장님을 저렇게 막 대하는 걸 처음 봤다.1분도 지나지 않아, 매장 뒤편 사무실에서 중년의 남성이 달려 나왔다. 그는 박 기
시후는 트라비체를 나선 뒤,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그가 준비 중인 결혼기념일 축하 파티에서 아내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었다.이 깜짝 선물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만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내에게 로맨틱한 결혼식을 선물해주고 싶었다.시후는 잠시 지난날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유나의 할아버지 김 전 회장의 성화에 서둘러 혼인 신고를 했지만, 끝내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었다.김영식 전 회장은 결혼식을 위해 날을 잡으려 했지만, 시후와 유나가 정식으로 부부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병으로 쓰러져 입원하는 통에 결혼식은 연기되고 말았다.그리고 얼마 안 되어 김 전회장이 타계했고, 시후는 WS 그룹 일가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으며 결혼 계획은 수포로 돌았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그는 이제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가 되었다.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재산이 있었고, 또한 아내를 위해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가장 먼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결혼식 장소는 샹그릴라 호텔의 스카이 가든이었다. 샹그릴라 호텔은 국내 최고의 호텔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샹그릴라 백화점과 연결된 호텔은 넓고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스카이 가든은 호텔 최상부에 위치한 연회장이었다. 스카이 가든이란 이름대로 거대한 유리온실 안에 가득한 향기로운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하늘 위의 정원이었다.그곳은 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예식장으로 손꼽혔다. 그만큼 스카이 가든에서의 결혼 예식 비용에는 적어도 수억 원이 들었다.하지만 그에게 그 정도 비용은 별거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그래서 결혼기념일에 스카이 가든을 예약하려고 샹그릴라 호텔에 왔다.하지만 시후는 이 호텔이 회원 전용 호텔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식사, 숙박, 행사 등을 하려면 회원이어야 했다.게다가 멤버십 등급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완전히 달랐다.일반 회원은 로비의 레스토랑과 스
하연은 팔짱을 끼고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네가 역겹게 싫다고, 그래서 뭐? 이젠 남이 뭐라고 하는 것도 참지 못하겠니, 이 루저야?""졸업하고 유나랑 결혼해서 그 집 데릴사위가 된 거, 대학교 사람들 다 알고 있어! 학교 다닐 때 밥 세 끼도 못 먹고 다니던 놈이 어떻게 그런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갔나 몰라."그에게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박상철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도련님, 샹그릴라 호텔 앤 리조트는 저희 LCS 그룹 소유입니다. 샹그릴라 서울을 포함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지점입니다."문자를 본 시후의 눈이 동그래졌다.지금 샹그릴라가 우리 집안 소유라고?그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허세 부리는 거 아니지?""물론 아니죠. 서울 지점 담당자는 안세진이고, 연락처는 02-755-...., 도련님께서 전화하시면, 그가 알아서 해결해 드릴 겁니다.""알았어."자기가 그렇게 조롱했는데도 시후가 핸드폰만 쳐다보고 문자를 보내자, 하연은 살짝 당황했다.이렇게 찔러 댔으니 어떤 반응이 돌아올 거라 기대했었는데, 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시간이 지난다고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그는 루저였고, 이렇게 조롱 받고도 꿈쩍도 안 하는 루저였다.그래서 그녀는 한껏 목소리를 높여 비웃었다. "은시후, 넌 그런 말 듣고도 진짜 잘도 참는구나!""아, 그건 그렇고 너랑 유나 아직도 안 했다며? 사실 유나는 재벌 회장님 세컨드이고, 넌 연막이었다 했던가? 하하하!"시후의 얼굴이 시뻘겋게 일그러졌다.날 모욕한 건 참을 수 있어도 내 아내를 모욕한 건 못 참아...!화가 난 그는 박 기사가 알려줬던 안세진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정하연을 응시하며 상대방이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네 상사한테 어떻게 너같이 입이 더러운 사람이 샹그릴라에서 일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겠어.""뭐라고? 지금 나랑 장난해?" 하연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그때 드디어 상대방이
하연은 서둘러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시후에게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샹그릴라 호텔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희 샹그릴라에 방문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옛 대학 친구로서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그녀는 자신의 친절한 응대와 예의 바른 태도가 조금 전에 그에게 한 행동을 잊게 할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시후는 그녀가 생각한 것만큼 착한 사람은 못 되었다.안세진는 하연의 말을 듣고 되물었다. "정 매니저, 은시후 님과 대학친구인가요?""네, 네! 시후는 대학교 때 과 대표였는데, 친구였어요!""내일 회장님 사무실로 가 보세요. 샹그릴라 인사과 부장으로 승진될 겁니다."샹그릴라에서는 팀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최소 3계급은 승진한다는 말이었다. 급여와 복지혜택이 10배 이상 될 뿐만 아니라, 호텔에 있는 대부분의 직원들을 그녀의 아래에 둘 수 있게 된다. 인사과 부장은 임원 중에서도 중역으로 꼽혔다.정하연은 그의 말을 듣고 기쁨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안 대표님, 제가 정하연 팀장님과 어떤 사이인지 아시나요?"라며 시후가 차갑게 말했다. 자신의 결정이 그를 불쾌하게 한 거라 추측한 안세진은 다시 말했다. "은시후 님께서 원하신다면 정 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킬 수도 있습니다!""회원증이 없어 도움을 청하기 위해 대학 친구였던 정하연 씨를 불렀더니, 이유도 없이 면전에 대고 사람한테 모욕을 주더니, 경비원들을 시켜 쫓아내려고 했었죠. 그런데 그런 사람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겠다고요? 지금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안세진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그가 잘 보이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정하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돌변했고, 그녀에게 고함쳤다."정 팀장, 어떻게 은시후 님에게 그런 결례를!!"깜짝 놀란 하연은 연거푸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안세진 대표님!""정 팀장이 뭘 잘못한 지는 알고 그러는 건가요?" 안 대표는 눈
유나 부부와 부모님이 저녁을 먹으러 신라호텔 라연에 간 사이, 혜준은 집에서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페이지의 글을 보고 완전히 풀이 죽어 있었다.그는 유나가 계약을 따내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1시간도 안 걸려서 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어제 그녀를 무시하며 했던 말들이 자기에게 되돌아 오자 한대 제대로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혜준은 이 상황에 대해 불평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는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박주원, 이게 뭐야! 네가 김유나랑 잘 되라고 내가 널 위해서 있는 힘껏 도와줬더니, 네가 어떻게 내 뒤통수를 치고 유나가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내도록 도와줄 수가 있어?!"주원은 어이없어 하며 대꾸했다. "갑자기 전화해서 뭐라는 거야? 난 아무것도 안 했다고!""박주원, 솔직하게 말해. 너 유나랑 잤지?"혜준의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기에는 너무 쪽팔렸다.그래서 그는 중얼거렸다. "미안해, 혜준아. 이번 일은 다음에 갚을게.""하아...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혜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물었다. "주원아, 김유나 처녀였지, 그치? 그 등신과는 아직인 것 같던데 대박이네, 이 새끼!"박주원은 흥분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김유나가 아직 버진이었다니!!그렇다면 더욱이 사람들에게 유나와 내가 잤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걸 계기로 유나가 남편과 소원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킬킬거리며 웃으며 혜준에게 말했다. "맞아. 네 사촌은 버진이었습니다~ 너무 귀엽고 조여서 내가 어쩔 줄을 몰랐네! 하하하!""나중에 너한테 좋은 일이 있으면 내 공 잊지 마, 알았지?" 혜준의 씁쓸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려 퍼졌다."걱정 마!" 박주원은 무심코 큰 소리쳤다.전화를 끊자마자, 주원의 아버지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아버지의 근심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주원아, 큰일이 생겼어... 엠그란드 그룹이 우리랑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를 취소했어! 누가 엠그란드 그룹에 문제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