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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화. 잠든 얼굴은 몰랐다

Penulis: 혜진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02 13:21:05

018화. 잠든 얼굴은 몰랐다

서이안이 잠든 뒤에도 나는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벽 쪽으로 돌아누운 이안의 호흡이 일정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나가느냐고 몇 번이나 확인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눈도 뜨지 않았다.

머리끈을 풀어놓은 긴 머리가 베개와 침대 가장자리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성당에서 낮게 묶고 다닐 때보다 훨씬 길어 보였다.

나는 시선을 거뒀다.

잠든 사람을 계속 보는 취미는 없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

책상 위에는 먹다 남긴 죽이 있었다.

뚜껑을 덮었다.

쓰레기를 봉투에 넣고, 이안이 아무렇게나 밀어둔 의자를 조금 안쪽으로 넣었다.

그 정도를 하는 동안에도 침대에서는 움직임이 없었다.

이상했다.

서이안은 원래 이렇게 잘 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학교 때도 그랬다.

수업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있는 건 자주 봤지만 진짜로 자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교사가 교실을 나가면 바로 눈을 떴고, 누가 가까이 가면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때는 그걸 경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성질 더러운 놈이 잠귀까지 밝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까지 두 걸음 반.

손을 뻗으면 머리카락 끝에 닿을 거리였다.

뻗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떨어진 머리끈만 주웠다.

검은색 고무줄 하나.

아무 무늬도 없는 싸구려였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잠깐 보다가 책상 가장자리에 놓았다.

그때 이안이 몸을 조금 움직였다.

나는 그대로 멈췄다.

깨지는 않았다.

이불이 허리 아래로 조금 밀렸다.

후드집업이 올라가면서 티셔츠 밑단이 함께 당겨졌다.

희게 드러난 옆구리 아래로 가느다란 흉터가 잠깐 보였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

나는 시선을 멈췄다.

처음 보는 흉터였다.

어디서 생겼는지 몰랐다.

묻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다음에야 내가 그걸 왜 궁금해하는지가 따라왔다.

나는 이불 끝을 봤다.

끌어올리면 됐다.

손만 뻗으면 됐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안은 자고 있었다.

허락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손대고 싶지 않았다.

결국 방 한쪽에 놓여 있던 얇은 담요를 집어 침대 끝에만 걸쳐두었다.

깨면 자기가 덮을 수 있게.

그리고 메모를 남겼다.

일어나면 문 잠가.

밴드도 갈아.

그 두 줄을 쓰고 나서 펜 끝이 잠깐 멈췄다.

잘 자.

쓰려다가 지웠다.

종이에 희미한 눌린 자국만 남았다.

나는 메모지를 뒤집을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방을 나왔다.

문을 완전히 닫기 전에 한 번 돌아봤다.

서이안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열두 해 전 내 앞에서는 눈도 제대로 감지 않던 놈이.

지금은 내가 방 안에 있는데 먼저 잠들었다.

그 사실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 * *

집에 도착한 건 새벽 두 시 가까이였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피곤했다.

회사에서는 종일 회의가 있었고, 퇴근 후에는 성당까지 갔다.

몸은 자야 한다고 하는데 머리는 반대로 움직였다.

휴대폰을 켰다.

메시지는 없었다.

당연했다.

이안은 자고 있을 테니까.

나는 화면을 껐다.

몇 분 뒤 다시 켰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뭐 하는 거냐.”

혼잣말이 나왔다.

휴대폰을 침대 옆에 내려놨다.

눈을 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낮은 천장과 작은 책상이 떠올랐다.

전기포트.

컵 하나.

플라스틱 수납함.

잠금장치가 오래된 문.

그 안에서 몇 년을 살았다는 서이안.

처음 그 방을 봤을 때는 몰락이라는 단어부터 떠올랐다.

지금은 아니었다.

그 방은 이안이 몇 년 동안 지킨 생활이었다.

좁고 낡았지만 쫓겨나지 않은 곳.

그래서 문을 잠그고 자는 곳.

그런 사람이 오늘은 문을 열어둔 채 잠들었다.

정확히는 내가 있는 상태에서.

나는 손등을 문질렀다.

오래된 흉터가 손가락 밑에 걸렸다.

그 흉터를 이안이 물었다.

나 때문에?

나는 정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틀린 대답은 아니었다.

그때 생긴 건 맞았다.

다만 그 상처 하나에 서이안 혼자만의 이름을 붙일 수는 없었다.

그 시절에는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있었다.

누가 밀었고.

누가 웃었고.

누가 내 물건을 숨겼고.

누가 모른 척했고.

그리고 그 중심에 늘 서이안이 있었다.

직접 손을 대지 않는 날에도.

그게 가장 오래 남았다.

나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용서한 적은 없었다.

용서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잠든 얼굴을 보고 있던 순간만큼은 그 사실을 잊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잊을 수 있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 * *

다음 날 회사에서는 오전부터 일이 밀렸다.

협력사 내부 신고 건이었다.

자료가 맞지 않았다.

한 사람이 제출한 비용 내역과 다른 사람이 말한 날짜가 하루씩 어긋났다.

사소한 차이처럼 보여도 이런 건 대부분 이유가 있었다.

“한 대리.”

옆자리 윤재희가 서류철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이거 봤어?”

“지금 볼게요.”

“그 표정이면 이미 봤네.”

“어떤 표정인데요.”

“사람 하나 잡을 때 표정.”

나는 서류를 받았다.

“사람 잡는 일 아닙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재희가 내 모니터 옆에 기대 섰다.

“여기 삼십일 일자 카드 승인.”

“네.”

“근데 당사자는 당일에는 지방에 없었다고 했어.”

“숙박 기록은 삼십일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화면을 내렸다.

법인카드 사용처.

숙박 기록.

택시 영수증.

세 개를 겹치면 대충 보였다.

“본인이 직접 쓴 카드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재희가 의자를 끌어왔다.

“점심 전에 한번 불러?”

“자료부터 더 보죠.”

“역시.”

“뭐가요.”

“너는 기다리는 걸 잘해.”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이 멈췄다.

재희는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다.

나는 화면을 계속 봤다.

“확실한 거 없이 물으면 다 준비해서 옵니다.”

“그래서 무섭다니까.”

“제가요?”

“목소리도 안 높이고 계속 기다리잖아. 상대가 알아서 말할 때까지.”

웃으면서 한 말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득 어젯밤 이안이 떠올랐다.

그러다 내가 평생 말 안 하면?

그럼 기다려야지.

내가 그렇게 말했다.

회사에서 쓰는 방식과 똑같았다.

상대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압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결국 말하게 만드는 것.

나는 손을 멈췄다.

“왜?”

재희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진짜?”

“네.”

이번에는 대답하고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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