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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화. 처음으로 나를 붙잡았다

Author: 혜진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02 07:13:57

016화. 처음으로 나를 붙잡았다

“예쁜 건 알아. 그래서?”

“……그래도.”

“그래도 뭐.”

“멈추지 말아 줘.”

그 말이 그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알았다.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연기라면 이렇게 목이 잠기지 않는다.

벨리사 아르젠티아가 처음으로 무기를 내려놓고, 맨손으로 부탁하는.

“네가 벗겨.”

“뭐?”

“내 옷. 네 손으로.”

벨리사의 눈이 커졌다.

나는 그녀의 손을 들어 내 군복 단추에 올렸다.

“못 해?”

“……할 수 있어.”

“해봐.”

벨리사의 손가락이 단추를 풀었다.

떨리고 있었다.

한 개.

두 개.

검은 군복이 벌어지고, 안에 받쳐 입은 흰 셔츠가 드러났다.

그녀는 잠깐 멈췄다.

낯선 여자의 옷을 벗기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데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손을 움직였다.

셔츠 단추까지 풀었다.

셔츠가 어깨를 타고 내려갔다.

가슴이 드러났다.

벨리사의 시선이 거기에 머물렀다.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그 시선을 느끼며, 그녀가 남의 몸을 이렇게 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손끝이 내 쇄골을 스쳤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

벨리사가 말했다.

손끝이 옆구리로 내려가 흉터 위에 닿았다.

오래된 상처.

전쟁이 남긴 것.

“무서웠어?”

“그건 예전 일이야.”

“지금은?”

나는 벨리사의 손을 잡아 내 가슴 위에 올렸다.

“지금은 네가 만지고 있잖아.”

벨리사의 손바닥이 내 가슴을 감쌌다.

굳은살 없는, 부드러운 손이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만 쓰던 손이, 지금은 처음으로 남의 몸 위에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움직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가슴을 감싸고, 엄지로 젖꼭지를 스쳤다.

아주 서툴렀다.

그러나 곧 익숙해졌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응.”

“이게…… 좋아?”

“네가 만지니까.”

벨리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내 가슴에 입술을 댔다.

서툰 키스였다.

자꾸 위치가 어긋났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천천히 입을 안내했다.

젖꼭지가 그녀의 입술에 닿자, 그녀는 작게 숨을 멈췄다.

“빨아.”

“……!”

“여기. 그렇게.”

벨리사는 내 가슴을 입에 물었다.

혀끝이 서툴게 젖꼭지를 눌렀다.

내가 낮게 숨을 쉬자, 그녀는 눈을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그 눈빛이 좋아서, 나는 소리를 냈다.

작게.

“아……”

벨리사의 눈이 커졌다.

자기가 만든 소리라는 걸 알아서였다.

그녀는 더 깊이 입을 댔다.

아까의 서툼이 사라지고, 배우는 속도가 빨라졌다.

사람의 반응을 읽는 데 평생을 쓴 여자였다.

자기 몸에 처음인 것과, 남의 몸을 읽는 것은 별개였다.

“칼리아…… 소리 내줘.”

“왜...”

“듣고 싶어.”

나는 그 말에 웃었다.

아까는 내가 그 말을 했었다.

“이제 네가 그 말을 하네.”

벨리사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나는 그녀를 침상으로 밀었다.

등을 대고 누운 그녀 위로 올라탔다.

이번에는 내가 위였다.

그녀는 아직 반쯤 벗은 채였다.

치마만 벗겨져 있고, 속옷이 허벅지 중간에 걸쳐 있었다.

“내가 벗겨줄까.”

“응.”

“예쁘게 부탁해.”

벨리사가 나를 노려봤다.

그 눈에는 자존심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그 자존심이 무너지는 게 보고 싶었다.

“싫어.”

“그럼 여기서 끝?”

벨리사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한참 나를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니.”

“뭐.”

“언니가 벗겨줘.”

그 소리가 나는 순간, 나는 그녀의 속옷을 잡아당겨 벗겼다.

벨리사는 짧게 숨을 멈췄다.

이제 완전히 벗은 몸이 침상 위에 있었다.

금갈색 머리가 베개 위로 퍼지고, 가슴이 숨에 따라 움직였다.

나는 그 사이로 무릎을 밀어 넣었다.

벨리사가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

“벌려.”

“……이상해.”

“여자끼리라서?”

“처음이라서.”

“그래서 내가 풀어줄게.”

“그게……”

“벨리사.”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멈췄다.

“네 몸이 먼저 말해주잖아.”

무릎으로 허벅지를 벌렸다.

벨리사는 저항했다.

손이 내 어깨를 밀었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손을 잡아 내려, 내 손가락과 함께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내려갔다.

“만져 봐.”

“뭐……!”

“여기. 이미 젖어 있잖아.”

벨리사의 손끝이 자기 허벅지 안쪽에 닿았다.

축축했다.

그녀는 손을 떼려 했다.

나는 그 손을 놓아 주지 않았다.

“네 몸이 먼저 말한 거야.”

“그, 그건……”

“낯설어도. 너는 이미 원하고 있어.”

벨리사는 고개를 돌렸다.

눈가가 붉어졌다.

나는 그 얼굴을 보고, 천천히 손가락을 그녀의 보지에 댔다.

젖은 살이 미끄러졌다.

벨리사의 몸이 크게 떨렸다.

“하……!”

“숨 쉬어.”

“아, 아……!”

나는 손가락을 천천히 위로 훑었다.

음핵을 지나가게.

벨리사의 허리가 침상에서 떠올랐다.

“거기…… 거기……”

“여기?”

“응……! 거기, 제발……!”

“제발 뭐.”

“……멈추지 마.”

나는 그 말이 나오자 손가락을 뺐다.

벨리사의 몸이 쫓아왔다.

허리가 허공에서 떨렸다.

“왜……! 왜 멈춰!”

“예쁘게 부탁해야지. 조금 더.”

“칼리아!”

“한 번만 더. 제대로.”

벨리사는 이를 악물었다.

눈에 물기가 어렸다.

그녀는 참으려다, 결국 무너졌다.

“……제발.”

“제발 뭐.”

“제발, 만져줘……!”

그 소리가 마지막이었다.

나는 손가락을 다시 넣었다.

이번에는 천천히, 깊게.

벨리사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아아……!”

“더?”

“응……! 더……!”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신음이 끊이지 않았다.

짧고, 거칠고, 창피한 소리.

그녀는 자기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낯선 사람처럼 자꾸 손으로 막으려 했다.

그때마다 손을 잡아 뗐다.

소리를 삼키게 두지 않았다.

“막지 마.”

“……!”

“듣고 싶어.”

“아, 아, 거기……! 거기 안 돼……!”

“여기?”

“응……! 거기……! 아……!”

나는 그녀가 가장 크게 반응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벨리사의 다리가 내 허리에 감겼다.

발끝이 곱아들고, 허벅지가 떨렸다.

절정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그녀도 알았다.

그래서 더 창피한지, 얼굴을 베개에 묻으려 했다.

나는 그 턱을 잡아 돌렸다.

“보여줘.”

“싫어……! 싫어, 이상해……!”

“이상하지 않아.”

“아, 아……! 가, 가……!”

“가도 돼.”

“싫어……! 아아……!”

벨리사의 몸이 한 번 크게 떨렸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등을 침상에 밀어 넣을 때까지.

마지막에는 울먹이는 소리처럼, 이름이 몇 번이고 새어 나왔다.

“칼리아…… 칼리아……”

그녀는 아직 떨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천천히 뺐다.

미끈한 액이 손가락 사이를 이었다.

벨리사는 그것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 손가락을 입가로 가져갔다.

“네 맛이야.”

“……!”

“처음이네.”

벨리사의 귀까지 빨개졌다.

나는 그 얼굴을 보다가, 일어났다.

벨리사의 눈이 따라왔다.

아직 숨이 거칠었다.

몸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셔츠를 주워 입고, 단추를 채웠다.

벨리사의 표정이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왜.”

“뭐가.”

“이제……”

“이제 뭐.”

벨리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손끝이 침상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나는 그 손을 보다가, 그녀에게 수건을 던져 주었다.

“닦아.”

“칼리아.”

“벨리사.”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방금 전까지 내 이름을 울먹이며 부르던 목소리와는 다른, 딱딱한 목소리로.

“여기서는 네 쓸모를 네가 만들어.”

벨리사가 멍하니 나를 봤다.

달아오른 몸.

풀리지 않은 숨.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을 나섰다.

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벨리사가 수건을 붙잡고 서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녀가 처음으로 나를 붙잡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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