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침. 이다정은 눈을 떴다. 잠깐, 가만히 있었다. 어제. 옥상. 손. 입술. 숨. …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다시 뜬다. 이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현실이다. 피식 짧게 웃는다. 몸을 일으킨다. 거울 앞에 선다. 머리를 넘긴다. 표정이 조금 다르다. 숨기지 못한다. 현관. 문을 연다. 발걸음이 한 박자 느려진다. 이미 알고 있다. 밖에 누가 있는지. 문을 완전히 연다. 김다온. 차 옆에 서 있다. 검은 수트. 어제와 같은 단정함. 다른 건 없다. …없어 보인다. 이다정의 시선이 잠깐 멈춘다. 김다온이 고개를 든다. 눈이 마주친다. 아주 짧게. 김다온이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세요."
똑같은 인사. 어제 전과 같은 톤. 이다정이 멈춘다. 한 박자. 그리고 피식. 웃는다.
"네, 안녕하세요."
일부러 맞춘다. 같은 톤. 같은 거리. 둘 사이 공기가 묘하게 걸린다. 김다온이 차 문을 연다.
아침. 이다정은 눈을 떴다. 잠깐, 가만히 있었다. 어제. 옥상. 손. 입술. 숨. …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다시 뜬다. 이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현실이다. 피식 짧게 웃는다. 몸을 일으킨다. 거울 앞에 선다. 머리를 넘긴다. 표정이 조금 다르다. 숨기지 못한다. 현관. 문을 연다. 발걸음이 한 박자 느려진다. 이미 알고 있다. 밖에 누가 있는지. 문을 완전히 연다. 김다온. 차 옆에 서 있다. 검은 수트. 어제와 같은 단정함. 다른 건 없다. …없어 보인다. 이다정의 시선이 잠깐 멈춘다. 김다온이 고개를 든다. 눈이 마주친다. 아주 짧게. 김다온이 고개를 숙인다."안녕하세요."똑같은 인사. 어제 전과 같은 톤. 이다정이 멈춘다. 한 박자. 그리고 피식. 웃는다."네, 안녕하세요."일부러 맞춘다. 같은 톤. 같은 거리. 둘 사이 공기가 묘하게 걸린다. 김다온이 차 문을 연다."출발하겠습니다."이다정이 타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다. 김다온의 손이 그대로 멈춘다. 시선이 아주 조금 내려간다. 이다정. 움직이지 않는다."기사님."짧다. 김다온."네.""우리."멈춘다. 김다온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대표와—""아니."이다정이 끊는다. 짧게. 한 걸음 다가온다. 김다온의 앞까지. 거리가 없다."어제 뭐였죠."정면. 피하지 않는다. 김다온의 숨이 아주 조금 늦어진다. 손이 문 손잡이에서 떨어진다. 잠깐. 정적. 이다정이 고개를 기울인다."설마."입꼬리 올라간다."하루짜리예요?"짧다. 도망칠 틈 없다. 김다온이 고개를 든다. 이다정. 눈. 피하지 않는다."…아닙니다."
도시는 밝았다.빛이 넘쳤다.건물마다 켜진 불빛이 밤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을 틈이 없었다.숨을 곳도, 숨길 곳도 보이지 않았다.호텔 옥상.문을 지나 한 발만 더 나가면, 공기가 달라졌다. 차갑다기보다는, 가벼웠다.아래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위에서 내려오는 밤공기가 섞여, 천천히 위로 흘러갔다.바람은 부딪히지 않았다. 그저 스치듯, 몸을 타고 지나갔다.이다정은 난간 끝에 서 있었다. 구두 끝이 경계에 걸려 있었다.한 발만 더 나가면, 넘어가는 위치. 하지만 넘지 않았다.멈춰 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뒤에서 문이 닫혔다. 철컥. 작은 소리였다.하지만 충분했다. 이다정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는다. 돌아보지는 않는다. 누군지 알고 있어서.김다온. 걸음이 멈춘다. 두 걸음 거리. 늘 지켜온 간격.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그 선.오늘도 그대로였다. 지키고 있었다. 이다정은 여전히 돌아보지 않는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린다.몇 가닥이 뺨에 달라붙는다. 간지럽다. 하지만 손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걸 떼어낼 여유조차지금은 없다.입이 열린다. 짧게.“기사님.”호칭은 그대로다. 하지만톤이 다르다. 가볍지 않다.이다정이 한 박자 늦게 말을 잇는다.“우리 뭐예요.”말이 떨어진다. 가볍게 던진 것처럼 들리지만, 손이 먼저 반응한다. 난간을 쥔 손. 힘이 들어간다.손끝이 하얗게 질린다. 놓지 못하는 손. 김다온은 바로 답하지 않는다. 짧은 침묵. 바람 소리만 흐른다.“…대표와 경호원입니다.”정확하다. 흔들림 없다. 늘 해왔던
손이 아직도 맞닿아 있다. 놓을 타이밍을 놓쳤다. 아니 안 놓은 거다.김다온의 손이 내 손을 감싸 쥔 채 그대로다. 힘이 세지지도, 풀리지도 않는다. 애매하게.…이게 더 위험한데.나는 시선을 잠깐 떨어뜨린다. 우리 손. 다시 올린다. 그의 눈. 정면. 피하지 않는다.“…회의.”입이 먼저 움직인다.“생각보다 조용했죠.”말을 꺼내놓고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낀다.지금 할 얘기냐. 그는 바로 답 안 한다. 손 조금 더 쥔다.“…조용하지 않았습니다.”낮다. 나는 고개를 기울인다.“그랬어요?”그의 눈이 살짝 좁혀진다.“대표님 쪽으로만 조용했습니다.”짧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린다.“그거 칭찬이에요?”“아닙니다.”즉답. 나는 웃는다 소리 없이 근데— 손은 안 뗀다.그도 안 뗀다 정적 이번엔 피할 수 있는 정적이다.그래서 더 길어진다 나는 천천히 한 발 다가간다.거리가 줄어든다. 이미 가까운데— 더.“…왜 그랬어요.”그가 먼저 묻는다. 나는 멈춘다.“뭐가요.”“회의실에서.”그의 시선이 깊어진다.“저를 남기신 이유.”짧다. 근데 직접적이다. 나는 바로 대답 안 한다.시선 한 번 옆으로 흘렸다가 다시 돌아온다.“그럼.”조용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낯설었다. 잠든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몸이 무겁다.입술에 손이 먼저 간다. 아직 남아 있다.…어제.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커튼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아침이다. 몸을 일으킨다.고개를 돌린다. 소파. 김다온. 그대로다.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숙인 채.언제 잔 건지 모르겠다.아니— 잤나?나는 한 번 더 본다. 숨은 고르다. 근데 긴장이 안 풀려 있다.…진짜 이 사람.가슴이 이상하게 조인다. 나는 천천히 일어난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다.소리가 안 나게 걸어간다. 그 앞까지. 가까이. 손이 올라간다.머리 쪽. 닿을까 말까. 멈춘다.…이건 아니지.손을 내린다. 그 순간. 그의 눈이 열린다. 딱. 마주친다. 나는 그대로 굳는다.그도 움직이지 않는다. 몇 초. 아무 말도 없다.“…”“…대표님.”그가 먼저 부른다. 나는 대답이 늦는다.“네.”짧게. 그의 시선이 내 얼굴을 스친다. 입술. 잠깐. 다시 눈. 나는 그걸 느낀다.피해야 하는데 안 피한다.“…준비하시죠.”업무 톤. 완전히.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네.”짧게. 그걸로 끝. 거기까지.—회의실 문 앞.손잡이를 잡는다.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기자. 이사회. 이미 다 모여 있다.…빠르네.나는 문을 연다. 시선이 한 번에 꽂힌다. 플래시. 소리. 질문이
“…기사님.”입이 먼저 움직였다. 말은 그 뒤에 따라오지 않는다. 내 손목 위, 그의 손.닿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 숨이 걸린다. 그가 먼저 입을 연다.“…왜 부르셨습니까.”낮다. 가까워서 더 낮게 들린다. 나는 시선을 한 번 떨어뜨린다. 그의 손. 다시 올린다.눈. 피하지 않는다.“…왜 나 좋아해요.”말이 나가고 나서야, 내가 뭘 물은 건지 알았다.…지금 이걸. 이 타이밍에.그의 손이 멈춘다. 완전히. 숨도 같이 멎는다. 정적.아주 짧은데— 길게 늘어진다.“…좋아한다는 말 안 했습니다.”느리다. 조금 늦었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린다.“안 했죠.”한 발. 더 다가간다. 손목이 그의 손에 스친다. 의도적으로.“눈이 말해요.”말은 가볍게 떨어지는데— 시선은 안 가볍다. 그를 붙잡는다. 그의 눈이 흔들린다.처음이다. 이 정도로 노골적인 건. 나는 그걸 놓치지 않는다.그래서— 더 간다. 거리. 이제 진짜 없다. 숨이 부딪힌다. 그의 시선이 한 번 떨어진다.입술. 다시 올라온다. 나는 그걸 따라간다.…봤네.심장이 크게 뛴다. 이제 물러날 타이밍인데 안 물러난다. 오히려. 한 발 더.거의 닿는다. 손이 다시 올라간다. 이번엔 멈추지 않는다.셔츠 끝. 잡는다. 살짝. 그 순간— 그의 손이 움직인다.내 손목. 이번엔 확실하게. 잡는다. 세게는 아니다.근데&mdash
문이 닫히는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객실 안 공기가 낯설다.방금 전까지 차 안이었는데, 아직도 몸이 기울어진 것 같다.…안 멈췄지. 브레이크. 다시 떠오른다. 손이 괜히 손목을 쓸어내린다. 맥박이 빠르다.“대표님.”뒤에서 부르는 목소리. 돌아본다. 김다온이 문 쪽에 서 있다. 이미 안으로 들어와 있는데—아직 거기다. 거리를 둔다. 늘 그랬던 것처럼.“외부 인원 배치 끝났습니다.”짧다. 업무 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여긴 안전해요?”한 박자. 그가 나를 본다.“…상대적으로.”피식. 웃음이 먼저 나온다.“오늘 그 말 믿어도 돼요?”그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내려간다.“…지키겠습니다.”짧다. 근데— 이번엔 다르다. 나는 시선을 잠깐 피했다가, 다시 올린다.“안에서요?”그는 대답 안 한다. 대신— 소파 쪽으로 걸어간다. 코트 벗는다. 단정하게 접어서 옆에 둔다.그리고 앉는다. 허리 곧게. 눈은— 문 쪽.…안 본다.나는 한 발 움직인다. 카펫이 부드럽다. 구두를 벗는다. 바닥에 닿는 발바닥이 차갑다.괜히 한 번 더 움직인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 익숙하지 않은 거리.“기사님.”불러놓고— 바로 말 안 한다. 그가 고개를 돌린다.“네.”짧다. 나는 잠깐 숨을 고른다. 손을 뒤로 깍지 낀다.
이다정이 묻는다.“기사님은.”그의 손을 잡은 채였다.빛 아래에서, 도망칠 구석도 없이.“나한테 선 긋는 거죠?”조용한 목소리였다.따지듯도, 매달리듯도 아닌.그저 확인하듯.김다온은 그녀의 손을 내려다봤다.가늘지만 단단하게 얽힌 손가락.풀 수 있다.조금만 힘을 주면.그런데 그는
문이 닫혔다.복도에 혼자 남은김다온은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손을 내려다봤다.손을 내려다봤다.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 체온이 남아 있었다.김다온은 천천히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훈련으로 단단해진 손, 수많은 위기상황에서 망설임 없이 움직였던 손.그 손이.방금 전까지는 한 사람의 손을,지나치게 오래
만찬이 끝난 뒤, 호텔은 다시 평소의 고요를 되찾은 듯 보였다.샹들리에 불빛은 여전히 찬란했고, 카펫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부드럽게 발을 삼켰다.그러나 긴 하루를 마친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이다정은 엘리베이터 대신 복도를 택했다.머리를 식히고 싶었다.“객실까지 도보 이동합니다.”김다온의 낮은 보고.“네.”두 사람은 나란히
“기사님.”“네.”“저 오늘 많이 불편해 보였어요?”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네.”“어디가요?”“…눈.”짧은 대답.“눈이, 평소보다 자주 피했습니다.”이다정의 숨이 멎었다.그녀조차 인지하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