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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Author: 주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6 21:10:47

그는 아미노를 마주하고 있는 이 시간과 공간 자체가 몹시 불편했다.

성스럽지 않은 신전에서 그를 이 세상에 남은 신앙으로 여기는 이곳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하하. 세상을 떠도는 친우가 근처에 있는데 얼굴 한번 보자는 것이지.”

이유가 필요한가?

아이작은 자신을 돌아보는 아미노의 푸른 눈을 직시했다.

“많이 피로할 테니 쉬어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네.”

[이곳을 집이라고 생각해.]

그는 끝내 아미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간사한 자의 혀 놀음에 빠져 잃고야 말았던 과거가 떠올랐다.

세상을 보는 회색빛 눈동자가 비탄에 빠지려 했다.

아미노는 그것을 알았는지 아주 깊게 웃더니 긴 머리칼을 한번 쓸어 넘기며 말했다.

“친우끼리 그간 못한 말도 할 겸.”

본론이었다.

“에테르는 어떠하던가?”

첫 번째, 아미노가 몸을 적시며 물었다.

“여전하다.”

아이작이 대답했다.

“호오.?”

성수가 삿된 기운을 정화 시키듯 신황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심장은?”

두 번째, 아미노가 몸을 적시며 물었다.

“여전하다.”

아이작이 대답했다.

아미노의 입가에 미소가 띠었다.

세 번째. 아미노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르텐시아는?”

아이작의 눈동자에 회색빛이 거둬지고 인간의 눈동자가 드리웠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항아리를 든 여신상의 아래 한낱 인간에 불과한 선악의 현신을 바라봤다.

성스러워 보일 법한 광경이었다.

여신의 강력한 신관이자 신황의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더욱 눈을 돌리고 싶었다.

분명 과거에는 깨끗하고 맑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이단과 마찬가지일 그의 영혼에게서.

‘아르텐시아여, 도대체 아미노에게서 무엇을 보셨기에 그에게 영광을 주셨습니까. 그는 그 영광으로 당신을 죽였습니다.’

끝내 아이작은 해서는 안 되는 원망을 자신의 여신을 향해서 했다.

자격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는 결국 세 번째 적신 몸으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아미노에게 의복을 건네며 말했다.

“여전하다.”

아이작도 알았다.

아미노가 하는 세 개의 질문 모두가 아이작에게서 원하는 대답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대답해줄 의무와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아미노도 알았다.

아이작이 자신에게 세 번의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조만간 에테르를 만나러 가야겠네.”

아미노는 물속에서 나와 의복을 걸치며 말했다.

“그의 지혜를 빌릴 일이 생겼거든.”

그는 아이작의 어깨를 두어번 툭툭 치고 지나쳤다.

아미노가 가는 길에 성수가 빛을 받아 방울방울 떨어졌다.

누군가가 보면, 그것은 마치 축복과 같이 보일지도 몰랐다.

아이작은 그 길을 봤다.

태양과 별의 축복처럼 보일 질척한 집착의 부산물을.

“…….”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

아르텐시아의 재림을 확인하고 그것을 기록했음을.

아이작이 말하지 않으면 신황 아미노는 그의 기록과 기억을 읽을 수 없었다.

하물며 아이작 없이는 에테르에 닿지 못하는 자다.

그토록 영험하지 못한 자였다.

아미노는.

아이작은 짙게 웃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그를 보고 눈을 감았다.

이 자리에서 사라져야 했다. 벗어나야 했다.

자꾸만 마주하려 하는 저 눈동자를 참을 수 없었다.

“사흘 뒤. 다시 돌아오겠다.”

“그래, 그때 보자고 아이작.”

그는 아미노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졌다.

대화 상대가 사라진 공간에 적막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성하.”

아미노는 어느새 들어온 신관에게 시중을 받으려 턱을 치켜들었다.

그의 입매는 여전히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신관은 그의 몸을 닦고 제의를 제대로 입히며 잿빛의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한쪽으로 묶어 넘겼다.

아미노는 어깨에 흰색의 긴 띠와 신발을 신겨지고 커다란 모자가 씌워질 때까지 자세를 유지했다.

“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래야지.”

찰나의 시간이 지나 그는 실로 당당하고 품위 있는 신황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그는 길을 여는 신관을 따라 발을 뗐다.

항아리를 든 여신의 방을 나와 그림자 따위 없는 복도를 걸었다.

신이 하사하신 성스러움과 태양 빛이 한데 어우러져 대리석으로 된 신전의 복도가 반짝였다.

감히 천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미노는 적막한 복도를 걸으며 이 길의 끝에 누군가의 형상을 상상했다.

하늘과 구름의 색깔이 한데 어우러져 태양 빛으로 빛나는 머리칼을 길게 늘어트린 여인을.

꿈속에서 만나 그녀를 흠모하여 곁에 서고자 했던 여인을.

“하아-.”

인간이 쌓아 올리고 비로소 신황이 된 자신이 꾸며놓은 이 신전의 구석구석 그녀의 기척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눈을 뜨면 그녀가 있었고 감으면 연민을 끌어내 곁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게 했었다.

생각만으로도 그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이렇게 사랑의 미치광이로 만든 여인은 300년전이나, 지금이나 단 한 명뿐이었다.

그는 복도 끝에 도달하여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아미노!]

손에 닿지 못하는 그 형상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아미노의 가슴 아래로 음험한 기분이 뭉쳐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의 입매가 비틀려 올라갔다.

‘어서 보고 싶다….’

꼿꼿이 치켜들었던 턱이 내려가고 강렬한 눈동자 안에 무언가가 맺혔다.

300년이란 생각보다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이제 곧 이다.’

아미노는 곧 제 손에 떨어질 그 아름다운 머리칼이 참을 수 없이 그리웠다.

그래서 상상했다.

흘러내린 머리칼에 부드러운 목덜미가 드러나며 아기 같은 피부의 어깨선을.

자신의 손끝이 그녀의 고운 입술과 그 입매 끝에 다다를 때까지.

상상했다.

길고, 길게.

신관은 신황의 걸음이 멈췄음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복도의 끝, 그는 신황의 비밀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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