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나의 여신은 복수를 원한다: Kapitel 1 – Kapitel 10

25 Kapitel

1화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계단 위, 신황 아미노의 연설이 시작됐다.“인간은, 이 세계인 에테르의 자비로 선하게 태어납니다.”그의 목소리는 환희에 차 있었으며 답을 내리는 입술은 작게 말려 올라가 군중으로 하여금 신황을 절대자로 믿게 했다.“그러므로 선함은 인간의 본성입니다.”아미노는 자신의 양손을 펼쳐 투명하지만 밝게 빛나는 푸른 불꽃을 만들어 냈다.그것은 마치 작은 별빛 같기도 했고 어린 물고기 같기도 했다.아미노는 자신의 양손 위에서 뛰 노는 빛을 군중에게 보였다.감탄하는 군중들의 어수선함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선함을 지키고 이 세계, 에테르에 감사하십시오.”가련한 인간들의 눈동자에는 그가 신과 같이 보였다.잃어버렸던 신의 재림을 보는 듯한 벅참과 감동이 그들 사이사이로 침투해 아스라이 스며들었다.신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성해 보이도록 미소를 머금었다.“보십시오.”그는 강한 목소리로 짧게 말하며 푸른 빛이 감도는 손을 부드럽게 움직였다.불꽃은 그의 손짓을 따라 물결처럼 움직였다.그리고 마침내, 아미노의 손을 떠나 그의 옆에 버려진 포대 자루처럼 꿇어앉은 병든 자의 머리 위에 살포시 안착했다.피부 위로 고름이 터져 흘러 흉측해진 얼굴이 마치 신화 속 괴물과 같은 형상을 가진 인간이었다.“에테르는 우리를 버리지 않습니다. 제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아미노의 손이 그자의 뒷머리를 감싸 쥐었다.군중들의 소란스러움이 극에 달했다.“에테르는 선을 지킨 인간을 굽어살피십니다. 제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그리고 신황은 잿빛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한쪽으로 쓸어내리며 곧바로 그자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그러자 아련히 빛나던 빛이 폭발적으로 터져 그들의 주변을 에워싸더니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다.“…….”사위는 조용했고 그 누구도 말하는 자가 없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던 광장을 신황 아미노는 조용히 기다렸다.잠시 후, 병든 자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와아아아!!”그는 더 이상 병든 자가 아니었다.깨끗하고 맑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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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아이작은 마지막 시시의 가녀린 흔적까지 기록한 후 미련 없이 돌아섰다.“잘 지내거라.”300년전, 스스로 숲과 동화된 시시를 뒤로하고.아이작의 귓가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시시의 목소리가 아련히 울려 퍼졌다. [난, 다시는 그대들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거야.]그는 시시의 뜻을 존중했다.그 대가로 세계는 고요한 공기를 품은 채 벼랑 끝에 야생화와 같이 살아나가고 있었다.아이작은 등 뒤, 커다란 나무의 존재를 인식한 채로 다시 사라졌다.그가 움직이자 깊고 어두운 후드를 타고 여러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생이 깃든 인간의 목소리와 존재를 알리는 짐승의 신음 따위를 품고.그렇게 바람이 부서지는 순간마다 세상 모든 것이 그의 귀와 눈과 피부로 스며들어,아이작에게 기록하지 않을 수 없고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로 기록되었다.그가 처음 기록한 것은 현자의 눈을 받은 그 순간이었다. [아이작.]보잘것없이 태어나 특별할 것 없이 자라던, 소년 아이작에게 내려진 여신의 목소리와 숨결과 손길이 닿았던 그 순간을.그때 아이작에게는 여신 아르텐시아가 새로운 삶의 이유였으니까.세계를 만들고 사랑과 애정을 쏟아부어 그것을 지키고자 인간과 그 외 생명체를 만들어 온기를 나누어 주었던.다섯 명의 현자들에게는 주신이나 마찬가지였던 여신.아르텐시아.그녀는 이제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생명이 깃든 모든 것을 사랑했었다.아이작은 여신의 마지막 모습과 스스로 신황이라 지칭하며 돌아서던 아미노의 모습이, 연못에 비친 그림자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그러자 바람이, 따스했던 바람이 날카롭게 변해 그의 살결을 옭아맸다.마치 그가 여신을 그리는 것을 죄악이라 여기는 것처럼.마치, 그가 아르텐시아의 사랑과 애정을 떠올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처럼.바람은 칼날보다 날카롭고 돌산 위의 바위보다 무겁게 그를 짓눌렀다.그럼에도 아이작은 거친 손을 들어 그것을 어루만지듯 다독였다.그의 손길은 위로하는 것 같았지만 그 속뜻은 결코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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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아르텐시아!}여신 아르텐시아의 마지막 기억은 상처가 가득한 얼굴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지던 돌의 비였다.인간은 비난을 칼날처럼 목소리에 섞어 그녀의 피부를 찌르고 눈으로는 무지를 담아 난도질했다.하지만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차갑고 뜨거운 눈초리를 받아도 아프지 않았다.그 무엇도 그녀를 아프게 할 수 없었다.아르텐시아는 이 세계, 에테르를 사랑했으니까.그녀의 손길로 태어나 이지를 갖고 세계의 근간이 된 최초의 현자와 마찬가지인 에테르.그가 살아 있음에, 여신은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한낱 인간의 멸시라도.‘이들이 무지한 것이 아니다.’그녀는 창조자의 어질고 바르고 자비로운 모습 그 자체였다.아르텐시아는 자신의 손길로 태어난 모든 것들을 바른길로 가게 했고 행복하게 했으니 그들이 그 외의 길을 가게 됐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될 것은 아니었다.그것마저도 일부라 여겼다.‘인간이 오늘로 비난과 무지와 후회라는 것을 배웠을 테니.’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이 얼마나 사랑스러 일인가.{아르텐시아….}에테르, 나는 괜찮아.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거야.이 세계는 당신이 있으니까.괜찮아.그녀는 억지로 강림 당한 인간계에서 강탈과 누명과 모함을 받아 죽임을 당하면서도 그러한 생각을 했다.에테르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아르…시…….}땅에 묻힌 아르텐시아는 길고 긴 꿈을 꿨다.하늘을 노니는 바람 요정들의 웃음소리와 따스한 온기를 나눠주는 햇살 아래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던 꿈을.나뭇가지가 태양에 닿고자 가지를 활짝 벌린 듯, 커다란 신목 아래서.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이지를 가진 세계, 그녀가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준 에테르의 현신과 함께였다.연한 하늘빛이 감도는 긴 머리가 부드러운 바람에 흩날리는 아르텐시아는 그 어느 여신보다도 아름다웠다.에테르는 그녀와 마주 앉아 혹여라도 그녀의 피부에 햇빛이 강하게 내려앉지 않을까 조심하며 그늘을 만들어주곤 했다.이 세상 그 무엇보다 행복했고 어떤 것과도 비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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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그 손은 천천히 손에 잡히는 불순물을 매만졌다.모든 것이 부서지고 생명력이라고는 메말라 죽어버린 것들을 아주 조심스럽게.아르텐시아는 무언가에 홀린 듯 땅을 가르고 밟으며 그 위에 올라섰다.그녀는 지저분한 손을 들어 얼굴을 아무렇게나 닦고는 헝클어진 머리를 한쪽으로 치워냈다.그리고 마침내 그의 푸른 눈동자에 이 땅의 모든 것이 담기기 시작했다.다 죽었다. 다 죽어 있었다.다 죽은 땅이었다.살아 있는 것이라곤 믿을 수 없게도 자신밖에 없었다.스스로도 죽음을 받아들였던, 애정으로 만들고 가꿨던 세계.“에테르…?”에테르에서.아르텐시아는 비틀거리며 주변을 살폈다.도통 이곳이 그 세계가 맞는지, 그렇다면 어디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그녀의 기억 속에 이토록 절망적인 땅은 존재하지 않았다.{아르……아.}이렇게 희미해져 언젠가 꿈결에서 보았던 오로라같이 사라져버릴 것 같은 목소리도.“에테르.”{아르텐시아…}목소리는 안도가 섞여 그녀를 불렀으나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그럼 에도, 그것은 분명 에테르였다.“에테르…, 에테르. 어디에 있어?”아르텐시아는 땅속을 헤쳐 나올 때와는 다르게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였다.그녀의 시야가 조금씩 다른 것을 담기 시작했다.천천히, 아주 천천히.새카맣게 죽은 대지와 무덤의 비석을 지나며.그리고 보고야 말았다.썩어 형체만 남아있는 시체와 같은 나무 한 그루를.“아….”숨이, 숨이 찼다.아르텐시아는 차가운 땅속을 버티어낸 것이 무색하게, 제대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으며 무덤가를 가로질러 그것에 다가갔다.작고 마른 맨발에 부스러지는 돌멩이가 치였다.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 차가운 나무를 그리움을 담아 어루만졌다.마르고 떨리는 손은 조금 전 힘차게 땅을 갈랐던 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연약했다.나무는. 신목은, 그녀의 전부였던 그것은 이 세계의 이지이자 생명이었으며 상징이었다.아르텐시아가 에테르라는 칭호를 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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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그는 항상 그때의 행복했던 아르텐시아를 기억하며 온 힘을 다해 때를 기다렸다.여신이 살아나길 고대했던 그 순간순간에.그때의 모습을 온전히 돌려놓진 못하더라도 그녀가 자신의 자리를 찾길 원했다.에테르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자신에게 내려졌던 여신의 힘을 그녀에게 돌려주는 것뿐이었으므로.그렇게 그녀가 여신으로서 다시 살아날 수만 있다면 그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난 곧 사라질 거에요.}그러니 아르텐시아는 이겨내야 했다.에테르의 진정한 죽음에서 오는 부재를.그는 엉망이 된 얼굴을 들어 올려 자신을 올려보는 여전히 아름다운 아르텐시아를 꼼꼼히 기억에 새겼다.“아, 안돼! 에테르, 안돼…, 흐어엉!”에테르의 갈라진 틈 사이로 푸른 빛이 더욱 거세게 발하기 시작했다.그는 아직 영험함이 남아있는 이 나무에서 심장과 같은 힘이 사라진 자신의 모습을 굳이 떠올리지 않았다.대신 땅을 기고 자신에게 달려들어 빛을 막으려 드는 아르텐시아의 가녀린 손을 봤다.이제는 현신하여 잡아주지 못하는 저 작고 사랑스러운 손을.에테르는 그녀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예상했다.이 한 조각을 돌려받음으로써 되돌릴 수 있는 단 한 가지를.{돌아가세요.}“어딜, 돌아가라는…!”에테르는 조금 전 희미했던 것이 무색하게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에게 대부분 빼앗겼지만, 난 많은 것을 지켜냈어요.}그는 잠시 세계 그 자체로서 행했던 많은 이로운 일들을 떠올렸다.지키고 아꼈으며 많은 선과 지혜를 나눴던 일들이 그의 푸른 빛과 함께 아스라이 먼 곳으로 사라졌다.외롭게 지탱했던 세계와 세계에 살아있는 온갖 생명들, 그리고 아르텐시아가 차례대로 스쳐 사라졌다.에테르는 심장이 그녀의 손바닥에 닿았음을 느꼈다.“서, 설마….”{그리고 당신을 지켜냈어요.}사냥꾼의 눈과 직감을 피해 뿌리 아래 깊숙이 숨겨놨던 힘.그가 그녀에게 돌려줄 것이었다.아르텐시아는 자신을 신황이라 불리우게 만든 그자보다 먼저 이 심장을 쟁취해야 했다.{이 세계는 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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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아르텐시아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봤다.그녀는 그 불꽃 속에서 언제나 빛나고 다정했던 에테르가 보이는 듯해 눈을 뗄 수 없었다.‘우리가 바랬던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는데….’평화로운 작은 에테르의 동산과 푸른 숲과 생명력이 넘치는 세계가 그려졌다.눈이 부셨었다. 감히 천상의 신들에게 붙이는 찬란함을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게 붙일 만큼.아르텐시아는 그것들에 눈이 부셔 에테르의 품에 숨어 지혜를 내리던 때도 있었다.“그랬었는데….”그랬던 이 땅에, 무엇이 남았나.삿된 것을 쫓아내어 항상 태양 빛만 가득하던 이 땅에.그때 아르텐시아의 푸른 눈동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며들었다.“…….”아르텐시아는 마저 손을 떼어냈다.작아진 심장은 그녀의 손바닥보다는 길고 잘 벼려진 창보다는 짧았다.이 이상 힘을 받아들인다면 그 작은 조각마저 잃을 것이 뻔했다.그녀는 잠시 잃어버렸던 숨을 토해냈다.“…에테르, 에테르.”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고 갈라진 그 틈새에 이마를 갖다 대며 속삭였다.“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자신의 마음에 스미는 분노가 이끼처럼 끼어 가는 것을 느끼며.“이대로, 잃을 순 없어.”아르텐시아는 그 분노가 살기가 되어 인간을 향해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아이작이 살아있지?”그녀의 입가에서 들이키지 않은 낮은 숨이 새어 나왔다.“내 죽음 이후, 지난 300년 동안의 모든 것들을 알아야겠어.”그녀는 이대로 광명을 되찾을 수 없었다.혼자서만 돌아갈 수 없었다.“우린, 함께여야 하니까.”아르텐시아는 나무와 맞닿은 이마를 통해 조금씩 빛과 함께 되찾은 힘을 흘려보냈다.그러자 서서히 그녀의 머릿속에 에테르의 기억이 쏟아져 내렸다.세계 에테르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을 할퀴고 짓밟기 시작했다.그 와중에 먼저 보인 것이 있었다.잊을래도 잊을 수 없는, 에테르를 돕고자 선택했던 다섯 현자였다.신의 힘을 담을 그릇이었던 아미노와 강인한 정신을 가졌던 르완.짐승의 지혜를 가진 텐죠우와 숲의 요정 시시.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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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여신의 입술 사이로 실의가 터져 나와 하늘 위로 솟구쳤다.그것은 땅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되어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아르텐시아는 그 비를 묵묵히 맞았다.누군가의 슬픔일지, 위로일지, 살의일지 모르는 그 비를.얼마나 흘렀을까.하늘과 땅의 울림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아르텐시아는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감정의 도화선을 지핀 발걸음은 신목의 뿌리가 남이었던 곳을 벗어나고 무덤가에 다다랐다.그녀는 자신의 무덤에 시선도 두지 않은 채 지나려 했다.하지만 그때, 비석이 번개를 맞아 바닥에 나뒹굴었다.비석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새 생긴 얕은 웅덩이에 떨어졌다.아르텐시아는 웅덩이에서 튄 더러운 물을 보지 못한 듯 가던 길을 멈추고 비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에테르에게 상실을 느끼게 하며 회한이라는 거짓된 증명을 가진 그것에게.“어딜, 감히.”새카맣게 죽은 그녀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검푸른 빛이 비석 위에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다.[세계를 잃었으니 너희는 곧 심연에 잠식되리라.] 그것은 악독하고 고약한 인간들에게 내리는 마지막 자비이며, “…나와 함께.”천상의 아름다움을 담았던 여신의 목소리로 공포한 진정한 강림이었다.먼 옛날.만물을 순수하게 사랑했던 창조주이자 여신은 그렇게 사라졌다.300년 전과 같이.***“이야! 거지다!”“어디?”“와, 진짜 거지야!”아르텐시아는 세계의 끝을 떠나 비가 그치는 방향으로 향했다.그곳은 가장 먼저 해가 뜨고 빠르게 어둠에 잡아먹히는 동쪽이었다.에테르의 힘으로 간신히 이동한 곳엔 적은 인간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 있었다.아주 작고 가뭄이 든 땅이었다.대부분 이방인인 그들은 아주 열악해 보였다.그녀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행색이 그러했고 허름한 나무판자로 된 집이 그러했다.아르텐시아는 그 땅을 맨발로 걸으며 그것들을 굳이 쳐다보지 않았다.“저 이의 행색을 보아하니 꼭 태풍을 만난 것 같군.”하지만 그녀는 마을에 들어서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다.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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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무슨 물, 일까.이것은 긴장감에 온몸에 들어갔던 힘이 살며시 풀리며 괜히 입맛까지 다시게 했다.가슴을 녹이며 퍼져나가는 따스함은 이 세계에서는 다시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후후.”라리아는 버려진 짐승같이 날카롭던 아르텐시아의 눈빛이 조금 풀리자 자리에서 일어났다.금방 다시 돌아온 그녀는 덩달아 좋아진 기분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그 물을 다 마시면 저 옆에 문으로 들어가서 몸을 씻고 쉬어.”그리고는 아르텐시아가 들고 있는 컵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마침 많은 비가 내려서 다행이었어. 물을 많이 얻을 수 있었으니.”라리아는 경작마저 어려운 땅이라며 혀를 찼던 과거를 잊은 모양인지 연신 미소를 띠며 말했다.“물 걱정은 하지 말고 씻어도 돼.”그녀는 아르텐시아가 조심스럽게 건네는 컵을 촛불 옆에 내려놓았다.대신 낡은 수건 한 장을 다시 쥐여줬다.“어서, 물이 따듯할 때 씻어.”“….”“나오면 물 한잔 더 줄게.”아르텐시아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하지만 움직이지는 못했다.라리아는 그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그저 넓은 갈대숲에 버려져 길을 잃은 작은 손님을 발견한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그렇지, 내 욕실을 쓰는 건 처음일 테니 오늘은 내가 알려줄게.”그래서였을까.그녀는 이번에도 아르텐시아를 지나쳐 먼저 욕실로 향했다.조금 전 자신의 집으로 향했을 때처럼, 아르텐시아가 자신을 따라오길 바라며.라리아의 손에는 어느새 자신을 많이 닮았던 딸의 옷가지가 들려 있었다.‘세상에….’신비로운 색의 머리카락이었다.라리아는 살아생전 이런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세계 곳곳으로 사라졌다는 현자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본 적이 없으니 비교할 수 없었다.구름이 태양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그 위에 맑은 하늘색이 투영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라리아는 답답했다.이 신비로운 색을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들만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먼지와 흙이 묻어 있던 머리카락이 물로 헹구어질 때마다 다르게 보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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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라라라-. 라라-.”곁을 내어주지 않는 여신의 귓가에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상냥한 멜로디가 다가와 머무르기 시작했다.결국 포기는 아르텐시아가 했다.그녀는 라리아의 고집을 꺾기보단 회피하길 선택하며 눈을 감았다.“라라-. 라라라.”라리아의 목소리가 흔들림 없는 촛불의 빛을 품고 서서히 침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초는 심지가 작아졌지만, 아르텐시아의 감은 눈커풀 속 어둠을 밝히는 데는 충분했다.“라리라-.”아르텐시아는 손에 쥔 에테르의 조각이 조금 따듯하게 느껴짐에도 눈치채지 못했다.“머나먼 작은 동산에 여신이 내려앉으면-.”작지만 두 사람이 머물기에 충분한 작은 집 구석구석에 온기가 스며들었다.그것은 마치.“신목의 잎사귀가 춤을 추고.”에테르.“바람의 요정이 기쁨의 노래를 부르네.”에테르.“온 누리에 해님의 미소가 퍼지니-.”흐느끼듯 부는 바람에도 상냥함을 잃지 않고 온몸을 끌어안았던 그때와 같았다.“아이야 손을 잡자, 아이야 손을 잡자.”아르텐시아는 에테르의 온기를 떠올렸다.‘도대체….’“여신이 꿈속에 찾아올 때까지.”어느새 그녀는 에테르의 울창한 가지 앞에 앉아있었다.‘도대체 자장가가 뭐길래 에테르를 느끼게 해주는 걸까.’“라라라-. 라리라-.”라리아는 눈을 감은 아르텐시아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봤다.“아르텐시아-. 아르텐시아-.”하지만 그녀는 낡은 침구를 조금 더 당겨 덮어줄 뿐, 계속해서 자장가를 불렀다.아르텐시아가 잠에 빠진 이후에도.“아르텐시아, 아르텐시아.”여신을 위한 자장가를 꽤 오랫동안 불렀다.***“바리.”아르텐시아는 라리아가 깨울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전날 밤과는 다르게 활짝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바리, 일어나.”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새들은 쉴 새 없이 지저귀고 태양이 더욱 찬란히 빛나는 날이었다.다시 세계에서 깨어나 맞이하는 첫 아침이었다.아르텐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낮은 숨을 내쉬는 것을 본 라리아는 그대로 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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