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은 마지막 시시의 가녀린 흔적까지 기록한 후 미련 없이 돌아섰다.“잘 지내거라.”300년전, 스스로 숲과 동화된 시시를 뒤로하고.아이작의 귓가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시시의 목소리가 아련히 울려 퍼졌다. [난, 다시는 그대들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거야.]그는 시시의 뜻을 존중했다.그 대가로 세계는 고요한 공기를 품은 채 벼랑 끝에 야생화와 같이 살아나가고 있었다.아이작은 등 뒤, 커다란 나무의 존재를 인식한 채로 다시 사라졌다.그가 움직이자 깊고 어두운 후드를 타고 여러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생이 깃든 인간의 목소리와 존재를 알리는 짐승의 신음 따위를 품고.그렇게 바람이 부서지는 순간마다 세상 모든 것이 그의 귀와 눈과 피부로 스며들어,아이작에게 기록하지 않을 수 없고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로 기록되었다.그가 처음 기록한 것은 현자의 눈을 받은 그 순간이었다. [아이작.]보잘것없이 태어나 특별할 것 없이 자라던, 소년 아이작에게 내려진 여신의 목소리와 숨결과 손길이 닿았던 그 순간을.그때 아이작에게는 여신 아르텐시아가 새로운 삶의 이유였으니까.세계를 만들고 사랑과 애정을 쏟아부어 그것을 지키고자 인간과 그 외 생명체를 만들어 온기를 나누어 주었던.다섯 명의 현자들에게는 주신이나 마찬가지였던 여신.아르텐시아.그녀는 이제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생명이 깃든 모든 것을 사랑했었다.아이작은 여신의 마지막 모습과 스스로 신황이라 지칭하며 돌아서던 아미노의 모습이, 연못에 비친 그림자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그러자 바람이, 따스했던 바람이 날카롭게 변해 그의 살결을 옭아맸다.마치 그가 여신을 그리는 것을 죄악이라 여기는 것처럼.마치, 그가 아르텐시아의 사랑과 애정을 떠올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처럼.바람은 칼날보다 날카롭고 돌산 위의 바위보다 무겁게 그를 짓눌렀다.그럼에도 아이작은 거친 손을 들어 그것을 어루만지듯 다독였다.그의 손길은 위로하는 것 같았지만 그 속뜻은 결코 누구도
Zuletzt aktualisiert : 2026-09-14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