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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수박
다음 날 오전 10시.

내가 이곳을 떠나는 날이었다.

차태경은 평소처럼 병원에서 임서아 곁을 지키느라 밤새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나는 정리해 둔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아이 방 앞을 지나면서 걸음이 저절로 멈췄다.

아이를 낳을 때 나는 예정보다 일찍 진통이 와서 조산했다.

그 탓에 아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고 자주 아팠다.

조금이라도 더 잘 돌봐 주고 싶어서 내가 아이의 모든 일상을 직접 챙겼다.

가정부도, 베이비시터도 따로 두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 캐리어를 내려놓았다.

떠나기 전에 얼굴만 한 번 더 보고 가고 싶었다.

차이안은 생김새뿐 아니라 무뚝뚝한 성격까지 아빠를 똑 닮았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책상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엄마, 안녕하세요.”

짧게 인사한 뒤 다시 그림에 집중했다.

차태경과 똑 닮은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안아, 엄마 이제 갈게. 잘 지내야 해.”

아이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네.”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고개를 살짝 기울여 보니 아이가 그리고 있는 건 어제 놀이공원에서 찍은 장면이었다.

임서아와 차태경, 그리고 차이안.

가슴이 울컥했다.

예전에 임서아가 SNS에 올린 영상이 떠올랐다.

영상 속 차이안은 임서아 품에 안겨서 솜사탕을 먹으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

“난 서아 아주머니랑 있는 게 좋아요!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을 수 있고, 밤새 TV를 봐도 되잖아요!”

“엄마는 맨날 이것저것 하지 말래요. 일찍 자라고 하고, 과일하고 채소도 먹으라고 하고!”

임서아는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이안이는 엄마랑 아주머니 중에 누가 더 좋아?”

“당연히 서아 아주머니요!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반만큼만 다정했으면 좋겠어요.”

엄하게 구는 나보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 주고 한 번도 혼내지 않는 임서아가 다섯 살 아이에게는 더 좋았던 모양이다.

나는 아이가 예전처럼 자주 아프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아이와 나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임서아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다 뜨거워진 눈가를 손끝으로 꾹 눌렀다.

이제 정말 나가려는데 뒤에서 차이안이 나를 불렀다.

“엄마.”

내가 뒤를 돌아봤다.

아이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가 예전에 이안이 좋아하는 건 엄마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이안은 서아 아주머니가 좋아요. 그러니까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좋아하는 거죠?”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졌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도 보지 못한 눈물을 조용히 닦고 살짝 웃었다.

“이안이, 서아 아주머니 곁에 있고 싶어 했잖아. 이제부터는 아빠랑 같이 계속 옆에 있어 주고 지켜 줘.”

아이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더는 보지 않았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캐리어를 다시 들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낯선 나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핸드폰을 대기실 쓰레기통에 버렸다.

두 사람과 얽힌 모든 기억도 함께 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비행기가 공항을 이륙하는 순간, 나는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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