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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새 인생을 위하여

나의 완벽한 새 인생을 위하여

Por:  수박Completo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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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소꿉친구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가족의 사랑 한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게 마음에 걸린다며, 남편 차태경은 내 목걸이도, 내 생일도 임서아에게 양보했다. 심지어 아들마저 몰래 임서아를 엄마라고 불렀다. “은성아, 서아는 이제 얼마 못 살아. 네가 좀 양보해 줘.” 남편에게 임서아에게 쏟는 관심을 조금만이라도 나한테 달라고 할 때마다, 아들 차이안은 언제나 아빠와 임서아 편을 들었다. “엄마가 맨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서아 아주머니는 이제 곧 죽는다는데, 엄마는 왜 자꾸 서아 아주머니한테 뭐라고 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게 됐다. 어느 날 밤, 병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아빠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말았다. “서아 아주머니는 진짜 상냥하고 예뻐요!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같았으면 좋겠어요!” 차태경은 웃으며 다정하게 아들의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엄마가 조금 엄하긴 해도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이안이 서아 아주머니를 그렇게 좋아하면, 아빠가 서아 아주머니를 엄마로 만들어 줄까?” 내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조차 나보다 임서아를 더 좋아한 거였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침실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조용히 사라져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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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제1화

남편 차태경과 아들 차이안이 나란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충격! 냉혹하기로 유명한 마피아 보스 차태경, 사실은 비밀 결혼에 다섯 살 아들까지 있다니!]

하지만 기사 속 여자는 내가 아니었다.

영상에는 차태경과 임서아가 다섯 살 난 차이안의 손을 양쪽에서 잡고 놀이공원을 걷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임서아는 웃으며 차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차태경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누가 봐도 다정한 가족처럼 보였다.

몇 시간 뒤, 임서아가 SNS에 글을 올렸다.

[태경아, 이안아. 퇴원 선물 고마워! 머그컵은 이안이 직접 만든 거래요!]

사진을 눌러 보니 목걸이와 수제 머그컵이 보였다.

컵 밑에는 희미하게 글씨도 새겨져 있었다.

[엄마, 행복하세요.]

나는 무심코 식탁을 바라봤다.

차갑게 식은 음식과 촛불이 가득 꽂힌 생일 케이크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쓴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내 생일이자 차태경과 결혼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축하를 받은 사람은 임서아였다.

두 사람은 임서아의 퇴원 날짜는 기억하면서도 내 생일은 잊었다.

나는 남편과 아들에게 생일 선물 하나 받지 못했는데, 대신 임서아가 두 사람의 서프라이즈를 받았다.

나는 어둠 속에서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늦은 밤, 차태경이 차이안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에 앉아 있는 나를 본 차태경이 잠시 멈칫했다.

불을 켠 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 시간까지 왜 불도 안 켜고 안 자고 있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차태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또 임서아 문제로 따지려는 줄 알았는지 먼저 아이를 바라봤다.

“이안아, 먼저 방에 가서 쉬어.”

하품을 하던 차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내 앞을 지나치려던 아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봤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차태경을 쏙 빼닮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랑 이안이 일부러 엄마 생일을 잊은 건 아니에요. 서아 아주머니랑 같이 있어 준 것 때문에 화를 내는 건 아니죠?”

“엄마랑 우리는 앞으로도 오래 같이 있으니까 생일도 많이 챙길 수 있잖아요. 그런데 서아 아주머니는 이제 반년밖에 못 산대요.”

눈만 아빠를 닮은 게 아니었다.

하는 말까지 똑같았다.

반년 전, 차태경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꿉친구 임서아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은성아, 서아는 어릴 때부터 고아였잖아. 이제 곧 죽는데 가족의 따뜻함을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대.”

“그래서 나랑 이안이 좀 더 같이 있어 주려고 해. 마지막까지 후회가 없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우리는 앞으로도 오래 함께할 수 있지만 서아는 이제 1년밖에 안 남았잖아.”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차태경과 차이안은 임서아와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나한테도 조금만 신경 써 달라고 할 때마다, 차태경은 내가 임서아를 질투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게 됐다.

내가 좋아하던 옷도, 내 목걸이도, 오래전부터 계획해 둔 놀이공원 나들이도, 정성껏 준비한 결혼기념일도.

그저 조용히 임서아에게 하나씩 내어줬다.

어느 날 밤, 임서아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아이가 몰래 차태경에게 말했다.

“서아 아주머니는 진짜 상냥하고 예뻐요!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엿들은 순간,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졌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이 뭘 하든 막지 않았다.

더는 상처받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런데 지금 열 달을 품었다가 목숨 걸고 낳은 아들을 바라보니 가슴 한구석이 여전히 쓰라렸다.

아이는 모른다.

나와 이 두 사람에게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나는 촛불이 가득 꽂힌 생일케이크를 바라봤다.

그 아래에는 이미 내 서명이 적힌 이혼 합의서가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그날 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다음 날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오늘이 내가 떠나기 전, 두 사람과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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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남편 차태경과 아들 차이안이 나란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충격! 냉혹하기로 유명한 마피아 보스 차태경, 사실은 비밀 결혼에 다섯 살 아들까지 있다니!]하지만 기사 속 여자는 내가 아니었다.영상에는 차태경과 임서아가 다섯 살 난 차이안의 손을 양쪽에서 잡고 놀이공원을 걷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임서아는 웃으며 차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차태경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누가 봐도 다정한 가족처럼 보였다.몇 시간 뒤, 임서아가 SNS에 글을 올렸다.[태경아, 이안아. 퇴원 선물 고마워! 머그컵은 이안이 직접 만든 거래요!]사진을 눌러 보니 목걸이와 수제 머그컵이 보였다.컵 밑에는 희미하게 글씨도 새겨져 있었다.[엄마, 행복하세요.]나는 무심코 식탁을 바라봤다.차갑게 식은 음식과 촛불이 가득 꽂힌 생일 케이크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쓴웃음이 나왔다.오늘은 내 생일이자 차태경과 결혼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하지만 축하를 받은 사람은 임서아였다.두 사람은 임서아의 퇴원 날짜는 기억하면서도 내 생일은 잊었다.나는 남편과 아들에게 생일 선물 하나 받지 못했는데, 대신 임서아가 두 사람의 서프라이즈를 받았다.나는 어둠 속에서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늦은 밤, 차태경이 차이안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거실에 앉아 있는 나를 본 차태경이 잠시 멈칫했다.불을 켠 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 시간까지 왜 불도 안 켜고 안 자고 있어?”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차태경이 미간을 찌푸렸다.또 임서아 문제로 따지려는 줄 알았는지 먼저 아이를 바라봤다.“이안아, 먼저 방에 가서 쉬어.”하품을 하던 차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내 앞을 지나치려던 아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봤다.“엄마, 생일 축하해요.”차태경을 쏙 빼닮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아빠랑 이안이 일부러 엄마 생일을 잊은 건 아니에요. 서아 아주머니랑 같이 있어 준 것 때문에 화를 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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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아이가 방으로 올라간 뒤, 거실에는 적막이 내려앉았다.먼저 침묵을 깬 건 차태경이었다.“은성아, 화내지 마. 네 생일 잊은 거 아니야. 선물도 진작 준비해 뒀어. 네가 제일 아끼던 목걸이를 찾았어.”그 목걸이는 돌아가신 엄마가 남겨 준 유품이었다.나는 늘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하지만 아이를 낳던 날, 난산으로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사이에 도둑맞았다.그때 차태경은 창백해진 내 손을 꼭 잡고 땀에 젖은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면서 반드시 찾아 주겠다고 약속했다.목걸이는 정말 찾았다.다만 내게 돌아온 건 아니었다.어제 임서아가 올린 SNS 사진 속에서, 그녀의 목에 걸려 있었다.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 표정을 본 차태경은 내가 이미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하지만 조금도 난처한 기색은 없었다.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그 목걸이, 서아한테 그냥 빌려준 거야. 조금만 하고 있다가 네게 돌려줄 거야.”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어차피 내일이면 떠나기에 목걸이를 돌려받든 못 받든 이제는 상관없었다.내가 예전처럼 따지지 않자 차태경은 안심한 듯 표정이 풀렸다.그가 내 손을 잡고 차분히 설명했다.“길어야 반년이잖아. 당신이라면 이해해 줄 줄 알았어.”이런 일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임서아가 가족의 사랑을 느껴 보고 싶다고 하면, 차태경은 일까지 제쳐 두고 아이를 데리고 갔다.놀러 가고 싶다고 하면, 내가 반년 넘게 계획한 가족 여행에 임서아를 데려갔다.퇴원을 축하받고 싶다고 하면, 내 생일은 뒤로 미루고 선물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내 목걸이가 갖고 싶다고 하면 애초에 찾지 못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응, 하라고 해.”나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손을 빼냈다.내 표정은 그저 담담했다.너무 순순한 대답에 차태경이 잠시 멈칫했다.이내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스치면서, 목소리도 조금 부드러워졌다.“걱정하지 마. 서아가 꼭 돌려줄 거야. 그동안 원하는 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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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음 날 오전 10시.내가 이곳을 떠나는 날이었다.차태경은 평소처럼 병원에서 임서아 곁을 지키느라 밤새 들어오지 않았다.아침이 되자, 나는 정리해 둔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아이 방 앞을 지나면서 걸음이 저절로 멈췄다.아이를 낳을 때 나는 예정보다 일찍 진통이 와서 조산했다.그 탓에 아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고 자주 아팠다.조금이라도 더 잘 돌봐 주고 싶어서 내가 아이의 모든 일상을 직접 챙겼다.가정부도, 베이비시터도 따로 두지 않았다.잠시 망설이다 캐리어를 내려놓았다.떠나기 전에 얼굴만 한 번 더 보고 가고 싶었다.차이안은 생김새뿐 아니라 무뚝뚝한 성격까지 아빠를 똑 닮았다.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책상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엄마, 안녕하세요.”짧게 인사한 뒤 다시 그림에 집중했다.차태경과 똑 닮은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이안아, 엄마 이제 갈게. 잘 지내야 해.”아이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네.”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고개를 살짝 기울여 보니 아이가 그리고 있는 건 어제 놀이공원에서 찍은 장면이었다.임서아와 차태경, 그리고 차이안.가슴이 울컥했다.예전에 임서아가 SNS에 올린 영상이 떠올랐다.영상 속 차이안은 임서아 품에 안겨서 솜사탕을 먹으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난 서아 아주머니랑 있는 게 좋아요!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을 수 있고, 밤새 TV를 봐도 되잖아요!”“엄마는 맨날 이것저것 하지 말래요. 일찍 자라고 하고, 과일하고 채소도 먹으라고 하고!”임서아는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물었다.“그럼 이안이는 엄마랑 아주머니 중에 누가 더 좋아?”“당연히 서아 아주머니요!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반만큼만 다정했으면 좋겠어요.”엄하게 구는 나보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 주고 한 번도 혼내지 않는 임서아가 다섯 살 아이에게는 더 좋았던 모양이다.나는 아이가 예전처럼 자주 아프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럴수록 아이와 나 사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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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차태경은 병원에서 임서아 곁을 하루 종일 지킨 뒤, 다음 날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처음에는 내가 사라진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문을 열고 들어온 차태경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게임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있는 아이를 보고 조금 의아해했을 뿐이었다.평소의 나라면 배탈이 날까 봐 아이스크림을 저녁 대신 먹게 내버려둘 리 없었다.“이안아, 엄마는?”“밖에 나갔나 봐요.”차이안은 게임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대충 대답했다.오히려 엄마가 오늘처럼 계속 잔소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아빠와 서아 아주머니는 엄마처럼 잔소리하지 않으니까.차태경은 미간을 찌푸렸다.“은성이 애를 이렇게 두고 나갈 사람이 아닌데...”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내가 서아랑 너무 오래 있어서 또 화가 났나 보네.”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내게 전화하려던 순간, 식탁 위에 놓인 블랙카드가 눈에 들어왔다.차태경이 내게 준 카드였다.아이를 임신한 뒤부터 나는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차태경과 차이안을 돌봤다.차태경은 매달 그 카드에 생활비를 넣어 줬고, 나는 그 돈으로 집안 살림을 꾸렸다.늘 지갑에 넣고 다니던 카드였다.그런데 그 카드가 집에 남아 있었다.차태경의 표정이 곧바로 굳어졌다.뭔가 불길한 예감이 스쳤는지 곧장 노트북을 켜서 카드 잔액을 확인했다.잔액을 본 순간 눈이 커졌다.평소 한 달 생활비의 열 배가 넘는 돈이 들어 있었다.“은성이 이런 큰돈이 다 어디서...”차태경은 몰랐다.떠나기 전에, 연애할 때부터 내게 사 준 선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다 처분했다는 걸.그리고 그 돈을 모두 이 카드에 넣어 뒀다는 걸.“전에도 서아랑 같이 있었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거지?”불안해진 차태경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한 번.두 번.몇 번을 걸어도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초조함은 점점 커졌다.차태경은 다시 거실로 나와서 여전히 게임에 빠져 있는 차이안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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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하지만 아직 어린 이안은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갔다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일그러졌다.“싫어요! 엄마는요? 엄마 어디 있어요!”아이는 겁에 질린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한데, 아이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자 차태경은 어쩔 줄 몰랐다.평소 아이와 놀아 주기만 했을 뿐, 자신이 직접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결국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한참을 울다 지친 아이는 차태경의 품에서 잠들었다.하지만 한밤중이 되자 다시 놀라 깨더니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차태경은 아이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괜찮아. 괜찮아. 엄마는 돌아올 거야. 엄마가 우리 둘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분명 돌아올 거야.”하지만 아이는 아빠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채 계속 울부짖었다.“엄마 보고 싶어요! 엄마!”평소 얌전하고 말도 잘 듣던 아이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그저 울기만 했다.차태경은 완전히 지쳐 버렸다.결국 임서아에게 도움을 청했다.전화를 받은 임서아는 아픈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금세 집으로 달려왔다.텅 비어 버린 집을 둘러보면서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하지만 곧 표정을 감추고 안타까운 얼굴로 우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이안아, 울지 마. 엄마가 이안이 버려도 아주머니는 안 버려.”하지만 그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오히려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엄마가... 이안이 버린 거예요?”“괜찮아. 아주머니가 계속 돌봐 줄게. 엄마랑 아빠가 이혼해도...”그 말을 듣는 순간 차태경이 날카롭게 소리쳤다.“무슨 헛소리야! 은성은 돌아올 거야. 우린 이혼 안 해!”차태경이 이렇게 화내는 걸 처음 본 듯 임서아가 움찔했다.그녀는 겁먹은 얼굴로 식탁 위 서류를 가리켰다.“근데... 이미 이혼합의서에 사인했잖아.”“아까 들어오면서 봤어...”차태경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그제야 식탁 위에 놓인 이혼합의서가 눈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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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 시각 나는 이미 낯선 나라에 도착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아이를 갖기 전, 나는 심리학을 공부했다.새로운 곳에 정착한 뒤에는 가족 때문에 놓았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학교에 있을 때면 정말 5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그때의 나는 아직 차태경을 만나기 전이었다.아이를 낳기 전이기도 했다.그 시절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성적도 좋았고,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자유롭고 평온한 새로운 환경에서 나는 조금씩 과거를 잊어 갔다.그리고 현지에서 아동 심리학자가 되었다.나를 사랑해 주는 남편과 세 살 난 딸도 생겼다.이제 과거는 완전히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5년 뒤, 차태경과 차이안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동료의 부탁으로 까다로운 사례를 맡게 되면서, 한때 너무나 익숙했던 도시를 다시 찾게 되었다.나는 곧장 진료실로 향했다.중증 우울증으로 몇 년째 말을 하지 않는 아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 아이도 그대로 굳어졌다.아빠를 닮은 무심한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엄마?”열 살이 된 차이안은 울음을 참으며 온몸을 떨었다.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입 밖에 낸 말이었다.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차이안이 바로 그 중증 우울증 환자였다.몇 년째 말을 하지 않는 증상까지 있었고, 너무 말라서 크게 소리를 낼 힘조차 없어 보였다.나 역시 이렇게 증상이 심한 아동 우울증 환자는 처음이었다.아이의 우울증은 대부분 가정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차태경이 어디 있냐고 묻기 전에, 문득 내가 어떤 입장인지 떠올랐다.이혼 합의서에 서명하고 떠나기로 결심한 그날부터, 나는 이미 두 사람과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그때 진료실 밖에서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렸다.밖으로 나가서 확인하려고 하는데, 줄곧 앉아 있던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 팔을 붙잡았다.“가지 마요! 엄마, 제발 가지 마요!”아이는 있는 힘껏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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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차태경이 성큼 다가와 나를 품에 끌어안았다.“은성아, 돌아왔구나!”“네가 나랑 이안이를 두고 못 살 줄 알았어. 돌아왔으면 됐어. 이제 우리 셋이 다시...”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차갑게 그를 밀어냈다.“오해하고 있나 본데, 난 당신 아들 상담을 맡으러 온 심리상담가야. 지금 우리는 상담사와 보호자일 뿐이야.”“내 아들?”차태경의 눈에 이안이와 똑같은 절망이 번졌다.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은성아, 이제 이안도 네 아들이 아닌 거야? 난 계속 이안이한테 말했어. 네가 화만 풀리면 돌아올 거라고.”“네가 돌아오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나는 잠시 멈칫했다.그리고 차이안을 바라봤다.차태경이 나타난 뒤로 아이의 불안 증상은 눈에 띄게 심해져 있었다.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차태경을 데리고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그러자 그의 눈에 희망이 번졌다.“봐. 너 아직도 나랑 이안을 신경 쓰잖아. 이안이 낫게 해 주려고 온 거잖아. 아직 우리 걱정하는 거 맞지?”나는 낯선 사람을 보듯 차갑게 바라봤다.“내가 이 아이의 상담을 맡았기 때문에 그런 거야.”“아이 상태가 많이 심각해.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가족이었던 걸 생각하면, 내가 직접 상담을 계속 맡는 것도 적절하지 않아.”나는 차태경에게 명함을 건넸다.“내 교수님 연락처야. 지금은 아이 상태부터 제대로 인정하고, 더 전문적인 도움을 받게 해 줘.”“싫어! 난 누구한테도 안 맡겨!”차태경이 내 손을 붙잡았다.그러더니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은성아, 제발 나랑 돌아가자. 사랑해. 나랑 이안은 네가 없으면 정말 못 살아.”“이제 제발 화를 풀어줘. 난 임서아 그 여자한테 속아서 너한테 소홀했던 거야. 걔는 애초에 시한부도 아니었어!”나는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표정을 가다듬었다.차태경을 차분히 바라봤다.“우리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이미 벌어진 일은 인정하고 아이 상태부터 제대로 봐.”“계속 현실을 피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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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차태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차이안은 곧바로 흥분해서 딸아이에게 다가갔다.딸아이의 팔을 잡더니 내게서 떼어 놓으려고 하면서 소리쳤다.“너 누구야! 왜 마음대로 엄마라고 해? 이 분은 내 엄마야!”딸아이는 곧장 내 품으로 뛰어들며 목을 꼭 끌어안았다.“엄마! 이 사람들 누구예요?”나는 놀란 아이를 달래며 차이안의 손을 떼어 냈다.그 과정에서 차이안이 뒤로 밀려서 넘어졌지만 미처 보지 못했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아는 사람들이야.”딸아이는 내 말을 듣더니 앳된 목소리로 인사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오빠도 안녕하세요.”바닥에 주저앉은 차이안은 내가 딸을 달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금세 눈이 벌게졌다.“엄마가 다른 애 때문에 나를 밀었어! 예전에는 엄마한테 나밖에 없었는데!”그러면서 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온몸이 떨리고 있었다.“다 너 때문이야! 너 도둑이잖아! 내 엄마 훔쳐 갔잖아!”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딸을 품 안에 감쌌다.경계하는 눈으로 이안이를 바라봤다.“네가 아픈 건 알아. 그래도 이 아이는 내 딸이고 네 동생이야.”차이안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내리더니 힘없이 중얼거렸다.“아니야...”“엄마는 내 엄마인데...”차태경은 충격에 빠진 아들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갑자기 내 손목을 붙잡았다.“은성아,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지?”“네 성격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네가 나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랑 아이를 낳아?”헛웃음이 나왔다.차태경은 억지로 진정하려는 듯 숨을 골랐다.떨리는 손으로 딸아이의 볼을 만지려고 했다.“귀엽네. 근데 너랑 하나도 안 닮았어.”“입양한 아이 맞지?”차태경은 딸아이에게 다정한 척 말했다.“아까 오빠가 오해해서 그런 거야. 엄마랑 같이 우리 집에 가자. 아저씨도 친딸처럼 잘해 줄게.”딸아이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예의 바르게 차태경의 손을 피했다.“저 엄마가 낳은 딸 맞아요.”“이 아저씨 이상해요. 저는 아빠가 따로 있는데 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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