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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수박
아이가 방으로 올라간 뒤, 거실에는 적막이 내려앉았다.

먼저 침묵을 깬 건 차태경이었다.

“은성아, 화내지 마. 네 생일 잊은 거 아니야. 선물도 진작 준비해 뒀어. 네가 제일 아끼던 목걸이를 찾았어.”

그 목걸이는 돌아가신 엄마가 남겨 준 유품이었다.

나는 늘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하지만 아이를 낳던 날, 난산으로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사이에 도둑맞았다.

그때 차태경은 창백해진 내 손을 꼭 잡고 땀에 젖은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면서 반드시 찾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목걸이는 정말 찾았다.

다만 내게 돌아온 건 아니었다.

어제 임서아가 올린 SNS 사진 속에서, 그녀의 목에 걸려 있었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표정을 본 차태경은 내가 이미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

하지만 조금도 난처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목걸이, 서아한테 그냥 빌려준 거야. 조금만 하고 있다가 네게 돌려줄 거야.”

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어차피 내일이면 떠나기에 목걸이를 돌려받든 못 받든 이제는 상관없었다.

내가 예전처럼 따지지 않자 차태경은 안심한 듯 표정이 풀렸다.

그가 내 손을 잡고 차분히 설명했다.

“길어야 반년이잖아. 당신이라면 이해해 줄 줄 알았어.”

이런 일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임서아가 가족의 사랑을 느껴 보고 싶다고 하면, 차태경은 일까지 제쳐 두고 아이를 데리고 갔다.

놀러 가고 싶다고 하면, 내가 반년 넘게 계획한 가족 여행에 임서아를 데려갔다.

퇴원을 축하받고 싶다고 하면, 내 생일은 뒤로 미루고 선물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내 목걸이가 갖고 싶다고 하면 애초에 찾지 못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응, 하라고 해.”

나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손을 빼냈다.

내 표정은 그저 담담했다.

너무 순순한 대답에 차태경이 잠시 멈칫했다.

이내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스치면서, 목소리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걱정하지 마. 서아가 꼭 돌려줄 거야. 그동안 원하는 거 하나 더 골라. 더 비싼 걸로 사 줄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케이크 상자 밑에 눌려 있던 서류를 집어 그에게 내밀었다.

“이제 그런 건 상관없어. 차태경, 여기 사인해 줄래?”

차태경은 별생각 없이 서류를 받아 들었다.

펼쳐 보지도 않은 채 의아하게 물었다.

“무슨 서류인데?”

“이혼...”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차태경의 핸드폰이 울렸다.

병원에서 온 전화였다.

[임서아 환자의 보호자분 맞으시죠? 환자분이 길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지나가던 분이 병원으로 데리고 오셨습니다.]

차태경의 미간이 바로 일그러졌다.

“지금 가겠습니다.”

내가 차태경의 손에 들린 서류만 바라보고 있자, 그는 전화를 끊으며 바로 펜을 꺼냈다.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서명란에 대충 이름을 적고 내게 돌려줬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차태경을 불러 세웠다.

“차태경.”

차태경이 돌아봤다.

“무슨 서류인지 안 봐도 돼?”

“나중에 볼게. 서아 혼자 병원에 있으면 무서워할 거야. 일단 내가 가 봐야 해.”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저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오늘은 먼저 자. 기다리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나가 버렸다.

나를 한 번 더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나는 멀어지는 차태경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됐던 밤들이 떠올랐다.

임서아의 다급한 전화 한 통이면, 차태경은 언제나 곧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매번 소파에 앉은 채 밤을 꼬박 새우면서 기다렸다.

그저 쓴웃음이 나왔다.

‘그래, 차태경. 이제 더는 안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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