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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Auteur: 루에나
그 답은, 결국 듣지 못했다.

강인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어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는 봤지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이모 등 외가 쪽 사람들 본 적 있냐?”

강인호는 하나하나 메시지를 던졌다.

강솔은 주저 없이 답했다.

“엄마는 고아였으니까.”

강인호는 냉소적으로 웃었다.

“네 엄마의 말투나 분위기... 정말 고아 같아 보이냐?”

그렇지 않았다.

고아라기보다는 오히려 명문가에서 자란 사람 같았다.

차분한 말투, 단정한 태도,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품격.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았다.

강인호가 다시 말했다.

“그 와인 바에 있는 내 빚을 청산해 주면, 내가 모든 답을 알려 줄게.”

강솔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엄마가 깨어나면, 직접 들을게요.”

엄마는 그날 말했다.

“집에 가면 긴 이야기 하나 해 줄게.”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몇 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걸.

강인호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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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26화

    도현이 지시했다. “중현이 조금 있다가 강 비서랑 사람들 데리러 갈 거야. 막지 말고 바로 보내줘.”상대가 답했다. [알겠습니다.]도현은 짧게 응답하고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바라보던 도현은 아까 단아가 말을 흐리며 보였던 반응을 떠올렸다.조금 전 전화는 일부러 건 것이었다. 개인 핸드폰 잠금도 일부러 풀어 둔 채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 단아가 녹음 화면을 발견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결과는 충분히 봤다.단아가 그렇게 크게 동요했다는 건 태휘와의 관계가 가볍지 않다는 뜻이었다. 나눈 대화도 도현이 들으면 화낼 만한 내용일 가능성이 컸다.도현은 서재 안에서 잠깐 생각한 뒤 업무용 핸드폰으로 태휘에게 전화를 걸었다.태휘는 도현의 전화인 걸 확인하고 무의식적으로 위층을 한번 바라봤다.단아가 물었다. “왜?”태휘는 숨기지 않았다. “하도현 전화야.”단아도 위층을 바라봤다.도현에게 핸드폰이 두 대 있다는 사실은 단아도 알고 있었다.하나는 업무용, 하나는 개인용이었다.“여보세요.” 단아가 생각하는 사이 태휘는 이미 전화받았다. 차갑고 거리감 있는 목소리였다.도현은 노트북에 띄운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아와 얘기는 거의 끝난 것 같은데, 위로 올라와서 저랑도 잠깐 얘기하시겠습니까?”]화면에는 거실이 보이고 있었다. 단아를 더 이상 감시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기존 카메라를 꺼 둔 뒤, 몰래 새로 설치한 초소형 카메라 영상이었다.도현과 단아는 중현과 강솔처럼 지낼 수 없는 관계라고 도현은 생각했다.단아를 믿어 주면 돌아오는 건 반복되는 배신과 도망뿐이었다.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자유를 빼앗아야 얌전해진다고 믿었다.태휘는 회사 이야기를 다시 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생각이 바뀌신 겁니까?”도현은 화면 속에서 태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단아를 보며 속이 차갑게 식었다. [회사 얘기는 아닙니다. 단아 얘기만 하죠.]태휘가 잠깐 멈췄다.화면 속 단아가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물었다. ‘왜?’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25화

    2층 서재.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았다.도현은 소파에 기대앉아 두 팔을 가슴 앞에 느슨하게 겹쳤다. 태도는 여전히 차분하고 점잖았다. “말해. 무슨 얘기?”중현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 도현을 바라보며 바로 물었다. “강 비서랑 다른 사람들, 네가 데리고 있지?”도현은 숨길 생각 없이 인정했다. “응.”중현이 말했다. “나한테 넘겨.”도현이 짧게 물었다. “이유는?”“강솔이 그러는데 그 사람들이 내 핵심 측근이었다며.” 중현은 아주 진지하게 답했다.도현은 흥미가 생긴 듯 물었다. “강솔이 말하면 바로 믿어?”“반은 믿어.” 강솔과 강솔이 언급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중현은 누구에게나 진짜와 거짓을 절반씩 섞어 말했다.도현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렸다.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집어 중현 앞에 내밀었다. “강 비서랑 그 사람들 신상,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정리해 둔 자료야. 봐.”중현은 서류를 받아 들었다.한 장씩 천천히 넘겼다.자료에는 강 비서를 비롯한 사람들이 과거 중현을 배신한 적이 있고, 이익을 위해 몰래 다른 세력과 손잡기도 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번에 중현이 기억을 잃게 된 일에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내용까지 있었다.도현이 말했다. “다 읽고도 그 사람들을 다시 곁에 두고 싶다면 막진 않을게.”도현은 손가락을 깍지 낀 채 중현을 바라봤다. 안경 너머 눈에서는 속마음을 읽기 어려웠다. “대신 그 사람들 때문에 사고가 나도 나한테 해결해 달라고 하진 마.”중현은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그 사람들 어디 있어?”도현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 “진짜 쓸 생각이야?”“응.”“또 뒤통수칠까 봐 안 무서워?”중현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상관없어. 지금 나한테는 누가 됐든 다 비슷해.”도현은 형 역할을 충실히 해 주는 사람처럼 말했다. “뭔가 할 일이면 내가 쓸 만한 사람 몇 명 붙여 줄 수 있어. 그쪽이 위험도 적고.”중현은 가볍게 받아쳤다. “그건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24화

    단아가 대답하려는 때 도현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도현은 단아 옆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쌌다. 팔이 닿자 단아의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지만, 도현은 깊어진 눈빛만 잠깐 보일 뿐 아무것도 따지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었다. “두 사람 아직 얘기 안 끝났어?”태휘는 사실대로 답했다. “조금 남았습니다.”도현이 다시 단아를 바라봤다.단아는 도현의 핸드폰을 쥔 손에 조금씩 힘을 줬다.눈에 띄지 않게 핸드폰을 옆으로 옮기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왜 내려왔어?”도현은 온화한 목소리로, 반듯한 표정을 유지했다. “네가 나 부른 거 아니야?”‘내가 언제 불렀지?’도현은 아주 그럴듯하게 말했다. “아까 위에 있는 나를 쳐다봤잖아. 내려와서 옆에 있어 달라는 뜻 아니었어?”단아는 입술을 다물었다.도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내가 착각했나 보네. 얼마나 더 얘기할 거야? 난 밖에 좀 나가 있을게.”태휘가 답했다. “10분입니다.”“그래. 그럼 계속 얘기해.” 도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단아를 바라봤다. “핸드폰 줘. 밖에서 전화 좀 하고 올게.”단아는 핸드폰을 쥔 손을 조금 더 뒤로 숨겼다.도현이 너무 빨리 내려오는 바람에 녹음을 지울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도현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 “왜?”단아는 도현을 바라봤다.도현은 재촉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 이상할 정도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분위기가 팽팽하게 굳은 가운데 단아의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도현을 다른 곳으로 보낼 핑계를 빠르게 찾으려 했지만, 녹음을 켠 사람이 도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으면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도현은 단아의 반응을 모두 보고 있었다. 안경을 한번 밀어 올리며 은근한 압박을 담아 물었다. “핸드폰이 아까운 거야, 아니면 안에 들어 있는 게 아까운 거야?”태휘는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알 수 없었다.단아의 손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23화

    태휘가 잠깐 침묵한 뒤 물었다. “솔직한 얘기 해도 돼?”단아가 답했다. “말해.”“하도현은 아주 조심스러운 사람이야. 네가 혼자 힘으로 하도현을 움직일 만한 증거를 찾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해.” 태휘의 말은 냉정했지만 현실적이었다. “설령 찾는다 해도 하도현은 거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수도 없이 만들어 낼 거야.”단아는 손끝에 힘을 줬다. “알아.”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었다.혹시 모르니까... 정말 우연히 도현의 약점을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하도현 뒤에는 HS그룹이 있어. 무슨 일이 생겨도 그룹 홍보팀이 가장 빠른 속도로 수습할 거야.” 태휘는 현실적인 부분을 하나씩 짚었다. “나를 믿을 수 있으면 일단 먼저 나와.”단아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지난 몇 년 동안 도현의 비위를 맞추며 버틴 건 동생이 도현 손에 있어 협박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증거를 찾아 도현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하지만 태휘의 말도 맞았다. 개인 한 사람이 가진 힘만으로는 도현을 상대하기 어려웠다.도현 곁에 있으면서 상황을 넘기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도현이 그 장면들만 골라 온라인에 풀어 버리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단아가 될 것이다.“영상이랑 사진은 내가 처리할게.” 태휘는 단아가 충분히 생각한 것 같아 다음 문제까지 짚었다.단아는 태휘를 바라봤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태휘의 도움을 받는다면 단아가 자유를 되찾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도현이 자료를 터뜨려도 논란 때문에 힘들 수는 있지만, 업계를 완전히 떠나야 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짓밟히지는 않을 것이다.태휘가 물었다. “어때?”단아는 마음이 복잡했다. “조금만 시간 줘. 생각을...”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도현의 재킷 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단아가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더듬다가, 도현의 핸드폰이 언제 들어와 있었는지 그제야 알아챘다.누가 전화했는지 확인하려고 꺼냈지만 이미 통화는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22화

    단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도현은 단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에는 단아와 태휘 둘만 남았다.꼬박 일 분 가까이 두 사람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단아는 낯선 사람을 대하듯 태휘와 시선을 맞췄고, 태휘도 말없이 단아를 바라보기만 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하나 놓여 있는 듯했다.몇 분쯤 흐른 뒤 단아가 먼저 침묵을 깼다. “여기 왜 왔어?”“네가 전해 달라고 한 말 강솔한테서 들었어.” 태휘는 대답하며 도현의 재킷으로 완전히 가려지지 않은 단아의 목 주변을 잠깐 바라봤다.단아가 짧게 답했다. “응.”태휘가 물었다. “너 하도현 좋아해?”단아의 움직임이 멈췄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태휘가 이름을 분명히 했다. “하도현 말이야.”단아가 도현을 좋아한다면 태휘는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좋아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내린 결정을 단아에게 말할 생각이었다.“내 사생활이야.” 단아는 정면으로 답하지 않았다. 말투에는 예의를 차린 거리감이 묻어 있었다. “다른 일 없으면 이제 가줘.”태휘는 확신하듯 말했다. “넌 하도현 안 좋아해.”단아가 되물었다. “네가 나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내가 아는 너는 감정 문제를 애매하게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야.” 태휘는 단아와 시선을 맞춘 채 말했다. “하도현을 정말 좋아했으면 아까 바로 그렇다고 했겠지. 이렇게 피해 가는 대답은 안 했을 거야.”단아는 태휘의 추측을 꺾기 위해 무언가 말하려 했다.하지만 태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단아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네 허락 안 받고 네 동생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먼저 진행했어.” 태휘가 상황을 설명했다. “현지에 내가 믿을 만한 사람도 있어. 하도현이 네 동생을 붙잡고 널 협박할 일은 없을 거야.”태휘가 어제 오지 않은 이유도 그 일을 먼저 처리하느라 그랬다.단아가 자기 일에 멋대로 개입했다며 화를 낸다면, 원하면 지금이라도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21화

    안경 너머 도현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도현은 태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작은 변화라도 찾아내려 했다.태휘가 먼저 물었다. “임단아 씨가 지금 여기에 없습니까?” 표정도 목소리도 아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도현은 처음에는 없다고 둘러댈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근 지나치게 공교로운 일이 몇 번 이어졌던 게 떠올랐다. 생각을 바꿔 말했다. “있습니다. 지금 쉬고 있는데 제가 불러오죠.”태휘가 짧게 답했다. “부탁드립니다.”도현은 안경을 한번 밀어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층으로 향하기 전 태휘를 몇 초 더 살펴봤지만 특별한 점은 찾지 못했다. 그제야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도현은 단아가 있는 방 문을 열었다.앞서 몸이 많이 지친 탓에 단아는 아직 깊게 잠들어 있었다.도현이 침대 옆으로 다가가자 단아의 목과 쇄골에 남은 붉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격하게 가까워졌던 흔적이었다. 아래층에서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태휘를 떠올리자 도현의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도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단아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일어나.”단아는 그 손길에 잠에서 깼다.아직 정신이 완전히 들기도 전에 도현이 바로 말했다. “진태휘가 아래에서 너 기다리고 있어.”단아의 몸이 굳었다.‘태휘? 여기엔 왜 온 거지?’도현은 단아의 얼굴을 계속 살피며 물었다. “진태휘가 널 왜 찾아왔을까.”단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도현이 천천히 되물었다. “진짜 몰라?”단아가 짧게 답했다. “응.”막 잠에서 깬 단아는 아직 정신이 반쯤 잠겨 있었다. 그래서 줄곧 멍한 표정이었고, 태휘가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놀란 기색도 선명한 감정이라기보다 의문에 가까워 보였다.단아가 물었다. “혼자 왔어? 아니면 다른 사람도 같이 왔어?”도현이 답했다. “혼자.”단아는 생각하는 척 눈을 내리깔았다.도현은 더 의심하지 않고 단아의 허리를 안아 그대로 품에 들어 올렸다. “가자. 내려가.”단아가 반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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