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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Auteur: 루에나
강솔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담은 그런 친구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됐어, 내가 네 이력서 좀 손봤어. 이메일 확인해 봐.]

강솔은 파일을 다운받고 열어 보았다.

대충 훑어보니 내용은 비슷했고, 표현 몇 개만 바뀐 정도였다.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소담은 웃음을 터뜨렸다.

[야, 이력서에 누가 증명사진 그대로 내니? 필터랑 보정은 기본이지.]

그녀는 누구보다 강솔을 잘 아는 친구였다.

강솔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타입이다.

일은 꼼꼼하고 완벽하게 해내지만, 말로 포장하거나 자신을 어필하는 데엔 영 소질이 없는 사람.

학생 시절엔 그런 사람이 성실하다고 칭찬받지만, 직장은 달랐다.

일을 잘하는 것보다, 대인관계를 잘 처리하는 능력이 더 중요했다.

[회사란 데는 말이야, 일 잘하는 사람보다 눈치 빠르고 말 잘하는 사람을 더 좋아해.]

[업무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말로 포장하면 다 넘어가거든.]

소담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그 안에 진심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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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70화

    [강솔?]중현은 바로 전화받았다. 낮고 부드러우면서도 울림 있는 목소리였다.강솔은 곧바로 본론부터 물었다. “지안이는 지금 어디 있어?”중현은 서재에서 숙제하고 있는 아이를 한번 바라봤다.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느긋하게 물었다. [지안이 걱정하네. 혹시 내가 예전에 너랑 양육권 놓고 싸운 적 있어?]강솔은 말이 막혔다. 실제로 중현이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한 적은 없었다.다만 지금의 중현이라면 갑자기 그러겠다고 나올까 봐 조금 걱정됐을 뿐이다.[지금 네 집에 있어.]중현이 먼저 상황을 알려 줬다. [네 부모님이 들어오라고 하셨어.]강솔은 그제야 지안에 대한 걱정을 조금 내려놓았다. 대신 다른 문제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중현이 물었다. [왜 말이 없어?]강솔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중현에게 더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강솔이 집에 도착한 건 30분쯤 뒤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중현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긴 다리로 몇 걸음 만에 강솔 앞까지 온 중현은 강솔이 말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받아 들었다.중현이 얇은 입술을 열었다. “가자. 저녁 식사 준비가 거의 다 됐대. 손만 씻고 바로 먹으면 된다고 하더라.”강솔은 어리둥절했다.신동과 홍일도 중현을 이상하게 바라봤다.세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어째서 중현이 이 집 주인이고 자신들이 손님인 것 같은지 알 수 없었다.강솔은 잠깐 중현이 사실 기억을 잃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하지만 시선이 마주치자 바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중현은 예전의 중현이 아니었다. 지금의 중현은 정말 강솔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강솔을 바라보는 눈에는 예전에 얽혀 있던 복잡함이나 무거움이 없었다. 대신 훨씬 단순한 감정만 담겨 있었다.하나뿐인 감정.숨기지 않는 곧은 감정.서무진과 관련된 일이 마음을 짓누르기 전의 사람처럼 보였다.“아가씨?”“흠흠.”홍일과 신동이 옆에서 강솔을 불러 정신을 돌려놨다.강솔은 곧 정신을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69화

    모든 설명을 마친 아연은 현재 상황까지 덧붙였다. “하도현이 시킨 대로 계속 연기하고는 있어. 그래도 중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날 여자친구로 받아들인 적 없어. 여자친구라고 하는데도 몸을 가까이 닿으려고 하지도 않고.”강솔이 물었다. “그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해?”“한번 걸어 보려고.” 아연이 답했다.강솔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요즘 네가 예전에 나한테 했던 말을 계속 생각해 봤어.”아연이 하는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이 선택이 맞는지 계속 고민했는데, 오늘 너 보고 확실해졌어.”강솔은 더 이해하지 못했다. 앞뒤 설명이 부족한 말이라 무슨 뜻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냥 내가 어느 편인지 보여 주는 증거라고 생각해.”아연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 “너희랑 하도현 중에서, 난 너희가 이길 쪽에 걸겠어.”H시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고민했다. 자신과 중현의 실제 관계를 강솔에게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알려 주면 도현이 알아챘을 때 아연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렇다고 숨기면 강솔과 중현이 서로 오해하며 엇갈리는 모습을 또 지켜봐야 했다. 그것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아연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특히 중현이 강솔을 본 뒤 태도가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선택에 더 확신이 생겼다.“가능하면 이 이상한 연극을 빨리 끝냈으면 좋겠어.”아연은 진심으로 말했다. “이 역할 오래 하고 싶지도 않고, 솔직히 피곤하고 재미도 없어.”강솔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아연이 뒤에 말하지 않은 뜻까지 이해했다.진실을 알려 주기는 했지만 도현과 약속한 게 있는 이상, 당분간은 계속 첫사랑이자 여자친구인 척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너희 여기 얼마나 있을 거야?” 강솔이 물었다.“그건 중현한테 물어봐야 해.” 아연은 사실대로 답했다. “우리 일정은 중현이 뭘 하겠느냐에 달렸어.”할 이야기를 모두 끝낸 뒤, 아연은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갔다.아연이 회사 밖으로 나가는 걸 본 신동이 궁금함을 못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68화

    상진은 도현이 짜 둔 이야기대로 연기하기 위해 중현을 한번 몰아붙였다. “멍하니 뭐 해. 빨리 아연이 따라가야지.”중현은 기사에게 말했다. “출발해 주세요.”기사가 답했다. “네.”상진은 더 말하지 못했다.결국 포기한 듯 뒷문을 열어 차에 탔다.차가 1킬로미터 넘게 달리는 동안에도 중현이 차를 돌리라는 말을 하지 않자 상진이 물었다. “진짜 여자친구를 길에 혼자 버려두고 가는 거야?”중현은 느긋하게 받아쳤다. “귀가 쓸모없으면 떼 버리든가.”“아연이가 화나서 볼일 있다고 한 거잖아. 설마 그것도 못 알아들은 건 아니지?” 상진은 정해진 역할을 계속 이어 갔다. “남자친구가 너처럼 굴기도 쉽지 않다.”중현은 대꾸하지 않았다.아연이 두 사람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물건이나 기록을 하나라도 제대로 보여 줬다면 중현도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하지만 깨어난 뒤 지금까지 아연이 보여 준 건 지갑 속 사진 한 장과 최근에 새로 만든 듯한 몇 줄의 대화 기록이 전부였다. 아연은 핸드폰을 바꿔서 예전에 주고받은 메시지가 없다고 했고, 중현의 기존 핸드폰도 사고 때 망가져 기록이 사라졌다고 했다.우연이라고 보기엔 맞아떨어지는 일이 너무 많았다. 믿어 보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더구나 강솔을 직접 본 뒤에는 몸의 반응이 먼저 답을 내렸다.중현은 화제를 바꿨다. “이따 강솔은 나 혼자 만나면 돼. 넌 다른 데로 가 있어.”상진이 눈을 들어 중현을 바라봤다. 눈에 생각이 깊어졌다.혹시 기억이 조금이라도 돌아왔는지 묻고 싶었지만 괜히 경계하게 할까 봐 참았다.“도현이 나한테 너 잘 챙기라고 했어.” 상진은 티가 나지 않게 예전처럼 부르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맞췄다. “너 혼자 낯선 데 다니다가 누가 속여 먹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중현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상진을 한번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솔은 신동과 홍일에게서 중현이 자신의 집까지 찾아갈 생각이라는 걸 뒤늦게 들었다.“정확히 뭐라고 했는데?” 강솔이 물었다.홍일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67화

    강솔의 몸이 아주 잠깐 굳었지만 대답은 하지 않고 그대로 안쪽으로 걸어갔다.중현의 시선은 강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강솔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뒤에도 한동안 같은 곳을 바라봤다.신동이 출입문을 가리켰다. “나가 주시죠. 보안팀 사람들한테 끌려 나가고 싶지는 않으실 테니까요.”이번에는 중현도 드물게 순순히 따랐다.상진, 아연과 함께 아래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을 때도 중현의 심장은 아직 빠르게 뛰고 있었다.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말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 자신은 강솔을 좋아했다.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심장이 먼저 답을 내렸다.“중현아...”아연도 차에 올라탔다.중현의 검은 눈이 아연에게 향했다. 사람 자체가 전과 달라진 듯했고 목소리에도 훨씬 분명한 거리감이 생겼다. “넌 앞에 앉아.”아연은 이해하지 못했다.상진도 중현을 바라봤다.두 사람은 믿기 힘들다는 눈이었다.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였다.아연이 움직이지 않자 중현은 차 문을 열고 내려 조수석으로 갔다. 거기 앉아 있던 상진을 직접 끌어내리는 태도는 기억을 잃기 전의 중현이 다시 돌아온 듯 거침없었다.상진이 황당해하며 물었다. “뭐 하는 거야?”“네가 아연이랑 같이 앉아.” 중현은 이미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까지 맸다. “앞으로 며칠 동안도 아연이를 같이 데리고 다닐 거면 아연이 앞에 앉든지, 둘이 뒤에 같이 앉든지 해.”“아연이는 네 여자친구잖아.” 상진은 최대한 말이 되게 설득하려 했다. “내가 아연이랑 같이 앉는 건 좀...”“아니야.” 중현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상진의 말이 끊겼다.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아연은 한 가지를 선명하게 깨달았다.‘하중현이 먼저 만난 사람이 나였든 강솔이었든, 결국 좋아하는 사람은 강솔이었겠구나.’상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설마 강솔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는 소리는 아니지?”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66화

    신동은 웃었다.‘전남편이 양심은 조금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운이 참 없다고 해야 하나.’“중현아...” 아연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도현이 따로 당부한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어렵게 소송 문제에서 벗어나 도현과 거래까지 했다. 이번에도 실패할 수는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아연의 부모는 다시 딸을 붙잡고 늘어질 것이다.겨우 빠져나온 지옥 같은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진짜 여자친구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신동은 일부러 말을 이어 갔다. 얼마 전 강솔이 큰마음을 먹고 중현을 찾아갔다가 차갑게 거절당했다는 걸 안 뒤로는 중현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다.중현이 신동을 바라봤다. “무슨 뜻이야?”“하 대표님이 강 대표님과 이혼한 이유에는 이 여자친구의 영향이 꽤 컸습니다.” 신동은 마지막 ‘여자친구’라는 표현을 유난히 또렷하게 눌러 말했다.중현의 미간이 좁혀졌다.신동의 말이 바로 이해되지는 않았다.“쉽게 말하면 집에는 아내를 두고, 밖에서는 다른 여자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강솔 곁에서 일한 시간이 쌓이며 신동도 과거 일을 꽤 많이 알게 됐다. “욕심 사납게도 둘 다 가지려고 하셨던 거죠.”중현은 선뜻 믿지 않았다. 대신 더 정직해 보이는 홍일 쪽을 본능적으로 바라봤다.홍일은 망설이지 않고 한마디했다. “맞습니다.”“난 강솔을 직접 만나야겠어.” 중현은 눈앞의 말을 바로 믿기보다 당사자인 강솔을 직접 보고, 강솔의 입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신동이 단호하게 말했다. “강 대표님은 하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두 사람은 한동안 물러서지 않았다.응접실 안의 분위기도 차츰 무거워졌다.상진이 적당한 때 끼어들었다. “그냥 강솔 씨 집에 가서 기다리자. 받아들일 시간도 필요하겠지.”중현이 상진을 봤다. “아까 강솔한테 얘기해 놨다며?”상진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신동은 출입문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럼 이제 나가 주시죠.”상진이 중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일단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65화

    홍일은 강솔의 뜻을 조금 다르게 포장해 중현 일행에게 전달했다. 표정은 진지했고 목소리도 평온했다. “강 대표님은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세 분은 돌아가 주십시오.”중현은 의문스러운 눈을 했다.상진과 아연도 동시에 홍일을 바라봤다.세 사람의 시선은 곧 응접실 바깥으로 향했다.뜻은 분명했다. 들어올 때 안내데스크에서는 강솔이 회의 중이니 응접실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홍일이 태연하게 물었다. “다른 문제 있으십니까?”아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몇 달 전보다 말투가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 “정말 여기 없는 거야, 아니면 우리를 만나기 싫다는 거야?”홍일은 원래 지나치게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장 담담한 말투로 가장 약 오르는 대답을 내놓았다. “정확한 이유가 필요하시면, 강 대표님은 세 분 얼굴을 보면 구역질이 나고 속이 뒤집힐 것 같아서 심신 건강을 위해 만남을 거절하신 겁니다.”“우린 강솔 씨랑 간단히 얘기할 게 있어서 왔어.” 상진이 말했다.홍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상진은 더 할 말을 잃었다.아연은 처음부터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중현을 한번 봤다.고민하던 아연은 결국 홍일을 지나쳐 밖으로 나가려 했다.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솔을 만나겠다는 태도였다.홍일이 앞을 막았다. “소아연 씨, 어디 가십니까?”아연은 대충 핑계를 댔다. “화장실.”홍일이 바로 말했다. “거짓말입니다.”아연이 황당하다는 듯 봤다. “뭐?”홍일은 아주 진지했다. “방금 눈을 보니 화장실이 아니라 강 대표님을 찾으러 가실 생각이었습니다.”아연은 홍일을 빤히 쳐다봤다. 그제야 눈앞의 반듯한 인상인 남자가 강솔 곁에서 경호를 맡는 실력 좋은 사람이라는 게 떠올랐다.“맞아. 강솔 찾으러 갈 거야.” 아연은 순순히 인정하고 홍일에게 두 걸음 다가갔다. “네가 날 막을 수 있어?”말을 하며 아연은 일부러 몸을 움직여 홍일의 팔에 가까이 붙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여자가 이렇게 다가올 때 괜히 닿지 않으려고 반사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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