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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Author: 루에나
주승현은 중현이 던진 그 한마디가 단순한 안부인지, 속내를 떠보려는 질문인지, 아니면 경고에 가까운 말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참 고민 끝에 가장 사실적인 대답을 골랐다.

“꽤... 깊습니다. 다른 부위였으면 몇 바늘은 꿰맸을 겁니다.”

중현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늘 그렇듯,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 같았다.

그 눈빛이 그대로 자신에게 향하자, 주승현은 겉으론 침착한 척했지만, 속으로 한탄했다.

‘아이씨... 오늘 또 내가 두 사람 일에 꼈네?’

잠시 후 중현은 일어섰다.

“수술 잘 부탁해요.”

그 말은 명령 같았고, 경고 같았고, 또 어떤 감정의 흔적도 담겨 있지 않았다.

중현은 다시 주변을 훑었다.

쓰레기통의 피 묻은 솜, 옆의 의료 가위, 의약품 한 병.

“오늘 같은 일, 두 번은 보고 싶지 않네요.”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병실의 공기를 그대로 짓눌렀다.

“명심하겠습니다.”

주승현은 황급히 의료 도구들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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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42화

    단아는 처음엔 그 일을 태휘에게 털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태휘가 교수와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돼 당분간 연락하기 어렵다고 하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전부 삼켰다.그 이후,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 끝에 단아의 멘탈은 결국 버티지 못할 만큼 무너졌다.태휘의 어머니는 다시 단아를 찾아와 선을 그었다. 계층의 벽은 단아가 올라갈 수도, 태휘가 내려올 수도 있는 게 아니며, 진씨 집안이 시골에서 자란 단아 같은 아이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일은 없다고 했다.태휘가 결혼할 나이가 되면 집안에 맞는 맞선 상대를 따로 정해 줄 거라고도 했다.태휘를 발판으로 삼아 신분 상승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몰아붙였고, 계속 헤어지지 않으면 대학도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단아는 감히 모험할 수 없었다. 그동안 태휘의 어머니가 벌인 일들은 단아에게 돈과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깊이 새겨 놓았다. 태휘를 좋아하는 마음도 중요했지만 공부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대학에 가야만 자신을 옥죄던 집안에서 벗어나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결국 단아는 굴복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다. 단아 역시 마지막 한 번의 승부를 걸고 있었다.태휘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믿어 보고 싶었다. 자신이 먼저 헤어지자고 해도 태휘만은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단아는 어린 태휘의 자존심을 너무 얕봤다. 태휘의 어머니가 시킨 대로 모진 말을 내뱉자 태휘는 화를 내며 분노했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느냐며 상처받았다.단아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그날부터 정말 태휘를 놓고 학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밤새 대학 지원서를 다시 고쳐 지원 지역을 J시로 바꿨다. 그래도 태휘는 여전히 단아의 마음속에서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사춘기 내내 가장 버티기 힘든 시기를 함께 지나 준 사람이 태휘였다. 부모가 몇 번이나 자퇴를 강요하고 학교까지 찾아가 소란을 피울 때마다 단아가 버틸 수 있도록 붙잡아준 사람도 태휘였다.단아가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41화

    “너도 많이 변했네.” 단아는 최대한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말했다.태휘가 막 입을 열려던 참이었다.“나도 마찬가지야.” 단아가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는 몇 년 전과는 달라졌어. 나도 이제 네가 좋아했던 그 어린 단아가 아니고.”“그래도 넌 너야.” 태휘가 단아의 말을 바로잡았다.“내가 왜 좋아?” 단아는 진지하게 물었다. 태휘의 고백은 분명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니, 이 고백은 지나치게 성급하고 충동적으로 느껴졌다.두 사람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지냈다.마지막으로 마주했던 날에도 싸우고 헤어졌다.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첫날부터 고백이라니.“네가 지금 나한테 느끼는 감정이 5년 전에 있었던 미련이 남아서인지, 아니면 지금의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건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 단아는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길 생각이 없었다.“구분 못 해.” 태휘는 솔직하게 답했다. 적어도 감정 문제로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네가 안 보이면 걱정되고 계속 생각나. 네가 눈앞에 있으면 여기가 내 뜻대로 안 될 만큼 세게 뛰어.”태휘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네 동생 일은 이미 사람 보내서 처리하게 했어.” 태휘가 덧붙였다. “이제 하도현한테 휘둘릴 일 없어.”“고마워.” 단아의 인사는 진심이었다.태휘는 단아를 가만히 바라봤다.단아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었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단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너...” 태휘가 다시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나 곧 촬영 들어가야 해.” 단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부러 거리를 두고 선을 긋는 태도였다. “별일 없으면 진 대표님은 먼저 가.”“단아야.” 태휘는 단아가 대체 무엇을 망설이는지 알 수 없었다.단아가 눈을 들어 태휘를 바라봤다.그 눈에는 낯섦과 거리감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조금 전 스쳐 지나갔던 놀라움과 복잡한 감정마저 태휘가 잘못 본 것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40화

    “하도현이야?” 태휘가 짐작해 물었다.단아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뭐?”“너 원래 쉽게 긴장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태휘는 단아의 표정과 핸드폰을 꽉 쥔 손을 모두 보고 있었다. “그 메시지는 좀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소속사에서 온 메시지야.” 단아는 적당히 둘러댔다.태휘는 말 없이 단아를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태휘의 시선이 너무 강렬해서 단아는 숨을 곳이 없는 기분이 들었다.결국 단아가 먼저 화제를 돌렸다. “나 보러 온 이유가 뭐야? 조금 있으면 촬영 들어가야 해서 오래는 못 있어.”태휘는 입술을 다물었다. 오랫동안 눌러 둔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정리하기 어려웠다.“별일 아니면 나 먼저 나갈게.” 단아도 태휘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일부러 묻어 둔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했던 다툼도, 단아가 일부러 모질게 내뱉었던 말도 선명했다.자기가 태휘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기억했다. 그 말을 들은 뒤 태휘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도 잊을 수 없었다.“나 이제 돈도 있고, 힘도 있고, 내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태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오래 생각한 뒤 준비한 말이라는 게 느껴졌다. “네가 원하는 안정된 생활도, 필요한 것도 다 해 줄 수 있어.”단아의 움직임이 멎었다.태휘가 이름을 불렀다. “단아야.”단아는 본능적으로 태휘를 바라봤다.단아의 시야 속에서 태휘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태휘가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물었다. “나 다시 좋아해 줄 수 있어?”단아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굳었다.태휘가 이렇게 곧바로 고백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전에 알던 태휘의 성격과도 너무 달랐다.단아는 애써 마음속 평정을 유지했다. 지금의 자신은 태휘와 함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더 어려웠다.“너...”“누가 그러더라. 좋아하면 직접 고백하라고. 상대가 알아서 눈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39화

    “상관없어.” 도현은 사람이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중현이 강솔을 그렇게 깊이 사랑한다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상진은 한 번 더 말리려 했다.하지만 도현의 표정을 보고 결국 그만뒀다.상진은 오히려 중현이 정말 강솔만 바라보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기억을 잃든 무슨 일이 생기든 강솔에게만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을 되찾은 뒤 모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형제 사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빠질 게 분명했다.도현은 원래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 왜 이 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결정하는지 상진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칠은 푹 쉬면서 집에서 은하랑 시간 보내.”도현은 상진처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번 결정하면 바로 움직이는 편이었다.“중현이 깨어나고 상태 좀 안정되면 친한 친구인 척 와서 만나.”“그래.” 상진은 거절하지 않고 도현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걸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끝났다.상진은 그곳에 30분 남짓 더 머문 뒤 돌아갔다.중현에게 주변 관계와 인상을 심는 작업은 오후 5시쯤에야 끝났다. 심준은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도현을 찾아와 결과를 설명했다.“동생분의 인상 암시는 모두 끝났습니다.”“언제쯤 깨어납니까?” 도현이 물었다.심준은 시간을 확인하고 대략적인 범위를 알려 줬다.“내일 오전쯤 깨어날 가능성이 큽니다.”“알겠습니다.”심준은 이후 주의할 점도 설명했다.“보름 정도는 감정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 주는 편이 좋습니다. 정신적으로 강한 자극을 받으면 깊이 남아 있던 과거 기억이 일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도현은 빠짐없이 기억해 뒀다. 추가로 물으려던 때 핸드폰에 전화가 들어왔다.단아 곁에 붙여 둔 경호원의 전화였다. 도현은 미간을 아주 조금 좁혔다. 심준에게 잠깐 전화받겠다고 말한 뒤 창가로 가 전화받았다. “무슨 일이야?”[대표님.]경호원은 정해진 보고처럼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38화

    도현의 미간에 복잡한 기색이 역력했다.상진이 물었다. “중현이 미리 짜 놓은 계획일까 봐 걱정하는 거야?”“가능성이 없지는 않지.”중현의 능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도현이었다.강한 사람은 쉽게 부러진다는 말이 있지만 중현은 어릴 때부터 고집이 셌다. 그 성격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보고 이유 없이 매 맞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자기 길을 직접 만들어 냈다.몇 수 앞까지 계산하는 하씨 집안 둘째라는 평판도 괜히 생긴 이미지가 아니었다.“내가 보기엔 네 걱정이 투머치야.”상진이 달랬다. “아까도 말했잖아. 저 사람들만 제대로 막아 두면 기억을 잃은 하중현이 큰일을 만들 수는 없어.”도현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래도 계속 마음에 걸리면 중현이 깨어났을 때 나를 친구라고 알려 줘.”상진도 한참 생각한 끝에 제안했다. “그럼 내가 옆에서 봐 줄게. 어디 가든 같이 다니면서.”“너는 일이 그렇게 한가해?” 도현이 물었다.“네 동생 성격이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타입은 아닐 테니까 괜찮아.”“고시후 쪽도 봐야 해.”“당분간 돌아오지도 못해.”상진은 관련된 일을 이미 정리해 둔 상태였다.“많아야 레미한테 연락해서 중현이 상태 좀 봐 달라고 하겠지. 전에 보니까 레미는 이 일 자체에 별 관심 없어 보이던데.”도현은 말없이 모든 상황을 머릿속에서 다시 정리했다.지금 중현 주변의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도현이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었다. 중현에게 직접 영향을 줄 만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변수는 지안이었다.중현이 깨어난 뒤 전처와 아이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할 수도 있었다. 강솔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중현의 성격상 바로 믿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아이는 달랐다.“또 뭐가 걸려?” 상진이 입술을 다문 채 도현을 바라봤다.“지안이 쪽을 어떻게 할지 생각 중이야.” 도현은 변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자기 아이가 하는 말이면 중현도 크게 의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그건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37화

    비서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도현이 계획을 갑자기 바꿀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그 외에 특별히 설정할 사람이 더 있습니까?”심준이 물었다.“그 정도면 됩니다.” 도현은 강솔도, 시후도, 강 비서를 비롯한 다른 사람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람 수가 적을수록 암시 효과가 더 안정적이라고 하셨죠?”“예.”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방금 말씀드린 대로 진행해 주세요.”지시를 마친 도현은 방에서 나왔다. 비서는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도현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대표님, 원래는 하중현 대표가 전처를 적대하게 만들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그건 아버지 생각이었어.” 도현이 말했다.비서가 다시 물었다. “하중현 대표가 전처에게 넘긴 재산이나 권리를 돌려받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그것보다 나는 중현이 강솔을 정말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 바꿔도 똑같을지가 더 궁금해.”도현이 말했다. “소아연 관련 소송부터 정리한 뒤, 소아연도 여기로 데려와.”비서는 바로 움직였다.“알겠습니다.”도현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중현이 강솔에게 넘긴 것들이나 지안의 양육권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도현이 보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자신들이 첫사랑이라고 인식하게 만든 아연이 중현 앞에 나타났을 때, 중현이 심어진 암시에 따라 계속 아연에게 설레고 좋아하게 될지 아니면 다른 반응을 보일지 확인하고 싶었다.중현은 입만 열면 강솔은 자기에게 특별하다고 말했다.마침 이번 기회에 대체 뭐가 그렇게 특별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준호가 다가왔다. 전날 일 때문에 도현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중현이 상태는 어때?”“이제 기본 인상을 심는 단계입니다.” 도현이 차분하게 대답했다.“나랑 네 엄마가 자기를 많이 사랑하는 부모라는 걸 꼭 알게 해. 우리 말도 잘 듣게 하고.”하준호는 그 부분을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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