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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Author: 루에나
이미 팽팽하던 분위기는 강정숙의 말로 더 차갑게 식었다.

여윤재는 옆에 앉은 강정숙을 바라봤다. 마음속에는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혔다.

“오늘 제가 온 이유는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의 불행했던 일을 두 분과 다시 이야기하려고 온 건 아닙니다.”

신명호는 대화가 길어질수록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걸 알고 화제를 돌렸다.

“정 궁금하시면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신씨 집안으로 오십시오. 그때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정숙도 여윤재도 대답하지 않았다.

신명호는 흐트러지지 않은 표정으로 자기 이미지를 지켰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제 아내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 없습니다. 신동 어머니의 죽음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강정숙은 그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강정숙이 믿느냐 마느냐는 신명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 세월 동안 그런 소문을 입에 올린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결국 달라진 게 아무도 없었다.

강정숙과 여윤재처럼 눈앞에서 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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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14화

    양쪽 사이에 어색한 대치가 이어졌다.“얘기할 거면 밖에서 하자. 다 끝나면 넌...” 신동이 대답하지 않자 신명호가 말을 이어 가려 했다.“저 18살 때랑은 다릅니다. 그때처럼 순진하지도 않고요.” 신동은 신명호를 똑바로 바라봤다. 느슨한 태도는 그대로였지만 눈빛은 차분했다. “정말 제 어머니 때문에 저를 찾아오신 거라면 제가 여기 흙이라도 퍼서 먹겠습니다.”신명호가 하려던 말이 그대로 끊겼다.신동은 서두르지 않고 계속 말했다. “어떤 분인지 지난 세월 동안 충분히 겪어 봤습니다. 굳이 제 앞에서 마음에도 없는 말씀 하실 필요 없습니다. 듣는 저도 불쾌하고, 말하는 회장님도 우스워지니까요.”“지금 그 말 다시 해 봐.” 신명호는 예전에는 자기 뜻대로 움직이던 아들이 이렇게 날이 선 태도로 맞서는 걸 견디기 어려웠다.“듣기 좋으셨습니까?” 신동은 더 이상 과거의 신동이 아니었다. 신명호의 분노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음에 마음에 드는 말 나오면 바로 녹음해 두세요. 집에 가서 원하실 때마다 들으시면 되잖습니까.”신명호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세월이 흐르는 동안 신동이 이렇게 변했을 줄은 몰랐다.“다른 용건 없으시면 저희 저녁 식사 방해하지 마십시오.” 신동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식탁에 앉을 사람 수에 맞춰 준비해 놔서 회장님 몫까지 내드릴 건 없습니다.”신명호의 표정이 확 굳었다. “정말 아버지한테 이런 식으로 말할 셈이냐?”신동은 대답하지 않았다. 저런 사람을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좋은 감정이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내가 말하려는 일이 네 어머니 본인에 관한 건 아닌 게 맞다.” 현장에 강솔 일행만 남아 있자 신명호도 더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네 어머니와 연결된 일이긴 하다. 듣기 싫다면 나도 더 권하지 않겠다.”신명호는 말을 끝내고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몇 걸음 가다가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밖에서 10분 기다리겠다. 10분 안에 안 나오면 나중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13화

    이미 팽팽하던 분위기는 강정숙의 말로 더 차갑게 식었다.여윤재는 옆에 앉은 강정숙을 바라봤다. 마음속에는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혔다.“오늘 제가 온 이유는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의 불행했던 일을 두 분과 다시 이야기하려고 온 건 아닙니다.” 신명호는 대화가 길어질수록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걸 알고 화제를 돌렸다. “정 궁금하시면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신씨 집안으로 오십시오. 그때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강정숙도 여윤재도 대답하지 않았다.신명호는 흐트러지지 않은 표정으로 자기 이미지를 지켰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제 아내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 없습니다. 신동 어머니의 죽음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강정숙은 그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하지만 강정숙이 믿느냐 마느냐는 신명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지난 세월 동안 그런 소문을 입에 올린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결국 달라진 게 아무도 없었다.강정숙과 여윤재처럼 눈앞에서 대놓고 묻는 사람은 드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신명호와 마주치면 회사 이야기나 업계 정책만 꺼냈다.이 세계에서 개인사는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그 뒤 10여 분 동안 누구도 먼저 말을 하지 않았다. 강정숙은 지안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갔고, 여윤재는 진환식과 정원을 걷겠다며 자리를 떴다.신명호는 자신이 데려온 경호원과 집사만 곁에 둔 채 거실에 남았다. 어색함만 공기 중에 떠돌았다.조용히 시간이 흘렀다.신명호는 점점 자리에 앉아 있기 힘들어졌다.결국 핸드폰을 꺼내 신동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다.뚜르르-전화 연결음이 울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현관 쪽에서도 핸드폰 벨 소리가 들렸다.곧 신동과 홍일이 강솔을 호위해 집 안으로 들어왔다.신동을 본 신명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묵직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불렀다. “신동.”‘그래도 집에는 들어오는군.’전화는 받지도 않고, 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자기를 아버지로 생각하기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12화

    신명호는 말문이 막혔다.여윤재는 신명호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겠죠.”강정숙은 말없이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진환식은 헛기침만 한번 하고 끼어들지 않았다.신명호의 표정은 서서히 차가워졌지만 말투까지 날카로워지지는 않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것과 직접 뵙는 건 확실히 다르군요. 여 회장님께서 이렇게 직설적인 분일 줄은 몰랐습니다.”“돌려 말하는 것보다 낫지 않습니까.” 여윤재는 상대의 빈정거림을 못 알아들은 척했다. “할 말을 제대로 못 하고 빙빙 돌리는 게 더 피곤합니다.”“신동이 저를 거스르는 데 제 책임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엄격하게 키워서 저를 원망하는 부분도 있겠죠.” 신명호는 현장에서 화를 터뜨리지 않을 정도의 자제력은 있었다. “그래도 서로 아는 사이니 말씀드리는데, 그 녀석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믿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강정숙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신 회장님은 저희가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세요?”신명호가 담담하게 답했다. “사람을 잘 보셨다면 두 분도 예전에 그렇게 헤어지지는 않으셨겠죠.”강정숙과 여윤재는 신명호가 그렇게 말할 줄 몰랐다. 신명호는 너무도 평온한 목소리로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두 분이 지나치게 선량한 편이긴 하십니다. 조금만 더 계산적이셨다면 여 회장님도 예전에 거짓말로 강정숙 여사님을 밀어내지 않았을 테고, 지금까지 혼자 지내면서 따님에게도 외면받는 처지는 되지 않으셨겠죠.”그 말이 나오자, 거실 분위기가 단숨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강정숙을 비롯한 사람들의 시선이 신명호에게 모였다.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압박감은 분명했다.신명호는 겉으로는 태연했으나 속으로는 조금 당황했다. 고작 몇 마디 주고받았다고 마음속 생각이 그대로 튀어나올 줄은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여윤재 역시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저희 일을 꽤 자세히 아시는군요.”“두 분은 당시 재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11화

    강솔이 물었다. “신동 씨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안 갑니다.” 신동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집안에 큰일이 생긴 게 아니라면 그 사람이 저를 찾아올 이유도, 돌아오라고 할 이유도 없습니다.”부대에 있던 동안 신동은 자기 능력으로 충분히 진급할 수 있었다.하지만 친부가 개입해서 여러 번 길을 막았다. 결국 진급을 포기하고 대장 한비 쪽으로 옮겨 함께 일하게 됐다.한비는 가끔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 정도로 제멋대로였지만, 자기 사람을 지키는 데는 누구보다 확실했다.누구도 한비의 부하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신동의 가족조차 예외가 아니었다.“신동 씨가 어떤 선택을 해도 난 지원해 줄 수 있어.” 강솔은 더 캐묻지 않았다. 신동은 성인이었고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지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었다. “내가 맞춰 줘야 할 일이 있으면 말해.”신동이 답했다. “알겠습니다.”신동은 친부의 성격을 떠올리고 미리 강솔에게 말했다. “집에 도착해서 대화가 잘 안 풀리면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강솔은 차분하게 말했다. “아마 그럴 일 없을 거야.”신동이 의아하게 물었다. “왜요?”강솔은 집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신동 씨가 H시 출신이라는 건 사실이지?”신동과 홍일의 신상 정보에는 사실과 가짜가 섞여 있었다.그래서 강솔도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신동은 운전대를 안정적으로 잡은 채 답했다. “그건 진짜입니다.”“그럼 신동 씨의 말대로라면 아버지도 H시에서 이름 좀 알려진 사람이잖아.” 강솔이 정리했다. “그 정도면 우리 엄마나 외할아버지, 여윤재 회장님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커.”신동은 잠깐 생각해 봤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둘만 있으면 화를 낼 수도 있겠지.” 강솔은 사람의 성향을 분석해 말했다. “근데 우리가 다 있는 앞에서는 함부로 못 할 거야.”신동도 납득했다. “그러네요.”...실제로 상황은 강솔이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신동의 아버지이자 신씨 집안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10화

    “말로만 고맙다고 하면 성의가 없지.” 홍일은 역시 홍일이었다. 돈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이번 달 네 월급 절반만 나한테 주면 돼.”신동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래.”홍일의 눈이 눈에 띄게 반짝였다. “진짜 주는 거야?”신동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홍일은 곧바로 몸을 돌려 강솔에게 말했다. “아가씨, 신동이 직접 말했습니다. 월급 주실 때 절반은 제 계좌로 보내 주십시오.”“너희끼리 알아서 송금해.” 강솔이 태연하게 잘라 말했다. “나 끌어들이지 마.”홍일은 바로 수첩과 펜을 꺼내 몇 줄을 빠르게 적었다. 마지막에 자기 이름까지 서명한 뒤 신동에게 내밀었다. “말 바꾸지 못하게 서면으로 남기고. 집에 가서 딴소리하면 안 돼.”신동은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웠다. 초록불로 바뀌기까지 아직 백 초 넘게 남아 있는 걸 확인한 뒤 홍일이 쓴 종이를 받아 읽었다.내용은 쓸데없이 빈틈이 없었다.다만... 신동은 종이를 뜯어 구겨 차 안 쓰레기통에 던졌다. 평소처럼 홍일을 놀리며 말했다. “고작 그 몇 줄 썼다고 내 월급 절반을 가져가려고? 꿈 깨.”홍일의 표정에 화가 묻어났다.신동이 운전 중이지만 않았으면 주먹부터 날렸을지도 몰랐다.“너 돈에 너무 진심이다.” 신동은 대놓고 홍일을 놀린 뒤 강솔에게도 말했다. “아가씨, 집사 일은 홍일한테 맡기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돈 좀 쥐여 주면 적한테 넘어갈지도 모릅니다.”홍일이 정색했다. “제가 돈을 좋아한다고는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제 인격을 의심하시면 안 됩니다.”신동은 대꾸하지 않았다.신호가 바뀌었다.신동이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차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신동은 자기 이야기도 꺼냈다. “아가씨, 제 친부가 아가씨 댁에 와 있습니다. 만나면 아마 말다툼이 좀 생길 겁니다.”강솔이 바로 물었다. “도와줄까?”신동이 룸미러로 강솔을 봤다. “무슨 일 때문에 싸울지는 안 물으십니까?”강솔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동 씨가 지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9화

    메시지를 확인한 신동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핸드폰을 쥔 손에도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처음으로 답장을 쓰려고 입력창을 열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지만 몇 글자 쓰다 보니 문자로 주고받는 건 너무 답답했다. 번호를 띄우고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려 했다.손끝이 닿기 전,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신동이 옆을 보니 조수석 창밖에 홍일이 서 있었다.신동이 문을 열어 주자 홍일과 강솔이 차에 올라탔다. 뒷좌석에 앉은 강솔은 하루 종일 일해 지쳐 보였지만 표정은 평소처럼 차분했다. 그런 강솔을 보자 신동은 처음으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조수석의 홍일이 물었다. “왜 출발 안 합니까?”신동은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잠시 고민하다가 몸을 돌려 강솔을 바라봤다. “아가씨, 말씀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나도 알아.” 강솔은 신동이 곤란해한다는 걸 알아챘다.신동이 잠깐 멈췄다.강솔은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가자. 집에 가서 밥 먹어.”신동은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차를 출발시켰다.가는 내내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오갔다.신동은 원래 감정에 오래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혼자 겪는 일이었다면 금방 마음을 정리하고 대응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 사람들이 강솔의 집까지 찾아왔다.자기 일 때문에 강솔의 가족을 귀찮게 만들었다.경호원이라면 응당 강솔에게 생기는 골칫거리를 해결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신이 문제를 가져온 셈이었다.“오늘은 둘이 번갈아 기분이 안 좋네?” 강솔이 드물게 먼저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아침에는 홍일, 오후에는 신동?”홍일이 답했다. “저는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 겁니다.”강솔이 물었다. “신동은?”신동은 좀처럼 대답하지 않았다.강솔이 일부러 긴장을 풀어주려고 농담을 던지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아가씨가 물으십니다.” 홍일이 직설적으로 끼어들었다. “점심을 너무 짜게 먹어서 말문이 막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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