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소우연은 한참 동안 용강한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역시나 벅차오르는 감동이었다.“어찌 그리 나를 보느냐?”용강한이 묻자 소우연이 대답했다. “오라버니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요.”“허?”용강한은 자신이 대체 어디가 그리 좋은지 모르겠다는 듯 짐짓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가 그리 좋다는 것이냐?”“어디랄 것도 없이 전부 다요. 저에게도 잘해주시고, 제 아이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잖아요.”심지어 그는 이육진에게조차 무척 호의적이었다. 용강한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연아, 내게 감동하였느냐?”소우연이 웃으며 확답을 피하자, 용강한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영이와 천이, 그리고 진이까지 모두 네 아이들 아니냐. 내 눈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 자식들이나 다름없었다.”소우연은 짐짓 입술을 내밀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오라버니에게 아이를 더 낳아주지 못한 게 참 아쉽네요.”용강한의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그럼 지금이라도 하나 더 낳아보는 건 어떻겠느냐?”“……”소우연은 할 말을 잃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지금 아이를 낳으란 말인가. 자칫하면 '늙은 조개가 진주를 품었다'는 비웃음이나 사기 딱 좋은 일이었다.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던 용강한은 이내 픽 웃음을 터뜨리며 다정하게 그녀의 뺨을 꼬집었다. “농담이다.”“아주 안 될 것도 없죠.”소우연이 불쑥 대답했다. 용강한을 위해 아이를 낳는 것이 결코 못 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이 문제는 오라버니가 폐하와 먼저 상의하셔야 해요.”“……”이번엔 용강한의 말문이 막혔다.“어때요?”소우연이 고개를 까딱이며 묻자, 용강한은 허탈한 듯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좋아요. 제 몸이 아직 튼튼해서 낳을 수 있을 때 서두르셔야 해요.”“그래, 그러마.”용강한은 그녀의 말을 하나하나 받아주었다. 하지만 그가
주익선은 수건을 받아 들고는, 고생하는 이진을 진심으로 아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항은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만약 주익선이 이토록 여인에게 빠져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면, 도리어 의심을 품었을 터였다.만찬이 끝난 후.이육진은 일부러 소항을 붙잡고 담소를 더 나누었고, 용강한은 먼저 작별을 고하며 자리를 떴다. 소우연과 이진, 주익선 역시 적당한 핑계를 대고 그 뒤를 따랐다.사람들이 방을 나가자, 소 대장은 말없이 그들의 뒤를 밟았다. 그는 소우연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거리를 두고 추격하기 시작했다.비교적 번화하고 진창인 거리를 가로지른 뒤, 소 대장은 소우연이 만두 가게 옆 작은 길로 접어드는 것을 포착했다. 그 가게 뒤편으로는 울창한 숲이 이어져 있었다.소 대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부인은 제 남편을 찾아가는 것이 분명하군!'소 대인의 추측은 역시나 정확했다. 여인 하나가 저 강인한 두 남자를 묶어두고 있으니,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두 사람 모두 소 대인의 수하로 부릴 수 있을 터였다.소 대장은 계속해서 거리를 좁혔다. 마침내 소우연과 용강한이 서로를 껴안는 장면을 목격한 그는, 한동안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그제야 자리를 떴다.영남 일대의 겨울은 세밑이 다가왔음에도 숲속에 여전히 푸른 기운이 가득했다. 소우연은 용강한의 품에 안긴 채 나직이 물었다.“아직 안 갔나요?”용강한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소우연이 먼저 안겨 오는데, 그가 어찌 쉽게 놓아주고 싶겠는가.“아직이다.”잠시 말을 멈춘 그가 짐짓 진지하게 물었다. “우리가 너무 밋밋한 것 같구나? 그러다간 절절한 소꿉친구 사이를 의심받을지도 모르겠구나.”“이보다 더 어떻게 격렬해야 하는데요?”벌써 한참이나 안고 있는데 말이다.용강한은 그녀를 살짝 밀어내더니 소우연의 붉은 입술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빛엔 진심 어린 탐구심이 서려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이니, 응당
소 대장이 호쾌하게 웃으며 주익선을 향해 포권을 해 보였다. “오늘 대인들께서 이리 즐거워하시니, 우리도 사력을 다해 비무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소항도 거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좋겠구나. 실력을 숨기지 말고 붙어보거라.”주익선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었으나 속으로는 냉소했다. 비무는 무슨.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일행의 무공 수로를 파악해 자신들이 정말 쓸 만한 인재인지 시험해 보려는 의도가 명백했다.주익선은 포권을 하며 소 대장을 향해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저도 전력을 다할 터이니, 소 대장께서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주익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내의 공기가 순식간에 팽팽하게 얼어붙었다. 소 대장의 눈에 날카로운 광채가 스쳤다. 그는 긴 말 대신 주먹을 맞대어 보이며 낮게 읊조렸다. “시원시원해서 좋군요. 자, 들어 오십시오!”두 사람은 동시에 세 걸음씩 뒤로 물러나 각자의 기세를 잡았다. 소 대장은 허리를 낮추고 기마자세를 취하며 양주먹을 앞뒤로 두었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용이한 자태에서 형체 없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익선은 서두르지 않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소 대장과 똑같은 동작을 취하며 산처럼 요지부동의 자세를 유지했다.그 모습에 소 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기합을 내질렀다. “받으시지요!”발밑의 목판 바닥이 굉음을 낼 정도로 강하게 땅을 박찬 소 대장이 굶주린 호랑이처럼 달려들었다. 그의 주먹이 주익선의 안면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들었다. 주익선의 눈동자는 맑고 고요했다. 주먹이 코끝 한 치 앞까지 다가왔을 때야 그는 전광석화처럼 몸을 비틀어 피함과 동시에 소 대장의 발등을 강하게 짓밟았다.“윽!”소 대장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허공을 가른 자신의 주먹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이 사내가 어떻게 피했는지, 또 어느 틈에 자신의 발을 밟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수로를 파악하려 했건만, 주익선의 무공은 스승이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
“허허, 저희 대인께서 직접 나서셨으니 소 장군께서도 응낙할 수밖에요. 보름 뒤에 정말 사람을 돌려보내는지 지켜보시지요.”“알겠네, 알겠어.”용강한은 소 대장이 건네준 옷을 받아 들었다. “고맙네.”소 대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새 옷에 익숙해지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 죄수복은 이제 던져버리시지요. 이곳에 죄수란 없습니다. 여기서 죄를 짓지 않는 한 말입니다.”“그렇군. 일러주어 고맙네.”소 대장은 만족스러운 듯 자리를 떴다. 용강한은 손에 든 옷을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아까 하인이 미리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더라니. 그는 상운 무늬가 새겨진 백의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백의와는 참으로 인연이 깊었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소 대장은 먼저 용강한을 청한 뒤, 이어 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주익선과 이진 등을 객방으로 안내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진우정 일행은 아갑과 아을이 호위병들과 함께 대당에서 대접하도록 조치했다.“소 대인을 뵙습니다.”소우연, 이육진, 용강한, 주익선, 이진 일행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소항을 향해 포권을 하며 예를 갖췄다.“모두 예우를 갖추실 것 없습니다. 어서 자리에 앉으시지요.”“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대인.”소항은 자신을 깍듯이 대하는 이들의 태도를 보며 속으로 무척 흡족해했다. 이들이 본래 풍기던 범상치 않은 기세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모두가 자리에 앉자 이육진과 용강한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용강한은 짐짓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이육진은 대놓고 그를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과연, 시운이 따르나봅니다. 이 대인은 이곳 영남에 와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시니 말입니다.”용강한이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과찬이십니다. 덕분에 운 좋게 여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지 않소이까.”말을 마친 용강한이 소항을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물론, 소 대인 같은 영웅을 만난 것이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입니다.”“이리 된 거,
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문득 이육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한 기색이었다.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이육진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소우연의 몸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움직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돌이켜보니 영이와 천이가 너무 방심했었구나.”“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소우연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진청산이 도와주었던 그 학생들 말이죠?”이육진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럴 것이다.”소우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때가 마침 개혁기라 파격적으로 인재를 등용했을 때였잖아요.”“그렇지.”말을 이으며 이육진은 당시 과거 급제자인 장혁, 이자경, 우문월 세 사람을 떠올렸다. 이자경은 이미 호부의 요직에 앉아 있고, 장혁과 우문월은 각 주부의 태수가 되어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영이와 천이에게 어서 소식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요?”“서두를 것 없다.”서두를 게 없다니. 소우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 진청산은 이미 죽었지만, 그가 남긴 화근은 독버섯처럼 이 강산 곳곳에 퍼져 있지 않은가.소우연이 손을 뻗어 이육진의 어깨를 밀치며 다그쳤다. “어떻게 안 서둘러요? 수년이 흐르도록 천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저들이 깊이 숨어 있는데!”“우리가 직접 이곳 영남에 들어왔으니, 해결할 방법은 다 있기 마련이니라.”소우연은 여전히 미간을 펴지 못했다. “소항이 거느린 병력만 만 명이라면서요. 이 지역 백성은 적어도 십수 만은 될 텐데…”이육진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럼 오라버니를 찾아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혹시…”“아직은 아니다. 이제 막 소항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지 않느냐. 지금 내 대외적인 모습은 용강한, 이휘와는 철천지원수다. 저자가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쉬운 법이지.”“저자가 원하는 건 당신들
이육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맞장구를 쳤다.“그래. 수미 네 말이 참으로 옳다.”소우연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이 상황에서도 아주 연기에 푹 빠지셨네요?”“지금의 신분에 익숙해져야지. 자칫 방심해서 말을 잘못 뱉었다가는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서방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고분고분하게 대답하는 소우연의 모습이 가상했다. 비록 변장 중이었으나 영롱하게 빛나는 그 눈동자만큼은 이육진의 마음속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그 눈을 보고 있으면 변장 뒤에 가려진 그녀의 본래 얼굴이 선하게 그려졌다.하지만 보름이라는 기한이 떠오르자 이육진은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는 매일, 매달, 매년 소우연과 단둘이 붙어 있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까.“무슨 일이세요?”소우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육진이 씁쓸하게 입을 뗐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구나. 소 대인이 이 대인의 편을 들어주겠다며, 너를 다시 데려가겠다 하더구나.”“그걸 허락하셨어요?”“저 아래에 백 명이 넘는 호위병을 깔아두고 압박을 주는데, 내가 어찌 거절하겠느냐?”사실은 계획된 수순이었으나, 이육진은 짐짓 부루퉁하게 말했다.소우연은 입술을 삐죽이며 되물었다.“겨우 그 정도 인원이 무서워서요?”“무서울 리가 있겠느냐.”“그렇죠?”이육진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자가 중재자 노릇을 하겠다며, 이곳 영남의 풍습을 따라 널 공유하자고 제안하더군.”소우연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으시군요.”“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네 매 순간순간을 나 혼자서만 독차지하고 싶은 맘 뿐이지.”소우연은 이육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녀 역시 변장한 가짜 피부 너머로 그의 본모습을 투영하고 있었다. “전 서방님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걸요.”“그자에게도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했던 것 아니냐?”“절대 아니거든요!”“정말 그런 것 같은데.”소우연은 억울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한편, 소우연은 태자빈의 자리로 돌아갔다.그녀도 이육진을 배웅할 때, 알게 모르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백의 소녀를 보았다.가녀린 몸매로 보아 아령이 분명했다.그런데 모자가 떨어지고 드러난 완벽한 얼굴은 그녀가 아는 아령의 얼굴이 아니었다.정연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녀 역시 백의 소녀를 아령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러난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마마….”정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우연과 시선을 교환했다. 체형으로 보아 아무리 봐도 그녀는 아령이었다.백의 소녀는 모자를 집어 들어 다시 머리에
경문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정연을 바라보았다.“왜 그런 걸 묻는 거죠?”정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공자님,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태자비 마마께서 말씀하시길, 방법만 있다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용 대인의 병을 고치겠다고 하셨습니다.”“태자비 마마께서 시켜서 절 여기로 데리고 온 것입니까?”“네.”정연은 숨기지 않았다.“태자비 마마께서는 정말로 용 대인께 마음을 쓰고 계십니다. 태자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 용 대인은 소중한 친구이자 지기 같은 분이니까요.”경문은 살짝 웃었다.태자비 마마는 결국
반 시진이 지나고, 어느덧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붉게 타오른 노을이 하늘 끝에 걸려 있었고, 맑고 푸른 하늘은 마치 물로 씻어낸 듯 투명했다.그 풍경은 마치 소우연의 마음과도 같았다.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 가볍고 평온했다.소우희는 죽었다.이 세계의 여주인공은 사라졌고, 남주는 더 이상 남자 구실을 할 수 없었다.모든 이야기는 이제 완전히 새로 쓰일 터였다.진원 장군부.소현우는 돌아오자마자 술을 들이켰고, 그날 밤을 고스란히 의식을 잃은 채로 보냈다.그리고 다음 날, 해가 지기 직전에서야 겨우 눈을 떴다.헝클어진
“네, 네...?”평서왕비는 크게 놀랐지만, 이내 모든 것을 꿰뚫어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황실에 태어나고, 또 평서왕 같은 권세욕에 사로잡힌 아버지를 두었으니 이민수가 권력을 탐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래서였다. 평서왕비는 그저 한쪽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평서왕은 그녀가 이민수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소우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때 평서왕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우연 쪽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왕비마마...!”소우연은 깜짝 놀라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평서왕비는 몸을 일으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