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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Penulis: 주 한잔

제1화

Penulis: 주 한잔
“안 돼!”

극심한 통증에 소우연은 큰소리로 외치며 눈을 번쩍 떴다.

소우연 앞에 펼쳐진 건 화려하게 꾸며진 방이었으며 향초가 불에 타고 있는 소리가 들렸고 은은한 향도 퍼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온몸을 괴롭히던 통증도 전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소우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방을 쓱 훑어보았고 단번에 이 방이 신혼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고개를 숙여보니 자신은 혼례복을 입고 있었다.

이 혼례복은 소우연이 쌍둥이 여동생 소우희를 위해 3년에 거쳐 직접 만든 혼례복이었는데 결국 소우연이 이 혼례복을 입고 시집가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소우연의 결혼 상대는 악명이 자자한 회남왕 이육진이다.

상운국에서 명망 높은 전쟁의 신이었던 이육진은 3년 전 전쟁에서 부하에게 배신을 당해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다. 결국 목숨 걸고 싸워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났지만 그 과정에서 온몸의 신경들이 전부 잘려 폐인이 되고 말았다.

그 뒤로 이육진은 성격이 난폭해지기 시작했으며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노비와 시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해하기도 했다.

황제가 이육진에게 혼인을 몇 차례나 하사했지만 신부들은 혼사를 치른 이튿날 바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회남왕 관저 밖에 버려졌다.

그러다가 한 달 전, 이육진의 모친 덕빈은 황제 앞에서 난동을 부리며 다시 한번 혼인을 하사해달라고 했고 그 상대가 바로 진원 장군 가문의 둘째 딸 소우희였다.

어렸을 때부터 소우희를 애지중지 키운 소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사랑하는 딸을 이육진에게 보낼 수 없었기에 결국 소우연이 쌍둥이 여동생 대신 이육진과 혼인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소우연은 오래 전부터 연모하는 사내가 있었으며 어렸을 때부터 함께 큰 두 사람은 혼인을 약속한 사이이기도 했다.

때문에 소우연은 이육진에게 시집을 가기 싫었고 더군다나 회남왕에 관한 소문이 너무 흉흉한 탓에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혼사가 이뤄진 당일 날, 소우연은 소우희의 꼬드김에 넘어가 결국 도망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멀리 도망치기도 전에 다시 잡혀오게 되었다.

크게 노한 덕빈은 소우연의 사지를 부러트린 뒤, 그녀를 소씨 저택 대문 앞에 던져 버렸다.

소우연은 가족들이 자신을 집에 데리고 가서 상처를 치료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바람과 달리 소씨 저택의 대문은 끝까지 굳게 닫혀 있었으며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

그렇게 살을 에이는 듯한 겨울 바람에 온몸에 상처까지 심각했던 소우연은 결국 대문 밖에서 얼어 죽고 말았지만 소씨 가문에서는 그녀가 죽고 나서 시체를 거둬가지도 않았다.

소우연은 죽는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은 그저 소설 속의 하찮은 조연이고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은 소설 속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여자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때문에 소우연은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소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그녀에게 신경 쓸 리가 없었으며 그녀는 그저 소우희 대신 희생하기 위해 존재한 사람이었다.

한편,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소우연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침대에 멍하니 앉아 예전의 기억들을 되돌려보고 있었다.

소설 속 내용에 의하면 이육진은 최대 악역이다. 얼굴이 망가지고 몸 전체가 폐인이 된 탓에 이육진은 성격이 변태적이고 포악했으며 소설 속 남녀 주인공들을 괴롭히다가 결국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되어있다.

소우연은 이육진을 생각하면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명성이 자자한 전쟁의 신이 결국 그런 최후를 맞이하다니. 그의 인생도 소우연 못지 않게 불행하고 처참했다.

소우연과 소우희는 모친 뱃속에 있을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 점쟁이는 소우희가 귀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날 아이이고 이와 반대로 소우연은 태어나는 순간 소씨 가문에 불행을 불러올 거라고 했다.

점쟁이가 말한 것처럼 소우연이 태어난 뒤로 소씨 가문에는 사건 사고들이 유난히 많았기에 가문 사람들은 점쟁이 말을 굳게 믿은 채 소우연을 홀시하고 냉대했다.

소우연은 평생 소씨 가문을 위해 희생했지만 결국 대문 앞에서 처참한 죽음을 당했고 심지어 시체 일부가 들개들에게 먹혔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결국 소우연의 시체를 거둔 사람은 이육진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방 문이 열렸고 휠체어에 탄 남자가 덤덤한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혼례복을 입고 있는 이 남자의 얼굴은 절반 이상이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화상을 입지 않은 반대쪽 얼굴에는 어마 무시한 칼자국 흉터가 나 있었다.

그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공포스러웠다.

살짝 겁을 먹은 소우연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옷을 꽉 잡은 채 조심스럽게 이육진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 생에는 절대 섣불리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회남왕 관저에서 도망치는 순간, 소우연은 또다시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덕빈은 아들 이육진을 그 누구보다 걱정했기에 아들을 모욕하는 사람은 절대 가만두지 않았다.

소우연은 이제 이육진이 떠도는 소문처럼 성격이 그리 난폭하지 않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

“그만 물러가거라.”

낮게 깔린 이육진의 목소리에 뒤에 서있던 호위무사는 소우연을 경계하듯 쳐다보다가 이내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

그렇게 방 안에는 이육진과 소우연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소우연은 조금 긴장이 되긴 했지만 사실 이육진이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전생에 그녀의 시체를 거둔 것으로만 봐도 이육진은 소문처럼 그렇게 악마 같은 사람은 아닐 것이다.

“소인이 시중을 들어도…”

잔뜩 긴장한 소우연은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 모습에 이육진은 소우연의 말을 끊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내가 무서워?”

“아닙니다. 소인은… 소인은 그저 조금 긴장이 돼서…”

말까지 더듬는 소우연을 보며 이육진이 피식 웃음을 보였다.

“당연히 내가 무섭겠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안 무서운 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

소우연은 고개를 살짝 들어 이육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얼굴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심하게 망가졌지만 치료가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 소우희가 장난을 치다가 화상을 입게 되었는데 그때 당시 가족들은 세상이 무너진 듯 엉엉 울면서 발만 동동 굴렀고 소우연은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밤낮없이 치료제를 연구했었다.

그 결과, 흉터 치료에 효과가 매우 훌륭한 약을 조제해냈고 덕분에 소우희는 몸에 난 화상 흉터가 깔끔하게 없어졌다.

이육진의 흉터가 소우희보다 훨씬 심각하지만 그래도 흉터가 꽤 많이 치료될 수는 있을 것이다.

소우연이 침대에서 내려와 이육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손이 휠체어에 닿기도 전에 이육진이 소우연의 손을 툭 밀쳐냈고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얼른 해명했다.

“소인에게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 이제 밤도 깊었는데 왕야께서도 이만 쉬셔야 할 것 같아서 도와드리려고 한 것뿐입니다.”

이육진은 말없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소우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그 눈빛에 소우연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서 이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소씨 가문에서 큰 결심을 했네.”

코웃음을 치던 이육진은 직접 휠체어를 끌고 침대 곁으로 가더니 두 손으로 휠체어 손잡이를 툭 쳤다.

다음 순간, 허공 위로 날아오른 이육진은 손바닥을 빠르게 앞으로 뻗었고 그대로 침대 위에 완벽하게 착지했다.

소우연은 그런 이육진을 보며 너무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이육진은 완전히 폐인이 된 게 아니었어! 두 다리는 더 이상 쓰지 못하지만 무술 실력은 여전히 대단해! 그럼 지금까지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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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en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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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영
오. 흥미진진하게 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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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계속해서읽고싶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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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재미있어요다음엔어떤상황이벌어질까요? 궁금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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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597화

    “그토록 죽는 게 두려운 것이냐?”소 대장은 멈칫했다. 그,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충신이 아니던가! 어찌 목숨을 부지하겠다고 애걸복걸하겠는가. 그저 눈앞의 자를 방심하게 만든 뒤, 기회를 틈타 도망쳐 소항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던 것뿐이었다.사실 이 밀서는 굳이 전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어차피 내일이면 소항이 직접 운하 군영으로 올 테니까 말이다.“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지요.”아갑이 이 상황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소항에게 알리러 갔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은 눈앞의 소성진을 구슬려 일단 목숨만 부지하면 그만이었다.이육진은 소 대장이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피식 웃었다.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주익선이 아갑과 아을 두 사람을 소 대장의 방 안으로 짐짝처럼 내던졌다.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아갑과 아을은 사시나무처럼 떨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소, 소 대장님! 저, 저희로서는 도저히 저자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소 대장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설마… 이들까지 이미 소성진의 손에 넘어갔단 말인가?이육진이 싸늘하게 물었다.“양 장군이 네게 일러준 말을 그새 귓등으로 흘려들었느냐?”“뭐, 뭐라고요? 양 장군까지 대인의 사람이란 말씀입니까?”“아니. 아직 완전히 내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만,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되겠지.”“참으로 간도 크시군요! 대왕께서 이 사실을 아시기라도 한다면…!”“안다고 한들 어찌하겠느냐? 소룡진의 조 장군이며 위 장군, 동 장군까지 이미 모조리 내 밑으로 들어왔거늘.”소 대장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눈앞의 소성진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아니… 대, 대체 무슨 수로…! 거짓말로 겁을 주려는 속셈이겠지요! 참으로 터무니없는 허풍이로군요!”이육진은 서늘한 냉소를 흘렸다. 매처럼 매서운 눈동자가 소 대장을 꿰뚫어 볼 듯 쏘아보았다.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살기는 소 대장이 평생 겪어본 적 없는 엄청난 위압감으로 다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596화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지요. 내일도 훈련이 있으니,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좋겠습니다.”양세봉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 대장을 바라보았다.소 대장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그래도 제게는 좀 더 분명하게 말씀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어떤 일은 아무리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법이지요. 결국 소 대장님께서는…”“저는 대왕의 최측근입니다.”양세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소 대장님, 밤이 깊었으니 이만 들어가 쉬십시오.”더 이상 머물 자리가 없어진 소 대장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양세봉의 처소를 걸어나오는 순간, 불어오는 밤바람에 그의 머릿속이 핑 돌 정도로 어지러워졌다.문득 경장명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이유 없이 머릿속을 스쳤고, 그 말들은 거짓말처럼 양세봉이 했던 말과 겹쳐졌다.소 대장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어째서인지 저들이 하는 말이 자꾸만 내게 무언가를 경고하는 것처럼 들리는군.”중얼거리며 자신의 처소로 향하는 길, 마주치는 순찰 병사들이 그에게 극진히 예를 갖추었다.“소 대장님.”누군가 소 대장을 불러세웠다.소 대장이 고개를 돌리자 병사가 말했다. “저 앞은 선약방입니다. 어쩐지 술에 많이 취하신 듯한데, 혹시 길을 잘못 드신 것 아닙니까?”소 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기가 길을 좀 잘못 들었다고 이 하급 병사가 이토록 유독 신경을 써서 말린단 말인가?병사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양 장군께서 선약방 쪽으로는 순찰을 돌지 말라고 엄히 명하셨기 때문이다.“소 대장님, 저희가 부축해 드릴까요?”소 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다. 너희는 계속 순찰이나 돌거라.”“예!”대답을 마친 병사는 다른 병사들과 함께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그 자리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소 대장은 비틀거리며 선약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약방 근처에 다다랐을 때, 화랑과 령이 부부가 본채로 따뜻한 물을 들고 들어가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595화

    “이 모든 건 대왕께서 받으신 밀서들에서 본 것입니다. 그자들은 모두 대왕께서 영남 밖으로 진군하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대왕께서 영남을 벗어나 진군하신다면, 과연 성공하실 수 있겠습니까?”양세봉이 물었다.“지금 대왕의 마음속엔 오직 왕 부인뿐이시지요.”“성공하실 수 없을 겁니다.”양세봉이 단호히 말했다. “신하의 아내까지 탐하고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조차 모르는 자라면, 그저 힘만 가진 지주이자 노비주에 불과합니다. 그런 자가 세가와 외부 세력의 힘까지 등에 업는다면, 결국 고통받는 것은 백성들일 뿐입니다. 제후들이 영토와 재물을 차지하려 서로 칼을 겨누는 동안, 백성들이 잃는 것이 무엇입니까? 피붙이를 잃고, 한 집안을 떠받치던 가장을 잃는 것 아니겠습니까.”소 대장이 입술을 삐죽이며 양세봉을 바라보았다. “양 장군, 그 말씀이 대체 무슨 뜻입니까?”“상운국의 백성들은 여인을 때릴 수 없다는 고통 하나를 제외하면… 아, 아니지요. 이건 고통이라 부를 수도 없을 겁니다. 진정한 군자, 진정으로 연이 닿은 사람들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면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의지할 뿐일 테니까요. 그러니 고통받는 자들은 뼛속 깊이 자신만의 노비를 소유하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위로 올라갈 능력은 없는 사내들뿐입니다. 그뿐이지요.”양세봉이 소 대장을 응시하며 물었다. “소 대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소 대장은 자신의 아내와 딸들을 떠올렸다…양세봉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저는 큰딸을 누구보다 아낍니다. 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저와 아내는 정성을 다해 키웠지요. 그런데 제 딸이 자라 그런 못된 사내에게 시집을 가고 나니, 제가 아무리 이 나라의 장군이라 해도 그놈은 뒤에서 몰래 제 딸을 괴롭히더군요.”소 대장은 위로를 건네려 했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둘째 딸 역시 무척 아낍니다. 그 아이도 곧 혼처를 정해야 하는데, 제 지금 신분이 일부 사람들을 위압할 순 있겠지만… 사내들의 그 못된 본성을 우리가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 저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594화

    양세봉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대장님 생각에는, 대왕께서 상운국을 공격하실 것 같습니까?”“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하지만 우리 영남의 세력으로, 막강한 재력과 병력을 지닌 상운국을 정말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당연히 역부족일 것입니다. 허나 영남의 우세를 틈타 천하의 뜻있는 자들을 불러 모아 여황제의 정책을 뒤엎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어쨌든 대장부가 어찌 여인네의 발밑에 짓밟히며 살 수 있단 말입니까?”양세봉은 입술을 삐죽일 뿐,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소 대장이 말을 이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 상운국이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바람에 지금 여인들이 사내들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기고만장하게 굴고 있다는 걸 아십니까? 예전엔 대장부가 말할 때 여인네가 감히 끼어들 틈이나 있었습니까? 지금 상운국은 가폭법이란 것까지 제정해서, 사내가 제 부인을 때리기라도 하면 가볍게는 관아의 경고를 받고, 무겁게는 벌금을 물거나 옥살이까지 해야 한단 말입니다. 이런 형벌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내들이 속으로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겉으로는 말 한마디 못하고 사는지 아십니까!”양세봉이 미간을 찌푸렸다. “상운국에서는 여인을 때리는 것이 국법에 어긋난단 말씀이십니까?”“그렇습니다!”소 대장이 무릎을 치며 반색했다.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여인네란 본디 사흘만 매를 들지 않아도 기어오르기 마련인데, 상운국의 사내들은 이미 가장으로서의 위풍을 잃어버린 지 오래란 말씀입니다.”소 대장이 술트림을 한 번 하더니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여인에게 체면을 세워줄수록 여인들은 콧대를 높이기 마련이지요. 제 말이 다 맞는 건 아니고 훌륭한 여인들도 많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머리에 든 것 없는 여인들이 오래도록 가장 노릇을 하다 결국 가문을 망쳐먹고 말 것입니다.”양세봉은 속으로 자신의 부인을 떠올려 보았다. 그의 부인은 온화하고 사리가 밝았으며, 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593화

    “이것만 봐도 대왕의 마음속에서는 그 왕수미라는 여인이 왕권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양세봉은 멋쩍게 웃을 뿐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 그저 사람을 시켜 안주 두어 접시를 내오게 한 뒤 소 대장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술자리가 길어지자, 소 대장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양 장군, 우리 대왕께서… 대왕께서 변하셨습니다다.”“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소 대장이 술잔을 치켜들자, 양세봉은 얼른 그의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소 대장님,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입니까. 여기서 하신 말씀은 제 입 밖으로 단 한 글자도 새어 나가지 않을 테니 편히 말씀해 보십시오.”“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소 대장이 양세봉의 어깨에 덥석 손을 얹었다. “영남이 갈수록 살기 좋아지고 있고, 대왕께서도 영남왕의 자리를 굳건히 다지셨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 동안 여색을 철저히 멀리하시던 대왕께서, 돌연 그 왕 부인에게 홀딱 빠지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양세봉이 난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내가 여색을 밝히고 여인을 마음에 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지요. 허나 이 천하에 아직 출가하지 않은 여인이 그리도 많고, 정 안 되면 과부라도 좋을 텐데, 왕 부인에게는 멀쩡히 지아비가 있지 않습니까.”소 대장이 무릎을 쳤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대왕께선 참…' 양세봉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이 소항이라는 자, 행실도 너무 형편없지 않은가.소 대장이 말을 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대왕께서 정녕 그 왕수미를 마음에 품으셨다면 이휘에게 당당히 요구하거나, 정 안 되면 힘으로 빼앗기라도 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매일같이 이렇게 찾아가 진을 치고 있는 것보다는 낫단 말입니다.”양세봉이 입술을 삐죽이며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맞아요.”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이 스쳤다. '맞긴 뭐가 맞아, 엄연히 지아비가 있는 몸이거늘. 그 주인에 그 수하라더니, 소 대장의 생각도 어지간히 극단적이군.'소 대장은 울지도 웃지도 않는 듯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592화

    “네? 영이 언니랑 초운 오라버니, 그리고 연희 언니까지 다 왔다고요?”이진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이육진이 대답했다. “네 외삼촌의 점괘는 틀린 적이 없으니,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그 녀석들도 분명 왔을 게다.”이진은 다소 흥분한 기색으로 주익선의 옷자락을 툭툭 당기더니, 이육진과 소우연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럼 언니 일행은 대체 무슨 신분으로 온 건가요?”이육진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긴 몰라도, 십중팔구 죄수 신분일 게다.”이진이 코웃음을 쳤다. “아주 볼만하네요. 온 집안 식구가 죄다 죄수 신세라니.”“나랑 폐하는 아니잖아.”주익선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우리는 죄수들을 호송하는 압송관이니깐.”“그럼 언니 일행도 압송관일지 모르잖아?”이육진이 말했다. “때맞춰 참 잘들 왔구나. 이 영남 땅이 아주 시끌벅적해지겠어.”“시끌벅적하면 좋지요. 나중에 전쟁이 터졌을 때 일손이 모자랄까 봐 걱정할 일은 없지 않습니까.”소우연이 거들었다.이진 역시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어마마마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소항 그 짐승만도 못한 놈이 진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낯빛이 굳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낯빛이 굳는 걸로 끝나겠느냐. 그놈에게는 그놈에게 어울리는 죽음이 따로 있을 게다.”이육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이진은 입을 삐죽일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야식을 든 후, 이진과 주익선 두 사람은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소우연도 볼록해진 자신의 배를 살짝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렇게 먹다간 살이 찌지 않을까요?”“그럴 리가 있겠느냐. 이곳 음식이 예전만 못해도 한참 못한데, 네가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몸이라도 상할까 봐 걱정이구나.”“고생 좀 한다 셈 치지요, 뭐.”이육진은 픽 웃고는 말했다. “그래, 연이 넌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거라.”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육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그가 화랑과 령이 부부의 처소에 채 닿기도 전에, 화랑이 먼저 문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537화

    이영도 심초운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가끔 이런 짓까지 한 우리가 너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대답했다.“너무한 건 없습니다. 연희와 경장명 그자의 혼약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연희의 참 인연이 형님이 아니라고 해도 절대 경장명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심초운의 부모님, 그리고 황태후와 태상황에 이어 주익선의 부모님까지, 그들은 전부 일부일처를 고집하여 왔으며 평생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330화

    “제가 좋아하는 꽃이네요.”그녀가 가늘고 고운 손으로 꽃을 받아들며 향기를 맡았다.경장명이 물었다. “낭자, 아까는 무슨 생각에 그렇게 빠져 있었던 겁니까? 혹시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그는 알 수 없었다. 혹시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하는 걸까. 처음에는 그녀가 잘 감추고 있는 듯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딘가 마음이 산만해 보였다.이 모든 것은 그녀가 이천이 장안거리에서 점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였다.“아닙니다.”그녀는 청년의 시선을 피하며 교외를 흐르는 강을 바라보았다. 강 양쪽으로는 잡초가 무성했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377화

    ’만약 일찍 이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궁궐에 들어가 호위무사가 되든지, 아니면 마음잡고 글공부를 하여 과거를 봤을텐데… 그랬다면 이렇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신세는 되지 않았을 텐데.’그는 가슴이 쓰렸다.이진은 주익선의 얼굴에 분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며, 고운 입술선을 그려주기 시작했다.“아씨…”하녀 염이가 복숭아꽃 가지 몇 개를 안고 들어왔다. 방 안에서는 공주가 또다시 주익선에게 화장을 시키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광경이 전혀 낯설지도 않은 모양이었다.다만 이번에는 주익선의 화장된 얼굴을 본 순간 눈이 동그래지더니 깜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179화

    이튿날, 경문과 이천은 말을 달려 운불사에 당도하였다.달리는 내내, 이천의 가슴 속엔 설명할 길 없는 불길한 예감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큰일이 아니고서야, 사부님께서 경문을 보내어 자신을 부를 리 없었다.“사부님.”이천은 용강한의 얼굴을 보자 안절부절못한 채 입을 열었다.“이영 누님은 사부님께서 누님 때문에 경성을 떠나셨다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용강한은 조용히 응하였다.“그 일은 이미 심초운에게 부탁하였다. 그 아이가 영이를 잘 달랠 것이다.”“경성을 떠나신 것이 누님 때문이 아니라면…”이천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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