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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Author: 주 한잔

제1화

Author: 주 한잔
“안 돼!”

극심한 통증에 소우연은 큰소리로 외치며 눈을 번쩍 떴다.

소우연 앞에 펼쳐진 건 화려하게 꾸며진 방이었으며 향초가 불에 타고 있는 소리가 들렸고 은은한 향도 퍼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온몸을 괴롭히던 통증도 전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소우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방을 쓱 훑어보았고 단번에 이 방이 신혼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고개를 숙여보니 자신은 혼례복을 입고 있었다.

이 혼례복은 소우연이 쌍둥이 여동생 소우희를 위해 3년에 거쳐 직접 만든 혼례복이었는데 결국 소우연이 이 혼례복을 입고 시집가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소우연의 결혼 상대는 악명이 자자한 회남왕 이육진이다.

상운국에서 명망 높은 전쟁의 신이었던 이육진은 3년 전 전쟁에서 부하에게 배신을 당해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다. 결국 목숨 걸고 싸워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났지만 그 과정에서 온몸의 신경들이 전부 잘려 폐인이 되고 말았다.

그 뒤로 이육진은 성격이 난폭해지기 시작했으며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노비와 시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해하기도 했다.

황제가 이육진에게 혼인을 몇 차례나 하사했지만 신부들은 혼사를 치른 이튿날 바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회남왕 관저 밖에 버려졌다.

그러다가 한 달 전, 이육진의 모친 덕빈은 황제 앞에서 난동을 부리며 다시 한번 혼인을 하사해달라고 했고 그 상대가 바로 진원 장군 가문의 둘째 딸 소우희였다.

어렸을 때부터 소우희를 애지중지 키운 소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사랑하는 딸을 이육진에게 보낼 수 없었기에 결국 소우연이 쌍둥이 여동생 대신 이육진과 혼인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소우연은 오래 전부터 연모하는 사내가 있었으며 어렸을 때부터 함께 큰 두 사람은 혼인을 약속한 사이이기도 했다.

때문에 소우연은 이육진에게 시집을 가기 싫었고 더군다나 회남왕에 관한 소문이 너무 흉흉한 탓에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혼사가 이뤄진 당일 날, 소우연은 소우희의 꼬드김에 넘어가 결국 도망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멀리 도망치기도 전에 다시 잡혀오게 되었다.

크게 노한 덕빈은 소우연의 사지를 부러트린 뒤, 그녀를 소씨 저택 대문 앞에 던져 버렸다.

소우연은 가족들이 자신을 집에 데리고 가서 상처를 치료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바람과 달리 소씨 저택의 대문은 끝까지 굳게 닫혀 있었으며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

그렇게 살을 에이는 듯한 겨울 바람에 온몸에 상처까지 심각했던 소우연은 결국 대문 밖에서 얼어 죽고 말았지만 소씨 가문에서는 그녀가 죽고 나서 시체를 거둬가지도 않았다.

소우연은 죽는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은 그저 소설 속의 하찮은 조연이고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은 소설 속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여자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때문에 소우연은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소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그녀에게 신경 쓸 리가 없었으며 그녀는 그저 소우희 대신 희생하기 위해 존재한 사람이었다.

한편,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소우연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침대에 멍하니 앉아 예전의 기억들을 되돌려보고 있었다.

소설 속 내용에 의하면 이육진은 최대 악역이다. 얼굴이 망가지고 몸 전체가 폐인이 된 탓에 이육진은 성격이 변태적이고 포악했으며 소설 속 남녀 주인공들을 괴롭히다가 결국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되어있다.

소우연은 이육진을 생각하면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명성이 자자한 전쟁의 신이 결국 그런 최후를 맞이하다니. 그의 인생도 소우연 못지 않게 불행하고 처참했다.

소우연과 소우희는 모친 뱃속에 있을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 점쟁이는 소우희가 귀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날 아이이고 이와 반대로 소우연은 태어나는 순간 소씨 가문에 불행을 불러올 거라고 했다.

점쟁이가 말한 것처럼 소우연이 태어난 뒤로 소씨 가문에는 사건 사고들이 유난히 많았기에 가문 사람들은 점쟁이 말을 굳게 믿은 채 소우연을 홀시하고 냉대했다.

소우연은 평생 소씨 가문을 위해 희생했지만 결국 대문 앞에서 처참한 죽음을 당했고 심지어 시체 일부가 들개들에게 먹혔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결국 소우연의 시체를 거둔 사람은 이육진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방 문이 열렸고 휠체어에 탄 남자가 덤덤한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혼례복을 입고 있는 이 남자의 얼굴은 절반 이상이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화상을 입지 않은 반대쪽 얼굴에는 어마 무시한 칼자국 흉터가 나 있었다.

그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공포스러웠다.

살짝 겁을 먹은 소우연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옷을 꽉 잡은 채 조심스럽게 이육진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 생에는 절대 섣불리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회남왕 관저에서 도망치는 순간, 소우연은 또다시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덕빈은 아들 이육진을 그 누구보다 걱정했기에 아들을 모욕하는 사람은 절대 가만두지 않았다.

소우연은 이제 이육진이 떠도는 소문처럼 성격이 그리 난폭하지 않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

“그만 물러가거라.”

낮게 깔린 이육진의 목소리에 뒤에 서있던 호위무사는 소우연을 경계하듯 쳐다보다가 이내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

그렇게 방 안에는 이육진과 소우연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소우연은 조금 긴장이 되긴 했지만 사실 이육진이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전생에 그녀의 시체를 거둔 것으로만 봐도 이육진은 소문처럼 그렇게 악마 같은 사람은 아닐 것이다.

“소인이 시중을 들어도…”

잔뜩 긴장한 소우연은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 모습에 이육진은 소우연의 말을 끊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내가 무서워?”

“아닙니다. 소인은… 소인은 그저 조금 긴장이 돼서…”

말까지 더듬는 소우연을 보며 이육진이 피식 웃음을 보였다.

“당연히 내가 무섭겠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안 무서운 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

소우연은 고개를 살짝 들어 이육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얼굴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심하게 망가졌지만 치료가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 소우희가 장난을 치다가 화상을 입게 되었는데 그때 당시 가족들은 세상이 무너진 듯 엉엉 울면서 발만 동동 굴렀고 소우연은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밤낮없이 치료제를 연구했었다.

그 결과, 흉터 치료에 효과가 매우 훌륭한 약을 조제해냈고 덕분에 소우희는 몸에 난 화상 흉터가 깔끔하게 없어졌다.

이육진의 흉터가 소우희보다 훨씬 심각하지만 그래도 흉터가 꽤 많이 치료될 수는 있을 것이다.

소우연이 침대에서 내려와 이육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손이 휠체어에 닿기도 전에 이육진이 소우연의 손을 툭 밀쳐냈고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얼른 해명했다.

“소인에게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 이제 밤도 깊었는데 왕야께서도 이만 쉬셔야 할 것 같아서 도와드리려고 한 것뿐입니다.”

이육진은 말없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소우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그 눈빛에 소우연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서 이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소씨 가문에서 큰 결심을 했네.”

코웃음을 치던 이육진은 직접 휠체어를 끌고 침대 곁으로 가더니 두 손으로 휠체어 손잡이를 툭 쳤다.

다음 순간, 허공 위로 날아오른 이육진은 손바닥을 빠르게 앞으로 뻗었고 그대로 침대 위에 완벽하게 착지했다.

소우연은 그런 이육진을 보며 너무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이육진은 완전히 폐인이 된 게 아니었어! 두 다리는 더 이상 쓰지 못하지만 무술 실력은 여전히 대단해! 그럼 지금까지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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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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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계속해서읽고싶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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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재미있어요다음엔어떤상황이벌어질까요? 궁금궁금!
goodnovel comment avatar
대체불가침침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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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8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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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891화

    장소검은 조회가 끝난 후 궁문을 나서자, 자신보다 먼저 떠난 장혁과 우문월이 과연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미소 지으며 하인에게 마차를 몰아 두 사람의 마차를 따라잡게 했다.얼마 후, 그들은 장안거리 끝자락에 있는 찻집에 도착했다.위층.가게 주인은 차와 다과를 올린 후 물러나면서 문을 닫았다.장혁이 일어나 창문을 열고 장소검을 불렀다. “장 대인, 이리 와서 여기 좀 보시오.”장소검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의 말대로 일어나 장혁의 곁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거리에는 많은 백성이 직접 재배한 채소를 펼쳐 놓고 팔고 있었다.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채소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며 장소검은 특별한 감흥이 없었으나, 노점상 중 한 노파가 네댓 살쯤 되는 남자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아이가 유난히 큰 소리로 물건을 파는 모습에 그 작은 아이의 담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우문월은 시종일관 말이 없었다. 그는 단지 찻잔을 들고 장소검 곁에 서서 가끔 차를 한 모금씩 마셨다. 겉보기에는 무심한 듯했지만, 실제로는 장소검의 얼굴 반응, 심지어 미묘한 눈빛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있었다.“장 대인, 무엇을 보고 있소?” 장혁이 물었다.장소검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것 아니오.”별것 아니라니?채소를 파는 노파가 손자를 품에 안고 외치는 저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단 말인가?스승께서 말씀하시길, 당시 이명은 이미 네 살이 넘었으니 많은 것을 잊었더라도 익숙한 장소로 돌아왔다면 기억이 전혀 없을 리 없다고 하셨다.신중을 기하기 위해 그들은 그의 신분을 대놓고 말할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오히려 수세에 몰릴 터였다.장혁이 웃으며 말했다. “자, 차를 드시오.”세 사람이 창가에 앉아 거리의 정경을 바라보며 맑은 차를 마시고 다과를 들었다.장소검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오늘 나를 부른 것이 단지 차만 마시자는 것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8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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