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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주 한잔
소우연은 침대에 누운 이육진을 보며 한참동안 넋이 나간 표정을 짓다가 자신도 저 침대에 올라가야 하나 망설여졌다.

이육진의 태도로 보면 소우연과 잠자리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지만 내일 아침 덕빈이 시녀를 보내어 가채를 살펴보고 두 사람이 합방하지 않은 걸 발견하면 소우연을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올라와.”

소우연이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침대에 누워 있던 이육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고 움찔한 소우연은 자신의 옷을 꽉 잡고 있다가 우물쭈물하며 다가갔다.

소우연이 침대에 스스로 올라가려던 그때, 이육진이 갑자기 돌아눕더니 손을 뻗어 방 안을 비추던 초를 꺼버렸고 이내 방 안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다음 순간, 소우연의 손목을 덥석 잡은 이육진은 그대로 확 잡아당겼고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침대 위로 올라와 이육진 품에 와락 안기게 되었다.

보기보다 훨씬 튼튼한 이육진의 몸매에 소우연은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소리 질러.”

이육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고 소우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하지만 바로 이때, 이육진이 손을 뻗어 소우연의 허리끈을 확 풀어헤쳤고 소우연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빠르게 그녀의 옷을 벗겼으며 결국 내의밖에 남지 않았다.

“악!”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가슴을 가렸고 찬바람이 느껴지자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이육진은 그런 소우연의 허리를 손으로 꽉 쥔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네 몸에 손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알아서 큰소리로 신음소리를 내.”

한 번도 신음소리를 낸 적이 없는 소우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계속 망설였다가 이육진이 직접 나설까 봐 걱정이 된 소우연은 가까스로 입을 열어 소리를 냈다.

한편, 소우연의 나른한 목소리에 이육진은 미간을 확 찌푸렸고 냉랭하고 덤덤하게 다시 말했다.

“멈추지 말고 계속해.”

소우연은 너무 억울하고 서러웠지만 그만큼 살고 싶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최소한 이육진은 외부에 떠도는 소문처럼 그렇게 잔인하고 포악한 사람이 아니기에 비위만 잘 맞추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육진의 품에 안겨 몸을 잔뜩 움츠린 소우연은 그렇게 덜덜 떨면서 30분 동안 신음소리를 냈고 목소리가 갈라질 때쯤, 이육진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귓속말을 전했다.

“그 정도면 됐어.”

소우연은 얼른 입을 꾹 다물었고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육진은 몸을 살짝 돌려 소우연을 놓아주었고 윗몸을 벌떡 일으킨 소우연은 다급하게 이불을 잡아당겨 자신의 몸을 가렸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소우연은 하루 종일 너무 힘들었던 탓에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곁에 누운 소우연의 숨소리가 차분해지자 이육진은 어이없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상황에서 잠이 든 걸 보면 소우연은 이육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고 소씨 가문 아가씨는 소문으로 들은 것과 많이 다른 듯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이육진은 왠지 모르게 소우연에 대해 거부감이 많이 들지 않았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소우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 커다란 얼굴 하나가 보였다. 얼굴 절반이 화상을 입은 채 쭈글쭈글했고 나머지 절반에는 보기 흉할 정도로 심각한 흉터가 크게 나 있었다.

갑작스러운 광경에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윗몸을 벌떡 일으켰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이육진의 얼굴을 몰래 훑어보았다.

한편, 이육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우리 부인이 생각보다 대담하네. 이렇게 대놓고 부군을 유혹하고 말이야.”

흠칫하던 소우연은 고개를 숙인 순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의 알몸을 보게 되었고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오른 채 급하게 이불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육진은 다시 침대에 누운 소우연을 보며 여전히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안 일어날 거야? 아니면 내가 직접 너에게 옷을 입혀주길 기다리고 있는 건가?”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손을 더듬거리다가 곁에 놓인 옷을 찾게 되었고 급하게 한 벌씩 몸에 걸치기 시작했다.

어젯밤까지 분명 내의를 입고 있었는데 왜 지금은 알몸이 된 걸까?

소우연은 의아한 눈빛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표정이 태연한 이육진이 그녀의 옷을 벗겼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잠버릇이 안 좋은 그녀가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스스로 옷이 벗겨졌을 수도 있다.

소우연은 이내 옷장에서 하늘색 겉옷을 골라 깔끔하게 차려입은 뒤, 이육진에게 다가가 그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이육진이 필요 없다고 얘기했어도 이건 그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한편, 이육진은 아무 말없이 소우연의 손길을 받아들였고 소우연은 곁눈질로 침대보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그 위에는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뒤에 덕빈이 시녀를 시켜 검사하러 올 게 뻔한데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소우연은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 그 피를 침대보에 묻혀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소우연의 걱정을 꿰뚫어본 이육진은 소우연이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기 전에 휠체어 곁에서 비수 하나를 꺼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쓱 베더니 새어나오는 피를 침대보 위에 떨어트렸다.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얼른 이육진의 상처를 살폈고 미간을 확 찌푸린 채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 지금 이게 뭐 하시는 겁니까? 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시는 겁니까? 반드시 베어야 한다고 해도 제 손가락을 베셨어야죠!”

말하고 나서야 자신이 이육진을 너무 걱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우연은 바로 입을 꾹 닫았다. 저번 생에 자신의 시체를 거둬준 사람이 이육진밖에 없었기에 다시 태어난 지금, 소우연은 이육진에 대해 본능적으로 믿음과 신뢰가 생겼고 왠지 그가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 이육진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소우연을 쳐다보았다.

소우연은 돌아서서 어젯밤 자신이 가지고 온 물건들 중에서 장신구 함을 찾아 맨 아래층을 열었다.

그 안에는 이런저런 약들이 많았고 이는 전부 소우연이 직접 만든 약이었다.

소씨 가문에 있을 때, 가족들 대부분이 무장이었기에 여기저기 다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소우연은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조금이라도 덜 고생했으면 하는 마음에 열과 성을 다해 의학을 공부했다.

그렇게 소우연은 효과가 좋은 약들을 스스로 연구하여 만들어냈고 그 약들 덕분에 소씨 가문 군대는 남들보다 치유가 훨씬 빨랐고 나라에 큰 공도 많이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소우연의 공로는 결국 동생 소우희에게 전부 빼앗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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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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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빵
완전 사극풍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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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빵
사극...풍인데 냅다 휠체어...이러네
goodnovel comment avatar
눈누난나
완결까지 잼나길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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