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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헤어졌더니 남편이 생겨버렸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더니 남편이 생겨버렸다
ผู้แต่ง: 카피바라 1호

제1화

ผู้เขียน: 카피바라 1호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장재경은 선글라스를 낀 채 심은하가 입은 흰 원피스를 쳐다보았다.

“예전에는 그 원피스 안 좋아했잖아.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그걸 입은 거야?”

솔직히 얘기하자면 심은하는 농염한 외모 때문에 무표정한 얼굴을 하더라도 매혹적인 눈빛으로 사람들을 홀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미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분위기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긴 기장의 청순한 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물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어도 그녀가 보기 드문 미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심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3년 동안 연습해 온 순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 옷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건데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한 번 입어 봤어. 예뻐?”

“야한데.”

장재경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의 조롱에 심은하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

심은하는 장재경이 순수하고 청초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자기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본인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지난 3년 동안 일부러 청순한 스타일로 꾸미고 다녔다.

장재경의 모욕적인 평가를 들은 심은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매력적인 눈으로 청순하면서 맑은 눈빛을 해 보였다.

“마음에 안 들어?”

장재경은 눈을 가늘게 떴다.

“서윤이랑은 비교도 안 되지.”

심은하의 표정이 하마터면 흐트러질 뻔했다.

라서윤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되었을 때 심은하는 겉으로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속은 무너지고 있었다.

라서윤의 집안이 좋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일찌감치 장재경과 이어졌을 것이고, 그랬다면 심은하도 지금처럼 매일 연기를 하면서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재경이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걸 알지만 심은하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심씨 가문을 도와주겠다고 한 건 장재경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심씨 가문은 장씨 가문에 의지하고 있었고 그 탓에 심은하도 장재경 앞에서는 늘 저자세로 나가야 했다. 3년 동안 장재경과 사귀면서 심은하는 장재경의 취향에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장재경의 마음을 흔들 수는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장재경은 단 한 번도 그녀를 공식적인 자리에 데리고 나간 적이 없었다.

게다가 약혼은 고사하고 그녀가 자신의 여자 친구라는 사실조차 단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다.

심은하는 장재경이 요즘 부쩍 자신에게 냉담해진 걸 느꼈고 그래서 오늘 흰 원피스를 입은 것이었다. 라서윤이 자주 그런 스타일의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장씨 가문의 지위 덕분에 장재경에게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만 지난 3년 동안 그의 곁에는 오직 심은하뿐이었다.

심은하의 눈이 라서윤의 눈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걸로 갈아입을게.”

조금이나마 기대를 품었던 심은하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며 두 손으로 옷자락을 꼭 쥐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 위로 난감한 표정이 드러났다.

흰 원피스로 장재경의 환심을 사려고 했는데 오히려 수모만 당한 심은하는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했다.

“됐어.”

장재경은 그녀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이따가 나갈 거야.”

장재경은 평소답지 않게 차분히 셔츠깃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심은하는 그제야 거래처를 상대할 때도 늘 옷차림이 단정치 않던 장재경이 평소와 달리 아주 깔끔한 차림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심은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늦었는데 어디 가?”

“서윤이가 귀국했거든. 서윤이 마중하러 나가려고.”

심은하의 손아귀에서 옷자락이 흘러내렸다. 겨우 몇 초 사이에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당시 라서윤은 장씨 가문에서 준 거액의 돈을 받는 대신 앞으로 절대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평생 해외에서 거주할 거라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라서윤이 왜 돌아온 것일까?

그 순간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심씨 가문이 장씨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심은하의 눈이 라서윤의 눈과 비슷하게 생겨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라서윤이 돌아온다면 심은하는 더 이상 장재경의 곁에 있을 수 없었다.

심은하가 겁에 질린 것을 눈치챈 장재경은 경멸에 찬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뭘 그렇게 놀라? 걱정하지 마. 나랑 결혼할 사람은 너니까. 심씨 가문에도 계속 투자할 거야. 그 대신 너는 나랑 서윤이 일에 간섭하지 마.”

심은하는 시선을 내려뜨리며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앞으로 그녀는 장재경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도 그저 참고 견뎌야 하고, 그에게 모욕당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비굴하고 조용하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원래도 아름다운 심은하의 얼굴에 실망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입은 흰색 원피스는 심은하를 마치 바람 따라 힘없이 흔들리는 흰장미처럼 보이게 하여 저도 모르게 보는 이의 연민을 자아냈다.

장재경은 시간을 확인한 뒤 더는 지체하지 않고 떠나려 했다.

“갈게. 기다리지 마.”

장재경은 차갑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는 3년 만에 보는 자신의 첫사랑 라서윤을 만나러 갔다.

장재경이 떠나자마자 심은하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 위에 풀썩 주저앉아 몸을 덜덜 떨었다.

라서윤이 돌아왔다. 3년 동안 노력했음에도 끝내 장재경의 마음을 얻지 못했으니 그녀는 앞으로 더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 것이다.

다들 심은하가 장씨 가문의 권세를 노린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심은하의 친아버지마저 심은하를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심은하는 애초에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심은하와 장재경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심은하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일찌감치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동생을 낳았다. 심은하는 심씨 가문에서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인 데다가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을 정도로 우월한 외모의 소유자였기에 중학교 때부터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남학생들은 그녀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거나 부적절한 말로 그녀를 희롱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양아치 같아 보이던 장재경이 다른 친구들이 심은하를 화장실 안에 가두었을 때 그들에게 오물을 뿌렸다.

심은하는 당시 신처럼 나타난 장재경의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그는 늘 희고 깨끗한 흰색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날은 오물 때문에 교복이 엉멍이 되어 있었다.

“난 널 구하려던 게 아니야. 그냥 저 자식들이 꼴 보기 싫었을 뿐이야.”

심은하는 장재경이 쑥스러움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날 장재경은 자신의 교복으로 심은하의 얼굴을, 친구들에게 짓밟혀진 그녀의 자존심을 가려주었다. 사실 그녀는 일찌감치 그의 교복을 깨끗이 세탁했으나 돌려줄 기회를 찾지 못하여 지금까지 쭉 간직하고 있었다.

사실 장재경은 입이 거친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심은하는 그에게 설렜다. 심은하는 심씨 가문이 장씨 가문과는 비교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장재경이 당시 라서윤과 만나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마음을 깊이 숨겼다.

그러다 라서윤은 장씨 가문 사람들 때문에 해외로 떠났고 장씨 가문은 장재경을 위해 신붓감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도 심은하는 감히 헛된 희망을 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장재경이 갑자기 심은하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라서윤과 똑같이 생긴 그녀의 눈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심은하는 너무 기뻐서 보기 드물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뜬 뒤 웃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굴던 심은하가 말이다.

사실 심은하의 아버지는 결혼에 동의하지 않았다. 장씨 가문의 권세가 대단하긴 하지만 장재경은 누가 봐도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바람둥이상이었고 심현수는 그런 장재경이 심씨 가문에 이득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심현수의 예상과 달리 지난 3년 동안 장재경은 심씨 가문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심은하의 눈이 라서윤의 눈과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사실 앞으로 쭉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해도, 매일 장재경에게 조롱당한다고 해도 심은하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라서윤이 돌아왔다. 심은하는 장재경의 여자 친구라는 신분을 밝힐 수 없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다른 여자를 질투하는 아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처량한 법이다. 장재경과 라서윤 사이에 심은하의 자리는 없었다.

이젠 지쳤다. 기나긴 짝사랑을 이어 나가는 것도 질렸다.

심은하는 이제 그만 떠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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