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야, 네가 진짜 돈 내고 구독하라는 것도 아니고,
공짜 체험이잖아. 그냥 소개팅보다 조금 더 잘생긴 남자랑 밥 한 끼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조금 더?”
“많이.”
“싫어.”
“왜?”
“기분 나빠.”
“뭐가.”
“내가 왜 실연했다고 남친 쇼핑몰 체험까지 해야 되냐고.”
연수는 잠깐 나를 가만히 보더니, 의외로 장난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럼 평생 강치열 하나로 상처받고 끝낼 거야?”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못 했다.
사실 그 말은 내 속을 가장 정확하게 찔렀다.
나는 늘 한 사람에게 오래 머무는 타입이었다.
좋아하면 오래 좋아하고, 아프면 오래 아팠다.
강치열이 끝내버린 사랑 하나가 마치 내 전부였던 것처럼
한동안 그 자리에 붙들려 있을 자신도 있었다. 그게 싫었다.
나도 내가 싫었다. 그런데 사람은 이상하게도,
자기 자신을 구해내는 방식이 늘 고상하진 않다.
때론 조금 유치하고, 조금 치사하고, 조금 우스워야 겨우 살아난다.
연수는 그 틈을 정확히 찔렀다.
“야, 넌 지금 너무 정석적으로 상처받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너무 교과서적으로 차인 여자처럼 굴고 있다고.”
“야.”
“진짜잖아. 밥 못 먹고, 원고 못 쓰고, 침대에 누워 있고, 강치열 문자 한 줄에도 멘탈 갈리고.”
나는 괜히 소주잔만 만지작거렸다. 다 맞는 말이라서.
연수는 그걸 보고 한숨처럼 웃었다.
“그러니까 더더욱 해야 돼.”
“뭘.”
“이런 이상한 짓.”
“왜?”
“그래야 네 인생이 다시 움직여.”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네 인생이 다시 움직여.’
거창한 위로도 아니었고, 가슴을 후벼파는 문장도 아니었는데,
그날의 나에겐 그 말이 조금 필요했던 것 같다.
움직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으니까.
끝난 사랑, 멈춘 연재, 하얗게 비어 있는 원고 창,
먹다 남은 기억 같은 것들 속에.
그날 우리는 결국 술을 더 마셨다.
그리고 나는, 실연한 여자답게 아주 멋없이 취해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아니, 아침이라기보다 거의 점심이었다.
햇빛은 이미 커튼 틈을 뚫고 방 안까지 길게 들어와 있었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팠으며, 입안은 바싹 말라 있었다.
나는 겨우 눈을 뜨고 천장을 보다가 아주 느리게 어제 일을 떠올렸다.
술집.
연수.
강치열 욕.
그리고…
“…아.”
나는 벌떡 일어나 핸드폰부터 찾았다.
잠금 화면 알림이 미친 듯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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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그 화면만 멍하니 내려다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오연수… 너 진짜 죽는다.”
그 재앙 같은 인간이,
내가 취한 사이 내 폰에 앱을 깔고 회원가입까지 해버린 것이다.
나는 반쯤 넋 나간 상태로 앱을 켰다.
첫 화면은 생각보다 더 멀쩡했다.
아니,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세련됐다.
분홍빛 하트나 번쩍거리는 효과 같은 유치한 연애 앱 감성은 전혀 없고,
오히려 고급 패션 플랫폼처럼 깔끔했다.
남자들 얼굴도 과하게 벗겨놓거나 느끼하게 찍어둔 게 아니라, 미쳤다고 느껴질 정도로 단정하고 멀끔했다.
그래서 더 수상했다.
“이건 진짜… 무슨 앱이지.”
나는 앱 안을 천천히 넘겨봤다. 프로필 설정, 취향 태그,
선호하는 데이트 스타일,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말투,
이런 것들을 적는 칸이 생각보다 세세했다.
그리고 그걸 보는 순간, 또 아주 선명하게 떠오른 얼굴이 하나 있었다.
강치열.
싫어하는 말투.
좋아하는 음식.
선호하는 데이트 스타일.
그런 걸 한때는 아무렇지 않게 공유했던 사람.
서로가 좋아하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걸 당연하게 무시하기 시작했던 사람.
나는 잠깐 앱을 끄려다가 멈췄다.
그냥 삭제할까.
이딴 걸 왜 해.
그때,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강치열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문자를 열었다.
‘야. 지난달에 네가 사달라고 해서 사준 루땡 가방 할부금 아직 내 카드에서 나가고 있으니까,
반은 네가 내라. 이번 달부터 12만 원 보내. 계좌 알지?
나는 그 문자를 세 번쯤 읽고도, 그 안의 뻔뻔함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도화준은 늘 밤과 차와 바깥 공기 쪽의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집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갑자기 훨씬 현실적인 남자로 다가왔다. 그 역시 방 안에 있고, 어딘가 기대 앉아 내 목소리를 듣고 있고, 오늘의 나처럼 조금은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 너무 생생해졌다.나는 아주 천천히 물었다.“오늘….”그리고 잠깐 멈췄다.‘뭐라고 물어야 하지.’‘후회하냐고?’‘괜찮냐고?’‘나 때문에 지금도 안 자는 거냐고?’결국 내가 고른 말은 너무 단순했다.“오늘 좋았어요?”전화 너머가 몇 초쯤 조용했다.그리고 도화준이 아주 낮게 대답했다.“이도희 씨는요.”“제가 먼저 물었잖아요.”“그래서 먼저 듣고 싶습니다.”나는 괜히 웃었다.이 남자는 늘 이런 식이다.자기 얘기를 하기 전에 꼭 나부터 먼저 열게 만든다.나는 한참을 망설였다.그러다 결국, 더는 예쁘게 포장할 힘도 없어서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너무 좋았어요.”말이 떨어진 뒤,부엌의 조용한 공기가 갑자기 너무 또렷해졌다.나는 조리대 모서리를 손끝으로 살짝 문질렀다.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도화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리고 나는 그 침묵이 아주 좋아서, 오히려 더 떨렸다.마침내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았다.“저도 그랬습니다.”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그 짧은 대답이 너무 깊었다.‘좋았다. 너무 좋았다.’그건 이제 더는 설렘을 포장한 문장이 아니었다. 오늘 우리가 한 모든 말과 거리와 손끝과 침묵을, 그 한마디로 전부 받아주는 느낌이었다.나는 결국 아주 작게 물었다.“도화준 씨.”“네.”“아까….”손끝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왜 더 안 했어요.”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심장이 크게 한 번 떨어졌다.이건 너무 노골적이었다.그런데도, 정말 그게 궁금했다.도화준은 잠깐 숨을 골랐다.“이도희 씨가 후회할까 봐서요.”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말했다.“안 한다고 했잖아요.”“네.”“근데요?”그는 조금 더 낮아진 목소리로 답했
오연수는 한참 내게 이것저것 캐물었다. 어디서 만났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 그 전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나는 처음엔 대충 얼버무리다가, 결국 거의 다 말하고 말았다. 앱 밖에서 보자는 제안, 내가 왜 무서웠는지, 밖에서도 똑같이 좋으면 어떡하냐는 생각, 그리고 막상 만나보니 앱 안과는 전혀 다른 공기였다는 것까지.다 듣고 난 오연수는 아주 길게 한숨을 쉬었다.“야.”“왜.”“너 지금 완전 제대로 빠졌네.”나는 쿠션에 턱을 묻은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응.”오연수는 그 대답이 너무 예상 밖이었던 모양인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뭐?”나는 그대로 웃었다.“아니라고 하려다가, 이제 좀 지쳐서.”그 말에 오연수도 결국 웃었다.“그래. 그게 낫다. 맨날 아닌 척하는 것도 피곤하지.”나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그러다가 아주 작게 말했다.“근데 무서워.”“뭐가 또.”“너무 빨라.”오연수는 이번엔 장난치지 않았다.“그건 맞지.”“아직 3일 남았어.”“뭐가.”“무료 체험.”전화 너머가 아주 잠깐 조용해졌다.그리고 오연수가 천천히 물었다.“그 얘기 했어?”“아직.”“왜.”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말했다.“분위기 다 깨질 것 같아서.”“야, 그건 깨져도 해야 되는 얘기 아냐?”“알아.”“근데?”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왜 못 하겠지.’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도화준과 나 사이에 지금 흐르는 건 분명히 진짜에 가까운데, 그 한가운데에 무료 체험 종료라는 문장을 꺼내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게 너무 우스워질까 봐. 마치 지금의 감정이 전부 시스템 안에서만 가능한 일처럼 다시 느껴질까 봐.그런데 그렇다고 안 꺼낼 수도 없는 얘기다.‘3일 뒤면 현실이 되니까.’“야.”오연수가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좋은데 무서운 거, 그거 진짜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니까 피하지 마.”그 말은 예상보다 더 크게 들렸다.“네가 지금 제일 무서워하는
그런데 사람이 좋아하는 감정 앞에서 완전히 행복해지기만 하지는 않는다.기쁨이 너무 커질수록, 그만큼 불안도 같이 붙는다.앱은 3일 뒤면 끝난다.우리는 아직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개인 연락처 하나 제대로 주고받지 못했고, 서비스 바깥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른다.그럼에도 지금은 손을 잡았고,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이 상태가 너무 예쁘고, 그래서 더 위태로웠다.버스가 크게 한 번 흔들렸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가, 다시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도화준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잘 들어갔냐고 묻고 싶었고, 아까 마지막에 한 말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고, 사실은 방금 헤어졌는데도 벌써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그런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겨우 손을 잡은 상태에서 어떻게 헤어져야 덜 위험한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바로 연락부터 해버리면, 그 조심스러움이 너무 우스워지지 않을까. 아니, 정확히는 그 조심스러움조차 핑계였던 것처럼 드러나지 않을까.나는 결국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그리고 그다음 순간, 가방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심장이 너무 쉽게 반응해서 어이가 없었다.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화면을 켰다.도화준‘정말, 미치겠다.’메시지는 아주 짧았다.‘버스 타셨습니까.’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그대로 웃고 말았다.이 남자는 대체 왜 이런 타이밍까지 정확할까. 내가 연락하고 싶어지는 순간, 꼭 한 박자 먼저 들어온다. 지나치게 잘 맞춰서 오히려 얄미울 정도였다.나는 창밖 어두워지는 거리를 한 번 보고, 아주 천천히 답장을 쳤다.‘네. 방금 출발했어요.’보내고 나서도 손이 금방 떨어지지 않았다.결국 한 줄을 더 덧붙였다.‘도화준 씨는요.’답장은 거의 바로 왔다.‘저는 아직 조금 전에 서 있던 데 근처입니다.’나는 그 문장을 보고 그대로 멈췄다.‘아직 거기 근처.’그러니까 나와 헤어진 뒤에도
앱 안에서는 없던 접촉.서비스 안에서는 허용되지 않던 거리.설정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닿는 첫 순간. 나는 그 사실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그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도화준의 손은 생각보다 더 따뜻했고, 생각보다 더 안정적이었다.이상하게도, 심장은 이렇게 시끄러운데 손은 오히려 안심이 됐다.도화준이 아주 낮게 물었다.“괜찮으십니까.”나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리고 바로 덧붙였다.“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요.”그는 그 말에 아주 짧게 웃었다.“그럼 저랑 비슷한 상태이십니다.”나는 결국 웃고 말았다.손을 잡은 채 웃는다는 게 이렇게 민망한 일인지 몰랐다.잠깐의 웃음이 지나가고 나자, 둘 사이엔 다시 아주 조용한 공기가 내려앉았다.이번엔 어색한 침묵이 아니었다.오히려 조금만 더 가면 위험해질 것 같은 침묵. 나는 그걸 본능적으로 느꼈다.도화준도 아마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그는 내 손을 잡은 채, 아주 천천히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이제는 정말로 너무 가까웠다.그가 숨을 쉬는 템포까지 느껴질 정도로. 나는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도화준은 내 얼굴을 아주 잠깐 내려다보더니, 이번엔 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도희 씨.”“…네.”“하나만 더 확인해도 됩니까.”나는 대답하지 못했다.도화준은 내 손을 잡은 채,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오늘 여기 나오신 거.”그는 한 박자 쉬었다.“후회 안 하십니까.”그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게 들어왔다.나는 그를 바라봤다.이 사람은 늘 이런 식이다.분위기를 만들고, 사람을 흔들고, 그 끝에선 꼭 다시 나를 먼저 확인한다.네가 괜찮은지.네가 원한 게 맞는지.네가 후회하지 않을지.그게 너무 다정했다.그리고 동시에 너무 치명적이었다.나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안 해요.”도화준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풀렸다.나는 그걸 보고, 이번엔 내가 먼저 아주 작게 덧붙였다.“도화준 씨는요.”“네.”“후회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입술은 살짝 벌어진 채였고, 손끝은 아직도 가방끈을 놓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도화준은 그런 나를 보면서도 더 다가오지 않았다.그는 늘 그렇다.결정적인 순간에 밀어붙이는 것 같다가도,정말 중요한 선 앞에서는 반드시 멈춘다.그 멈춤이 오히려 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나는 겨우 숨을 골랐다.“그런 말….”목소리가 생각보다 더 떨렸다.“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면 안 되잖아요.”도화준은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아무렇지 않은 쪽은 아닙니다.”“그럼 왜 그렇게 차분해요?”내가 거의 원망처럼 묻자,그는 정말 뜻밖에도 아주 솔직하게 답했다.“안 그러면 더 티 날 것 같아서요.”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완전히 무너질 뻔했다.‘이 남자는 정말 이런 순간에 너무 정직하다.’멋있게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고, 적당히 포장하지도 않는다.그냥 솔직하게, 자기도 지금 꽤 흔들리고 있다는 걸 말해버린다.나는 결국 시선을 피한 채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너무한다, 진짜….”도화준이 웃는 기척이 아주 낮게 들렸다.“그건 오늘 이도희 씨도 비슷합니다.”“제가 뭘 했는데요.”“질문을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질문도 못 해요?”“할 수는 있습니다.”그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대신 자꾸 기대하게 만드십니다.”나는 그 말에 다시 숨을 멈췄다.기대.그 단어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위험했다.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결국 아주 솔직하게 물었다.“무슨 기대요.”도화준은 잠깐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그리고 이번엔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제가 어디까지 가도 되는지요.”그 문장이 떨어진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아주 크게 흔들렸다.그건 단순한 스킨십의 선을 묻는 말이 아니었다.어디까지 좋아해도 되는지.어디까지 다가가도 되는지.어디까지 진심이어도 되는지.그 모든 걸 한 번에 묻는 말.나는 그걸 너무 정확히 알아들었고, 그래서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가 없었다.나는 손끝에 힘을
“그럼 이제.”도화준의 목소리는 낮았고, 그 낮은 온도 때문에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들렸다.“제가 조금 더 진심이어도 됩니까.”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을 쉬는 법을 잠깐 잊었다.우리는 겨우 손끝 하나 닿지 않는 거리에 서 있었다.도화준의 손은 내 손등 가까이에서 멈춰 있었고,나는 가방끈을 쥔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그 짧은 거리 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왜냐하면 지금 이건 단순히 손을 잡을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진심이어도 됩니까.’그 말은 결국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장난도,서비스도, 무료 체험도 아니라는 뜻이었다.나는 그를 올려다봤다.노을빛이 완전히 내려앉기 직전의 거리였다.아직 어둡지는 않았지만, 빛은 이미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 부드러운 그림자가 도화준의 턱선과 눈가를 더 또렷하게 만들고 있었다. 앱 안에서 봤던 얼굴보다 훨씬 더 사람 같고, 훨씬 더 위험한 얼굴.나는 입술을 아주 살짝 적셨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니, 정확히는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는데,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정말로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무서웠다.그래서 나는 결국,가장 솔직한 쪽이 아니라 가장 비겁한 쪽을 먼저 골랐다.“도화준 씨.”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작게 나왔다.“네.”“지금….”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겨우 말을 이었다.“너무 반칙 같아요.”도화준은 내 말을 듣고 아주 잠깐 눈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나를 봤다.“어느 부분이요.”“전부요.”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이렇게 갑자기 앱 밖에서 보자고 하는 것도 그렇고,이상하게 사람 흔들리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지금 이런 분위기 만드는 것도 다요.”말을 하고 나니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너무 솔직했나 싶었는데, 도화준은 오히려 그 말에 아주 짧게 웃었다.“그럼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요.”나는 그대로 눈을 크게 떴다.“그걸 지금 물어요?”“네.”그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오늘은 확인하고 싶은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