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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10-23 00:39:07

그녀는 자신의 노트를 펼쳤다.

몇 달 동안 손때가 묻은 종이 위에 자신이 쓴 글씨가 남아 있었다.

그것만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유림은 원본 메일과 보고서의 저장 위치를 확인하고 개인 기록에 날짜를 남겼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 벽은 비어 있었다.

《푸른 정원》이 걸려 있던 자리였다.

그녀는 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림을 빼앗긴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

그림이 사라진 자리를 남편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

다음 날 오전, 유림은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의 재활치료 지원 서류에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연락이었다.

“이번 달 지원금은 정상 처리됐습니다. 다만 다음 심사에는 치료 계획서와 재단 확인서가 더 필요합니다.”

유림은 메모지에 필요한 서류를 적었다.

“네, 준비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나경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언니, 제 대표실 정리하는데 잠깐 와 주실래요?*

사진도 함께였다.

《푸른 정원》이 나경의 대표실 벽에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금빛 명패가 놓여 있었다.

**백나경 공동대표.**

유림은 사진을 확대했다.

액자 오른쪽 아래의 작은 흠집이 보였다.

자신이 직접 구입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자국이었다.

나경은 그것을 알 리 없었다.

그런데도 사진 속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게 웃고 있었다.

유림은 답장하지 않았다.

대신 가방을 챙겨 갤러리로 향했다.

***

서무원을 처음 본 것은 그날 오후였다.

전시팀 직원이 감정실 문을 두드렸다.

“사모님, 손님 한 분이 《푸른 정원》에 대해 문의하시는데요.”

“어떤 문의인데요?”

“제작 연도와 복원 이력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으시대요.”

유림은 자료를 내려놓았다.

전시장 중앙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짙은 회색 정장에 검은 구두. 키가 크고 자세가 반듯했다. 그는 그림보다 먼저 설명문을 읽고 있었다.

유림이 다가가자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이 작품 담당자십니까?”

“감정 자료를 작성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남자는 설명문을 다시 보았다.

“제작 연도가 확정된 겁니까?”

유림은 그림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현재 확인된 자료로는 그 시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입니까?”

“같은 시기 연작의 기록이 완전하지 않습니다. 복원 이력에도 확인이 필요한 공백이 있고요.”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명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군요.”

“전시용으로 줄이면서 빠진 것 같습니다.”

“그럼 감정 보고서에는 있습니까?”

유림은 잠시 말을 멈췄다.

보고서에는 있었다.

자신이 작성한 원본에 분명히 적어 두었다.

“네. 최초 검토 자료에는 있습니다.”

남자는 그 짧은 대답을 듣고 다시 그림을 살폈다.

“작품에 대해 오래 조사하셨나 봅니다.”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데 공식 보고서 작성자는 다른 분이더군요.”

유림의 손끝이 굳었다.

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명함을 꺼냈다.

“서무원입니다.”

유림은 명함을 받았다.

국제 경매회사 대표.

그는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다. 수행원도 가까이 세워 두지 않았다. 하지만 말 한마디를 건넬 때마다 상대가 대충 대답할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차유림입니다.”

유림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무원이 한 번 되풀이했다.

“차유림 씨.”

그가 명함을 건넨 손을 내렸다.

“나중에 작품에 관해 다시 문의해도 되겠습니까?”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범위에서는요.”

무원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좋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전시장을 떠났다.

유림은 명함을 내려다보았다.

어제부터 수십 명이 《푸른 정원》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림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기록이 남아 있는지 물은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명함을 가방 안쪽에 넣었다.

***

그날 저녁, 유림은 남편의 호텔 예약 알림을 보았다.

도혁이 식탁 위에 놓고 간 태블릿이었다.

화면에 호텔 체크인 안내가 떠 있었다.

예약자 이름은 강도혁.

유림은 알림을 읽다가 손을 멈췄다.

남편은 아침에 지방 거래처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오늘 밤에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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