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이건 그가 오랜 시간 마음을 단단히 먹고서야 꺼낸 말이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그는 서현주가 눈치채지 못하게 일부러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마음의 준비를 해서야 겨우 말할 수 있었다.‘이렇게 진지하게 말했는데 어떻게 약 잘못 먹었냐고 물을 수 있지?’안요한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진짜야. 믿어도 돼.”서현주는 휴대폰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저번 달에도 제 밑에서 일했는데 어떻게 도와준다고 그러세요.”‘이런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진지하게 말했어.’안요한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똑바로 앉더니 다시 한번 진지하게 말했다.“진짜야. 토끼단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오프닝 테마가 부족한 거잖아. 블랙 화이트 버니를 따내지 못해도 딱 맞는 걸 소개해줄 수 있어.”서현주는 마침내 그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소개해줄 수 있다고요? 어디 한번 봐봐요.”안요한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외국에 ‘게임시티’라는 영화가 있는데 본 적 있어?”서현주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버니가 배후 조종자였던 영화요?”“맞아.”서현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꿈도 꾸지 마요. 그 영화 감독님은 한 번도 저작권을 판 적 없는데 저는 더더욱 가능성이 없다고 봐요.”안요한은 혀를 차며 말했다.“아직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하려고?”서현주는 당연히 시도 안 해본 게 아니다.그녀는 대담하고 눈도 높아서 처음부터 ‘게임 시티’와 콜라보하고 싶었다.그 영화 제작사에 연락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아예 답장도 받지 못했다.그 회사에 몇 번이나 메일을 보냈는데 지금껏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성의를 보여주려고 특별히 외국에 있는 본사까지 찾아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하고 말았다.그래서 결국엔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서현주가 말했다.“말이 쉽죠. 저를 아예 신경 쓰지도 않는데.”안요한은 턱을 쳐들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가끔은 나한테 기대도 된다고.”“아는 사람
연지훈은 직접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먼저 돌아가.”“알겠어요.”서현주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연 대표님 덕분에 정말 좋은 구경을 해보네요.”연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움찔거리면서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다.서현주는 잠시 기다려보았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영은 입이 찢어질 듯이 웃고 있었고, 연채린은 불쌍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말했다.“그러면 다음에 또 봐요.”그녀는 이 한마디만 남기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깔끔하게 떠났다.유이영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훈 씨, 현주 씨 성격이 좀 세긴 한데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어차피 블랙 화이트 버니가 우리한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잖아요. 일단 유준이 데리고 가서 자는 거 어때요?”연지훈이 잠시 후에 고개를 끄덕이자 유이영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서현주가 차에 올라타자 안요한도 바로 뒤따라 탔다.안요한은 일부러 고개를 내밀어 조용히 서현주의 표정을 확인했지만 꽤 평온해 보였다.하지만 안요한이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서현주를 제일 잘 아는 남자라고 자부하는데 어떻게 서현주의 기분이 안 좋은 걸 모르겠는가.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화났어?”서현주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표정이 살짝 굳어있었다.“조금요.”안요한은 웃으면서 서현주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봐봐. 내가 말했잖아. 나이 많은 남자를 믿으면 안 된다고. 나처럼 젊고 잘생긴 남자야말로 의지가 된다니까?”안요한은 가볍게 웃으며 반쯤 진지하게 말했다.“현주 씨가 말만 하면 뭐든지 들어줄 수 있어. 우리 안씨 가문은 의리가 끝내준단 말이지.”서현주는 혀를 찼다.“그만 하세요. 지금 하는 일도 없으면서 어떻게 뭐든지 들어줄 수 있다고 그러세요.”안요한은 더욱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찼다.“왜 사람을 무시하고 그래. 사람 일은 모른다는 말 못 들어봤어?”서현주가 대충 대답했다.“일단 제대로 된 일자리부터 차장요.
모든 것이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연유준 무릎에 난 상처의 위치가 전생에 났던 상처의 위치와 똑같았다.서현주는 그 장면을 보자 마치 차가운 얼음물 속에 갑자기 빠진 것처럼 몸이 굳었다.이때 유이영이 그녀를 부른 것 같았다.“현주 씨?”서현주는 천천히 시선을 거뒀고 주먹을 세게 움켜쥐어 손톱이 피부를 파고드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 통증 덕분에 그녀는 겨우 정신이 돌아왔다.그리고 서현주의 말투는 놀랍게도 평온하고 담담했다.“연 대표님, 블랙화이트 버니의 게임 저작권을 하유 그룹에 판매할 의사가 있으십니까?”서현주가 고개를 들어 연지훈을 바라봤다.“저는 명확한 대답이 필요합니다.”눈빛이 차가운 연지훈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바라봤다.거실은 이미 구경꾼들로 가득했는데 전부 이 흥미로운 장면을 놓칠 세라 계단 아래로 몰려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연지훈의 품에 있는 연유준은 서현주를 보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고 콧방귀를 뀌었다.그러곤 얼굴을 연지훈의 어깨 쪽에 파묻고 두 팔로 연지훈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젖먹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나 졸려요... 이제 자고 싶어요...”그러자 유이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그녀는 마치 예의를 차리듯 가볍게 헛기침했다.“지훈 씨, 현주 씨, 내일 다시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유준이가 너무 졸려 해서요. 지훈 씨도 유준이를 재워야 하니까 지금은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서현주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딱 한 마디 말할 시간도 없습니까? 저는 그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그녀의 어조가 단호해졌다.“저는 진짜로 한 마디만 들으면 된다고요.”연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다시...”“나중에요?”서현주가 그의 말을 끊었다.“그 ‘나중에’가 언제죠? 연 대표님, 정확한 시간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연지훈은 그녀가 이렇게 몰아붙일 줄 몰랐는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서현주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
서현주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뭐? 연지훈이 나한테 잘했다고? 도대체 언제 어떻게?’분명 유이영이 그녀에게 약을 먹였다는 걸 밝힐 수 있었는데 굳이 그 사실을 덮어준 게 잘한 거였나?사실을 알고도 끝까지 유이영의 편을 들고, 서현주의 명예가 박살 나고 온라인에서 욕먹는 걸 구경만 한 게 잘한 거였나?전생에서 임신 8개월이던 그녀를 연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도시 모든 회사와 가게에 연락해서 그녀를 채용하지 못 하게 만든 게 잘한 거였나? 아니면 차갑고 배고픈 상태에서 서현주 혼자 아이를 낳게 만든 게 잘한 거였나?그녀의 아이는 위독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데 신경도 쓰지 않고 무릎이 살짝 까진 연유준을 먼저 살리겠다고 선택한 게 잘한 거였나?이게 ‘잘한 거’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서현주는 코웃음을 치며 연채린을 바라보았다.“요한 씨는 아무도 지칭하지 않았는데 너 스스로 찔려서 이러는 거 아니야?”그 말에 연채린이 발끈했다.“너...”서현주는 안요한의 품에서 나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연채린,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은 성격이 만만치 않아. 네가 진짜 억지를 부리면 나도 못 말린다?”안요한은 한눈에 봐도 기품이 넘쳤고 입은 옷도 전부 고가의 브랜드였다. 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은 그가 절대 평범한 출신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연채린 역시 어려서부터 금수저들 사이에서 자란 사람이니 당연히 그런 걸 알아봤다.그래서 그녀는 재빨리 경계하는 눈빛을 드러냈다.“저 사람은 누군데?”서현주는 팔꿈치로 안요한의 배를 쿡 찔렀다.“들었죠? 요한 씨더러 자기소개를 하라네요.”안요한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무 사람한테 내 이름을 알려줘야 할 이유는 없는데.”서현주는 어깨를 으쓱했다.“봤지? 나도 어쩔 수 없어. 이 사람은 원래 이래. 나도 감당이 안 돼.”연채린은 얼굴이 빨개졌고 그때 연승재가 그녀를 뒤로 끌어당기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쓸데없이 상대해 줄 필요 없어. 지금 이 여자는 게임 저작권을 못 살까 봐 미쳐
몇 초 사이 여러 생각이 서현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그녀가 아직 말을 고르고 있을 때 옆에 앉아 있는 안요한이 벌떡 일어났다.“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얼어붙은 서현주는 눈을 깜빡였다.그 순간 안요한의 손이 불쑥 앞으로 나와 서현주의 손목을 잡아끌더니 훅 당겨 품 안에 안아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를 단단하게 받쳤다.서현주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도 못 했는데 바로 옆에서 안요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함부로 내 아내를 모욕하지 마요.”그 말에 서현주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아내? 누구더러 자기 아내라는 거지?’연채린은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 질렀다.“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그쪽은 누구예요? 서현주의 남편이에요?”그러자 안요한은 서현주의 허리를 더 꽉 조였다. 그녀의 얼굴이 거의 그의 가슴에 묻히는 수준이었다.안요한은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보면 몰라요? 내가 있는데 현주가 다른 남자를 좋아할 리가 없죠. 게다가 나는 젊고 잘생긴 데다가 몸도 좋은데 눈이 멀지 않는 이상 나를 버리고 늙은 아저씨를 좋아할 이유가 있겠어요?”그 말에 연채린은 눈썹을 찌푸렸다.“늙은 아저씨요? 그건 누구예요?”안요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그쪽이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이에요. 충고 하나 하자면 늙은 사람을 보물처럼 품지 마요. 난 이제 스물네 살인데 나처럼 젊고 건강하고 잘생긴 체력 좋은 남자가 훨씬 나을 거예요. 늙은 아저씨가 나보다 나은 게 뭐가 있어요?”그런 모욕적인 말에 연채린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그쪽은 뭔데 그런 헛소리를 해요?”안요한은 지지 않았다.“난 헛소리 할 줄 몰라요. 그쪽이나 헛소리를 실컷 해요. 그게 그쪽 전문이잖아요. 게다가 그쪽은 정말 시끄럽고 지독하게 잘하잖아요.”그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은 순간, 서현주는 진짜 빵 터질 뻔했다.‘그렇지, 이래야 요한 씨답지.’이 순간만큼은 서현주는 안요한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었다.안요한이 계속 전투 모드로 달려들 기세라 서현주는 급히 그를 토닥
“아니.”연지훈은 말을 돌리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저작권은 절대 현주에게 넘기지 않을 거라고.”그 한마디에 유이영은 마음이 놓여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녀의 얼굴에 바로 환한 미소까지 번졌다.“지훈 씨가 나한테 잘해 주지만 조금 걱정되긴 했어요.”그녀는 일부러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런데 현주 씨가 알면 화내지 않을까요? 지훈 씨가 그랬잖아요, 현주 씨가 저작권 문제 때문에 일부러 돌아온 거라고.”연지훈은 목소리를 깔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건 현주의 사정이지, 내 사정이 아니야.”그 대답에 유이영은 완전히 만족했다.5년 전에도 서현주는 그녀보다 못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서현주는 안요한과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앉은 채 연지훈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현관 쪽에서 요란한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들어왔다.“서현주가 돌아왔다고 들었는데?”고개를 든 서현주는 두 남녀를 보자 미소를 지었다.“두 분, 정말 오랜만이네요.”연채린은 그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그러게, 정말 오랜만이야. 나 사실 오늘 밤에 바로 미르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는데, 왜 급하게 비행기를 취소하고 돌아왔는지 맞춰볼래?”서현주는 담담하게 말했다.“말하고 싶으면 말해 봐.”연채린은 허리를 숙인 채 입이 귀까지 찢어지게 웃었다. 그녀는 허스키 화장을 한 눈으로 서현주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나도 궁금했거든. 연씨 가문에서 쫓겨났으면서 뻔뻔하게 돌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야.”옆에 있는 연승재까지 서현주를 비웃었다.거실의 분위기는 단번에 확 얼어붙었고 주변 사람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쳐 중심에서 멀어졌다.안요한은 당장이라도 나설 기세였지만 서현주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그런 말은 네 오빠에게 먼저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연지훈 씨가 나를 초대했거든.”연채린은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쳤다.“괜히 나랑 지훈 오빠 사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