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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Author: 애월섬
연채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서현주, 네가 이영 언니 망신 주려고 개교기념일에 표절을 폭로한 거 다 알아. 근데 그거 몰랐지? <갈망>의 원작자가 바로 이영 언니라는 거. 남 망신 주려다 결국 이영 언니한테 되레 맞은 꼴이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교실 안은 웃음소리와 조롱으로 가득 찼다.

“이영 언니는 착하고 당당하고 학력도 좋고 인품도 훌륭해서 우리가 좋아하기도 바쁜데 괜히 질투심에 남 일에 끼어들다가 아무것도 못 건졌네. 하고 싶은 건 못 했지 오히려 소심하고 이상한 애라는 거만 들통났잖아.”

“그러게. 게다가 세컨드라도 되려고 매달리다니 진짜 한심해. 남들이 이영 언니만 좋아하는 거 뻔히 보이는데 눈치가 없나 봐.”

“제발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영 언니랑은 비교조차 안 돼. 마음씨만 해도 언니의 백 분의 일도 안 되는구먼.”

서현주는 고개를 숙인 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예전 같았으면 반드시 반박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힘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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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90화

    인연전의 줄이 칠성각보다 훨씬 빠르게 줄어들었다. 인파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안요한이 서현주의 손을 아주 꽉 잡았다.사실 서현주는 인연전의 소문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었다. 줄을 서 있는 내내 주변에 늘어선 작은 노점들을 구경하기에 바빴다.하지만 노점마다 커플들이 가득 에워싸고 있어 무엇을 파는지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한참 넋을 놓고 구경하던 차에 안요한이 서현주의 손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리자 안요한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집중해. 곧 우리 차례야.”서현주가 낮게 대답했다.“알았어요.”이번에 안요한은 그녀가 정성을 다해 절을 올리는지 아주 엄격하게 감시했다. 털끝만큼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세였다.그런 그의 모습에 서현주는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눈웃음을 짓자마자 안요한이 금세 알아채고 고개를 돌려 경고 섞인 눈빛을 보냈다.“웃지 말고 진지하게.”서현주는 즉시 웃음기를 지우고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앞사람이 하던 대로 절을 올린 뒤 몸을 일으켜 안요한을 바라보았다.안요한이 향을 든 채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밖에서 스며든 은은한 빛이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 따뜻함 덕분인지 날카롭던 그의 얼굴선이 한결 유연해 보였다.쏟아지는 빛줄기 속에 서 있는 안요한의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미 주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에게 감탄 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서현주가 입술을 깨물고 웃으면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안요한을 따라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기도를 올렸다.눈을 떴을 때 안요한이 어느새 웃는 얼굴로 바짝 다가와 있었다.“웬일로 이렇게 진지해?”서현주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구체적인 상황은 얘기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안요한이 좋아할 만한 대답을 건넸다.“그러게요.”안요한의 눈가에 깊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서현주와 함께 향로에 향을 정성스레 꽂았다.그 후로도 안요한은 무척이나 정성을 쏟았다. 인연전 주변의 노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89화

    안요한이 동전 하나를 집어 손을 항아리 입구 위로 가져갔다. 아주 무심하게 손을 툭 놓자 동전이 수면 위로 떨어지며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동전이 서서히 가라앉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매끄럽게 항아리 안에 떨어졌다.서현주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돼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안요한이 다시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렸다.억울해진 서현주가 불평을 늘어놓았다.“이거 다 내 돈 주고 바꾼 동전들인데 어쩜 이럴 수가 있어요?”그가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이제 항복?”“잘나셨네요, 아주. 계속 던져봐요. 아직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데.”그녀가 뾰로통하게 대꾸하자 안요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됐어. 화 풀어. 남은 동전 다 줄 테니까 네가 던져.”서현주의 눈이 다 반짝 빛났다.“정말요?”안요한이 망설임 없이 남은 동전들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당연하지. 자, 받아.”그제야 서현주의 얼굴에 다시 웃음꽃이 피었다. 득의양양한 표정이 도도한 여우 같았다.“그럼 사양 안 할게요.”“그래.”그녀를 바라보는 안요한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했다.그래도 이번에는 훨씬 운이 좋았다. 스무 개 남짓한 동전 중 열다섯 개나 골인시켰으니 꽤 괜찮은 성적이었다.조금 전의 서운함을 털어버린 듯 서현주가 만족스럽게 손을 툭툭 털었다.“됐어요. 이제 다음 장소로 가요.”안요한이 서현주의 손을 꼭 잡고 코트 주머니 속에 넣었다. 서현주는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백령사는 아주 큰 사찰이었다. 칠성각에서 나온 뒤 잠시 길을 헤매던 서현주가 안내 표지판을 보면서 안요한에게 물었다.“다음은 어디로 갈까요?”안요한의 눈에 오직 한 곳만 들어왔다.“인연전.”서현주의 시선이 안요한에게로 향했다. 안요한이 고개를 숙이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 작은 설렘과 함께 기쁨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묘한 눈빛으로 안요한을 쳐다봤다.그녀가 가볍게 헛기침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88화

    이번에는 동전이 항아리 가장자리에 스치지도 못했다.서현주는 다시 동전 하나를 집어 들고 항아리 입구에 정조준해 떨어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또 넣지 못했다. 동전을 연속 열 개나 던졌지만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서현주가 마지막 남은 동전을 꼭 쥐고 입을 가린 채 낄낄거리는 안요한을 올려다봤다.“이제 진짜 진지하게 할 거예요.”안요한이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진지하게 해봐. 그런데 사실 아까도 꽤 진지해 보였어.”조금 전 서현주의 표정을 떠올려 보았다. 작은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비장했고 점점 많은 동전이 연못 바닥으로 가라앉을수록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엄숙해져 갔다.서현주가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정색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웃지 말아요.”그 말에 안요한이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고 헛기침했다.“알았어. 웃지 않을게.”그러고는 들고 있던 동전들을 그녀에게 건넸다.“부족하면 내 거 던져.”서현주가 턱을 당당히 치켜세웠다.“됐어요. 이거면 충분해요. 그건 요한 씨나 써요. 이거 생각보다 어렵거든요.”안요한이 고개를 끄덕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래. 후회하지 마.”서현주가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안 해요, 후회.” 이번에는 훨씬 더 신중해졌다.우선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 동전을 항아리 안에 골인한 사람들의 손짓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관찰했다.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던 서현주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잠시 후 서현주가 마지막 남은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이젠 안요한도 옆에서 대놓고 웃었다.서현주가 속으로 생각했다.‘대체 왜 안 들어가지? 재물신이 내가 부자 되는 걸 싫어하시나? 벌써 스무 번 넘게 던졌는데 한 번도 안 들어갔어.’이젠 부정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재물신이 그녀를 보살펴주지 않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이따가 다시 가서 더 정성껏 기도를 올려야 할 듯싶다.그때 서현주의 뒤에서 한 관광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남자가 여자에게 속삭였다.“자기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87화

    서현주가 손을 내밀어 안요한의 팔짱을 살며시 꼈다.“그래요.”두 사람이 인파에 휩쓸려 걷다가 마침내 절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로 들어서자 공간이 훨씬 넓어져 아까처럼 사람에게 치일 일이 없었다.서현주가 안요한을 잡고 안내도 쪽으로 걸어가더니 단번에 칠성신을 모시는 칠성각을 찾아내고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먼저 칠성신께 빌러 가요.”안요한이 서현주가 이끄는 대로 고분고분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길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였다.이곳 백령사에서 가장 향불이 끊이지 않는 곳이 단연 칠성각이었다.입구에 도착한 서현주와 안요한은 밀려드는 인파에 하마터면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 할 뻔했다. 곳곳에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는 사람들이 가득했다.심지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민등록증 위에 복권을 올려둔 채 기도를 올리는 젊은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십여 분 기다린 끝에야 겨우 칠성신 앞에 설 수 있었다. 서현주가 서둘러 두 손을 모으고 합장했다.칠성신에게 비는 일인 만큼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옆에 서 있던 안요한이 그 모습을 보며 나직이 웃음을 터뜨리자 서현주가 안요한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웃지만 말고 요한 씨도 얼른 빌어요. 그러다 신께서 노하시면 어쩌려고요.”안요한이 천천히 말했다.“알았어. 지금 빌게.”그녀는 그가 정중하게 합장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시주함에 돈을 넣고 스님이 건네주는 향을 받아 들었다.서현주는 앞사람이 하는 것을 눈여겨보았다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는 세 번 절을 올리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부디 사업도 번창하게 해주시고 돈벼락 맞게 해주세요.’기도를 마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향로에 향을 꽂았다.칠성각을 나온 뒤 서현주는 안요한과 함께 문 앞에 있는 기념품 가게로 향했다.주로 칠성신 모양의 옥 펜던트를 팔고 있었는데 자그마한 게 무려 60만 원이나 호가했다. 그 외의 플라스틱 제품들은 어쩐지 효험이 없을 것 같아 서현주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86화

    “내가 정리할게요.”서현주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자 안요한이 의자에 놓여 있던 목도리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서현주의 목 뒤로 손을 뻗어 목도리를 정성스럽게 감아주었다.“바깥바람이 차니까 따뜻하게 입어.”그녀가 안요한이 감아준 목도리를 매만지며 말했다.“알았어요.”안요한이 서현주의 손등을 만져보더니 수납함에서 하얀 장갑을 꺼낸 다음 그녀의 손을 잡고 직접 끼워주었다.놀란 서현주가 멍한 눈빛으로 안요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안요한은 장갑을 다 끼워준 뒤 서현주의 옷차림을 꼼꼼히 살피고서야 만족했다.“됐어, 이제. 내리자.”서현주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차 문을 열고 내렸다.백령사가 영험하기로 전국에 소문이 자자해 늘 사람들이 붐볐다. 평일에도 관광객이 많은데 주말인 오늘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서현주와 안요한도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서현주가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줄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앞쪽의 줄을 보니 들어가려면 아직 몇 분 더 걸릴 듯싶었다.그때 안요한이 코트 주머니에 넣고 있던 서현주의 손을 뺐다. 서현주가 눈을 깜빡이며 왜 그러냐고 묻자 안요한이 턱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노점상들이 상을 펼쳐놓고 부적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백령사에도 있었지만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노점도 사람들로 붐볐다.안요한이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금방 사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서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다녀와요.”안요한이 인파를 헤치고 노점상 쪽으로 향했다. 한 노점상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서현주가 그 모습을 더 지켜보려 했지만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그냥 시선을 거두었다.기다림이 길어지자 서현주는 지루함을 달래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묵, 군고구마, 호빵 등 간식거리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연채린?’서현주의 시선이 한 쌍의 남녀를 스쳤다. 멈칫했다가 다시 자세히 봤는데 인파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85화

    황축복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이더니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기다릴 수 있어요.”연채린이 아이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승재가 뒤에서 그녀에게 물었다.“태민이 형 쪽 상황은 좀 어때?”“경찰서에서도 오빠 사정이 워낙 특수하니까 축복이랑 영상 통화 할 기회를 상부에 신청해 보겠대요. 그런데 절차를 밟아야 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신청한다고 해도 매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더 큰 문제는 조만간 오빠가 교도소로 이송된다는 거예요. 그때부턴 영상 통화를 아예 할 수가 없어요. 축복이가 교도소로 직접 면회를 가야 하는데 오빠 성격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도 모르겠어요.”연승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이영 언니 재판 날짜가 잡혔어요. 한 달 뒤에 2심이에요.”연채린이 외투를 벗으며 투덜거렸다.“할아버지가 대체 뭘 하고 계시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시간이 꽤 지났는데 한 번도 오지 않으시고 도와주고 있기는 한 건지...”연승재 역시 아는 게 없었다.요즘 연동욱이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막막하기만 했다. 연승재가 말했다.“일단 나가서 밥부터 먹자. 저녁밥이 왔어.”연채린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절 주소 좀 찾아볼게요. 내일은 운전해서 가요.”그녀가 식탁 앞에 앉아 내일의 계획을 설명했다.“내일 아침 9시에 일어나서 9시 30분에 아침 먹고 10시에 출발할 거야. 거리상 12시면 도착하니까 점심은 절에서 먹고 오후에 절 구경하고 기도도 좀 드리자. 그리고 저녁까지 거기서 먹고 돌아올 생각이야.”신이 난 연유준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좋아요.”황축복이 조용히 저녁을 먹으면서 가끔 연채린을 쳐다봤다. 얘기를 다 들은 뒤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연승재가 고개를 돌리고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무슨 절인데 이렇게나 멀어?”연채린이 휴대폰을 보여줬다.“백령사라는 곳인데 100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차로 두 시간은 가야 해요.”조수석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39화

    결국 이번 월말고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 전교 게시판 맨 위에 큼지막하게 [1등, 서현주]라는 이름이 붙었다.그날 이후로 반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까지 어깨가 절로 펴졌다.예전에는 서현주를 두고 ‘집안 문제로 밀려났다’, ‘이번엔 완전히 끝났다’라며 비아냥거리던 애들도 이제는 복도에서 마주쳐도 고개를 푹 숙이고 도망가기 바빴다.그날 오후, 담임이 서현주를 교무실로 불렀다. 처음에는 단순히 칭찬이라도 하려나 했는데 담임의 표정이 묘하게 진지했다.“현주야, 연 대표님이 네 일에 많이 신경 쓰고 계시대. 그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65화

    서현주가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날 죽였잖아. 너도 목숨 내놔.”어둡고 고요한 방안에 머리를 풀어 헤친 여자 귀신이 이런 소리를 내자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서현주라도 이런 일을 맞닥뜨리면 무서워했을 텐데 연채린 같이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은 겁에 질려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아, 아니야.”연채린은 울먹거리며 바닥에 웅크린 채 두 손으로 머리를 꼭 감싸고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아니야. 난 약 탄 적 없어. 난 그냥 누군가에게 시켜서 그 포장마차 음식을 먹고 배가 아픈 척 연기하라고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7화

    강혜인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갑자기 연채린을 향해 연달아 큰 재채기를 퍼부었다.“에취! 에취!”그녀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연채린에게 다가갔고 거의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 섰다.“에취!”연채린은 기겁한 표정으로 몸을 굳혔다.그런데 강혜인은 어느 순간 연채린의 옷깃을 덥석 잡더니 당황한 척 입과 코 주변을 그 옷자락으로 닦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안하다는 듯 어설프게 웃었다.“미, 미안해. 네 몸에서 냄새가 너무... 에취! 너무 심해서 나도 모르게... 에취!”연채린은 화가 치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31화

    서현주는 잠시 멍하니 연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정말 뜻밖이었다. 그녀는 연지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는 어묵을 팔지 말라고 호통칠 줄 알았다. 아니면 혐오스럽다는 듯 그녀와 연씨 가문은 아무 상관없다고 단칼에 선을 그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은 당장 꺼지라며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내쫓을 줄 알았다.그런데 서현주의 예상은 죄다 빗나갔다.연지훈은 오히려 학교 근처의 고급 아파트를 내주며 거기서 살라고 했고 부족하면 돈까지 보내주겠다고 했다.학교 근처 집값은 말도 안 되게 비쌌다. 서현주가 그 근처에서 겨우 얻은 집은 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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