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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7 22:54:04

“서이경.”

그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결혼한 뒤 남편이 그녀의 성까지 붙여 부르는 일은 드물었다.

이경은 입을 다물었다.

재혁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린이가 돌아왔어.”

이경의 눈꺼풀이 느리게 움직였다.

“알아요. 전에 말했잖아요.”

“나 세린이 다시 만나고 있어.”

그녀는 서류를 쥔 손을 내려다보았다.

종이 모서리가 손바닥을 누르고 있었다.

“친구로 만나는 거잖아요.”

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경은 그 침묵이 두려워졌다.

“그렇잖아요. 오래된 친구라고 했잖아요.”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재혁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거실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경은 남편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 미안함이든, 망설임이든, 자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애정이든.

하지만 재혁은 이미 결론을 내린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나 세린이 사랑해.”

이경의 손에서 서류가 미끄러졌다.

종이가 테이블 아래로 떨어졌지만 누구도 주우려 하지 않았다.

“……뭐라고요?”

“세린이 사랑한다고.”

이번에는 분명하게 들렸다.

이경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런데 공기가 목 안쪽에서 걸리는 것 같았다.

“저는요?”

재혁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뭐?”

“그럼 저는 뭐예요?”

그녀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저는 재혁 씨 아내잖아요.”

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 결혼했잖아요. 5년이나 같이 살았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살기로 약속했잖아요.”

말을 이어 갈수록 목소리가 떨렸다.

이경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다. 병원에서는 위급한 환자를 앞에 두고도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출혈이 생겨도 먼저 상황을 판단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리고, 가장 위험한 문제부터 해결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저 아직 당신 사랑해요.”

재혁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

이경은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 다시 해 봐요. 당신이 요즘 힘들었다면 제가 더 신경 쓸게요. 서로 시간을 좀 가지는 것도 좋고요. 상담을 받아도 되고…….”

“이경아, 넌 왜 자꾸 네가 뭘 고치면 된다고 생각해?”

그녀가 말을 멈췄다.

“내 마음이 변했다는데.”

재혁은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네가 아무리 잘해도 달라질 게 없어.”

이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남편은 그동안 자신이 애써 지켜 온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게 부정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차리던 식사도, 함께 보낸 기념일도, 그의 취향에 맞추어 바꾼 생활도, 피곤한 몸으로 기다리던 수많은 밤도.

그런 일들이 재혁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걸까.

“그럼…….”

그녀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세린 씨가 돌아오지 않았으면요?”

재혁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뜻이야?”

“세린 씨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우리 이대로 살 수 있었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경은 그 침묵만으로도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당신은 나하고 살면서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런 얘기까지 해야겠어?”

“저한테는 중요해요.”

이경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는 행복했으니까요.”

그 말에 재혁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남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아했던 얼굴이었다. 반듯한 콧날과 단정한 입매, 웃을 때 조금 부드러워지는 눈가까지.

오랫동안 사랑했던 얼굴이 지금은 낯설었다.

“당신하고 결혼해서 행복했어요. 병원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집에 오면 당신이 있으니까 괜찮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 줄 알았어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런데 당신은 아니었어요?”

재혁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좋았지.”

처음에는.

이경은 그 짧은 말에 눈을 감았다.

재혁은 자신이 얼마나 잔인한 말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계속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어. 우린 서로 원하는 것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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