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제가 맞췄잖아요.”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원망에 가까운 말이 나왔다.재혁이 고개를 들었다.이경은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이 좋아하는 음식 먹고, 당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당신이 쉬고 싶을 때는 저도 약속 취소했어요. 당신이 불편해하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했고요.”그녀는 손등으로 눈가를 눌렀다.“그렇게 하면 우리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재혁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언제 그렇게까지 하라고 했어?”이경의 입술이 벌어졌다.“뭐라고요?”“네가 좋아서 한 일이잖아. 내가 강요한 적은 없어.”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말이 틀리지 않아서 더욱 아팠다.재혁은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그녀가 먼저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고, 먼저 일정을 맞췄으며, 먼저 양보했다.사랑하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사랑이 이제는 자신 혼자 선택한 일이라는 이유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재혁은 잠시 이경을 바라보다가 서류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이경아, 솔직히 말해서 네가 그렇게까지 맞추는 것도 가끔은 부담스러웠어.”이경은 고개를 들었다.“부담스러웠다고요?”“내가 조금만 피곤하다고 해도 밥 차려 놓고 기다리고, 뭘 먹고 싶은지 계속 묻고. 너한테는 그게 사랑이었겠지만 나한테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어.”그녀는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재혁은 여전히 침착했다.“세린이는 달라. 나를 편하게 해 줘. 내가 뭘 좋아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맞아.”이경은 숨을 삼켰다.그녀가 남편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다른 여자와 비교당하고 있었다.“그럼 저는…… 당신을 불편하게 했어요?”재혁은 대답을 고르는 듯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적어도 지금은 그래.”이경은 손을 무릎 위로 내려놓았다.그 말은 그녀가 예상했던 어떤 비난보다도 아팠다.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에게 다가갔다.“재혁 씨, 제발…….”재혁은 인상을 찌푸렸다.“또 왜?”이경
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