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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 나쁜 일을 당했어요

Autor: 디브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01 13:36:03

'뭐, 비밀? 얻을 수 있어? 아니 지가 뭐라도 돼?'

승주는 니가 뭔데 라며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출근 첫 날부터 소란을 피울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국가정보원 한승주가 아니라 정명학교 기간제 사서일 뿐이었으니까. 

"음..."

승주는 이 상황에서 구태여 심각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신입사서고, 이제 막 부임한 햇병아리 교직원이니 이런 말 정도는 내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승주는 누군지도 모르는 이 남자에게 쫄지말자고 생각했다.

"당연히 있죠~ 저는 이 학교 사서로 오늘부터 출근한 한승주 입니다! 읽고싶으신 책이 있으면 언제든 도서관으로 오세요~ 특별히 대출기간을 두 배로 늘려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승주는 남자가 무슨 대답을 할세라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그와는 더는 할 말도, 더 들을 말도 없다.

차가운 중저음의 저 남자를 최대한 다시 볼 일이 없길 바랄 뿐이었다.

자신은 건물의 가장 높은 5층 도서관에만 있으면 될 일이었다.

태민혁에 대한 조사는 학교에 아무도 없는 밤에 수행할 것이기에. 

현직 사서님이 보낸 문자에 적힌 도서관 위치를 찾다보니 어느새 5층으로 올라와있었다. 

학교계단에 오르는 것은 보통사람들 같으면 숨이 헉헉댈만큼 지쳤을 테지만

평소 국가정보원 체력훈련에서 이보다 더 격한 훈련을 숱하게 받은 승주에게는 동네 뒷산 등반보다 쉬운 것이었다. 

도서관 팻말이 보이고 들어가려는데 가는 길에 있는 화장실에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탕!!]

누군가 화장실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들리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

"으윽-! 수, 숨막혀! 거긴 안돼!"

미성이지만 분명히 여학생의 목소리였다.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아,하아-"

"소리 내지마."

승주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에게 공격할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화장실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적당히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물건을 찾으러갔다. 

화장실 안. 

인형처럼 하얗고 모델처럼 마른 여학생과 키가 큰 흑발에 앞머리가 눈썹까지 오는 남학생이 한 칸에 있었다.

벽에 부딪힌건 남학생이었는지 문에 기대어 있었고, 여학생은 남학생의 목에 팔을 메달리듯 걸고 코끝을 스칠만한 거리에서 남학생의 입술을 닿을듯 말듯 장난을 치고 있었다. 

"왜 이래, 하준아... 너 이런 애 아니잖아..."

유채린은 이죽거리며 서하준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유채린, 너 이런식으로 놀아주는거 오늘이 마지막이야."

"훗, 왜? 재밌는데."

유채린은 서하준의 입술의 혀를 넣었다. 치열을 훑고 혀를 감아버리고, 쪽쪽 빨았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했다. 서하준은 손을 들어올려 유채린을 어깨를 안으려고 하다가 그저 유채린의 등에 손을 가만히 올려놓았다. 22인치의 얇은 허리를 휘감으라는 듯 유채린의 손이 서하준의 손을 잡아 끌어 제 골반뒤에 놓았다. 

[슈루룹-습, 츱, 츕...]

키스는 더욱 깊어졌다. 유채린은 서하준의 혀를 마치 선악과를 따먹는 것처럼 맛있게 먹었다. 마치 엄마의 젖을 탐하듯이 한 남자의 입술에 그렇게 집착하는 유채린의 모습은 뱀처럼 서하준을 휘감았다.

"조금 더 하자, 응?"

유채린은 서하준의 귓속에 따듯한 바람을 불며 속삭였다. 서하준은 대답이 없었다. 공허한 눈동자. 유채린은 서하준의 그 태도가 익숙한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흐윽!"

서하준은 자신의 페니스를 강하게 틀어쥐는 유채린의 손아귀에 놀랐다. 오늘은 키스만 한다고 해서 온건데, 결국 또 끝까지 가려는 건가? 서하준은 몸이 저절로 그녀에게 반응하는 썩 내키지 않았다. 

"야."

서하준에 목소리를 낮게 깔고 유채린을 쳐다봤다. 유채린은 한 쪽 눈을 윙크했다. 

"너도 해."

유채린은 서하준의 손을 잡아 끌고 자신의 아래에 갖다댔다. 까슬한 감촉. 이미 팬티를 입지 않고 있었다. 

"우리 같이 해주자. 너도 외롭잖아. 아니야?"

그때, 승주가 대걸레를 가지고 화장실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승주의 구두소리가 화장실에 울려퍼졌다. 

"이봐, 거기 누구 있어요?! 도움 필요합니까?"

유채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떤 새끼야.'

수업중인 시간대라 복도와 화장실에는 서하준과 유채린, 승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승주는 정명국제학교가 모범생들만 다니는 학교인줄만 알았는데 이런 생양아치 일진도 있을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학생, 도움 필요하면 말해요. 괜찮아요."

승주는 침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정식 교직원은 아니지만, 자신은 이전에 시민의 안 전과 행복을 지키는 국가정보원이다. 이 정도는 윤국장님도 이해해주실거라 믿었다. 

아무 대답이 없자 승주는 천천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첫 출근이라 신은 구두때문에 타일바닥에서는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났다. 적막이 들어찬 화장실은 승주의 구두소리만 들렸고, 점점 닫혀있는 화장실 칸으로 승주가 다가가고 있었다. 

"이봐요, 학..."

[탕!!]

"아악!"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승주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대걸레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철퍽!]

유채린의 얼굴이 대걸레를 정통으로 뒤집어쓴 채 굳어 있었다. 회색 걸레 가닥이 앞머리부터 턱까지 미역처럼 늘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구정물이 콧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적. 

“……악!!!”

여학생이 걸레를 뒤집어쓴 채로 비명을 내질렀다. 

"퉤! 퉤퉤! 이게 뭐야아!!"

"헉!!! 학생, 괜찮아요? 미안해요!!"

한채린은 승주를 죽일듯이 바라봤다. 미세하게 입술을 씰룩이는것 처럼 보였다. 마치 니가 모든걸 다 망쳤다는 원망의 눈빛을 보이기도 하면서. 

비명소리를 듣고 교실에서 학생들이 하나 둘 복도로 나와 화장실을 기웃거렸다. 유채린은 승주의 머리채라도 잡을 것 기세였지만 시선을 의식하고 화장실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잠시 벙쪄 있던 승주는 유채린이 나타났던 화장실의 마지막 칸을 바라봤다. 

"쿡쿡... "

옅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남은 한 명이 있었을 테지!'

승주는 소리가 나는 마지막 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까 전에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다면 이제 사건 당자자가 나간 상태에서 자신은 가해자를 고발해서 학생부에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생, 친구를 괴롭"

분명 주먹질이나 질나쁜 괴롭힘이고, 여학생이 있을거라 예상했는데 마지막 칸에 있는 건 바지의 앞섶이 풀어헤쳐진 같은 교복 차림의 남.학.생 이었다. 

승주는 그제서야 앞서나간 여학생의 차림새를 떠올렸다. 단추가 풀린 셔츠 사이로 보였던 반점들은 폭력의 상흔이 아니라 키스마크!

"너, 너...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교복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슬부슬한 긴머리에 벽에 몸을 기대었음에도 큰 키, 방금전까지 뭔가를 빨았음이 분명한 붉어진 입술. 풀어헤쳐진 앞섬을 가리려는듯 그러나 너무나 여유롭게 브리프의 밴드를 당겨서 단단한 아랫배에 올리는 그 몸짓. 아랫입술에서 새어나오는 한숨으로 부슬부슬한 앞머리가 휘이 하고 올라가더니 이내 다시 제자리를 찾아 눈썹 아래로 내려왔다.  앞머리 때문에 눈은 잘 보이지 않는데 부슬부슬한 헤어스타일 탓인지 각진 턱선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도와주세요."

교복 상의 오른쪽 주머니에는 서하준 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저... 나쁜 일을 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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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과 밤이 다른 사서   <42>

    승주와 소혜주, 강대한이 함께 있는 호텔 방. "용병? 알아듣게 말해봐."승주가 강대한에게 말했다. "태민혁을 보호하는 용병이 있어. 정확히 말하면 그 용병을 구매한 사람이 내 타겟이다.""보호한다면, 부모가 보호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정명그룹 회장 태평경?!"소혜주가 말했다. 강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주는 하지만 아직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그런데 왜 태민혁의 주의를 딴데로 돌려야 하는거야?""태민혁한테서 아버지의 약점을 캐낼 수 있어야 하니까."승주는 그제서야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처음 정명국제학교에 잠입수사를 하던 날, 자신에게 최음제가 씌어진 수트를 입힌 윤국장의 의도까지 모두 파악했다."윤국장님 정말 너무하시네요! 어떻게 승주선배님한테 그런 얘기는 쏙 빼놓고. 전혀 모르셨던거죠, 선배님?""넌 알고 있었던거 아니야? 소혜주?""앗, 저도 정말 몰랐어요! 저는 그냥 강대한선배님이랑 승주선배님이 같은 프로젝트에 있지만, 승주선배님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만 알고있었던걸요."소혜주가 풀이 죽어 땅을 쳐다보며 말했다. "승주야, 변하는 건 없어. 너는 너대로 너의 임무를, 나는 나대로 내 임무를 하면 돼. 우리 같은 아랫것들이 무슨 힘이 있겠어. 시키면 시키는대로-""그 입닥쳐."승주는 강대한에게 차갑게 말했다. 자신이 그 임무 때문에 태민혁에게 당했던 일을 떠올리면 온몸이 수치스러웠다. 문제는 자신이 태민혁에게 접근해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태민혁에게 진짜 빠져들었다고 착각할 만큼 그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게 윤국장의 설계였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다.. 거짓이야. 만들어진 거짓.'"강대한, 그럼 말해봐. 태평경이 왜 타겟이 된거야? 죄명이 뭔데?""정확히는 잘 모르겠어. 말했잖아, 우린 아랫 것들 이라고...""..."승주는 강대한에게서 시선을 돌려 소혜주를 바라봤다. 소혜주는 승주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다른데로 돌렸다. 승주가 소혜주의 양쪽

  • 낮과 밤이 다른 사서   <41>보고싶어

    루카스가 택시에서 내렸다.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금발 머리,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색 티셔츠에 흰색 바지를 입었다.택시기사가 트렁크에서 기내용 캐리어를 꺼내 루카스에게 건네자,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팁을 건넨다. "씨에씨에."중국어로 고맙다고 인사한 루카스는 젠틀맨 그 자체였다. 택시기사가 감사인사를 하고 떠났다. 루카스는 마천루 같은 빌딩을 올려다 보았다. 태민혁을 보호하는 용병인 자신이 그와 따로 상해에 입국한 이유는 바로 자신의 진짜 고용주인 태평경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태평경은 태민혁의 아버지로, 그가 자신의 아들을 감시와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자신을 고용한 것을 알고 있었다. 태민혁은 쉽사리 마음을 내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심리상담교사로 정명 국제학교에 근무하며 태민혁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최근에 자신의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기간제 사서교사 때문에.[팅-!]정명그룹 상해지부. 루카스가 빌딩의 탑층에서 내리자, 양복을 입은 40대 남자 비서가 그를 맞이한다. "기다리고 계십니다."태평경 회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루카스는 손목에 있는 스마트워치를 보았다. 오후 1시 24분.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12시 30분.비서가 문 앞에 멈춰서 노크를 했다. 루카스가 방 주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비서가 당황해서 그를 나무라려고 했다. 회장실 안에 있던 태평경이 눈짓으로 그를 저지했고, 비서가 이를 알아듣고 회장실에서 사라졌다. "루카스! 하마터면 인터폴에 있는 내 친구에게 전화할뻔 했네, 오다가 수배라도 당한거 아닌가 걱정이 되서 말이지.""하! 감개무량입니다."루카스는 태평경의 눈치를 보거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응접 테이블에 앉았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회장실을 대놓고 두리번 거렸다. 상해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벽에는 중국의 유명 현대화가의 작품이 걸려있었다. 태평경은 자신의 책상에서 일어나 루카스가 앉아있는 응접테이블의 가장 상석에 앉았다

  • 낮과 밤이 다른 사서   <40>내 타겟은

    사실 승주도 고3이라는 신분만 아니었다면, 과거에 강대한이 자신에게 고백했을때 받아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승주에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인 한국대학교를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명고등학교에서 강대한을 처음 만났을때 설레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대한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기에 그가 무척 밉고 야속했다. "대한아, 잠깐만!"강대한이 억지로 승주를 벗기려고 하자, 승주가 그의 손을 잡으며 다급하게 멈춰세웠다. 한층 부드러워진 승주의 말투에 강대한이 의아한듯 그녀의 얼굴을 마주했다. 승주는 좀 전과는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생긋 웃으며 말했다. "나 와인 한 잔 줄래? 취하고 싶어."강대한은 승주의 애교에 볼과 귀가 빨개졌다. 강대한도 역시 억지로 승주를 취하는 것 보다는 승주와 와인을 함께 마시고 분위기 좋은게 나았다. 이렇게 억지로 범했다가는 앞으로의 학교생활도 힘들어질게 뻔했다. "그, 그럴까?""응. 일단 침대에서 일어날까?"강대한이 침대에서 일어나 와인 잔을 향해 돌아서는 순간, 승주도 그 즉시 침대에서 일어났다.[슥-]강대한의 발목을 발로 걸고 즉시 그의 오른팔을 두 손으로 낚아채 등 뒤로 꺾었다.[우당탕!]"으억-!"강대한이 바닥에 엎어졌다. 승주는 그의 등 위에 무릎을 얹은 채 팔을 계속 꺾어 올렸다."아, 아야!! 뭐야, 이거 놔!""조용히 해."승주의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다. 강대한이 버둥거릴수록 승주는 팔을 한 각도 더 꺾었다."끄억-! 진짜, 팔 부러지겠다고!""부러지기 전에 가만히 있어."'국정원 체포술 기초과정. 이 정도는 훈련소 2주차 커리큘럼이지.'"말 해. 너 누가 보냈어? 윤국장이야, 태민혁이야?""아, 알았어! 말 할게!! 일단 이것 좀 놓고!"승주가 팔을 더 꺾었다. "아악-! 승주야!""수쓰면 죽는다!""나 너랑 같은 편이라니까, 윤국장님이 보냈어, 현장3팀 이라고, 나.""뭐?"[똑똑똑]바로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마침

  • 낮과 밤이 다른 사서   <39>나의 전부

    루카스와 소혜주는 택시 뒷좌석에 탔다.루카스는 중국어로 오렌 호텔에 가달라고 능숙하게 말했다.소혜주가 그 모습을 보고 박수를 치는 시늉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어머, 한국어도 하시고 중국어까지?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아메리칸? 유러피안?”“훗, 그쪽은?”“나는 당연히 한국인이죠~ 그것도 공무원.”“아하, 나랏밥 먹는구나.”“꺄르르~ 그런 말을 어떻게 알아요? 진짜 대단하다~”“한국에 오래 살았지만 공무원을 해외에서 만나는 건 처음인데요? 출장 왔어요?”“네, 제가 좋아하는 선배님이 지금 잠입수사 중이거든요. 근데 갑자기 저희 국장님한테 사람 한 명을 보내달라고 했대요. 하필 현장경험 있는 직원들은 전부 바빠서 비서직이지만 제가 왔어요.”루카스는 그 말을 듣고 움찔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심리학 전공을 하고 임상심리사 자격증까지 갖춘 루카스는 정명국제학교에서 심리상담교사로 일하고 있었기에 그쯤은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루카스의 본래 직업은 그보다 더 고도의 심리기술이 필요한 일이라 지금 이 상황은 식은 죽 먹기였다.“아 그래요? 국장님도 그 분이 유능하다고 생각해서 보내셨겠죠.”“헤헷, 저도 약간 그렇게 생각하긴 해요. 사실 제가 닮고 싶은 선배도 있어요. 저랑 이름도 비슷한데... 그 분은 여자분인데, 외모도 출중하시지만 외국어도 5개국어를 하신대요. 그 분도 여기서 잠입수사 중이시거든요. 절 필요로 한다는 사람이 그 분인지, 이 분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전 두 분 중에 누구라도 제가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할 것 같아요!”루카스는 소혜주가 혼자 떠들어대는 것을 그저 옅은 미소로 들어주었다. 중간중간에 가벼운 호응과 더 자세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부담스럽지 않은 질문까지.택시가 호텔에 도착하자, 루카스는 유리창 밖으로 호텔에 정명국제학교의 환영을 알리는 플랜카드까지 발견했다.“얘기하다보니 벌써 다왔네요?”소혜주는 택시에서 내리고 트렁크에서 자신의 캐리어를 꺼냈다. 아직 차에 있는 루카스를 쳐다보고 안

  • 낮과 밤이 다른 사서   <38>좀 더 놀아주려고 했는데

    상해의 5성급 호텔, 오렌 상하이(澳蓮, Auren)에 도착한 버스.버스에서 학생들이 하나둘 내리고, 자기 캐리어를 챙겨 로비에 서른 명이 모여있다. 비행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지만 학생들은 피곤한 듯 지친기색이 역력했다. 누구는 편의점을 다녀오겠다며, 누구는 뭐 좀 먹어야겠다 등등.다들 부잣집에서 오냐오냐 하며 자랐기에 학교가 아닌 곳에서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불만이 가득찬 표정으로 빨리 방으로 들어가 쉬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강대한이 그런 학생들을 하나하나 컨트롤하느라 바빠보이자 승주가 강대한에게 말했다."애들 챙겨, 룸키는 내가 받아올게.""고마워, 중국어 잘 한다며, 부탁 좀 할게."승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서 호텔 프런트 직원 중 한 명에게 다가갔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강대한이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아는걸 어떻게 알지?'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고등학생때인데, 승주가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대학교 2학년때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나서 부터다. 중국어를 할 줄 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니하오, 정명국제학교 맞으시죠? 체크인 도와드리겠습니다."호텔 직원의 물음에 승주는 의아한 생각을 떨치고 체크인에 집중했다. 학생들은 30명 , 룸은 2인1실로 교사까지 포함하면 18개의 방이었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호텔직원이 하는 말에 집중해야 했다. ===학생들에게 룸키를 모두 나눠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려보내자 로비에는 강대한과 승주만 남았다."대한아, 너도 이제 올라가봐. 고생했어.""후, 내일 부터가 걱정이네. 저 녀석들을 데리고 어떻게 내일 일정을 소화할지.""어린애들도 아니니까, 뭐.""하긴 그래.""저, 대한아. 혹시 내가 중국어 하는거 어떻게 알았어?""어?""우린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만난적이 없잖아. 난 대학생때 중국어를 배웠어. 그런데 니가 어떻게 아는거야?"강대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 하는 강대한의 모습에 승주는 강대한에게

  • 낮과 밤이 다른 사서   <37>연극은 여기까지

    승주는 태민혁에게 잡힌 손목이 욱씬거렸다. 몇 번이나 그의 손아귀에서 손목을 빼내려고 했지만 도저히 놔주지 않았다. "이거 놔....으읍!"목소리가 먹혔다, 정확히는 승주의 입술과 혀가. "우웁, 으읍-"태민혁은 승주의 턱을 다른 한 손으로 잡았다. 입을 벌리도록 양쪽 볼을 커다란 손으로 오므리게 했다. 벌어진 입 안으로 태민혁의 혀가 거침없이 침입했다. 어딘가에서 보고있을지도 모르는 김 사무장의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 태민혁은 굶주린 늑대처럼 승주의 입안을 헤집었다. 승주의 타액이 턱밑으로 흘러내렸다. 우왁스럽게 잡아챈 손아귀가 점점 승주의 목울대로 내려왔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던 강한 키스에 힘이 빠져버린 승주가 머리를 가누지 못 하고 의자로 기댈 수 밖에 없었을 때, 태민혁이 그녀의 뒷통수를 부드럽게 받아냈다. "따라와."태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승주의 손목을 잡고 승무원실과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태민혁이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자 아늑한 조명과, 1인용 침대가 놓여있었다. 완전히 누울 수 있는 공간. 전용기를 타는 사람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었다. 먼저 들어선 태민혁이 승주를 끌어당겨 침대에 앉혔다. [탁]문을 완전히 닫았다. 김 사무장의 시선도,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의 태양과 구름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승주와 태민혁의 숨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태민혁이 문을 닫고 승주의 곁으로 한걸음 다가왔다. 침대에 앉은 승주는 고개를 들어 그의 손길을 음미했다. 태민혁은 곧 키스할 듯 승주의 코끝으로 다가와..."연극은 여기까지.""!!"'뭐, 뭐야?'태민혁은 바지에 손을 꽂아넣은채 문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승주를 바라봤다."김 사무장 따돌리기는 이 방법 뿐이라. 기대에 부응하지 못 했다면 사과하지.""뭐라고요? 하...""중국 고서를 명분으로 이승주씨를 전용기에 태웠으니, 그 보답으로 당신의 정보가 필요해.""..."'역시, 예상대로였어.'승주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태민혁은 문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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