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 76화. 지금도 그러고 싶어

Share

76화. 지금도 그러고 싶어

Author: 케사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7 05:00:00

음식은 한꺼번에 나왔다.

직원이 고등어구이를 태헌 앞에 놓고, 해원 쪽으로 제육볶음 접시를 밀었다. 해원은 접시 아래 깔린 종이가 국그릇에 닿지 않게 옆으로 당겼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태헌이 접시를 보더니 자기 앞쪽을 조금 비웠다.

해원은 못 본 척 밥 뚜껑을 열었다.

“아직 안 남겼어요.”

“아무 말 안 했어.”

해원은 젓가락을 들었다.

한 입 먹고 나서야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게 실감 났다. 맵기는 했지만 걱정했던 정도는 아니었다.

태헌도 식사를 시작했다.

잠시 말이 없었다.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 추가 주문을 했고, 주방 안에서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해원은 접시에서 양파를 골라 밥 위에 올렸다.

“오늘 전화할 때.”

태헌이 말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12화. 금방 올게

    태헌은 휴대전화를 다시 거두었다. 화면을 한 번 더 보지는 않았다. 그대로 침대 옆 탁자 위에 엎어놓았다.해원도 그 답장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초인종이 울렸다. 룸서비스였다.태헌이 문을 열고 쟁반을 받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해원은 서류가 밀려난 책상 한쪽에 그릇을 옮겨 담았다. 의자가 하나뿐이라 해원은 소파에, 태헌은 침대 끝에 앉아 접시를 무릎 위에 올렸다.파스타는 조금 식어 있었다. 둘 다 별말 없이 먹었다. 포크가 접시에 닿는 소리만 났다."내일 몇 시에 가요?""열 시쯤.""네."식사를 마친 뒤 해원이 그릇을 정리했다. 태헌이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물소리가 들리는 동안 해원은 창가에 섰다. 호텔 창밖으로 도로가 내려다보였다. 금요일 밤의 차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저 차들 중 어딘가에는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태헌이 나오고, 해원이 씻었다.욕실 거울 앞에 놓인 세면도구는 전부 태헌의 것이었다. 칫솔 하나, 면도기 하나. 해원은 그 옆에 자기 물건을 내려놓을 데가 없어서 세면대 가장자리에 가방에서 꺼낸 작은 파우치를 올려놓았다.씻고 나왔을 때 방은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태헌이 천장 등을 끄고 침대 옆 스탠드만 켜두었다. 태헌은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해원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누르며 창가 소파에 앉았다. 태헌은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해원도 그 시선을 알았다."해원아."해원이 고개를 들었다."이리 와."몇 주 전 해원의 집 거실에서 들었던 말이었다. 그날 해원은 웃으며 걸어갔다. 오늘은 웃음이 나지 않았다. 대신 수건을 내려놓는 손이 그날보다 빨랐다.해원은 침대 앞까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11화. 알았다

    금요일 오후의 사무실은 늘 조금 느슨했다.다음 주 예식 일정표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업체에 보낼 메일을 정리하는 동안, 옆자리에서 다연이 기지개를 켰다."오늘 금요일인 거 실화야? 이번 주 왜 이렇게 길었지.""그러게.""너 이번 주 내내 얼굴이 별로였어. 주말엔 좀 쉬어."해원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다연은 더 묻지 않고 자기 화면으로 돌아갔다. 해원은 그게 고마웠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면 대답할 말이 없었다.금요일이었다.해원은 그 단어를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일요일 아침, 해원의 집 복도에서 태헌을 배웅하며 했던 말이 있었다. 금요일에 봐요. 태헌은 끝나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아무 일도 없던 아침이었다. 그 뒤로 닷새가 지났다.그 약속이 아직 유효한지 해원은 몰랐다. 그날 이후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금요일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해원도 꺼내지 않았다. 지금 같은 때에 약속을 지키자고 말하는 게 맞는지, 그냥 지나가게 두는 게 맞는지 알 수 없었다.여섯 시가 조금 넘어 업무를 마무리했다.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기는데 책상 위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태헌이었다.[끝났어.]해원은 그 짧은 한마디를 한참 내려다봤다.일요일에 태헌이 했던 말 그대로였다. 끝나면 연락할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태헌은 그 약속을 그대로 가져와 있었다.해원은 답장을 썼다.[어디로 가면 돼요?]잠시 뒤 호텔 이름과 방 번호가 왔다. 해원은 그 이름을 몰랐다. 태헌의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먼저 갈게."다연에게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지도 앱을 켰다. 택시로 이십 분 거리였다.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10화. 이불 커버

    해원은 엄마가 나간 뒤에도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카페를 나왔다.집까지는 오 분이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불을 켰다. 식탁 위에는 일요일에 엄마가 건넨 쇼핑백이 아직 그대로 있었다. 해원은 그 옆에 가방을 내려놓았다.휴대전화를 꺼냈다. 태헌과의 대화창 맨 아래에는 오늘 아침 그가 보낸 짧은 메시지가 있었다.[출근했어.]해원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가 두 번 가고 연결됐다."응.""지금 괜찮아요?""방금 들어왔어."해원은 소파 끝에 앉았다."엄마 만났어요.""뭐라고 하셨어.""지금은 둘이 같이 집에 오는 건 못 보겠대요. 예전처럼 다 같이 밥 먹는 것도 못 하겠다고."전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했다."……그러실 거라고 생각했어.""저도요."해원은 그 말을 하며 스스로도 조금 놀랐다. 정말 그랬다. 카페로 가는 길에 엄마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그 집에 둘이 나란히 들어가는 일은 해원도 상상할 수 없었다. 엄마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도, 해원은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니 그 말 자체는 아무것도 새롭지 않았다."근데요."해원이 말을 이었다."그 말 하나 하려고, 엄마가 여기까지 왔어요."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코트도 안 벗고 앉아 있었어요. 라떼 시켜놓고 거의 안 마셨고. 눈 밑이 다 꺼져 있었어요. 잠을 못 잤나 봐요."해원은 말하면서 엄마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한 번 걸렸다가 끝까지 버티던 목소리. 카페 문을 나서며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던 뒷모습."그 말 한마디 하는데, 엄청 오래 걸렸어요.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09화. 밥은 먹고 다니니?

    엄마에게서 연락이 온 건 목요일 오후였다.[퇴근하고 시간 돼?]해원은 사무실에서 그 메시지를 받았다. 사흘 만이었다. 현관에서 조심해서 가라는 말을 들은 뒤로 엄마는 아무 연락도 없었고, 해원도 먼저 하지 못했다. 몇 번이나 대화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엄마가 무슨 말을 먼저 할지 몰라서, 그 말을 듣기 전에 무언가를 보내는 게 무서웠다.[응. 어디로 갈까?]답장은 조금 늦게 왔다.[너희 집 근처 카페. 아무 데나.]해원은 그 문장을 한참 봤다. 집이 아니라 집 근처였다.카페는 해원의 집에서 걸어서 오 분 거리였다. 해원이 먼저 도착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주문하러 가려다가 엄마가 무엇을 마실지 몰라 그냥 앉아 있었다. 평소라면 묻지 않아도 알았다. 따뜻한 라떼, 시럽 없이. 그런데 오늘은 그걸 미리 시켜두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수경은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왔다. 문을 열고 들어와 해원을 찾더니, 테이블 앞에서 잠깐 멈췄다."……뭐 마실래?"해원이 먼저 물었다."아무거나.""라떼?""응."해원이 주문하러 다녀오는 동안 수경은 코트를 벗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음료를 받아 돌아왔을 때도 그대로였다. 오래 있지 않을 사람처럼.해원은 컵을 엄마 앞에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았다. 수경은 컵을 두 손으로 감쌌지만 마시지는 않았다.창밖으로 퇴근길 사람들이 지나갔다. 둘 다 한동안 그쪽만 봤다."밥은 먹고 다니니."수경이 먼저 말했다.해원은 그 질문에 목이 조금 막혔다. 엄마가 늘 하던 말이었다. 몇일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들었던 말."응. 먹어.""그래."다시 말이 끊겼다.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08화. 하나는 알겠어

    다음 날 아침, 수경이 눈을 떴을 때 명우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이불이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이른 시각이었다. 수경은 침대에 앉은 채 한동안 그 빈자리를 봤다. 명우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늦게 잠든 탓인지, 명우가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한 탓인지 알 수 없었다.부엌에서는 직원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회장님은 일찍 나가셨어요. 식사는 안 하신다고.""……그래요."수경은 식탁에 앉았다. 직원이 국그릇을 내려놓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본부장님은 오늘 아침 안 드시나요? 방에 안 계셔서요."수경은 수저를 들다가 멈췄다.직원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이 집의 아침은 늘 그렇게 돌아갔다. 명우는 먼저 나가고, 태헌은 조금 늦게 내려와 커피만 마시거나 간단히 먹고 나갔다. 그 순서를 매일 지켜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물을 만한 질문이었다."당분간 집에 없을 거예요."수경은 그 말을 하고 나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실감했다."아, 출장 가셨구나. 그럼 방 정리는…….""그냥 두세요.""네?""방은 그냥 그대로 두세요."직원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경은 국을 한 숟갈 뜨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출장이라는 말을 정정하지 않았다. 정정할 말이 없었다.낮 동안 수경은 집 안에서 할 일을 찾았다. 화분에 물을 주고, 미뤄둔 서랍 정리를 했다. 손이 비면 휴대전화를 들었다. 해원과의 대화창을 열었다.[밥은 먹었어?]썼다가 지웠다.[어제는 잘 들어갔어?]그것도 지웠다. 어제 현관에서 조심해서 가라고 한 게 마지막이었다. 그다음 말을 무엇으로 이어야 할지 몰랐다. 평소처럼 밥 먹었느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07화. 잠못이루는 밤

    해원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 식탁에는 아무도 없었다.서재 문이 닫혀 있었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수경은 그 문 앞을 지나 식탁으로 갔다. 손대지 않은 음식이 그대로 식어 있었다. 직원은 이미 퇴근했고, 치울 사람은 수경밖에 없었다.수경은 그릇을 하나씩 겹쳤다. 국그릇, 밥그릇, 반찬 접시. 해원의 앞접시에서 손이 잠깐 멈췄다. 명우가 덜어준 반찬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해원이 좋아한다며 명우가 일부러 준비하라고 했던 반찬이었다.수경은 그 접시를 다른 그릇 위에 올렸다. 버리지도, 랩을 씌우지도 못하고 개수대 옆에 내려놓았다.물을 틀었다. 설거지를 시작했다가 그만두었다. 손이 젖은 채 개수대 앞에 서 있었다. 서재 쪽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차라리 큰 소리가 났으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한참 뒤 서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 태헌이었다. 명우의 발소리는 아니었다. 명우는 나오지 않았다.수경은 행주에 손을 닦으며 거실로 나왔다. 2층으로 올라간 태헌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수경은 계단 아래에 서 있다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게 이상해서 소파 쪽으로 몇 걸음 옮겼다. 앉지는 않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 다시 계단에서 발소리가 났다.태헌이 내려오고 있었다. 한 손에 가방이 들려 있었다. 출장 갈 때 쓰던 크지 않은 가방이었다. 재킷도 입고 있었다.수경은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멈췄다.태헌도 계단 아래에서 수경을 발견하고 걸음을 늦췄다. 거실 한가운데, 몇 걸음 떨어진 자리였다. 어제 저녁 현관에서 마주쳤을 때와 비슷한 거리였다. 그때 태헌은 해원에게 가고 있었다. 지금은 이 집을 나가고 있었다.수경은 어디 가느냐고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그 가방이 대답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