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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Author: ifex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2 06:00:35

알렉산더의 시점

나는 귀국한 지 고작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국제 출장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하루하루가 공항과 회의실, 그리고 내 회사를 살려둘 수도 있고 그대로 가라앉힐 수도 있는 권력자들과의 신중하게 계산된 대화로 뒤섞여 버렸다.

5천만 달러.

그 숫자는 시간대를 넘나드는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감당하지 못할 조건으로 빌린 돈이었다. 계약서에 남은 서명들은 마치 피로 쓴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회사를 버티게 할 자본이 필요했다.

앞으로 한 분기만 더 약해진다면 전체 구조가 공개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아무도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몰랐다.

이사회도.

투자자들도.

그리고 빅토리아는 더더욱 몰랐다.

빅토리아.

나는 거의 1년 전, 그녀의 출장 중에 결혼했다.

그 결혼은 실용적인 선택이었다.

그녀는 안정과 내가 가진 이름이 겉으로나마 제공할 수 있는 삶을 원했다. 나는 안정된 결혼생활이라는 이미지를 필요로 했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는 사회적 연결과 조용한 증거가 필요했다. 그동안 나는 빚이 스캔들로 번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우리는 대부분의 낯선 사람들보다도 적은 시간을 같은 도시에 머물렀다.

전화.

송금.

가끔 주고받는 신중하게 작성된 메시지.

그 정도면 충분했다.

지금까지는.

나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같은 주에 들어온 것이었다.

비행기는 늦은 밤에 착륙했다. 도시 반대편까지 운전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내가 돈을 내고 마련한 아파트로 돌아가 거의 알지도 못하는 아내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의붓딸을 마주하기에도 늦은 시간이었다.

내일이면 충분했다.

오늘 밤 내게 필요한 건 침대와 몇 시간의 침묵뿐이었다.

호텔은 마지막 순간에 내린 결정이었다.

높은 층에 있는 조용하고 익명성 있는 스위트룸.

나는 객실 번호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열쇠를 받아 곧장 위로 올라갔다. 옆방과 연결된 문은 내가 도착했을 때 내 쪽에서 잠겨 있었다. 습관처럼 한 번 확인한 뒤, 그 문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다.

나는 의자에 재킷을 벗어 걸고, 여행으로 구겨진 나머지 옷을 벗은 뒤 샤워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

수증기.

몇 시간 동안 비행기 안의 탁한 공기를 뒤집어쓰고 있던 몸을 씻어내는 단순하고 본능적인 해방감.

나는 필요 이상으로 오래 샤워했다. 뜨거운 물이 굳어 있던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는 동안 아침 일정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빅토리아를 만난다.

그 여자를 만난다.

미소를 유지한다.

빚은 하루 더 숨긴다.

물을 끄고 수건을 집으려던 순간이었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옆방에서 문이 열리는 희미한 소리.

그리고 발소리.

가볍고 불안정했다.

어딘가에서 가방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렸다.

나는 얼어붙었다. 아직 가슴 위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구지?”

대답은 없었다.

나는 흰 수건을 허리에 단단히 두르고 매듭을 힘껏 묶은 뒤 욕실 바닥을 가로질렀다.

분명 잠겨 있어야 할 연결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다.

누군가 반대편에서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나는 문을 더 밀어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여자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내가 들어온 것을 듣지 못했거나, 너무 지쳐 있어서 신경 쓸 여유가 없는 듯했다.

한쪽 팔은 머리 위로 뻗어 있었고, 얼굴은 반대쪽 벽을 향하고 있었다.

침대 옆 램프에서 나온 부드러운 황금빛이 매트리스와 그녀의 드러난 다리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음 떠오른 생각은 우스울 정도로 단순했다.

가늘고 긴 다리.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머리에 들어왔다.

그녀의 다리는 길고 가늘었으며, 조명 아래 피부가 반짝였다. 마치 방금 보습제를 바른 것처럼, 혹은 방 안의 따뜻한 공기가 피부에 입맞춘 것처럼 보였다.

그런 다리를 보면 남자는 시간도, 도시도, 마치 두 번째 골격처럼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5천만 달러도 잠시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자를 바라보며 이렇게 깨끗하고 선명한 감정을 느껴본 지 오래였다.

종아리의 단순한 곡선과 무릎 뒤쪽의 부드러운 오목함만으로 숨이 막힐 정도로 시선을 빼앗긴 건 더 오래전 일이었다.

나는 있어서는 안 될 만큼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가 잠결에 몸을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옷자락이 허벅지 위로 조금 더 올라갔다.

그때 그녀의 광대뼈에 난 멍이 눈에 들어왔다.

어둡게 변해가는, 아직 신선한 멍.

누군가 그녀에게 손을 댄 것이다.

그 사실이 차갑고 익숙한 무게로 가슴에 내려앉았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내고, 다시는 그녀에게 손대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는 갑작스러운 충동이 드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더 크게 말을 걸었어야 했다.

내 방으로 돌아가 프런트에 전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수건을 허리에 낮게 두른 채, 아직 피부 위에서 식어가는 물기를 느끼며 그대로 서서 그녀의 느린 호흡을 바라봤다.

그녀는 젊었다.

어린아이는 아니었지만, 밝은 낮에 본다면 나와의 나이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질 만큼 젊었다.

짙은 머리카락이 베개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

쉬고 있는 얼굴에서도 입술의 곡선은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의 모든 것은 내가 방금 떠나온 냉정하고 계산적인 세상과 정반대였다.

그리고 위험한 단 한순간, 나는 그것을 원했다.

나는 이 도시에 두 가지 이유로 돌아왔다.

5천만 달러의 빚에 짓눌려 무너질 위기에 놓인 회사를 지키는 것.

그리고 마침내 빅토리아와 그녀의 딸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

1년 동안이나 피했던 두 사람을.

나는 호텔 스위트룸에 서서 낯선 여자의 다리를 바라보며, 내 피가 있어서는 안 될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느끼기 위해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 여기 있었다.

그녀가 목에서 작은 소리를 냈다.

한숨과 희미한 불평 사이의 소리였다.

그리고 다시 몸을 움직였다.

허리에 감긴 수건이 갑자기 너무 얇게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코로 숨을 내쉬었다.

협상이 틀어지기 시작할 때마다 하던 것처럼.

통제.

회사의 빚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막아준 것도 통제였다.

빅토리아와의 결혼을 서명 한 번과 매달 이어지는 송금 이상의 복잡한 관계로 만들지 않게 해준 것도 통제였다.

내게는 그 통제 밖에서 살아가는 어떤 것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내 몸은 그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멈추기도 전에 침대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조명이 다시 그녀의 반짝이는 허벅지를 스쳐 지나갔다.

내 손가락이 옆에서 천천히 움켜쥐어졌다.

아직 돌아갈 수 있었다.

연결문을 닫고 잠근 뒤, 그녀를 본 적이 없는 척할 수도 있었다.

내일이면 아파트로 운전해 가서 아내를 만나고, 서류에서만 읽어본 이름의 의붓딸을 만나고, 모든 것을 간신히 유지해주는 신중한 연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이 조용한 방과 원래 비어 있어야 했던 침대 위에서 잠든 여자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이미 흥분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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