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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Penulis: 스프링 가든
“서유정, 그런 식으로 말하면서 너 자신까지 속이지는 마.”

한 달이라는 건 결국 그녀 자신을 위한 핑계일 뿐이며 그의 머리에 물이 차지 않은 이상 절대 믿지 않을 거다.

그가 계속 믿지 않으니 서유정도 굳이 더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그는 신나경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을 테고 그녀는 남은 시간을 버텨 한진숙의 은혜를 갚기만 하면 떠날 수 있었다.

곧 신나경도 서유정과 양주원의 한 달 기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양주원은 신나경을 품에 안고 농담처럼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나경은 양주원의 무릎에 앉아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주원 씨, 서유정 씨 말이 진짜일까?”

그녀의 말투에는 기대가 섞여 있었다. 만약 서유정이 정말로 알아서 떠난다면 그녀가 양주원의 정식 여자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비록 그와 함께라면 명분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어떤 여자가 평생 사랑하는 남자의 비밀 애인 노릇이나 하며 살길 원하겠나.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잘 알아. 너랑 만나는 걸 3년 넘게 알면서도 헤어지자는 말을 한 적이 없어. 엄마를 이용해 결혼을 강요하는 건데 어떻게 떠날 수가 있겠어.”

양주원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며 신나경은 그가 여자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유정과 몇 번 만나다 보니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겉으로는 온화한 성격 같아도 뼛속 깊이 오만한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3년간 이별을 꺼내지 않은 건 단지 양주원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며 지금 결혼을 코앞에 앞둔 이 시점에서 이별을 언급한다는 건 아마도 양주원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양주원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라는 걸 잘 알았다.

서유정을 양주원 곁에서 완전히 떠나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기회!

어떻게든 서유정이 양주원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게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

이어지는 일주일 동안 양주원은 여전히 매일 돌아오긴 했어도 서유정이 보는 앞에서 신나경과 통화를 하는 등 전혀 감추지 않았다.

결혼 전부터 그녀에게 기선제압을 하는 것이며 신나경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을 거라는 시위였다.

서유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못 들은 척 넘겼지만 마음은 그래도 다소 아팠다.

양주원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지만 자신의 감정까지 단번에 정리할 수는 없었다.

그를 마주한 채 동요하지 않으려면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평화롭게 한 주가 지나고 서유정이 가게에서 주문한 웨딩드레스가 배달되었다.

택배 기사는 웨딩드레스를 전달하고 서유정에게 서명을 요구한 뒤 곧장 떠났다.

웨딩드레스는 거실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서유정이 지난번 가게에서 입어봤을 때처럼 화려하고 눈부셨지만 이젠 그때처럼 잔뜩 들뜨고 기대하던 마음은 사라졌다.

그녀는 웨딩드레스 앞에서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아마도 이 웨딩드레스를 입을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웨딩드레스를 벗겨서 곱게 접어 가방에 넣으려던 순간 서유정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웨딩드레스 뒤쪽의 스커트 부분에 노란색 얼룩이 몇 개 있었는데 매우 연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웨딩드레스 가게에 전화를 걸려던 찰나 갑자기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유정 씨, 신나경이에요. 택배 이미 받았다고 뜨던데 웨딩드레스 받았죠?]

서유정의 동공이 움츠러들며 웨딩드레스를 든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신나경이 드레스를 보냈어?’

그녀가 웨딩숍에 전화를 걸어보니 3일 전에 양주원이 이미 웨딩드레스를 가져갔다고 했다.

3일 전에 가져간 걸 그녀는 오늘에서야 받았다.

신나경의 마음이 서서히 바닥으로 추락하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방금 메시지를 보낸 번호였다.

그녀는 전화를 받고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나경, 내 웨딩드레스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신나경은 피식 웃으며 느긋하게 말을 꺼냈다.

“내가 아니라 대표님께 뭘 했는지, 어디서 했는지 물어야죠. 내가 그쪽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쪽 신혼집 큰 침대에서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매번 대표님도 나도 너무 자극적이라 흥분했거든요. 며칠 그쪽이 출근했을 때마다 우리 줄곧 신혼집에서 만났어요. 신혼집 부엌, 식탁, 욕실, 거실... 곳곳에 우리 체취가 가득할 걸요. 그래도 난 안방 침대가 제일 좋았어요...”

신나경의 목소리는 의기양양했고 내뱉는 말에는 악의가 가득했다.

서유정은 이런 말을 들으면 자신이 분노하고 미쳐 날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꼭 해일이 가슴을 덮치고 지나가며 무너져서 적막만이 감도는 폐허처럼.

그리고 그녀는 그 폐허 속에서 무감각하게 서 있었다.

“나한테 너희 둘이 했던 역겨운 짓을 알려주려고 전화한 거야?”

그녀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얘기하는 것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아니죠. 단지 대표님이 진작 그쪽을 버렸다는 걸 말해주려고요. 한 달이 아니라 1년, 10년이 지나도 절대 돌아보지 않을 테니까 괜히 애쓰지 말라고요. 서유정 씨, 난 가끔 당신이 참 불쌍해요. 본인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그렇게까지 붙잡고 있으면서 굳이 결혼을 강요하는 게 떨어지지 않는 껌딱지처럼 역겹잖아요. 참, 대표님이 그쪽 가족들도 그쪽을 싫어해서 이름을 대충 지은 거래요. 집에서나 나와 대표님 사이에서나 쓸모없는 존재인 건 마찬가지네요.”

이름을 대충 지었다는 건 서민아가 한 말이었다.

양주원 말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때 양주원은 안쓰러운 듯 그녀를 안아주며 그녀 곁에 자신이 있다고, 앞으로는 누구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과 함께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물론 그 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얘기 끝났나?”

서유정의 반응이 이렇게 차분할 줄 몰랐던 신나경은 마치 주먹으로 솜을 때리는 듯한 허탈함에 가슴이 꽉 막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목소리도 변했다.

“뭐가 됐든 난 두 사람 결혼하게 두지 않아요. 대표님과 결혼할 사람은 나뿐이에요!”

“그래, 부디 그 소원 이루길 바랄게.”

서유정은 차분하게 전화를 끊고 신나경의 번호를 차단했다.

거실 중앙에 놓인 웨딩드레스를 돌아보며 양주원이 과거 얼굴을 붉힌 채 조심스럽게 반지를 그녀 앞에 내밀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의 가득하던 애정도, 지금의 변심도 전부 진짜였다.

그가 바람을 피운 3년 동안 그녀는 수없이 무너지고 울부짖고 절망하고 타협하고 미친 척 굴어 양주원과 가장 심하게 다퉜을 땐 그가 미친 여자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녀가 그를 가장 사랑했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사랑은 불타올라 재만 남았다.

아마도 그를 놓아주는 게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유정은 시선을 내려 휴대폰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번호를 하나씩 입력했다.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땐 상대가 받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도 받지 않았지만 서유정은 인내심을 발휘해 계속 전화를 걸었다.

...

그렇게 몇 번이나 걸었는지도 모를 때쯤 상대방이 마침내 전화를 받았고 양주원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유정, 나 지금 미팅 중인데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서유정은 전화 너머의 상대가 얼마나 짜증 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었다.

“양주원,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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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08. AM.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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