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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스프링 가든
양주원은 미소를 머금은 채 감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정말 예뻐. 너한테 아주 잘 어울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히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서유정과 양주원이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왔는데 신나경의 존재로 인해 오히려 서유정이 내연녀 같아 보였다.

치맛자락을 꽉 움켜쥔 서유정은 머릿속에 남아있던 이성의 끈이 툭 끊어졌다.

그녀는 치마를 들어 올린 채 천천히 신나경 쪽으로 걸어갔다.

신나경은 서유정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입꼬리에 미소를 더 깊게 지으며,

“서유정 씨, 그쪽 웨딩드레스 정말 예쁘네요. 웨딩드레스 보니까 갑자기 입어보고 싶어서요. 괜찮죠?”

짜악!

서유정은 곧장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내리치곤 또박또박 분명하게 말했다.

“괜찮은지 아닌지 이러면 알겠지?”

양주원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서유정, 무슨 짓이야!”

그는 급히 앞으로 달려가 서유정을 밀쳐내고 신나경의 턱을 들어 얼굴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했다.

웨딩드레스 치마가 풍성하고 8, 9센티미터 높이의 하이힐까지 신었던 서유정은 양주원이 밀치는 탓에 그대로 발을 삐끗하며 바닥에 넘어졌다.

그래도 발목에서 전해지는 찌르는 듯한 통증보다 마음의 고통이 백만배는 더 컸다.

과거 양주원은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만 봐도 가슴 아파했는데 이제는 다른 여자 때문에 그녀에게 손을 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양주원은 서유정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미간을 찌푸리며 신나경의 부어오른 얼굴을 보고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병원 가자.”

신나경은 고개를 흔들며 얼굴에서 전해지는 화끈거리는 통증을 참았다.

“대표님, 전 괜찮아요. 얼음으로 냉찜질하면 되니까 11시에 협력사와의 미팅에 늦어서는 안 되죠.”

고집스레 꾹 참는 듯한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양주원의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아닌 서유정에게.

그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볼품없이 넘어진 서유정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과해!”

서유정은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왜 사과를 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려놓고 사과도 안 해? 서유정, 대체 언제부터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난동 부리는 사람이 된 거야?”

격앙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는 남자의 두 눈엔 분노의 불길이 들끓었고 어렴풋이 실망스러운 기색도 섞여 있었다.

서유정은 발목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일어나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양주원, 지금 내가 변했다는 거야? 그러는 넌 안 변했고?”

멈칫하던 양주원이 말을 잇기도 전에 옆에 있던 신나경이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갑자기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대표님, 서유정 씨와 싸우지 마세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방금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간 게 잘못이었어요... 죄송해요...”

양주원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네 잘못 아니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사과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지.”

서유정은 피식 웃음이 났지만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함께한 지 8년, 한 달 후면 결혼인데 그저 ‘사람’이란 단어로 대체되고 있었다.

그의 차가운 옆모습을 보며 서유정은 의심이 들었다.

‘정말로 날 사랑하긴 했을까?’

정말로 사랑했다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굴 수 있을까.

사랑하지 않았다면 과거 그녀에게 베풀었던 그 세심한 배려는 무엇이었을까.

신나경을 달래고 난 후 양주원은 고개를 돌려 서유정을 차갑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나경이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드레스 입어볼 필요도 없어. 결혼도 미뤄.”

서유정의 낯빛이 급속도로 창백해지며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절망으로 물들어가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신나경을 어찌나 아끼는지 그녀가 뺨 한번 때렸다고 결혼을 미루는 걸로 사과를 강요하고 있다.

수많은 화살이 가슴에 날아들어 관통하는 게 이런 느낌일까.

오늘 타협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더 겪어야 할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

이젠 더 이상 서러움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 미루고 싶으면 미뤄.”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양주원과 신나경은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치맛자락을 잡고 돌아서서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절뚝거리며 피팅룸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양주원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지고 두 눈엔 살벌한 기색이 담겼다.

신나경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저... 대표님, 제가 사고를 친 건가요?”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양주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웨딩드레스를 벗을 때 서유정의 심하게 부어오른 발목을 본 직원들이 놀라며 탄성을 질렀다.

“서유정 씨, 발이 많이 부었어요. 제가 얼음 가져와서 찜질해 드릴게요.”

밑을 내려다보던 서유정의 눈가가 시큰거렸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웨딩숍 직원조차 그녀의 약혼자보다 그녀를 더 걱정해 주는데 한 남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게 정말 가치 있는 일일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직원에게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네, 고마워요.”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당연한 일인걸요.”

직원은 웨딩드레스를 걸고 얼음을 가지러 가던 중 바닥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몸을 굽혀 주워 든 그녀는 서유정이 전에 착용하던 별 팔찌인 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말했다.

“서유정 씨, 팔찌 떨어졌어요.”

옷을 갈아입던 서유정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 팔찌를 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이미 끊어져서 착용 못 하게 됐네요. 버려주세요.”

만난 지 3년 됐을 때 양주원이 생일 선물로 준 것인데 팔찌에는 두 사람의 이름 약자와 영원함을 상징하는 영어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줄곧 애지중지 아끼던 물건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끊어질 줄이야.

예전 같았으면 불길한 징조라고 슬퍼했겠지만 이젠 끊어져도 딱히 상관없었다.

직원은 비싼 팔찌라 고치면 된다고 말하려다가 서유정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는 망설이던 끝에 결국 웨딩드레스를 걸고 팔찌를 챙긴 채 자리를 떠났다.

쓰레기통으로 다가간 직원이 팔찌를 버리려던 순간 옆에서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에 든 게 뭐죠?”

놀라서 고개를 돌린 직원은 양주원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

“대표님, 이건 서유정 씨 팔찌인데 웨딩드레스 입어보다가 끊어졌어요. 더 이상 착용할 수 없다고 버려달라고 하셨어요.”

양주원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당연히 그 팔찌가 자신이 서유정에게 생일선물로 준 것임을 알아차렸다.

신나경에게 똑같은 팔찌를 선물했다는 걸 알고 일부러 자신이 준 팔찌를 버리면서 그를 사과하게 만들려는 것일까.

눈을 가늘게 뜬 그의 주위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거...”

말이 끝나기 전에 신나경의 달콤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대표님, 저 옷 다 갈아입었어요.”

허공에 내밀었던 양주원의 손이 멈칫했다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손을 거두며 다정한 시선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다 갈아입었으면 가자.”

“서유정 씨에게 인사하고 가요. 참, 방금 직원이랑 무슨 얘기 했어요?”

“별일 아니야. 기다릴 필요 없어.”

신나경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직원을 보면서도 더 묻지 않았다. 양주원의 성격을 잘 알았던 그녀는 그가 말하기 꺼리는 일에 대해 계속 물으면 그의 짜증만 불러온다는 걸 잘 알았다.

몇 년간 그녀는 이 점을 이용해 양주원과 서유정 사이에 많은 갈등을 일으켰다.

서유정이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왔을 때 양주원과 신나경은 마침 가려던 참이었다.

얼핏 두 사람이 나란히 떠나는 뒷모습을 본 서유정은 천천히 손을 말아쥐면서도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말이 떠올랐다. 상대에게 실망이 쌓이다 보면 언젠간 결국 떠나게 된다는 말.

양주원에 대한 실망도 이젠 충분히 쌓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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