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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스프링 가든
송지민이 웨딩숍에 들어섰을 때 서유정은 가게 안의 소파에 앉아 앨범을 보고 있었는데 옆모습이 차분하고 우아했다.

한 바퀴 둘러보아도 양주원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양주원은?”

“갔어.”

그 말에 송지민의 눈동자에 불만이 스쳤다.

“널 그냥 이렇게 두고 갔다는 거야?”

서유정은 시선을 내린 채 무의식적으로 앨범 속 웨딩드레스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대꾸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송지민은 화가 나면서도 안타까워 말을 돌렸다.

“웨딩드레스는 어떻게 됐어?”

“아주 마음에 들어. 사진도 찍었어.”

“보자.”

사진을 본 순간 송지민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쳤다.

“너무 예쁘네! 너한테 아주 잘 어울려. 나중에 나 결혼할 때도 너한테 웨딩드레스 디자인 부탁해야겠어.”

서유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래.”

“쯧쯧!”

송지민은 사진을 확대해 감상하며 말했다.

“양주원 그 쓰레기한테만 좋은 일이네. 전생에 무슨 공을 세웠길래 이렇게 예쁜 아내를 얻게 됐을까.”

서유정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그는 원하지 않는데 그녀가 고집을 부려서 하는 결혼이었다.

서유정이 전보다 더 말이 없는 것을 알아차린 송지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양주원이랑 또 싸웠지?”

서유정은 송지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 웨딩드레스 입어보는 게 좀 피곤해서.”

“이 정도 갖고 뭘. 결혼식 당일에는 옷을 몇 벌이나 갈아입고 돌아다니면서 인사도 해야 하는데... 참, 서씨 가문 사람들은 초대할 생각이야?”

서씨 가문이라는 말에 서유정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말아쥐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됐어, 그 얘기는 그만하자. 어차피 아직 청첩장 돌리기 전이니까 좀 더 생각해 봐.”

서유정은 가볍게 대꾸만 했다. 이젠 예정대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오늘 일을 겪고 나니 그녀도 그렇게까지 양주원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송지민은 신부 들러리 옷을 다 입어보고 떠날 때쯤에야 서유정의 발이 부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된 거야?”

“하이힐을 신다가 실수로 발목을 삐었어.”

송지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부기가 심하네. 나랑 같이 병원 가보자.”

서유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 나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 집에 가서 파스 뿌리고 며칠 쉬면 돼.”

“네 몸을 너무 안 챙기는 것 아니야? 대학 때는 주사 한 번 맞을 때도 양주원이 옆에서 달래줘야 했잖아. 그땐 진짜 연약했는데...”

멈칫하던 서유정이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대학 시절엔 참 어리광을 많이 부렸는데 그것도 양주원이 그녀를 좋아해서 아껴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그의 모든 애정과 사랑은 전부 다른 여자의 몫이 되어 예전처럼 투정을 부리면 성가시고 귀찮은 것밖에 되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송지민은 약국에서 부기에 좋은 약을 사고 서유정을 집까지 데려다주며 약을 꼭 제때 뿌리라고 당부한 뒤 떠났다.

거실에 혼자 남게 되자 아침에 웨딩숍에서 일어났던 일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오르며 서유정의 눈동자도 서서히 어두워졌다.

웨딩숍에서 불쾌하게 헤어지고 나서 양주원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서유정도 예전처럼 그에게 미친 듯이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고 두 사람 다 상대가 먼저 물러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냉전이 10일째 지속되던 때 서유정은 또다시 보석 하나를 버렸다.

이번에는 더 이상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계속 대치 상태에 머물다가 그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결심을 굳혀 떠난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 다시는 기대를 품었다가 번번이 허탈하게 무너지는 걸 겪고 싶지 않았다.

오후에 송지민은 업무 미팅을 마치고 그녀를 찾아왔다.

“결혼 준비는 잘되고 있어? 도와줄 건 없고? 결혼까지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청첩장도 안 돌리고 양주원 쪽에서도 별 움직임이 없네?”

송지민은 둘이 만나는 게 탐탁지 않았지만 가장 친한 친구인 서유정이 양주원과 결혼하겠다고 하니 축복할 수밖에 없었다.

서유정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시선을 내리며 말을 꺼냈다.

“결혼식을 미룰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룬다고?”

송지민의 목소리가 확 높아지며 표정도 덩달아 굳어졌다.

“양주원이 마음을 바꾼 거야?”

“아니, 그냥 최근에 좀 싸웠어.”

“심하게 싸웠어?”

늘 양주원에겐 너그러웠던 서유정이기에 단순히 싸운 걸로 결혼식을 미루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셈이지.”

송지민은 한숨을 쉬며 말하려던 순간 얼핏 쓰레기통 속 옥팔찌를 발견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양주원이랑 무슨 일로 싸웠길래 이 옥팔찌까지 버려? 내 기억으론 그때 이걸 산다고 양주원이 엄청 애를 썼는데.”

서유정은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밤마다 잠을 제대로 못 이뤘지만 병원에 가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양주원은 마음이 급했던 나머지 누군가에게서 절에 가서 옥팔찌를 구해 착용하면 수면에 좋다는 말을 듣고 일도 뒤로한 채 직접 국내 유명한 사찰에 가서 그 옥팔찌를 구해왔다.

그 후 서유정은 그 팔찌를 1년 넘게 착용하며 보물처럼 소중히 여겼고 송지민이 만져보려고 해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그런 팔찌를 버렸다니!

서유정이 슬쩍 돌아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별일 아니야. 결혼식 일정은 정해지면 다시 말해줄게.”

표정이 어두운 그녀의 모습에 송지민도 더 이상 묻지 않고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알겠어. 나도 별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해.”

“알겠어.”

...

3일 후 저녁, 서유정은 저녁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동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서 변호사님 친구랑 약혼자분 비서가 식당에서 싸우고 있어요!”

손가락에 찌릿한 통증이 밀려와 내려다보니 실수로 손을 베어 피가 손가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유정은 급히 주소를 물어보고 상처를 간단히 처리한 후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갔다.

도착한 문 앞에서 바로 양주원과 마주쳤다.

그는 싸늘한 얼굴로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낯선 사람처럼 굴며 곧장 식당으로 들어갔다.

서유정은 깊게 심호흡한 뒤 따라 들어갔다.

송지민은 팔짱을 낀 채 창가에 앉아 차갑게 입꼬리를 올린 한편, 맞은편에는 얼굴이 엉망이 된 채 두 눈이 붉게 물든 신나경이 앉아 있었다.

신나경 옆에는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가 있었는데 낮은 목소리로 신나경과 대화하며 이따금 맞은편의 송지민을 노려보았다.

양주원이 먼저 테이블로 걸어가자 신나경은 그를 보고 곧장 품에 안기며 작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양... 양 대표님, 저랑 민주가 밥 먹고 있는데 송지민 씨가 갑자기 달려들어 제 뺨을 두 번이나 때렸어요...”

양주원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송지민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하게 말했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송지민은 두 손을 벌리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해명이 필요한데? 왜 약혼녀랑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가면서 애인을 데려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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