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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격이 발현되었다

제2의 인격이 발현되었다

By:  악덕이모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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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생적으로 겁이 많은데 하필 중증 기면증까지 있다. 공포를 마주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잠들어 버리는 그런 기이한 병이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내가 잠들고 나면 제2의 인격이 발현되면서 전투력이 만렙이 된다는 것이다. 8살이 되던 해, 나는 사나운 개에게 놀라서 기절했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그 개가 내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리고 17살 되던 해, 나는 강도에게 놀라서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강도가 경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감옥에 보내 달라고 빌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감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애썼고 다시는 사고를 치지 않았다. 대학에 와서 캠퍼스 남신으로 불리는 애와 같은 기숙사 방을 쓰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신입생 환영회 날, 그 남자는 나를 체육 기구실에 몰아넣고 손에 가위를 든 채 악의에 찬 얼굴로 웃었다. “이렇게 촌스럽게 생겨서는 감히 내 여자친구를 꼬셔?” “오늘 그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을 아주 망가뜨려 주겠어. 그런 뒤엔 뭘로 꼬시나 보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린 채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나는 시비 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해서 기절하게 만들면 상황이 좀 보기 안 좋을 거야...” 그러나 남자는 내 말을 귓등으로 듣고 뺨을 후려쳤다. “뭘 그렇게 재는 거지? 꼬우면 너도 한 대 치던가.” 나는 강력한 한 방에 두 눈이 뒤집히며 그대로 기절했다. 남자가 막 득의양양하게 웃음을 터뜨린 순간,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내가 갑자기 기괴한 자세로 튕기면서 일어났다. 나는 눈을 감은 채 한 손으로 남자의 목을 움켜쥐고 공중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10분 뒤, 경비원이 체육 기구실 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 캠퍼스 남신이라는 그 남자는 얼굴이 시퍼렇게 붓고 코피가 터진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벽 모퉁이에 기댄 채 새근새근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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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경비원이 문을 걷어차고 들어왔을 때, 눈앞의 기괴한 광경을 보고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면서 뒤로 물러섰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더니, 죽마고우 신서민이 인파를 헤치고 뛰어 들어왔다.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번쩍 눈을 떴다.

신서민의 익숙한 얼굴을 보자 나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막 깨어난 나는 콧소리로 신서민을 불렀다.

“서민아, 쟤가 방금 가위를 들고...”

그러나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다급한 발소리가 울렸다.

한발 앞서 신서민의 팔을 붙잡은 차태우가 그 뒤로 숨더니, 놀라고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서민아, 살려줘! 나는 그냥 왜 자꾸 내 여자친구한테 추근대는 메시지를 보내냐고 물어보려던 것뿐인데, 갑자기 미친 듯이 사람을 때리더니 가위로 죽이려고 했어!”

그 말에 나는 얼이 빠졌다.

확실히 여자 꼬시는 선수는 선수라서 그런지 고자질하는 데 굉장히 능했다.

그리고 나는 조급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고 신서민을 바라보았다.

“아니야! 쟤가 먼저 손을 댔어. 나는 놀라서 기면증이 발작하는 바람에...”

“그만해!”

신서민은 얼굴 가득 혐오하는 기색으로 내 말을 끊었다.

“노민혁,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하는 거 지겹지도 않아?”

신서민은 나를 내려다보았고 눈빛은 차가웠다.

“의학적으로 무서워하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병 같은 건 없어. 태우가 알려 주지 않았으면, 나는 너처럼 거짓말만 하는 사람한테 계속 속고 있을 뻔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져서 손가락만 조금씩 움켜쥐었다.

신서민은 나의 죽마고우였다.

이 특이한 체질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괴물이라고 여겼고, 자격지심에 사로잡혀서 사람을 피했다.

그런 나를 늘 앞에서 막아 준 사람이 신서민이었다.

“너는 괴물이 아니야. 앞으로는 내가 지켜 줄게.”

그런데 나를 지켜주겠다던 수호천사는 지금 내 반대편에 서서, 나를 해치려던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들자, 마침 신서민 뒤에 숨은 차태우가 도발적인 미소를 짓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1학년 개강 무렵, 신서민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내 침대를 깔아 주고 책상을 닦아줄 때 차태우는 옆에서 비아냥거렸다.

“노민혁은 저렇게 평범하게 생겼는데, 왜 서민이 같은 애가 알아서 시중을 들어주는 거지?”

그날 이후 차태우는 부리나케 학생회에 들어갔고, 툭하면 신서민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신서민은 나와의 약속을 자주 어기기 시작했다.

내가 속상해서 따져 물으면 신서민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너 이렇게 억지 좀 부리지 않으면 안 돼? 내가 학생회장인데 신입생 좀 챙기는 게 뭐 어때서?”

내 눈앞에서 서로 기대고 선 두 사람을 보자 문득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챙기기는 무슨.’

저 둘은 진작부터 몰래 붙어먹으면서, 나를 두 사람의 놀이감으로 삼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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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경비원이 문을 걷어차고 들어왔을 때, 눈앞의 기괴한 광경을 보고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면서 뒤로 물러섰다.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더니, 죽마고우 신서민이 인파를 헤치고 뛰어 들어왔다.그 소리를 들은 나는 번쩍 눈을 떴다.신서민의 익숙한 얼굴을 보자 나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막 깨어난 나는 콧소리로 신서민을 불렀다.“서민아, 쟤가 방금 가위를 들고...”그러나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다급한 발소리가 울렸다.한발 앞서 신서민의 팔을 붙잡은 차태우가 그 뒤로 숨더니, 놀라고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서민아, 살려줘! 나는 그냥 왜 자꾸 내 여자친구한테 추근대는 메시지를 보내냐고 물어보려던 것뿐인데, 갑자기 미친 듯이 사람을 때리더니 가위로 죽이려고 했어!”그 말에 나는 얼이 빠졌다.확실히 여자 꼬시는 선수는 선수라서 그런지 고자질하는 데 굉장히 능했다.그리고 나는 조급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고 신서민을 바라보았다.“아니야! 쟤가 먼저 손을 댔어. 나는 놀라서 기면증이 발작하는 바람에...”“그만해!”신서민은 얼굴 가득 혐오하는 기색으로 내 말을 끊었다.“노민혁,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하는 거 지겹지도 않아?”신서민은 나를 내려다보았고 눈빛은 차가웠다.“의학적으로 무서워하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병 같은 건 없어. 태우가 알려 주지 않았으면, 나는 너처럼 거짓말만 하는 사람한테 계속 속고 있을 뻔했고.”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져서 손가락만 조금씩 움켜쥐었다.신서민은 나의 죽마고우였다.이 특이한 체질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괴물이라고 여겼고, 자격지심에 사로잡혀서 사람을 피했다.그런 나를 늘 앞에서 막아 준 사람이 신서민이었다.“너는 괴물이 아니야. 앞으로는 내가 지켜 줄게.”그런데 나를 지켜주겠다던 수호천사는 지금 내 반대편에 서서, 나를 해치려던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내가 고개를 들자, 마침 신서민 뒤에 숨은 차태우가 도발적인 미소를 짓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여러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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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다음 날, 학교 커뮤니티가 폭발했다.차태우가 상해진단서를 한 장 올리고는 속셈이 잔뜩 드러나는 장문의 글을 곁들였다.문구마다 전부 내가 자기 여자친구 진하람을 꼬시려다 실패하자, 부끄러움에 화가 나서 자기한테 상해를 입혔다고 성토하고 있었다.뒤이어 학생회에서 공고가 올라왔다.[노민혁 학생이 시비를 유발하여 그 영향이 심각하므로, 이번 학기에 취득한 학점 전부를 인정하지 않는 중징계를 내린다.][작성자: 학생회장 신서민.]학점 전부를 삭감하고 중징계를 내리는 건 일개 학생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공고가 나온 건 사실이었다.수업에 가는 길에 주변 사람들은 전부 나를 손가락질했다. 심지어 내 전공 교재는 누군가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나는 울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교재를 주워서 먼지를 털어 낸 다음 곧장 학생회 사무실로 갔다.신서민은 책상 앞에 앉아 뭔가 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나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러 왔어? 아직 덜 창피해?”나는 신서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체육 기구실에 CCTV가 있어. CCTV도 확인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처사하는 건 직권 남용에 감싸기야.”신서민이 코웃음을 쳤다.“CCTV는 고장 났어. 민혁아, 지금 우리 학교 방송실에 가서 태우한테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징계 취소를 생각해 볼 수도 있어.”바로 그때, 옆에서 내내 고개를 처박고 게임을 하던 학생회 부회장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티 없이 맑은 얼굴로 멍청한 소리를 했다.“뭐? CCTV가 고장 났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지난주에 시설관리팀에서 전교에 4K 고화질 야간 투시 CCTV로 새로 갈았잖아. 사인할 게 있다고 해서 내가 했는데?”그 말에 나는 신서민을 쳐다보았다.펜을 쥔 신서민의 손이 굳어지면서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번지더니 내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그 모습을 보자 나는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알고 보니 신서민은 전부 알고 있었다.CCTV가 고장 나지 않았다는 것도,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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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수면이 갑자기 잔잔해지자 차태우는 킥판을 밟은 채 득의양양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제법 버티나 했더니 벌써 조용해졌네?”그러나 차태우가 우쭐거릴 틈도 없이 물속에서 손 하나가 불쑥 뻗어 나와서 남자의 발목을 붙잡았다.“악!”이에 차태우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 손은 힘껏 잡아당기면서 곧장 깊은 쪽으로 끌어당겼다.물속에서 내 제2의 인격이 발현되면서 몸의 주인이 바뀌어버렸다.나는 눈을 감은 채 차태우의 목을 움켜쥐고 수영장 바닥으로 눌렀다.물가에 있던 진하람이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소리쳤다.“태우야!”그러더니 연하의 남자친구를 구하겠다고 수영장으로 뛰어들려고 했다.내 곁으로 헤엄쳐 온 진하람은 주먹을 휘두르며 내리치려고 했다.그러나 나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진하람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이 덩치 큰 체대생을 수영장 바닥에 대고 미친 듯이 처박았다.수영장에 있던 사람들 전부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몇 분 뒤, 물가로 헤엄쳐 올라온 나는 눈이 까뒤집혀진 차태우와 진하람도 함께 끌어 올렸다.진하람 곁으로 다가간 나는 두 손을 포개서 여자의 가슴 위에 올리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다만 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곧 뼈가 부러지는 맑은소리가 울리더니, 진하람이 물을 왈칵 뿜어내며 비명을 질렀다.그때 차태우는 스르르 깨어났다.차태우가 고개를 돌렸을 때 진하람은 움푹 꺼진 가슴을 감싸 쥔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다음 압박을 준비하고 있었다.차태우는 겁에 질려 엉금엉금 기어서 벽 모퉁이로 물러났다.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그저 이를 딱딱 부딪치기만 했다. 차태우는 온전한 문장 하나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미쳤어... 저건 괴물이야... 괴물!”같은 과 학생의 연락을 받은 신서민이 마침 도착해서 이 광경을 보더니, 곧바로 달려와서 나를 밀쳤다.“노민혁! 이 미친놈아!”그 손에 밀려 뒤통수를 타일에 부딪친 나는 아파서 순간 숨을 들이켜며 눈을 떴다.깨어난 나는 여전히 내 작품에 화들짝 놀랐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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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영상이 끝나자 청문회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차태우가 두르고 있던 밝고 훈훈한 캠퍼스 남신이라는 껍데기가 사람들 앞에서 확실하게 박살 난 것이었다.곧 방청석에서는 곧바로 수군거림이 일었다.“와, 저건 너무 악질 아니야? 가위로 사람 얼굴을 그으려고 했다니?”“쟤가 아까 커뮤니티에서는 자기가 피해자라고 하지 않았나? 가해자가 피해자를 제적시키라고 소리친 격이네.”상황이 본인이 생각하던 거와 달리 돌아가자,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차태우는 입술을 떨며 변명했다.“저, 저건 합성이에요! 딥페이크라고요! 나는 저런 짓 한 적 없어요!”그러나 이때, 평소 차태우를 밝고 해맑은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그를 대신해서 나를 욕했던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차태우를 보는 눈빛은 무슨 더러운 벌레라도 보는 것 같았다.곧 차태우는 다급해져서 반사적으로 신서민의 소매를 붙잡았다.“서민아, 네가 설명 좀 해 줘.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 줘!”신서민은 얼굴이 새하얗게 굳었지만 그래도 억지로 앞에 나섰다.“영상이 앞뒤 맥락을 잘라 냈을 수도 있어요. 태우는 평소 성격이 아주 좋아요. 이 사이에 분명 오해가...”“오해는 무슨!”성난 고함이 신서민의 말을 끊었다.진하람이 방금 접합한 갈비뼈 부위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문 앞에 서 있었다.원래대로라면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지만, 내가 제적당하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보겠다고 기어이 몸을 끌고 온 것이었다.결과적으로 제적은 못 보고 대신 한 편의 볼거리를 보게 되었다.진하람은 신서민의 소매를 붙잡은 차태우의 손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눈에 핏발이 섰다.“차태우, 너 제대로 설명해. 왜 쟤를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 너희 둘 대체 무슨 사이야?”진하람은 성질은 불같지만 바보는 아니었다.자기 남자친구가 일이 터지자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 다른 여자라니, 이건 확실히 여자친구로서 빡칠 만한 상황이었다.상황이 남자친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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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감독관은 그 문장을 다 읽고는 얼굴이 새빨개졌고 시험장은 침묵에 빠졌다.그리고 그 순간의 차태우는 눈시울이 새빨개진 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나를 손가락질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는 모멸감으로 가득했다.“노민혁! 커닝 페이퍼로 부정행위를 한 것도 모자라서 아직도 내 여자친구를 꼬시는 걸 포기 못 해? 이런 행동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야?”시험장의 학생들이 순식간에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나를 보는 눈빛은 놀라움에서 경멸로 바뀌었다.바로 그때, 대각선 뒤에 앉아 있던 진하람이 벌떡 일어섰다.진하람은 당당한 얼굴로 휴대폰을 높이 치켜든 채 교탁 앞으로 걸어 나왔다.“감독관님! 제가 증언하는데 노민혁은 실제로 저를 꼬시고 있었어요!”진하람은 휴대폰 화면을 켜서 사람들 앞에 대화 기록을 펼쳐 보였다.화면에는 노민혁이라고 저장된 카톡 계정이 노골적인 메시지를 몇 통 보내 놓고 있었다.[하람 선배, 시험 볼 때 커닝 페이퍼 전달하는 것만 좀 도와주면 시험 끝나고 건너편 RJ호텔로 가서 잘해줄게요.][차태우 같은 빈약한 몸이 뭐가 좋아요?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게요.]진하람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가슴을 활짝 폈다. 그 모습은 마치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열사와도 같았다.“내가 성적은 나빠도 이런 더러운 건 절대 용납 못 해! 노민혁, 그 마음 접어!”“태우야, 걱정하지 마. 나는 너 하나만 사랑해. 저런 쓰레기 같은 남자는 한 번 더 보는 것도 역겨워!”두 사람은 애틋하게 마주 보며 티키타카를 하면서, 순식간에 더러운 오명을 나에에 뒤집어씌웠다.나는 차가운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틀 전 청문회에서만 해도 진하람은 차태우와 신서민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의심하며 신서민을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었다.‘그런데 겨우 며칠 지났다고 다시 한마음으로 저런 시녀 노릇을 하고 있다니?’“무슨 일이에요? 시험장에서 뭘 그렇게 떠드는 거예요?”짜증 섞인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시험 감독 보조를 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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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신서민, 너 눈만 먼 게 아니라 머릿속의 뇌도 어디에 두고 온 거 아니야?”나는 의자에 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자 신서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하람 선배가 대화 기록까지 꺼내 놨는데 아직도 발뺌을 하려고?”“발뺌? 내가 발뺌할 필요가 있어?”나는 코웃음을 치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진하람에게로 걸어갔다.진하람은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아무래도 지난번 수영장에서의 그 심폐소생술이 아직 무서운 모양이었다.“선배, 휴대폰 꺼내서 그 확실하다는 증거 스크린샷을 사람들한테 한 번 더 보여 줘요.”나는 진하람을 똑바로 응시했다.그러자 진하람은 목을 빳빳이 세우고 다시 사진을 켰다.“볼 테면 보던지! 다들 똑똑히 보세요. 이게 쟤가 보낸 거예요!”나는 그 스크린샷을 가리키며 진하람과 차태우를 마치 지적장애인 보듯 쳐다보았다.“우선 나는 안드로이드폰을 써요. 그런데 이 대화 기록 스크린샷은 상단 상태 표시줄의 신호 아이콘이 전부 아이폰 iOS 화면이에요.”“뭐죠? 내 안드로이드폰이 갑자기 도라도 텄나요? 보내는 메시지에 아이폰 필터가 자동으로 씌워지게요?”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험장에 있던 사람들이 곧바로 고개를 내밀어 확인하고 곧바로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진짜네! 저 스크린샷 완전히 아이폰이잖아요!”진하람은 잠시 멍해지더니 다소 당황한 눈빛으로 차태우를 쳐다보았다.차태우의 안색이 살짝 변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버티며 소리쳤다.“여기서 말 돌리지 마! 남의 휴대폰을 빌려서 보냈을 수도 있잖아!”“좋아. 네가 굳이 그걸 따져서 본인이 판 무덤에 본인이 뛰어들고 싶다면 두 번째 근거를 제시하지.”나는 내 휴대폰을 꺼내 곧장 교탁 위에 던졌다.“선배,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앞에서 그 메시지를 보냈다는 그 계정에 보이스톡 걸어 봐요.”나는 두 팔을 가슴 앞에 모으고 입꼬리에 비웃음을 걸었다.“오늘 전화가 안 걸리거나 내 휴대폰이 울리지 않으면 선배는 악의적으로 증거를 위조해서 저를 모함한 거예요. 학칙대로면 제적당해야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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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신서민의 손은 여전히 내 옷깃을 붙잡고 있었고 입으로는 계속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았다.“민혁아, 잘못했으면 인정해야지.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제적당하게 두지는 않을게...”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두 눈이 뒤집히며 그대로 뻣뻣하게 잠들어 버렸다.의식을 잃은 탓에 내 몸은 순식간에 축 늘어졌다.미처 대비하지 못한 신서민은 내 무게에 끌려 휘청거리며 반사적으로 손을 놓았다. 그 바람에 나는 바닥에 엎어졌다.그러나 바닥에 닿기 직전 그 찰나, 내 몸이 갑자기 팽팽하게 긴장하더니 곧이어 튕기면서 일어섰다.내 두 눈은 여전히 꽉 감겨 있었다. 호흡은 평온한 데다가 심지어 가볍게 코를 고는 소리까지 섞여 있었다.내 동작은 눈으로 따라잡을 수도 없을 만큼 빨랐다.신서민이 미처 중심을 잡기도 전에 나는 손등으로 따귀를 한 대 쳤다. 그 한 방에 신서민은 그 자리에서 반 바퀴를 돌았다.신서민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오른 한쪽 뺨을 감싸 쥔 채, 얻어맞은 머릿속이 윙윙 울리면서 얼굴 가득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서민아!”차태우가 비명을 질렀다.옆에 있던 진하람은 방금 자기가 속았다는 걸 알면서도 죽어라 체면을 차리느라 아까 당한 모욕을 어떻게든 씻기 위해 크게 소리쳤다.“노민혁, 지금 사람을 때린 거야?”진하람이 주먹을 휘두르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나는 몸을 살짝 틀어 가볍게 그 주먹을 피했다.뒤이어 나는 오른쪽 다리를 들어 진하람의 왼쪽 갈비뼈 부위를 걷어찼다.그 탓에 진하람이 병원에서 막 접합한 갈비뼈가 다시 부러진 것이었다.시험장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앞서 수영장에서 떨친 내 악명 때문에 아무도 감히 앞으로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사람들은 저마다 뒤로 물러나며 내게 널찍한 공간을 비워주었다.거치적거리는 둘을 쓰러뜨린 뒤, 나는 곧장 벽 모퉁이에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는 차태우에게로 걸어갔다.“오, 오지 마! 살려줘!”차태우가 겁에 질려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났다.곧 나는 차태우의 앞으로 걸어가서 오늘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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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일이 커질 때까지 커지자 사안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차태우는 부정행위를 현장에서 적발당한 데다가 소란을 피웠기에, 학칙에 따르면 최소 정학이고 심하게는 제적까지도 당할 수 있었다.차태우가 내 발밑으로 차 넣은 그 커닝 페이퍼도 필체를 대조한 결과 나를 모함하기 위해 일부러 버린 짓으로 밝혀졌다.그러나 차태우 같은 인간은 궁지에 내몰려도 단념하지 않는 법이었다.차태우는 하룻밤 사이에 벼락부자인 자기 아버지를 학교로 불러들였다.차만호는 교무처에서 책상을 내리치며 한바탕 난동을 부렸다.그리고 이 사건의 초점을 내가 시험장에서 시험 감독 보조와 동급생을 폭행했다는 쪽으로 초점을 옮기려 들었다.둘은 심지어 경찰에 신고해서 나를 잡아가게 하겠다고 큰소리쳤다.게다가 내게 심각한 정신질환과 폭력 성향이 있다고 못 박으며 학교가 반드시 나를 강제 자퇴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요구했다.학교 측은 압력에 못 이겨서 일단 내게 수업 정지 처분을 내리고 처리 결과를 기다리게 했다.다음 날 저녁 무렵, 신서민이 제 발로 나를 찾아왔다.신서민은 내 기숙사 건물 아래 화단 옆에 서 있었는데, 한쪽 얼굴에는 아직 거즈가 붙어 있으면서도 여전히 나를 무시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었다.“노민혁, 우리 얘기 좀 해.”신서민은 나를 보며 위선적인 말투로 말했다.“네가 자진해서 자퇴 신청서를 내고 정신질환이 있다는 걸 인정하기만 하면, 어제 나를 때린 일은 문제 삼지 않을게.”“태우 쪽하고도 이야기해 놨어. 네가 학교에서 나가기만 하면 절대 신고해서 전과 기록을 남기지 않게 하겠대.”신서민은 마치 나를 위해 주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너 같은 병은 학교에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시한폭탄이야. 어쩌면 자퇴가 너한테도, 그리고 모두한테도 좋아.”나는 눈앞의 낯선 신서민을 바라보다가 문득 욕하는 것조차 입만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아, 너는 차태우의 부정행위를 감싼 데다가 걔를 도와서 증거를 위조하고 나를 모함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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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학생회 표창식은 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다.신서민은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다. 한쪽 얼굴이 아직 어렴풋이 부어 있었지만 여전히 촉망받는 인재였다.신서민은 연단에 서서 정직과 신의, 학내 규율, 학생 간부의 책임과 사명을 한참 동안 늘어놓았다.“대학생으로서 우리는 마땅히 신의를 생명처럼 여겨야 합니다. 학생회장으로서 저는 더더욱 솔선수범하여 캠퍼스 기풍을 해치는 어떤 행위도 단호히 배...”무대 아래에서는 앞줄에 앉은 차태우가 고개를 든 채, 애정 가득한 눈으로 무대 위 신서민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뒷줄 구석에 앉은 진하람은 가슴에 아직 붕대를 감은 채로 잔뜩 억울한 표정을 하고서 듣고 있었다.나는 대강당 2층 조정실 문밖에 서서 무전기로 낮게 물었다.“우현아, 준비됐어?”[준비 완료. 언제든 방송이랑 영상 송출 시스템에 끼어들 수 있어.]곧 이어폰으로 주우현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작해.”신서민이 한창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뒤쪽 LED 스크린이 갑자기 한 번 깜빡였다.뒤이어 발표 자료가 사라지더니 화질이 선명한 영상 하나가 스크린에 투영되었다.곧바로 신서민의 연설 소리가 뚝 끊어졌다.신서민은 겁에 질려 고개를 돌렸다. 머릿속이 순식간에 멈춰 버리면서 손에 든 원고는 바닥에 흩어졌다.한동안 죽은 듯한 정적이 흐르고 나자, 다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와, 이건 너무 자극적인데!”“사무실에서 저러는 거야? 게다가 동급생을 모함까지 한 거야?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화면이 바뀌더니 검은 바탕이 되었고 뒤이어 녹음 하나가 흘러나왔다.[선배, 내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시험장에서 노민혁이 선배를 꼬셨다고 말해요.][안 그러면 지난번에 사람 머리통 깨뜨린 영상이 내일 경찰서 책상 위에 올라갈 거예요! 선배도 감옥은 가기 싫잖아요?]이 녹음이 나오자 대강당 전체가 완전히 뒤집어졌다.뒷줄에 앉아 있던 진하람은 순식간에 두 눈에 핏발이 섰다.진하람은 남자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것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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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표창식이 끝난 뒤 경찰과 학교는 동시에 조사에 착수했다.영상과 녹음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었기에 학교의 조치는 빨랐다.사흘 뒤 처리 결과가 나왔다.신서민은 학칙을 심각하게 위반했고 직권을 남용한 데다가, 도덕적인 문제로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학생회장직에서 해임되었고 곧바로 제적 처리되었다.차태우는 시험 부정행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싸움 유발, 동급생 공갈 협박으로 제적되었고, 조사 협조를 위해 경찰에 연행되었다.진하람은 구류 15일 처분과 함께 중징계를 받고 퇴학 처분에 처했다.신서민이 짐을 챙겨 떠나던 날 오후, 하늘은 잔뜩 흐렸다.신서민은 캐리어를 끌고 내 기숙사 건물 아래에 서서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기어이 나를 한 번 보고 가겠다고 했다.내가 내려갔을 때, 신서민의 눈시울은 새빨갛게 부어 있었고 얼굴에는 아직 멍이 남아 있었다.나를 보자마자 신서민은 곧바로 달려들며 정말 가련한 척을 했다.“민혁아, 내가 잘못했어. 정말 한순간 판단이 흐려졌던 것뿐이야! 우리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잖아. 너는 나를 알잖아, 그렇지?”“사실 내 마음속에는 늘 네가 있었어. 그러니까 나 대신 재단 이사회에 가서 좀 부탁해 주면 안 될까?”“나는 제적당하면 안 돼.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지면 안 된다고!”신서민은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며 울었다. 마치 어린 시절 내 앞을 막아서며 자기가 지켜 주겠다고 하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차갑게 신서민을 바라보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파문 하나 일지 않았다.“서민아, 너는 한순간 판단이 흐려진 게 아니야. 그냥 나쁜 짓을 고급스럽게 할 만큼도 못 되고, 멍청하기로도 철저하지 못했던 것뿐이지.”나는 한 걸음 물러서며 뻗어 오는 신서민의 손을 피했다.“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고? 네 마음속에는 그 알량한 허영심이랑 권력욕밖에 없어. 꺼져. 내 눈 더럽히지 말고.”신서민은 그 자리에 굳어지면서 완전히 절망했다.곧 신서민은 마침내 예전에 자기 뒤를 따라다니면서, 자격지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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