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남은 웃으며 말했다.“전셋집 주인마님 하기 싫어요? 전에 큰 소원은 없고 엄마 아빠처럼 전셋집 주인으로 살면 된다고 말한 거로 기억하는데요.”“너무 따분하잖아요. 매일 집세를 받기만 하고.”“날 고용해서 세를 대신 받아도 돼요.”심효진은 웃으면서 말했다.“정남 씨도 전셋집 주인인 건 마찬가지잖아요.”그녀는 애초에 매일 부모님 대신 집세를 받는 것이 싫어 하예정과 학교 부근에다 세를 맡아 서점을 차리고 시간을 보낸 것이었다. 매일 집세를 받으러 가지 않아도 되면 돈은 벌든 못 벌든 상관없었다.“우리 동네 사람들은 지금 일을 찾아서 시간을 때우고 있거든요. 우리 숙모는 포르쉐를 몰고 출근했다가 사장님의 차보다 더 좋은 거 있죠. 청소부라 한 달에 60만 원의 월급밖에 못 받지만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사장님이 차가 너무 고급이라고 해서 다음날 BMW로 바꿨는데 여전히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가서 스쿠터를 사서 나처럼 매일 타고 다니면서 60만 원의 월급을 벌고 있어요.”소정남은 너무 웃은 나머지 배가 아팠다. “관성 원주민의 생활 모습답네요.”관성 원주민은 집마다 임대하는 아파트가 몇 채 있는데 그중 실력이 있는 집은 심효진의 집처럼 임대하는 아파트와 상가가 몇 채나 되어 매달 받는 임대료만 하여도 많은 사람이 평생 벌지 못할 액수였다.그들 부부는 가게 앞의 물건들을 다 들여온 후 스쿠터도 가게 안에 들여놓고 문을 잠갔다.소정남은 심효진을 데리고 피크 별장으로 갔다.그의 별장은 전태윤의 별장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적은 전태윤의 별장만큼 크지는 않지만 인테리어 면에서는 그의 집 못지않게 화려했다.차는 별장 대문을 지나 들어가더니 집 앞에 멈춰 섰다.심효진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먼저 문 앞에 서 있는 두 줄의 사람들을 보았다.그 사람들은 소정남이 심효진을 돌보기 위해 고용한 도우미, 운전기사, 경호원 등으로 대략 20여 명은 되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은 도대체...”심효진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
식당의 테이블에는 심효진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가득했다.“도련님, 사모님, 맛있게 드세요.”집사는 부부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공손히 한마디 하고는 물러나 두 사람만의 시간을 즐기도록 배려해 주었다.소정남은 항상 심효진을 살뜰히 보살폈고 그녀는 또 먹는 것을 좋아하여 부부끼리만 밥을 먹어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식사 후 소정남은 심효진을 데리고 정원을 산책하며 주변 환경을 관찰했다.그날 밤, 두 사람은 함께 별장에서 밤을 지냈다.그 후부터 소정남은 매일 퇴근 후 심효진을 데리고 피크 별장으로 갔다.즐거운 날은 항상 빨리 지나간다.한 주일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소정남은 결혼 휴가를 보내기 시작했다.하예진이 퇴원한 후 전태윤도 계획대로 하예정을 데리고 A 시로 기분 전환하러 휴가를 떠났다.하예진은 퇴원 후에도 집에서 안정을 취해야 했기에 하예정은 A 시로 떠나기 전에 성소현에게 언니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언니가 너무 빨리 가게로 출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도 있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A시에 가서 모연정과 은서윤 등을 만났다. 심효진과 소정남의 결혼식에 참가해야 했기에 그들은 A 시에 오래 머물지 않고 서둘러 돌아왔다.관성의 4월 말은 기후가 쾌적하여 춥지도 덥지도 않다.소정남과 심효진의 결혼식 날, 해가 일찍이 떠 날씨가 좋았다.보름 넘게 전이진을 피해 다니던 여운초도 결혼식 날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하예정과 심효진의 친구로서 심효진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심효진은 여운초에게 신부 들러리를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지만 여운초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보이지 않는 눈을 가지고 신부 들러리를 하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까 봐서이다.결국 심효진의 신부 들러리는 성소현과 문가희를 대표로 한 명문가 규수들이었고 소정남의 신랑 들러리도 대단했다. 전태윤을 제외한 전씨 집안의 도련님들은 모두 소정남의 신랑 들러리가 되었다.전씨 일가의 도련님들 외에도 예준하, 노동명, 그리고 소씨 일
하예진은 멀리서 가까워져 오는 전이진을 보고 여운초한테 말했다.“운초 씨,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여운초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재빨리 도망쳐 전이진에게 자리를 내주었다.하예진은 전이진이 여운초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부담스러웠던 여운초는 보름 넘게 피해 다녔다. 심지어 하예정도 전이진을 위해 몇 번이나 꽃필무렵에 찾아갔는지 모른다. “예진 씨, 저도 화장실 가고 싶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여운초는 지팡이를 짚고 하예진과 함께 화장실을 가려고 했지만 그녀의 회답을 듣지 못했다.“예진 씨?”“예진 누나는 이미 갔어.”전이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운초는 무의식적으로 지팡이를 움켜쥐었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고 손에 힘을 풀었다. “도련님.”그녀는 정중하게 전이진한테 양해를 구했다.“잠깐만, 나 좀 실례할게.”전이진은 손을 뻗어 여운초의 손목을 붙잡았다.“여운초!”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여운초를 불러 세웠다.“언제까지 나를 피하려고?”여운초는 그의 손을 밀쳐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동안 여운초는 두 고모와 싸우기 바빴고, 여씨 그룹의 투지를 다지느라 전이진과의 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두 고모는 여씨 그룹을 빼앗으려고 아득바득 애를 썼다.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을뿐더러 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여운초에게 여씨 그룹을 맡기면 분명 망할거라고 주장했다.여운초의 두 사촌 오빠는 여씨 그룹에서 근무하고 있고 의붓아버지의 관심을 독차지했지만 회사에서 위치는 한동호보다 낮았다. 여운초는 한동호의 도움을 받아 잠시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네가 지금 나 피하는 거 맞잖아. 내가 매일 네 꽃집에 찾아가도 보이지 않고. 내 형수가 너를 찾아가도 마찬가지 였어. 너는 형수님한테 전화 한 통도 없이 번호를 바꾸면 그만이었지.”전이진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네가 바쁜 거 알아. 하지만 너 한동호랑 붙어있느라 바빴지?”전이진은 질투의 화신이 되어있었다.여운초도 몇 번이나 한동호
여운초는 쑥쓰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전이진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한껏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네 지팡이 한쪽 끝을 내게 건네줘. 내가 앞에서 길을 터줄 테니까 길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없을 거야.”피로연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앞을 볼 수 없는 여운초는 다른 사람과 부딪치기 쉬웠다.“도련님...”“날 좀 이진이라고 불러!”여운초는 뜸을 들이다가 입을 뗐다.“네가 길을 알려주면 내가 알아서 갈게.”“셋 센다. 지팡이를 내게 건네지 않으면, 너를 안고 갈 거야!”“...”전이진의 심기를 더 건드리지 않기 위해 여운초는 지팡이 한쪽 끝을 그에게 건넸다.전이진의 손은 지팡이 가운데로 미끄러져 어느새 여운초와의 거리를 좁혔다.“날 따라와.”전이진은 나지막이 말했다.그는 여운초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30분 뒤에도 안 나오면 쳐들어갈 거야.”“너는 창피하지도 않아?”“너도 창피해 하지 않는데 내가 왜 창피하겠어. 나 얼굴 꽤 두꺼워.”여운초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천천히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로 들어간 여운초는 세수하며 정신을 다잡았다.그녀는 자신이 전이진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설사 전씨 할머니께서 그녀를 눈여겨 보셨어도 전이진은 훨씬 더 좋은 여자를 찾을 수 있었다.여운초가 앞을 볼수 있었다면 전이진을 탐냈을 것이다.그녀가 화장실에서 심신을 안정시키는 동안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화장실 입구에 서있는 저 남자가 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시지? 근데 왜 저기에 서 계시지?”“아마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시겠지.”“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이 다 모이시니 정말 멋졌어.”“이사님의 들러리가 웬만한 연예인보다 멋있던데.”여운초는 낯선 여자들이 호들갑 떠는 것을 다 들었다.전이진은 정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여운초는 한숨을 쉬며 다시 손을 씻고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방금까지 떠들
“내가 셋 세는 동안에도 결정을 못 내리면 그냥 널 안고 갈 거야.”전이진은 여운초가 타협을 거부하자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하나, 둘...”전이진은 진짜로 셋을 세기 시작했다.여운초는 그가 정말 자신을 기절시킬까 무서웠다. 그가 둘을 셀 때, 여운초는 서둘러 입을 뗐다.“그럼 미안하지만 날 집까지 데려다줘. 근데 너 술 마셨으니까 운전은 하지 마.”전이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너를 집에 바래다 줄려고 일부러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어.”전이진은 가장 무책임한 들러리였다.다른 들러리들은 소정남의 흙장미가 되어서라도 술을 막아줬는데, 전이진만 얍삽하게 술을 피했다.여운초도 더 이상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뜨겁고 두툼한 손이 여운초의 손을 붙잡았다.여운초는 바로 그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호텔은 사람이 많아 지팡이로 사람을 찌를 수 있어. 차라리 이렇게 손을 잡는 게 나아.”전이진은 손을 뿌리칠 틈도 주지 않고 지팡이를 뺏고는 여운초를 끌고 갔다.여운초는 강압적인 전이진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그녀는 무표정으로 전이진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이진은 드디어 멈춰 섰다.여운초는 차 앞까지 도착했다고 추측했다.이어 차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전이진은 여운초를 부축해 조수석에 태운 후, 안전벨트를 매주었다.사실 전이진은 가끔 강압적이고 평소에는 매우 자상한 편이다.여운초는 전이진의 신사적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자신의 단점을 떠올렸다. 그녀는 전이진의 바람대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여운초는 마냥 피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전이진은 잊지 않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형, 내가 운초를 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 소정남 씨한테 대신 전해줘.”전이진은 피로연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응.”전태윤은 대답한 후 더 말을 보태지 않았다.전화를 끊기 바쁘게 하예정은 무슨 일인지 물었다.“왜 그래?”“이진이가 여운초씨를 먼저 집에 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씨 가문의 별장에 도착했다.별장 내부는 엄청 밝았고 입구와 마당에는 여러 대의 승용차와 화물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화물차에서 끊임없이 물건을 꺼내 집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차를 세운 전이진은 여운초에게 물었다.“너 이사 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물건을 옮겨오는 거야?”“뭐?”아직 차에서 내리지 않은 여운초는 차 문이 모두 굳게 닫혀있어 밖에서 나는 인기척을 들을 수 없었다. 여운초는 전이진의 물음에 잠시 멍해졌다.그녀의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에 전이진은 자연스레 상황 파악이 되었다.“너희 집 문 앞에 차 몇 대와 화물차 한 대가 있는데 사람들이 집으로 물건을 옮기고 있어. 보아하니 누가 이사 온 것 같은데? 혹시 누가 너희 집으로 이사 오는 것을 허락한 적 있어?”“아니.”여운초는 안전벨트를 풀고 지팡이를 건네받고 차에서 내렸다.“내 추측이 맞다면, 두 고모가 이사오려고 하는 거야.”여운초의 작은고모만 빼고 남은 두 고모는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시집가셨다.여운초가 어머니와 의붓아버지의 보호에서 벗어나자, 두 고모는 이때다 싶어 여씨 그룹을 손에 넣고 별장을 독차지하려 했다.“내가 보기에 그들이 너한테서 집과 회사를 뺏으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전이진은 최근 여운초을 뒷조사했었다. 그러다 여운초가 두 고모와 재산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고모는 겉으로는 여천우를 대신해 가업을 잘 지키겠다며 듣기 좋은 말로 포장을 했다.사실 여천우는 두 고모보다 친누나인 여운초를 더 많이 신뢰했다.하지만 여천우는 이 사태를 모르고 있다.그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에 들렀다. 여천우가 최근에 집에 왔었을 때, 여운초는 미리 도우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여 여천우는 부모님이 여운별과 여행을 떠난 줄로만 알고 있다.여천우가 집에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그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부모님은 여운별의 권유로 그를 기숙학교에 전학시켰다. 그래서 여천우는
“여운초, 감히 우리 물건을 던지려고 해?”“왜, 제가 못 할 것 같으세요? 여긴 제 집이에요. 저는 두 분이 여기서 지내는 게 싫어요. 절대 이 집을 내어주지 않을 거예요. 뭐 불만 있으세요?”“여기는 우리 친정집이야!”여운초는 그들을 차갑게 비웃었다.“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명의로 된 집이야말로 두 분의 친정집이죠. 비록 제가 두 분의 조카딸이지만 그렇다고 두 분을 보살필 의무는 없어요. 그러니 이 집에서 지내실 생각은 집어치우세요!”두 고모는 큰아버지와 한통속이었다. 그들은 여운초한테 친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속였다. 그들은 여운초를 도와주기는커녕, 앞을 보지 못한다고 욕하며 그녀가 빨리 죽기를 기도했다.두 고모가 모질게 구는데 여운초도 선의적으로 그들을 대할 필요는 없다.“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내가 이 집에 들어와 산다고 해도 나를 밖으로 내쫓지 못했을 거야. 근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건데. 내가 네 아버지를 대신해서라도 너를 혼줄을 내줘야겠어.”불같은 성격을 지닌 큰고모는 말싸움 하기도 귀찮아서 바로 폭력을 썼다.하지만 전이진은 여운초가 맞도록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그건 곧 전이진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짓이었다.“누구야? 이건 우리 집안일이니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큰고모는 마구 발버둥 쳤다.전이진은 그녀의 손을 밀치며 엄숙하게 말했다.“남의 집안일은 상관하고 싶지 않지만 운초가 내 약혼녀이면 얘의 집안일은 곧 제 일이에요. 눈에 뵈는 게 없으신가 봐요? 감히 제가 보는 앞에서 여운초한테 손을 대려고 하시다니.”‘약혼녀?’두 고모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그들은 여운초를 싫어했기에 그녀의 혼사를 신경 쓴 적도 없고 약혼 소식을 듣지도 못했다.여씨 가문에서 투명 인간처럼 지낸 여운초를 일반 가정에서는 득이 될 게 없다며 그녀를 결혼 상대로 원하지 않았다.두 고모는 여운초에게 남자 친구조차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부잣집에서는 당연히 여운초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반 가정에서는 앞을 볼 수
두 고모의 말은 여운초의 심장을 마구 찔러댔다. 그녀는 원래도 열등감에 휩싸여 자신은 전이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두 고모의 말을 듣고 그녀는 점점 전이진과 거리를 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두 사람의 말대로 여운초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항상 여운초의 콤플렉스였다.전이진은 얼굴을 붉히며 두 사람에게 경고했다.“두 분이 운초의 친고모니까 두 분과 더 언성을 높이지 않겠어요! 그 더러운 입 인제 그만 닫으세요. 함부로 운초를 판단하지 마세요. 뭐라 하든 저는 운초를 좋아해요. 당신들의 딸은 제게 당치도 않아요!”여운초가 전이진과 결혼하기로 약속하면, 그녀는 전씨 집안의 둘째 사모님이 될 것이다. 때가 되면, 두 고모의 딸은 여운초의 시중을 들 자격조차 없다!“거기 서서 뭐 하는 거야? 당장 이 쓰레기를 치워버려. 하나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치워!”전이진이 목청을 높였다.경호원들은 눈치 빠르게 여운초를 따르기로 했다. 두 고모가 아무리 욕설을 퍼붓고 밀치더라도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경호원과 도우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두 고모가 끌고 온 물건들을 모두 별장 입구에 내다 놓았다.두 고모는 그 와중에도 떠나지 않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여운초는 냉정하게 말했다.“집사님, 두 분이 이토록 가기 싫어하시니 칼로 타이어에 구멍을 내세요. 어차피 차를 몰고 싶지 않아 하는데 타이어가 왜 필요하겠어요.”“여운초!”여운초는 천천히 소파에 가서 앉았다.두 고모의 욕설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고, 더 이상 그들과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여운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두 고모가 집에 들어오는 것만큼은 싫은 게 없었다.만약 허락한다면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의 모든 물건을 몰래 버려도 알 길이 없다. 두 고모의 꿍꿍이를 여운초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 둘이 이 틈을 타 이익을 얻으려는 수작을 여운초는 다 꿰뚫어 보고 있었다.두 고모는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씩씩거리며 별장을 떠났다.하지만 그들의 빠른 걸음걸이와는 달리 차는 느리게 달렸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