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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작가: 고능비
하예정의 현재 급선무는 시댁의 모든 산업을 파악하는 것이다.

나중에 이 집안을 책임질 큰 사모님으로서 미리 준비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다른 데로 주의력을 분산하면 임신에 관한 일로 더는 전전긍긍하지 않을 것이다.

전태윤은 또다시 그녀를 포옹하며 잠긴 목소리로 몇 마디 속삭였다.

하예정은 순간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의 다리를 꼬집었다.

전태윤은 맞장구를 쳐주며 큰소리로 외쳤다.

“여보, 지금 남편을 암살하는 거야?”

“됐네요. 힘도 안 줬는데 뭘 그렇게 오버해요?”

전태윤은 박장대소했다.

그 시각 성씨 일가.

이경혜가 집사와 낯선 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막 외출하려던 성소현은 이 광경을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소파에 내던지고 냅다 앞으로 달려가며 초조하게 물었다.

“엄마, 왜 그래요?”

엄마가 방금 나가서 바람 좀 쐬겠다고 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이경혜는 부축을 받으며 소파에 앉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

“부주의로 넘어지는 바람에 발을 삐끗했어. 다행히 장연준 씨가 제때 발견해서 날 집으로 데려왔어.”

성소현은 엄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더러워진 엄마의 옷을 훑어보았다. 이는 영락없이 넘어진 흔적이었다. 게다가 발목이 삐끗하여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녀는 집사에게 얼른 가서 연고를 가져오라고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낯선 남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고마워요 장연준 씨.”

서른 초반의 장연준은 꽤 잘생긴 외모를 지녔다. 성소현은 그가 눈에 익었지만 두 사람은 진짜 서로 초면이었다. 별장 구역에서 발목을 접질린 엄마를 구해줬다면 장연준도 이 별장 구역에 지낼 것이다.

성소현은 우연히라도 그를 마주친 적이 없지만 왜 이렇게 눈에 익은지 모를 일이었다.

장연준이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누가 마주쳤어도 다 마찬가지로 아주머니를 집까지 모셔다드렸을 겁니다.”

“소현아, 장연준 씨는 태윤의 사촌 동생이야. 태윤이랑 동갑이고.”

이경혜가 한마디 보탰다.

알고 보니 장연준은 장소민의 친정 쪽 조카였다.

장씨 일가는 재벌 가문이지만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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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현은 그를 배웅하면서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이에 장연준이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도와야 할 일을 도운 것뿐입니다. 우리 두 집안은 친척이나 다름없으니 소현 씨도 너무 이러실 필요 없어요.”별장 입구에서 장연준은 걸음을 멈추고 성소현을 바라보더니 정장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제 명함이에요.”성소현은 명함을 받아 들고 자세히 들여다봤다.이름 장연준, 현재 장안 그룹 부대표직을 맡고 있으며 대표님은 그의 친형이다.성소현은 장연준의 명함을 챙기고 그에게 말했다.“저희 엄마를 집까지 바래다줘서 너무 고마워요 연준 씨. 나중에 시간 되실 때 꼭 한 번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어요.”장연준이 웃으며 답했다.“네, 소현 씨.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성소현은 그를 차까지 바래다준 후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고하고 차가 멀어져갈 때까지 제자리에 서서 지켜봤다.이때 옆 별장에서 나오던 예준하가 마침 이 광경을 지켜봤다.휴가 동안 그는 예진 리조트에 돌아가지 않았다. 가족들에겐 새로 산 별장을 리모델링하는데 옆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일꾼들이 실수를 범할 수 있다면서 공휴일 3일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사실 이 휴가를 빌어 성소현에게 대시하며 제대로 데이트할 생각이었다.그녀에게 고백했지만 거절도, 허락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이에 예준하는 일말의 희망이 있다는 걸 짐작했다.또한 그녀와 한동안 함께 지내면서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예진 리조트는 그의 집이기에 돌아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돌아갈 수 있다.만약 성소현을 데리고 함께 돌아간다면 가족들이 더 기뻐할 것이다.예준하는 성소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직은 큰형에게만 알렸다. 예준성은 동생이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걸 매우 찬성하며 일부러 관성의 사업을 확장하여 동생을 관성에 오래 머무르게 했다. 그렇게 되면 미래의 아내가 될 성소현에게 대시할 기회가 더 많아질 테니까.예준하는 별장 입구에 서서 장연준의 차가 떠나가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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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현이 대답했다.“그런 것 같아. 근데 난 왜 한 번도 본 적 없지? 그 집 사람들은 너무 겸손하고 조용히 지낸다니까.”예준하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실은 그도 장씨 일가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장씨 일가는 관성에 사업을 늘여놓은 게 아니라서 예진 그룹과도 별다른 협력이 없고 온 가족이 너무 겸손하고 조용하게 지내다 보니 예준하는 당연히 그 집안에 관심을 가질 일이 없다.하지만 지금부터는 장연준이라는 사람을 눈여겨봐야 한다.그는 왠지 모르게 장연준이 라이벌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성소현은 예준하가 이미 경계심을 품고 장연준이 라이벌이 되지 못하게 방어하고 있다는 걸 아예 몰랐다.그녀가 물었다.“3일 공휴일 동안 집에 안 갔네?”예준하가 답했다.“고작 3일이라 다녀오기 귀찮아서 안 갔어. 여기 인테리어도 지켜봐야 하고.”그는 그윽한 눈길로 성소현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될 수 있다면 너랑 함께 가고 싶어.”성소현은 가볍게 웃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두 사람은 아직 연인 사이를 확정한 것도 아닌데 부모님을 뵙는 건 너무 이른 일이다.“나 먼저 들어가서 우리 엄마 연고 발라줘야 해.”“그래.”예준하는 이번에 의외로 뻔뻔스럽게 그녀와 함께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그는 별장 입구에 서서 성소현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가 천천히 제집으로 돌아갔다.몇 분 후.예준하는 홀로 차를 몰고 나갔다.30분 남짓 지난 후 그는 곧장 돌아왔다.차를 아예 성씨 일가의 별장 입구에 세우고 경적을 울렸다.곧이어 성씨 일가의 도우미가 나와서 그를 보더니 별장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예준하는 차를 몰고 별장으로 들어갔다.그는 주차한 후 방금 사 온 영양제를 가득 들고 도우미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예비 장모님이 발목을 접질렸다는데 빈손으로 보러 와서는 안 되지. 이래서 아까 뻔뻔스럽게 성소현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거였다. 영양제쯤은 챙겨와야 하는 법이다.이경혜는 발목에 연고를 다 바르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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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유청하도 시어머니가 시누이를 멀리 시집보내는 걸 속상해하시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예준하가 아무리 우수해도 결국 A시 사람이다. A시와 관성은 거리가 너무 멀어 비행기를 타도 두세 시간이 걸린다.만약 예씨 일가가 관성에 거주하고 있고 예준하도 성소현을 좋아한다면 성씨 일가는 이 혼사를 만장일치로 찬성할 것이다. 장연준과 같은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 리도 없다.성기현은 아내의 손을 문지르며 어떤 일은 알고만 있으면 된다고, 절대 입밖에 내뱉지 말라고 눈치를 줬다.일단 묵묵히 경과를 지켜보는 게 상책이다.성기현은 동생 성소현을 제일 아낀다. 그도 예준하가 참 괜찮은 남자란 걸 알고 있지만 여동생을 멀리 시집보내고 싶지 않다. 만약 동생이 관성에서 다른 선택권이 생긴다면 성기현은 절대 예준하에게 제 동생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예준하의 압력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서로 마음이 통해도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 안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구나.한편 성소현은 아예 생각을 못 했다. 장연준이 엄마를 집까지 모셔 왔으니 온 가족이 그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줄로 여겼다.엄마의 말을 들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엄마, 장연준 씨가 엄마를 도와줬고 집까지 바래다줬으니 우리도 무척 고마워하고 있어요. 제가 이미 얘기했어요. 나중에 연준 씨가 시간 되실 때 꼭 밥 한 끼 대접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고요. 엄마를 도와줬으니 식사라도 대접해야죠 제가.”이경혜가 말했다.“그래, 당연하지. 그때 가서 우리 집으로 식사 초대해. 그렇게 해야 우리 성의를 더 잘 보여주지 않겠어? 나도 한 번 더 정중하게 고마움을 표할 수 있고. 그런 무기력함이 얼마 만인지 몰라. 수십 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무기력함이었어. 그 당시 정말 속수 무책해지더라고.”“다행히 마침 장연준 씨를 만났지 뭐야. 딴사람들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거만하게 스쳐 지나갔을 텐데 장연준 씨는 바로 차를 세우고 안에서 내려와 내게 괜찮냐며 물으면서 관심해 주더라. 날 집까지 바래다줬고.”이경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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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준하는 이경혜의 태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내를 얻으려면 이 정도쯤의 뻔뻔함은 필수니까.그는 여전히 관심 조로 이경혜에게 물었다.“다치신 데 연고는 발랐어요? 저도 약국 가서 발목 접질렸을 때 바르는 약들로 이렇게 사 와봤어요.”그의 말을 들은 성소현이 봉투를 열자 안에 정말 약국 종이봉투가 있었다. 펼쳐보니 낙상 치료와 접질렸을 때 바르는 연고가 가득 들어있었다.“준하야, 우리 집에도 평소에 자주 쓰는 약들을 항상 쟁여두고 있어. 엄마도 이미 약을 다 발랐고.”성소현은 말은 이렇게 해도 예준하가 엄마를 위해 약까지 챙겨오니 나름 마음이 따뜻해졌다.예준하가 그녀의 가족을 중시한다는 것은 그녀를 중시한다는 것과 다름없다.이성에게 소중히 다뤄지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거였구나.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전에 전태윤을 짝사랑할 땐 자신을 중시하기는커녕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약을 발랐으면 됐어요. 만약 바르는 약이 아무 효과도 없으면 꼭 병원 가서 뼈를 다쳤는지 CT 사진을 찍어봐야 해요.”이경혜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살짝 접질린 것뿐이니 휴식을 취하고 매일 제때 약을 바르면 돼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준하 씨.”예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성소현이 자리에 앉은 후 나란히 그녀 옆에 앉았다.이를 지켜본 이경혜는 그야말로 속에서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준하 씨네 별장은 한창 인테리어 할 때라 매우 바쁘시죠? 난 괜찮으니 이만 볼일 보러 가세요. 일부러 보러 와줘서 감사해요. 영양제까지 이렇게 많이 사 오시고, 우리 집에 차고 넘치는 게 영양제인데 아무튼 고마워요 준하 씨, 마음만은 잘 받을게요. 기현아, 준하 씨 배웅해 드려.”예준하가 성소현의 옆에 나란히 앉자 이경혜는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예준하는 줄곧 친절한 미소만 지었다. 이경혜는 그의 강인한 멘탈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아무리 재벌가의 귀한 아들이라고 하지만 올 때마다 이경혜의 쌀쌀맞은 표정을 마주해야 하고 그녀의 눈치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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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17화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16화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15화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14화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13화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12화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11화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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