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가 당신 이모를 집에 데려다줬대. 그러다가 소현 씨가 연준이를 밖에까지 배웅할 때 마침 예준하와 마주쳤다지 뭐야. 예준하는 지금 소현 씨에게 대시하느라 좀 예민한지 연준이가 자기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며 나에게 전화 와서 연준이에 대한 소식을 물었어.”“이모가 발을 심하게 다쳤나요?”“삐끗해서 연고를 발랐다는데 큰 문제는 없을 거야. 그 집에도 가정의가 있는데 의사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걱정된 하예정은 여전히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또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발을 약간 삐었을 뿐이라 약을 바르고 며칠 쉬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준하 씨는 소현 언니를 정말 신경 쓰는 것 같아요. 너무 신경 써서 예민한 거고요.”전태윤은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그건 그래.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이성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지.”전태윤도 예전에 김진우를 경계했었다.하지만 김진우가 정말 하예정을 좋아할 줄이야. 이럴 때 보면 남자의 예감도 꽤 정확한 편이다.“난 그렇지 않아요. 난 당신이 나를 배신할 거라고 걱정하거나 의심하지 않아요.”미소를 지으며 말하던 하예정은 남편이 자신을 바라보자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당신은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항상 차가운 모습이에요. 젊은 여성에게도 매우 쌀쌀하고요. 당신을 좋아하는 여자가 많을지는 모르지만 당신에게 고백할 수 있는 여자는 거의 없을걸요. 그리고 당신한테 대시할 여자는 더더욱 없을 거예요. 그래서 난 언제나 안심이죠 뭐.”“하하, 그래?”“당신 성격 차가운 거, 좋은 일인 것 같네요. 적어도 난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거라는 염려가 없거든요. 당신이 먼저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한, 아무도 당신을 내 곁에서 빼앗아 갈 수 없어요.”전태윤은 부드럽게 자기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는 손을 잡아 입술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뽀뽀했다.“난 당신을 다른 사람한테 빼앗길까 봐 계속 걱
한편, 전태윤과의 통화를 마친 예준하는 인테리어 작업을 지켜보았다.동시에 꽃가게에 전화를 걸어 저녁 무렵에 큰 장미 꽃다발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꽃가게의 점원들은 예준하의 분부에 따라 그에게 산뜻하고 아름다운 장미 꽃다발을 보내왔다.예준하는 꽃값을 지불한 후 그 꽃다발을 안고 성씨네 별장으로 향했다.두 집은 걸어서 2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가깝다.초인종을 누르려는 찰나, 성기현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초인종은 누르다 말고 성기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2분 후.키도 비슷하고 카리스마도 비슷한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섰다.“이 꽃다발은 뭐죠? 보기 눈 아프네요!”성기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성기현은 비록 예준하가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가 정말로 자기 여동생에게 구애하자 왠지 마음에 걸렸고 손에 들고 있는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집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성소현의 곁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하고 싶었다.예준하는 고개를 숙여 손에 들고 있는 꽃다발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 꽃다발이 너무 생생하고 눈부셔서 눈이 아플 수도 있어요, 너무 아름답잖아요. 꽃잎에 맺힌 물방울이 빛을 반사해서 눈을 찌르네요. 소현이는 어디 안 갔죠?”예준하는 자기 별장에 있는 내내 성씨네 별장의 동정을 잊지 않고 살펴보았다. 그 때문에 성소현이 오후 내내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성기현 부부도 여태 외출하지 않았다.다시 말해 성문철과 성주현만 집에 없었다.이웃이 되면 바로 이런 장점이 있다. 이웃집 가족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 수시로 파악할 수 있다.“지금 이 시각에 웬일로 찾아오신 거죠? 또 밥이나 얻어먹으러 오신 겁니까?”“소현이가 자꾸 요청해서요.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성기현은 속으로 예준하가 낯짝이 두껍다고 욕을 했다.아까는 분명히 예준하가 집에 눌러앉아 나가지 않으려고 했고 그걸 본 성소
성기현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멀지는 않습니다만...”“대표님.”예준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소현이를 정말 좋아하고 결혼을 목적으로 구애하고 있어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도 당신들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이 별장을 산 거고요. 예진 그룹에서 저는 주로 관성 쪽의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어 오랫동안 관성에 머물렀고 거의 A시에 돌아가지 않아요. 이제 소현이가 저와 결혼하더라도 우리는 관성에서 살 거고 여기 이 별장에서 살 거예요.”예준하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였다고 생각했다.“앞으로의 일은 누가 확신할 수 있겠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죠. 당신이 우리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지 않는 한, 어머니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데릴사위 할 수 있어요. 데릴사위 할게요. 우리 부모님이야 큰형이 옆에서 효도하면 되죠 뭐.”“...”이경혜도 데릴사위를 들이겠다고 한 적은 없다. 다만 딱 잘라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을 뿐이다.절대 하나뿐인 딸을 먼 곳으로 시집보내지 못한다고 했다.“대표님, 저도 당신들의 걱정을 잘 이해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떻게 약속하든 아직은 믿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 걱정되는 거죠. 하지만 시간이 모든 걸 증명해 줄 거예요. 저에게 실제 행동으로 증명할 기회를 줘요. 전 제가 한 말 꼭 지킬 겁니다.”성기현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한참 동안 침묵한 후, 성기현은 비로소 입을 열었다.“잘 알겠어요. 준하 씨와 이렇게 얘기를 나눴으니 어머니께 임무를 마쳤다고 보고해야겠어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예준하는 따라 일어나서 성기현을 성씨네 문 앞까지 배웅했다. 그는 성기현이 집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곧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후 도우미인 영미 아주머니가 나왔다.“준하 도련님? 방금 우리 큰 도련님께서 들어가셨는데 혹시 못 보셨나요?”영미 아주머니가 어리둥절한 표정
예준하는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부모님이야 당연히 우리를 위해 생각하셔서 그러겠지. 다만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법을 선택하셨을 뿐이야. 그 때문에 우리가 곤란한 거고.”“그러니까, 너희 부모님도 평소에 널 이렇게 강요하셔?”성소현이 물었다.“음... 우리 부모님은 내가 성인이 된 후로부터 내 일엔 아예 신경 안 쓰셔. 아니, 날 신경 쓴 적이 없다고 해야 할 거야. 난 어릴 적부터 큰형이 알아서 챙겨줬어. 우리 집안 어른들은 보통 아랫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않아. 다만 나이를 먹고도 결혼하지 않으면 좀 재촉할 뿐이야.”그러자 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맞아, 나도 너의 집 어른들은 매우 개명하고 전씨 일가와 같은 가풍이라고 들었어. 어쩐지 너희 집이랑 전씨 일가가 갑부가 될 수 있더라더니. 가풍 때문인 거야. 그래서 가문이 번창하는 거고.”“소현아, 엄마가 더 이상 나랑 만나지 말라지?”성소현도 솔직하게 대답했다.“응, 너희 집이 너무 멀어서 절대 날 시집보낼 수 없다셔. 어찌 단호하게 말씀하시는지... 그리고 우리 관성에도 젊고 우수한 남자들이 많다는 거야. 재벌이 아닌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도 좋으니까 멀리 시집갈 생각만 하지 말래.”성소현과 예준하는 아직 혼담을 나누기엔 이른 사이인데 이경혜는 벌써 이렇게 급하게 막고 있다.예준하는 또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집이 먼 것 외에는? 또 뭐라셨어?”“다른 건 없어, 그냥 계속 멀다고만 하셔. 너 이 문제만도 해결하기 어려운데, 또 다른 문제가 있길 원하는 거야?”예준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지 않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주머니도 천천히 받아들이실 거야.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네가 언제 나를 받아줄 거냐는 거야.”“음...”기분이 조금 좋아진 성소현은 운전하며 말했다.“나 여태 남한테서 구애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구애받고, 보호받고, 아껴주는 느낌을 더 즐기고 싶어.”예준하는 성소현의 말을 깊이 새겨들었다.성소
저녁 식사 후, 하예정은 일찍 방에 들어가 샤워를 한 후 언니가 머무는 객실로 향했다.하예진은 방금 아들을 안고 욕실에서 나오는 중이었다.“우빈이도 샤워 했네?”“응, 낮에 정신없이 놀아 졸린지 샤워를 시켜주는데 채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어.”하예진은 아들을 침대에 눕혔다. 꼬마 녀석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하예정은 웃으며 우빈이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깊은 잠이 등 우빈이는 이모가 자기 얼굴을 꼬집어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오늘 지율 형을 따라 실컷 놀았어. 어쩌다가 이렇게 한번 놀아주는 것도 좋아. 지율이는 공부 스트레스가 심할 거 아니야, 이제 겨우 고1인데... 위에 있는 형들은 다 공부 잘했다며. 노력하지 않으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데 형들이 꽉 잡을 수밖에.”“그건 그래. 이렇게 정신없이 놀고 나면 스트레스도 많이 풀릴걸.”하예정은 막내 도련님을 매우 이뻐했다.전지율은 말도 예쁘게 해서 하예정을 볼 때마다 달콤하게 형수님이라고 부르곤 했다.“그런데 넌 무슨 일 있어?”하예진은 동생이 무슨 일로 찾아온 줄 알았다.“응? 그냥 우빈이 보러 온 거야. 자고 있으니 난 작은 서재로 가봐야겠어. 언니도 일찍 쉬어.”“지금이 몇 시인데 잠이 오겠어? 그래도 열 시는 돼야 자지.”이제 겨우 저녁 7시쯤이다.하예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알았어, 넌 네 일 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너 또한 네 시어머니 못지않게 우수하니까. 네 시어머니랑 어르신은 이미 장부에 익숙한 데다 경험도 많잖아. 넌 이제 겨우 시작이야. 경험은 모두 0에서 시작하는 거니 화이팅해!”하예정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어머님이 익숙해질 때까지 몇 년의 시간을 주시겠대. 그래서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 언니, 나 정말 열심히 할 거야. 전씨 가문의 사모님 소리 헛듣지 않게 말이야. 이것도 못해내면 내가 너무 쓸모 없어 보이잖아. ”하예진은 달콤히 자는 아들에게 이불을 덮어줬다.“그래, 천천히 해. 가서 네 일
“알겠어요, 할머니.”노동명은 실망했다.하지만 2분도 지나지 않아 곧 다시 회복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들어가 보거라.”할머니는 그를 쫓아내려 했다.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할머니, 절 쫓으시는 거예요? 이제 태윤이랑 한잔할까 하는데요.”“난 오늘 술을 안 마실 건데.”전태윤은 단칼에 거절했다.노동명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젠 접대할 때에도 술을 잘 안 마신다고 하던데 마누라님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마시는 거야? 담배도, 술도, 도박도 안 하고 모범 남편이 다 됐네.”할머니와 태윤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좀 따라배워.”“...”결국 노동명은 서원 리조트를 떠났다.그가 떠난 후, 전태윤은 계속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이가 좋아 할 얘기도 많았다. 할머니가 졸려 하품을 해서야 전태윤은 얘기를 멈추고 말했다.“피곤하세요? 방으로 돌아가 쉬세요.”할머니는 또 하품하고는 말했다.“나이는 못 속이겠구나. 시간이 되기만 하면 잠이 오고 날이 밝기도 전에 스스로 깨나니 말이야.”그녀는 일어나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전태윤은 할머니가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후에야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예정이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로만 알았지만 방문을 열자 깜깜한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불을 켜고 방 안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지만 와이프의 아름다운 모습은 찾지 못했다.하예정이 처형의 방에 있는 줄로 안 전태윤은 서둘러 아내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목욕한 후 침대에 앉아서 잡지를 보았지만 밤 11시가 될 때까지도 와이프는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혼자 방 안에 있는 느낌을 싫어하기도 하고 익숙하지도 않은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내를 찾아 나섰다.하예정이 하예진의 방에서 묵고 있는 줄로만 안 그는 문 앞에서 방안의 인기척을 엿들었는대 어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결국 그는 문을 두드렸다.잠이 든 하예진은 어렴풋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
2분도 안 돼 전태윤을 아내를 안고 침대로 가서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그렇게 둘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다음날은 심효진이 친정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뵙는 날이라 하예정 자매는 모두 심씨네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전태윤은 당연히 아내를 따라갔다.심효진은 부모님을 뵌 다음 날 소정남과 신혼여행을 떠났다.짧은 연휴도 끝나 출근할 사람은 출근하고 등교하는 사람은 등교하고 가게들도 다 열기 시작했다.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하예정은 매일 가게를 보는 것 외에도 시간을 내서 성소현과 함께 채소밭의 진행 상황을 살펴야 했다.채소밭은 이미 계획에 따라 제철의 채소를 심었다.푸르고 싱싱한 밭을 지켜보던 성소현은 하예정에게 말했다.“관리원이 일주일만 더 있으면 이 채소들을 팔 수 있게 된다고 했어.”하예정은 밭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랑 계약을 체결한 호텔과 학교 식당에서 이 채소들을 다 받을 수 있을까요?”“당연히 다는 못 받지. 우리 밭은 면적이 커서 심은 채소의 양도 엄청나. 그 몇 집의 호텔과 학교 식당으로는 아직 다 받아들일 수는 없어. 돌아가서 다시 몇 개의 큰 호텔과 식당과 더 협상해야 해.”“야채 시장의 일부 가게도 고려해요.”하예정도 입을 열었다.“이제 겨우 시작이니 규모가 크든 작든 우리의 채소를 들이겠다고만 하면 모두 협력하도록 해요.”그녀들은 집안의 도움을 받지 않고 되도록 자기 능력에 의지하여 채소들을 팔 생각이었다.하예정은 자신이 앞으로 전씨 일가의 안방마님이 되어 많은 산업을 경영해야 할 것을 생각했다. 그건 장부만 보며 외우기만 하면 될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산업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그녀는 경험을 쌓기 위해 직접 주문을 받는 것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성소현은 하예정의 제안에 동의했다.두 사람은 채소밭을 쭉 둘러본 후 마을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야 시내로 돌아갔다.현재 채소밭에 심은 채소는 일주일 후면 공급할 수 있기에 둘은 시내로 돌아온 후 더 많은 협력업체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하예
박씨 아저씨는 속으로 슬쩍 웃었다.큰 도련님은 이제 완전히 아내 바라기이다.이때, 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이제 곧 집에 갈 거예요. 당신 집에 돌아왔어요?”“응, 나 방금 집에 도착했어.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괜찮아요. 이미 집에 도착한 거면 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나절로 운전해서 가면 되니까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아서 돌아가는 길에 데리러 오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집에서 기다려요, 10분 후면 집에 도착할 거예요.”“그럼 조심해서 운전해. 비행기를 모는 것처럼 몰지 말고.”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나 비행기 몰 줄도 몰라요.”그녀는 가끔 늦은 밤에 돌아갈 때 차가 적으면 한바탕 돌진하곤 했다. 하지만 곧 그녀를 따라다니며 보호하는 경호원들에게 잡혔다.전태윤에게 들킨 후 한바탕 꾸지람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또 언니 하예진에게까지 일러바쳐 혼쭐이 나곤 했다.하예정은 남편이 언니에게 고자질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가 자기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지 않기만 하면 언니를 찾아가 일러바쳤다.그때부터 그녀는 무슨 일을 하던 남편이 언니에게 일러바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남편의 기분을 고려해야 했다.이 정도로 고자질하기를 좋아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언니에게 이 일로 불평해도 언니는 그저 이건 전태윤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 일로 다투기 싫어 자신에게 말해 동생에게 주의를 주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그러니 이건 관심이지, 고자질하는 게 아니라며 전태윤의 편을 들었다.언니까지 이렇게 말하니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언니에게 전태윤이라는 제부의 지위는 이미 동생인 그녀를 능가했다.“야식 먹을래? 내가 직접 요리해서 준비해 줄게.”“나랑 같이 먹지도 않잖아요. 나 혼자 먹는 야식은 재미없는걸요. 안 먹을래요. 살이 찔까 봐 두렵네요.”전태윤은 몸매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그는 야식을 절대 먹지 않는다.저녁에 접대가 있을 때도 음식은 별로 먹지 않았고 술만 가끔 두 모금씩 마셨다. 보통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