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영은 건장한 말에 올라탄 뒤 고현 남매가 앞으로 다가오자 고씨 남메에게 제안했다.“고 대표, 고빈 씨, 우리 경마합시다!”고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우리 경마하기 위해 여기로 온 거예요.”“전 대표, 우리 모두 전 씨네 형제들이 문무를 모두 겸비했다고 들었어요. 오늘 전 대표의 승마 기술을 한번 봐야겠네요.”“과찬이세요, 고빈 씨. 제가 오랫동안 말을 타지 못한 터라 아마 당신 형제들을 못 이길 것 같네요.”고빈이 말을 이었다.“전 대표가 저희 귀한 손님이니 제가 1분만 양보할게요.”전호영은 고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고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저도 오랜만에 말을 타는 거예요. 전 대표에게 양보 안 해도 제가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우리는 공평하게 경마합시다.”“좋아요.”고빈은 말에 올라탔고 전호영과 고현이 먼저 뛰어갔다.고빈은 말을 잇지 않았다.고빈은 전호영이 그렇게 빨리 동의할 줄은 몰랐다. 지금 그 두 사람은 저 멀리 뛰어갔다. 아직 1분이 되지 않았다.고현과 전호영은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아 승마술이 서툴다고 했다. 인제 와서 보니 말뿐이었지 서툴기는커녕 승마 기술이 여전히 좋았다. 두 사람은 서로 앞뒤로 쫓으며 달려갔다. 전호영을 잊었을지도 모른다.고빈은 겨우겨우 1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서야 그들 뒤를 따라갔다.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전호영과 고현은 서로를 양보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 여러 바퀴를 뛰었지만 결국 전호영이 이겼다.전호영은 말 위에서 멋지게 뛰어내렸고 웃으면서 고현에게로 다가갔다.“고 대표, 말을 탈 때의 늠름한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네요.”“과찬이세요.”전호영은 약골이 아닌 정말로 모든 실력을 겸비한 남자였다.고현은 경기에서 졌지만 전호영의 실력을 인정했다.고현이 전호영에 대한 태도까지 부드럽게 변했다.두 사람은 나무 밑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옆에는 이미 차와 간식이 놓여 있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더 앉아 있었고 그제야 고빈이가 돌아왔다.고빈은
고빈은 황급히 전호영의 어깨를 손으로 톡 치며 나지막이 말했다.“전 대표, 이런 말은 절대로 우리 형에게 하면 안 돼요. 당신에게 화를 낼 수도 있어요. 우리 형이 평소에 말수는 적지만 쌍둥이 동생인 저한테는 유난히 잔소리가 많거든요.”“우리 형 좀 보세요. 아무리 뜯어봐도 여자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전호영은 미소를 지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형도 당신이 걱정돼서 그러시는 거예요.”고현은 여자답게 생기지 않았다.고현이 조금이라도 여자 같았다면 전호영은 이 정도로 시간을 끌지는 않았을 것이다.전호영이 지금 구애하기 시작했지만 고현을 본 순간 마음이 흔들리는 기색을 못 느꼈다. 왠지 남자를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때 고현의 시선은 두 사람의 눈과 마주쳤다.전호영은 눈웃음을 지었고 고현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전호영이 자꾸 누나를 쳐다보는 것을 발견한 고빈은 전호영을 톡 치며 농담을 했다.“전 대표, 설마 여자애들처럼 우리 형에게 관심 있는 건 아니죠?”고빈의 말을 들은 전호영은 과자 하나를 입에 넣었다.고현은 동생을 꾸지람했다.“이렇게 나 많은 과자가 놓여 있는데 넌 안 먹냐?”전호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고 대표, 둘째 도련님이 말이 많다고 탓하지 마세요. 솔직히 고 대표같이 예쁜 남자는 여자는 물론 저와 같은 사내자식도 당신을 보며 딴 생각하게 된다니까요.”전호영은 농담하며 고현에게 말을 건넸다.“고 대표, 내가 딴 생각하게 된다면 당신 탓인 걸로 아세요. 그때 가서 저를 책임지셔야 헤요.”방금 물 한 병을 집어 들어 뚜껑을 열고는 물 한 모금 마시던 고빈이 전호영의 말에 참지 못하고 그대로 물을 내뿜었다.콜록콜록!물을 내뿜었을 뿐만 아니라 사레가 들어 계속 기침을 했다.“물 좀 더 마셔.”전호영은 웃으면서 휴지를 들어 고빈이게 건네주며 다시 물을 마시라고 했다.고빈은 급히 물을 마시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고빈은 전호영이 건네준 휴지를 받으며 전호영에게
고빈은 계속해서 물었다.“전 대표, 전 대표의 아내감이 담긴 사진 한번 볼 수 있을까요?”“그건 안 돼요. 고빈 씨가 마음에 들어 하면 제가 제 무덤을 파헤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고빈은 어이없었다.“제가 그녀에 대한 구애가 성공하게 되어 결혼한다면 꼭 고빈 씨를 초대할게요. 그렇게 되면 고빈 씨도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겁니다.”전호영과 고현의 결혼식에는 고빈 처남이 빠질 수 없었다.전호영의 말을 듣더니 고빈은 더 이상 자주 사진을 요구하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고빈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전 대표가 결혼하면 꼭 저를 초대해야 해요. 가능하다면 제가 전 대표의 들러리가 되어 드릴게요. 제가 좋은 기운을 이어받아 다음번에 결혼할 사람이 될 거예요.”“우리 부모님은 제가 집에만 돌아오면 저의 결혼 때문에 자꾸 잔소리하거든요.”전호영은 웃기만 했을 뿐 허락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 처남이 들러리가 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처남을 신랑 들러리로 세울 수 있다면 그때 다시 고빈이게 답장할 계획이었다.고빈은 미래의 처남이자 유일한 처남이기 때문에 전호영은 그래도 체면을 세워주고 싶었다.“잠깐 다녀올게요.”전호영은 물을 많이 마셨다.전호영이 떠나자 고현은 중얼거렸다.“참 교활한 녀석이군. 아직도 아내감이 누군지 안 알려주는구먼.”고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과일을 먹으며 말했다.“어느 가문의 딸이든 우리와 관계는 없어.”고빈은 디저트를 누나 앞으로 밀어 놓으면서 말했다.전 대표가 자리에 없을 때 빨리 디저트 좀 먹어. 평소에 밖에서 많이 먹지도 못하잖아.”고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호텔에 식사 자리 예약해 놓았어. 곧 밥 먹으러 갈 건데 디저트 먹어서 뭐 하냐. 계속 안 먹다 보니 당기지도 않아.”고현은 디저트를 좋아했다. 하지만 남자로 분장한 지 오래되었기에 디저트도 잘 다치지 않았다.“난 배고파. 누나가 날 이렇게 빨리 불러온 탓에 아무것도 못 먹었단 말이야.”고빈은 또 디저트를 입에 넣고는 휴대전화기를
온천에 가서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폭로할 거로 의심했다.전호영은 꿍꿍이가 많았다. 고현이 정말 물로 내려간다면 정말 들통날지도 모른다.남자는 온천에 갈 때 반바지를 입고 물에 들어간다. 고현의 몸에는 가짜 복근을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옷을 벗으면 들통날 게 뻔했다.고현은 아예 물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전호영이 뭐라고 생각하든 계획대로 진행할 생각이었다.“고 대표 왜 물에 안 들어와요?”전호영과 고빈은 이미 물에 들어갔다. 고현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전호영은 고현을 향해 소리쳤다.고현은 잘생긴 얼굴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고현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눈빛으로 전호영의 건장한 몸을 감상했다.전호영의 몸집은 고빈보다 더 컸다. 동생은 연약해 보였다.고빈은 동생이 아직도 어리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의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고현은 미안해하며 대답했다.“최근에 제 피부에 염증이 있어요. 저는 안 내려갈게요.”고빈도 누나의 말에 맞장구쳤다.“우리 누나가 피부에 염증이 있어요. 좋아졌다 나빠졌다 해요. 아까 밥 먹을 때 전 대표가 눈치 못 챘겠지만 우리 누나가 생선류를 안 먹었어요. 먹으면 더 가려울까 봐 다치지도 않아요.”전호영은 이내 말했다.“제 불찰이에요. 고 대표가 피부에 문제가 있을 줄 몰랐어요. 그럴 줄 알았다면 온천에도 안 오는 건데. 고 대표가 지금 의자에만 앉았게 됐군요.”“괜찮아요. 당신들 천천히 몸을 담그며 쉬세요. 저는 이 근처로 돌아다닐게요.”말을 마친 고현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전호영과 동생이 금세 새로운 화제를 꺼내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더니 고현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고씨 집안 남매는 전호영과 같이 온 하루를 보냈다. 저녁이 되어서야 세 사람은 고씨 저택으로 돌아갔다.고빈은 집에 들어서자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소리쳤다.“엄마, 우리 다녀왔어요.”하인이 대답하였다.“두 분 모두 나가셨어요.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지만 부인께서 집에서
전호영은 이내 대답했다.“내가 직접 나서서 행동하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내가 게이라고 착각할걸. 그렇게 된다면 강성과 관성에서 내가 실시간 검색 1위로 오를지도 몰라.”전이진은 그 말을 듣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동생의 처지가 너무 웃긴 것이다.애초에 전씨 할머니가 여운초를 골라주셨을 때 전이진은 할머니가 너무 했다고 생각했다. 전이진의 아내감은 앞을 못 보기 때문이었다.여운초와 접촉한 후에야 전이진은 차츰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여전히 자신을 예뻐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여운초는 순진한 모습으로 전이진을 자신에게 점점 빠져들게 했다.모두가 여운초를 순진하게 생각했지만 전이진은 그녀와 접촉한 후에야 않았다. 여운초는 절대 순진한 양이 아니었다.여운초의 눈만 치료해 준다면 전이진은 완벽한 아내감이라고 생각했다.전호영의 아내감 고현과 비교해보면 전이진은 그래도 할머니가 자신을 더 이뻐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전씨 할머니가 전씨 형제들에게 찾아준 아내감은 모두 완벽하지 않은, 구애하기 어려운 여자들이였다.형수님은 부족함이 없지만 형수님의 집안 배경이 조금 부족했다. 앞으로 전씨 가문의 진정한 큰 사모님이 되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성장해야 할 것이다.하예정은 요즘 여러 방면으로 공부하느라 정신없을 것이다.전태윤도 하예정이 사업 때문에 자신을 소홀히 대한다고 원망이 가득할 저도였다.여운초는 눈이 안 보일 뿐 다른 방면은 우수했다. 하지만 고현은 아주 훌륭하지만 20년 넘게 남장을 하고 있었으니 전호영이 고현을 데려오기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이진 형!”전이진의 호탕한 웃음에 전호영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전화 좀 끊고 웃으면 안 돼? 내가 지금 기분이 정말 별로란 말이야.”“널 들으라고 웃는 거야. 네가 듣지 못한다면 내가 아무리 크게 웃어도 네가 못 듣잖아. 그러게 누가 지금까지 미루고 있으랬어? 벌써 9월이야, 날짜도 안 보고 말이야.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
“우빈이 잠 든 거야?”“조금 전에 샤워하다가 잠들 뻔했거든. 점심에 쉬지도 않고 종일 놀더니 졸리지 않은 게 더 이상해. 지금 잠들면 아마 내일 점심에야 깨날 수 있을걸.”전태윤은 우빈을 침대에 눕히고 우빈의 옷을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입혀줬다. 그리고 수건으로 우빈의 머리를 닦아 주었다.사내아이의 머리카락이 매우 짧았기에 마른 수건을 몇 번 닦아내니 바로 말랐다.그리고 전태윤은 우빈을 안고 침대 반대편으로 옮긴 후 얇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호영이가 왜 전화 왔어?”우빈에게 이불을 덮어 준 후에야 전태윤은 다가와서 물었다.하예정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전화기 너머 전호영에게 말했다.“남자든 여자든 일단 정상적으로 구애하는 건 어때요? 할머니가 호영 도련님을 해칠 리는 없잖아요.”전호영은 대답했다.“형수님, 둘째 형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하예정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게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 그래요. 고현 씨의 여성 신분을 들춰내느니 차라리 마음을 들춰내는 것이 더 효과 있을 거라고 봐요. 고현 씨는 어렸을 때부터 남장을 20년 넘게 하고 다녔는데 하루 이틀에 허점을 찾기는 바빠요.”“폭로하는 게 그리 쉬웠다면 고현 씨도 20년 넘게 분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지난번에 심효진의 결혼식에서 그녀를 본 적 있어요.”“그분의 언행과 행동, 일거수일투족 모두 남자 다름없었어요. 그리고 가짜 목젖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말을 일부러 낮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전혀 허점을 찾을 수 없겠던데요.”“고씨 그룹 사람들은 매일 고현 씨와 접촉해도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어요.”“먼저 고현 씨의 여성 신분을 폭로할 생각이라면 올해가 지나가도 폭로할 수 없을 겁니다. 할머니가 도련님께 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죠?”하예정은 전호영이 처음부터 한 계획이 틀렸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은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한 다음에야 구애할 작정이었다.고현은 남자 행세를 20년 넘게 해왔다. 몸이 남자로 변하지 않았을 뿐, 그것 빼고는 진짜 남자
형수님과 둘째 형이 직접 고현에게 구애하라는 제안을 떠 올린 전호영은 내일부터 직접 쫓아다닐 계획이었다.게이라는 의심을 받고 실시간 검색에 오르더라도 자신이 진짜 게이가 아니라는 것만 알면 그뿐이었다.할머니가 전호영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음, 할머니가 날 해지지는 않으시겠지? 난 할머니의 친손자잖아.'그리고 조용한 하루가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전태윤은 일찍 관성으로 돌아갔다.하예정과 할머니는 예진 리조트에 남아 2, 3일 후에 다시 관성에 돌아갈 예정이었다.정겨울은 이미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가 산후조리했다.우빈은 예진 리조트가 너무 좋았다. 많은 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아기들이 말을 못 해도, 울기만 해도 그곳에서 놀기 너무 좋았다.매일 준호와 함께 정겨울한테로 달려가 아기들을 쳐다봤다.우빈이는 하예정에게 동생 한 명 낳아달라고 졸랐다. 준호은 남동생 네 명에 여동생이 한 명이 있다고 했다. 우빈이는 욕심이 그렇게 많지 않고 여동생 딱 한 명만 낳아달라고 졸랐다.하예정은 우빈의 말을 듣더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예정은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우빈의 손에 휴대전화를 쥐여주며 말했다.“동생 갖고 싶으면 엄마에게 말해봐.“우빈은 휴대전화를 꼭 쥐고는 하예진에게 말했다.“엄마, 나 동생 갖고 싶은데 언제 낳아 줄 거예요? 저는 욕심 안 부리고 동생 한 명만 있으면 돼요.”하예진은 한참 말이 없다가 그제야 대답했다.“엄마는 우빈이 하나로 충분해. 동생을 안 낳을 거야.”“왜요?”우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준호의 엄마는 준호에게 동생을 낳아줬는데 엄마는 왜 안돼?”하예진은 해석했다.”엄마는 낳고 싶지 않아. 엄마는 너 하나면 돼. 둘째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걸. 게다가 엄마와 아빠는 이미 이혼했어. 엄마 혼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어.”아들이 갑자기 동생을 달라고 아우성쳤다. 알고 보니 모연정의 아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거었다.우빈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그러면 엄마가 아저씨와 함께 아이를 낳으면 안 돼?”엄
우빈이가 원한다면 엄마와 작은이모가 자신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하예진은 전화 건너편에서 정신없이 웃었다. 하예진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어쩐지 동생을 낳아달라고 조르나 했어. 그전에는 한 번도 이런 일로 싸운 적 없거든. 준호와 싸워서 그런 거였어.”“괜찮아, 금방 잊어버릴 거야. 나이가 비슷해서 잘 놀아서 다행이다. 가끔 장난감을 두고 다투기도 하고 그러다가 금방 화해하고 그러는 거지 뭐. 애들은 다 그래.”하예정이 언니와 통화할 때 준호는 물총 두 자루를 들고 들어왔다.“우빈아.”“준호는 걸어오면서 우빈을 불렀다.“우빈아, 물총 놀이하러 가자. 나에게 물총 엄청 많으니까 너 한 자루 줄게.”“그래!”방금까지 서러워하던 우빈은 준호가 물총 놀이를 하러 가자고 부르는 소리에 바로 모든 것을 뒷전으로 하고 준호에게로 총총걸음으로 다가갔다.그리고 두 어린이는 보모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밖으로 나가 물총을 가지고 놀았다.“언니, 괜찮아요. 둘이 또 밖으로 물총놀이 하러 갔어.”“응, 언제쯤 돌아올 계획이야?”“며칠 후면 돌아갈 거야. 우빈이가 준호랑 더 놀고 싶다며 떠나지 않겠대. 유치원에 가기 싫은 모양이야.”하예진은 생각할수록 웃겼다.“놀음에 탐해서 엄마도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유치원에도 가기 싫은가 봐. 그곳에서 이틀 정도 더 놀다가 돌아와. 마음도 잘 추슬러야 유치원 갈 때도 울지 않지.”“응. 언니. 주형인은 아직도 안 깨어났어?”하예정은 주형인의 안부를 물었다.“아직. 조금 전에 병원에 다녀왔거든. 주서인을 보러 갔는데 많이 다치지 않아서 곧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하예진은 매일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하예진은 주씨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아들을 봐서이다. 다만 아들 때문에 전 형님과 시부모님을 보러 간 것뿐이다.주형인은 아직 중환자실에 누워있었고 주씨 집안 모두가 주형인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의사도 주형인이 깨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가족들이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기에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