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또 웃으면서 말했다.“이해할 수 있어요. 예정 씨가 태준 씨와 결혼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임신을 못 해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이제 임신했으니 마음을 놓을 수 있고 다들 기뻐해 주는 것도 인지상정이죠.”이에 예준하는 한마디 건넸다.“지훈 씨가 이후에 아버지가 된다면 많은 사람이 기뻐해 줄 겁니다.”소지훈에게 감정이 없는 병이 있어서 그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여인을 만나지 못하면 환관처럼 한평생 진정한 남자로 살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로 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예준하의 이 말은 소지훈의 정곡을 찔렀지만, 소지훈은 이미 내려놓아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이런 병에 걸려도 죽지 않으니 평생 홀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그는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아버지로 될 기회가 있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집에 있는 영감이 가장 좋아하실걸요.”그가 감정이 없는 병에 걸리는 것을 모르고 있을 때, 부모님은 그의 결혼을 걱정하셨지만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이런 병에 걸린 것을 아신 후 부모님은 완전히 미쳐버렸다.그들은 무슨 여자이든 모두 그의 앞에 데려다 놓았다. 그가 정상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여자가 나타나기를 바랐다.아쉽게도 부모님이 찾아 주신 여자에 대해 그는 추호의 반응도 없었다.“참, 당시 전씨 할머니께서 한 점쟁이를 청해서 태윤 씨와 예정 씨의 사주를 봐줬는데 예정 씨는 가을에 임신한다고 했죠?”소지훈은 문득 사주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성소현은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녀는 하예정과 사촌 자매 관계라 하예정은 평소에 늘 그녀에게 하소연해서 가장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일은 전씨 할머니께서 예정이가 매일 임신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위로해 주기 위해서 꾸민 일이에요. 전씨 할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예정이는 의욕을 잃고 우울증에 걸렸을걸요. 예정이는 강해 보이지만 무너질 때도 있거든요.”성소현은 이어서 웃으면서 말했다.“근데 공교롭게도 가을이
“그건 그 사람들이 안목이 없는 거고. 눈이 장식품이나 마찬가지야.”예준하는 성소현의 손을 잡고 함께 성씨 가문의 별장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사람들이 안목이 없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내가 수많은 연적이 생기게 되면 정말 질투 나서 쓰러질지도 몰라.”성소현은 히죽히죽 웃었다.예준하의 앞에서 성소현은 편안하고 솔직하게 지냈고 예준하도 그런 성소현의 진실된 성격이 좋았다.예준하 커플을 집으로 데려다준 소지훈은 성씨 가문을 떠나 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때마침 시어머니에게 불려 온 심효진을 만났다.심효진의 경호원은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급히 차를 도로 옆으로 세워 소지훈의 차를 먼저 지나가게 했다.소지훈과 심효진은 동시에 차창 버튼을 내리눌렀다.“오빠.”심효진이 인사했다.소지훈은 따뜻하게 대답했다.“그래. 왜 지금 집에 가는 거야?”심효진이 다시 서점에 출근하게 된 후로 그녀는 늘 저녁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엄마가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고 전화하셔서 먼저 왔어요.”소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얼른 들어 가봐. 무슨 일이신지.”소지훈은 창문을 닫으며 왼편으로 차를 몰았다.그의 차가 떠난 후에야 심효진의 경호원은 다시 차를 몰고 오른쪽으로 향했다.소씨 가문 사람은 모두 모여 살았다.이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은 모두 소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소정남과 소지훈은 사촌지간이다. 소정남의 집은 소씨 가문의 권력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어 겨우 몇 분밖에 안 되는 위치에 있었다. 경호원은 고풍과 현대화가 서로 어우러진 큰 별장 입구에서 차를 멈췄다.“들어갈 필요 없어요. 좀 있으면 또 나갈 가능성이 크니까.”시어머니가 그녀에게 전화해서 집으로 오라고 한 목적은 아마도 그녀가 소씨 가문을 대표하여 하예정에게 임신 선물을 보내려 하기 위함일 것이다.심효진과 하예정은 절친이었기 때문에 편리했다.“알겠습니다.”경호원은 공손하게 대답했다.심효진은 혼자 차에서 내려 큰 별장으로 들어갔다.별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여느
영양사 최서우는 밖에서 먹는 사람들의 자유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고모에 의해 집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식단을 책임진 사람이었기에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의 식단만 책임졌을 뿐 오지랖 넓게 집 밖의 사람들의 식단에는 관여하지 않았다.지금 최서우의 중점 관심 대상은 바로 사촌 동생의 아내였다.소정남은 같은 세대 중 가장 먼저 결혼한 사람이라 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다음 세대의 첫 후대었다. 하여 최민주뿐만 아니라 소씨 가문의 사람들 전부 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를 매우 중히 여겼다.심효진이 건강하고 똑똑한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최서우가 그녀에게 만들어준 임산부 식단은 영양이 풍부하고 종류들도 다양했다. 하지만 심효진이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식단이 반복되게 올려질 뿐 바뀌지는 않았다.다행히 심효진은 편식하지 않는 먹보라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그동안 별일 없이 잘 지내왔다.발소리가 들려오자 최민주와 최서우는 고개를 돌려 현관문을 바라보았다.“효진아.”며느리가 돌아온 모습을 보자 최민주는 서둘러 손에 든 선물들을 내려놓고 심효진에게 다가가면서 웃었다.“더운 날 오느라 고생 많았지?”“차에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하고 괜찮았어요.”심효진은 웃으며 그 선물들을 바라보았고 또 최서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언니.”최서우는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효진도 최서우의 침묵에 익숙했다.“내가 선물을 준비해서 예정에게 직접 주려고 했는데 너도 분명 예정이에게 임신 선물 줄 것 같아서 차라리 너에게 함께 보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불렀어.”최민주는 며느리에게 목이 마르냐고 관심했다.“안 말라요. 어머님, 고마워요. 이렇게 꼼꼼히 생각해주셔서.”심효진이 시어머니 곁으로 걸어오면서 곁에 있던 선물들을 힐끗 보았다. 시어머니께서 준비하신 선물들은 모두 임신부에게 적합한 선물들이었고 최서우가 곁에서 조언도 해주었기에 심효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효진 씨 매운 김치 비빔국수 드셨어요?”최서우가 갑자기 심효진에게 물었다.심효진은
최서우는 최민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더니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어쨌든 고모의 며느리였기 때문이다.배 속의 아기도 소씨 가문의 후대이고 최서우는 단지 영양로서 조언해 줄 뿐이다.최민주도 사실 뭐라고 잔소리할 것 없었다. 그 김치는 사돈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고 게다가 며느리도 날마다 친정집으로 가서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두 번 먹들뿐이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을 거로 생각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심효진은 말을 마친 뒤 재빨리 화장실로 향했다.심효진이 자리를 뜨자 최서우는 조용히 말했다.“고모, 효진 씨가 제가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절인 음식은 정말로 많이 먹으면 안 돼요. 일반적인 사람들도 적게 먹어야 하는걸요.”“우리 두 집안 식탁에서도 그런 음식이 나타난 적도 없는데, 효진 씨는 너무 즐겨 먹는 것 같네요.”“심지어 친정집에 가서 먹다니, 제가 만들어준 식단이 입에 안 맞는 거 아닐까요? 저도 고모님께서 도와달라고 하셔서 왔거든요. 고모를 위해서, 정남이를 위해서 온 거예요.”최민주는 부드럽게 조카에게 말을 건넸다.“임신한 사람은 입맛이 달라지거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먹어야 해. 네가 효진이에게 짜준 식단도 너무 좋아. 영양도 풍부하고 고기와 야채도 적당히 들어있어서 효진이가 살도 잘 쪘잖아. 안색도 많이 좋아지고.”“20년 넘게 친정집의 음식을 먹으면서 자라서 친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이 더 익숙할 거야. 가끔 친정집의 밥을 찾는 것도 이해해 주어야 해. 너도 마음에 담아 두지 마. 효진이는 널 싫어하거나 속셈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그렇다고 효진이를 친정집으로 가지 못하게 할 순 없잖아.”“많이 먹지도 못했을 거야. 먹는 것도 한두 번일 뿐이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의사 선생님께서도 검사를 보시더니 배 속의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말씀하셨어. 효진이가 잘 먹는 것도 복이야.”최민주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지금 절친인 예정이도 임신 중이고 하니 전씨 가문에서도 영
다만 심효진은 최서우가 자신에 대해 이렇게 의견이 많을 줄은 몰랐다.다행히 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언니일 뿐이다. 최서우는 소씨 가문의 영양사로 일하고 있긴 하지만 평소 소씨 가문에서 살지는 않았다.단지 심효진이 임신한 후로 자주 와서 식단을 건의 해줄 뿐 그녀에게 의견이 많다 해도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또한, 시어머니는 전씨 가문도 영양사를 고용하여 하예정에게 하루 세끼 식단을 지어줄 것이라고 언급했다.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을 뿐 전씨 가문은 하예정을 너무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심효진은 시어머니와 최서우가 더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몇 분이 지나서 화장실에서 나갔다.“효진아, 배탈이 났어?”최민주는 걱정하며 물었다.“아니요.”심효진은 민망한 듯 대답했다.“화장실에 갈 때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가서...”심효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모두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요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화장실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효진 씨, 휴대전화를 적게 사용해야 해요. 몸에 안 좋아요.”최서우는 자기도 모르게 또 잔소리 해버렸다.심효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자주 사용하지 않아요. 평소 서점에서도 책만 볼 뿐 휴대전화를 잘 사용하지 않는걸요.”심효진은 시어머니에게 말을 건넸다.“어머님, 물건들은 준비가 다 됐나요? 제가 먼저 예정 이한테 가져갈게요. 예정이가 병원에서 이미 돌아왔대요.”“다 준비됐어.”최민주는 웃으면서 사람을 시켜 준비한 선물들을 심효진의 차에 올려놓으라고 지시했다.곧 심효진은 최민주와 최서우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별장을 떠났다.반면 소지훈은 자신의 서재에 누워 의자에 기댄 채 주운 열쇠고리를 손에 들고 작은 액자 속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문득 소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띠기 시작했다.기다란 손가락은 사진 속의 여자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을 소지훈의 지인이 본다면 상대방은 아마 너무 몰라 넘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아름답게
소정남의 신분과 소씨 가문을 떠나 외적인 조건만 보아도 그는 수많은 남자 중에서 손꼽힐 정도로 우수했고 심지어 전태윤과 소정남과도 겨룰 수 었었다.소지훈은 사진 속의 여자를 보고 있자니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사진에 입을 맞추었고 얼굴에 바보 같은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이게 바로 정상적인 남자의 반응이 아니었던가!모태 솔로 30여 년째 소지훈은 처음으로 이런 느낌을 받았다.예전부터 소지훈은 자신이 눈이 너무 높아서 일반적인 여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 줄로만 알았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후로도 여자들이 많은 장소로 가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소지훈은 지금 와서야 자신이 눈이 높은 문제가 아닌 신체 반응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소지훈은 체면을 너무 중시한 탓으로 죽어도 검사받으러 가지 않았다.서른 살의 대문을 넘어선 데다 또 부모님의 결혼 재촉도 있고 놀 만큼 놀았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훌륭한 의사를 찾아가서 진찰받았던 것이다.그제야 소정남은 자신의 신체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소정남이 진정한 남자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젠 그의 부모님도 재촉할 필요가 없었다.만약 전씨 할머니께서 끼어들지 않았다면 소지훈도 친아버지께서 마치 쥐가 고양이를 보기라도 한 듯 재빨리 도망가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오늘부터 소현 씨와 거리를 두어야 게겠어. 선물도 하지 말고. 앞으로 네가 나와 소현 씨 사이를 오해하면 어떡해.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수 없을 거야.”소지훈은 그 여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여신을 위해서라도 모든 복잡한 인연은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계속해서 장연준을 도와준다면 미래의 아내 대감께서 오해하시면 안 되었다.소지훈의 등장으로 인해 비교를 이룬 뒤로 이경혜가 예준하를 대하는 태도마저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더 기쁜 소식은 성씨 가문에서는 이젠 예준하를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소지훈은 그와 장연준의 내기도 이젠 끝내도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이경혜는 더 이상 장연준을 방해하
소균성은 소파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 노란 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소파에 털썩 앉으며 장남에게 얼른 와서 아내를 고르라고 명령했다.“아버지, 저는 이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다니까요.”소지훈은 대답하면서 걸어왔다.소균성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보지도 않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아? 내가 이번에 찾은 여자들은 모두 24세 여자들이야. 그 점쟁이도 말했잖아. 너의 운명의 여신은 올해 겨우 24인, 너와 10살 차이나는 여자라고.”“상대방이 네가 너무 늙었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네. 설령 상대방이 널 싫어해도 내가 너와 여자가 결혼하게 만들어 줄 거야.”소지훈의 얼굴은 새파랗게 변했다.“만약 제 운명적인 여자라면 아버지께서 저를 도와주시지 않는다고 해도 저 스스로 행동하여 그녀에게 구애할 거 거든요.”그가 쓸모없는 사람도 아니고.예전부터 소지훈은 노는 것을 좋아해서 너무 빨리 결혼생활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자신에게 병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로 소지훈은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다.그는 자신을 진정한 남자로 되게 할 수 없었기에 소씨 가문의 가주로 될지라도 다른 여자들을 평생 과부 생활을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그럼 빨리 봐봐! 나랑 네 엄마는 너무 걱정돼서 머리까지 하얗게 변했거든. 이 자식아! 넌 왜 긴장하지도 않고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거야? 평생 홀아비로 살고 싶어?”소균성은 아들이 여전히 그 사진들을 꺼내 보지 않는 모습을 보더니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이 아들 때문에 애를 태웠지만 녀석은 여전히 협조하지 않았다.소지훈은 느릿느릿 그 사진들을 꺼내서 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앉아 그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보는 척했다.소균성은 그야말로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그 사진들은 공통점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두 24살 미혼 여자들이었다. 뚱뚱한 여자들, 마른 여자들, 예쁜 여자들, 못생긴 여자들, 평범한 여자들 등 모든 유형의 여자 사진들이 들어있었다.소지훈은
소균성은 아들이 자신이 가져온 이 사진들에 대해 느낌이 없어 하는 모습을 보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사진들을 봉투에 다시 넣었고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언제 그 여자를 찾을 수 있을지. 전씨 할머니께서 돌아오신다면 한 번 찾아가서 그 점쟁이와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해야겠어. 그 운명의 여신이 어디 있는지 한 번 물어보게.”소지훈이 말을 이었다.“아버지, 그 점쟁이도 말씀하셨잖아요. 그분과 우리와의 인연은 이제 끊겼다고요. 다시는 전씨 할머니와 우리를 만나지 않으신다고 하셨어요. 그런 분들은 우리 일반적인 사람들과 달라요.”“그분들이 우리와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우리가 아무리 찾아다녀도 못 찾을 거에요.”소균성은 아무 말도 잇지 않았다.그 점쟁이도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다.점쟁이는 그들과 속세의 인연이 닿았기 때문에 한 번 만날 수 있었고 또 소지훈에게 한 번 점쳐 주었던 것이다.속세의 인연이 끝나면 더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점쟁이는 자신과 소지훈 부자의 속세 인연 그리고 전씨 할머니와의 속세 인연이 이미 끝났으니 전씨 할머니와의 인연도 끊길 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그는 전씨 할머니를 보며 더는 연락하지 말라고 부탁했다.전씨 할머니께서는 섭섭했지만 상대방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많은 사람은 그 점쟁이를 보지 못했고 그는 결국 이렇게 지나가는 손님처럼 전설만 남긴 채 사라졌다.소균성은 실망한 표정으로 서재에서 나왔다.소지훈은 아버지를 보면서 위로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운명에 나타나야 하는 것은 기어코 나타나고야 말 겁니다. 저의 운명에 아내가 있다고 하셨으니 그녀도 반드시 나타날 거에요. 걱정하지 마시고 우리 함께 기다려 봐요.”소균성은 아들이 하는 말을 듣지도 못했는지 실망한 모습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때 소씨 가문의 안주인 김연수가 밖에서 들어오더니 남편의 실망한 표정을 보고 또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보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금세 눈치챘다. 그리고 걱정스레 남편에게 물었다.“어때요? 아드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