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천재 가수이자 연인 강현우가 실종된 지 3년. 은재는 그가 죽었다는 세상을 비웃으며 환청 같은 목소리를 쫓아 낯선 바닷가 마을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마주한 라이브 가수는 현우의 얼굴, 음색, 기타 치는 손가락까지 소름 돋게 닮아있다. 하지만 그는 다정한 미소로 자신을 윤해솔이라 소개하며 초면이라 선을 긋는다. 지독한 그리움이 만든 환상일까, 나를 밀어내기 위한 처절한 연기일까. 은재는 그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위태로운 삶 속으로 파고든다. “안녕, 나의 도플갱어. 이제야 널 찾았어.”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얼굴로 가장 낯선 안부를 묻는 남자. 당신, 정말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맞아?
もっと見る“먼저, 지난 사고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아울러 저를 둘러싼 악의적인 루머들의 실체를 이 자리에서 바로잡고자 합니다.”해솔의 목소리는 차분했다.“그동안 유포된 허위 사실들은, 소속사 선배였던 박한결 씨가 악의를 품고 선동한 가짜 뉴스입니다. 이에 대한 증거와 허위 제보 정황은 이미 모두 확보하여 수사 기관에 제출한 상태입니다.”해솔이 대형 스크린을 가리키자, 도윤이 수집해 둔 박한결의 허위 제보 메일과 IP 추적 자료들이 화면에 띄워졌다.기자들 사이에서 거대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이미 팬의 목격담으로 의심을 품고 있던 터라, 해솔의 폭로는 사실상 확인사살이었다.박한결이 꾸며낸 거짓말들의 실체가 대중 앞에 낱낱이 까발려졌다.정적을 깨고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그럼 박한결 씨가 기자회견 직전 차량으로 돌진한 이유가, 가짜 뉴스의 실체가 폭로될까 두려워 입막음을 하려 했던 게 맞습니까?”“네, 맞습니다.”해솔은 기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대답했다.해솔의 단호한 태도에 분위기는 완벽하게 이쪽으로 넘어왔다.사실상 확인사살이었다.해솔은 옆에 선 은재를 바라보았다.여전히 긴장한 채 정면만 응시하는 옆모습이 보였다.해솔은 테이블 아래로 은재의 손을 찾아내어 힘주어 쥐었다.은재가 놀란 듯 고개를 돌려 마주 보았다.해솔은 가볍게 눈빛을 건넨 뒤,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은재 씨.”일주일 만에 들려온 해솔의 목소리에 은재는 눈물을 터뜨리며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해솔은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한 손길로 은재의 등을 토닥였다.3년 전의 기억 같은 건 전혀 모르는 듯, 여전히 다정하고 든든한 연인인 윤해솔의 모습 그대로였다.얼마 후, 은재가 의사를 부르러 잠시 병실을 비운 사이 도윤이 안으로 들어왔다.침대에 걸터앉은 해솔과 도윤의 시선이 무겁게 맞물렸다.도윤은 문을 닫자마자 목소리를 낮춰 면담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해솔아, 의사가 외상 수술 중에 위벽 쪽에서 종양을 발견했다고 하더라. 암이 강하게 의심된대. 환자 의식 돌아오는 대로 정확한 정밀 검사부터 다시 해보자고 하더군.”도윤의 말에 해솔의 눈동자가 잔잔하게 가라앉았다.방금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이 타이밍에 찾아온, 잔인한 소식이었다.해솔은 멍하니 닫힌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문밖에는 자신을 위해 일주일 밤낮을 지새운 은재가 있었다.“……은재 씨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형.”해솔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은재씨랑 약속했거든요. 강현우씨처럼 혼자 두지 않겠다고. 우선 검사부터 조용히 받겠습니다.”도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이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딸칵, 그 타이밍에 맞춰 병실 문이 열렸다.의사를 부르러 나갔던 은재가 서둘러 들어왔다.은재의 시선이
방 안에는 각종 기계장치가 규칙적으로 내는 기계음만이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은재는 일주일째 의식을 찾지 못하는 해솔의 침대 곁을 지켰다.마른 수건으로 해솔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사이를 정성스럽게 닦아내리는 은재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툭 치면 부러질 것처럼 마른 손목을 보며 가슴이 아려왔다.소나기가 그친 뒤 맑았던 그 여름날, 혼자 두지 않겠다며 다정하게 웃어주던 얼굴이 자꾸만 겹쳐 들었다.“제발… 깨어나기만 해줘요.”은재는 해솔의 이마 위에 덮인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나직하게 읊조렸다.도윤이 골절 상처가 깊어 회복이 늦어지는 것뿐이라며 안심시켰기에, 은재는 그 말을 믿고 있었다.그의 속이 암이라는 잔인한 진단으로 부서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같은 시각, 도윤은 서울 변두리의 한 폐건물 지하로 향하고 있었다.어두컴컴한 공간의 문이 열리자 먼지 냄새가 훅 끼쳤다.방 한가운데에는 의자에 묶인 채 엉망이 된 박한결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사고 직후 도주했던 그를, 도윤이 움직인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후배들이 쫓아 낚아챈 결과였다.“어, 어욱…! 당신 이거 미친 짓이야! 당장 안 풀어? 법대로 해, 경찰 불러!”박한결은 덜덜 떠는 와중에도 악을 썼다.하지만 도윤은 대답 대신 의자 앞으로 다가와 뚜벅뚜벅 멈춰 섰다.차갑게 내려다보는 도윤의 눈빛에는 감정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법대로 처리하기 위해 경찰에 넘기는 건 쉬웠다.하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훗날 그가 풀려난다면, 눈이 돌아간 박한결이 또다시 해솔에게 어떤 미친 짓을 저지를지
빨간불이 켜진 수술실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은재는 수술실 앞 대기실 의자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었다.옷에 묻은 해솔의 피가 비에 젖어 눅눅하게 굳어가고 있었지만, 추위를 느낄 새도 없었다.초점 없는 눈으로 바닥만 응시하는 은재의 손은 여전히 잘게 떨리고 있었다.“은재 씨!”복도 끝에서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도윤과 소망이 달려왔다.은재의 몰골을 확인한 소망이 헉, 소리를 내며 은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이게 무슨 일이야, 언니… 해솔 씨는? 수술 들어간 거야?”은재는 대답 대신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도윤은 굳게 닫힌 수술실 문과 은재의 옷에 남은 핏자국을 번갈아 바라보며 턱을 짓씹었다. 박한결을 그렇게 경고하고 짓눌러 놓았는데도, 결국 사달을 내고야 만 것이다.도윤의 눈에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소망이 은재를 다독이는 사이, 도윤은 쉴 새 없이 진동하는 휴대폰을 확인했다.화면에는 이미 스타더스트를 집어삼킨 억측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도배되고 있었다.[속보] 스타더스트 윤해솔, 기자회견 직전 의문의 교통사고… 정면돌파 무산?
지프차 안은 무거울 정도로 조용했다.뒷좌석에 앉은 은재는 해솔의 겉옷을 어깨에 두른 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해솔은 그런 은재를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백미러로 은재의 굽어진 어깨만 훑으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도윤은 아무 말 없이 운전대에 힘을 주어 시동을 걸었다.거칠게 비포장도로를 빠져나온 차는 이윽고 루나 바(Luna Bar) 앞에 멈춰 섰다.바 안으로 들어와서도 은재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해솔은 은재를 소파에 앉히
은재가 분신처럼 챙기던 에코백이 흙바닥에 거칠게 짓눌린 채 나뒹굴고 있었다.그 옆으로는 급브레이크를 밟은 듯한 선명한 타이어 자국이 흙을 깊게 파헤쳐 놓았다.도윤이 허리를 숙여 가방 근처에서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는 외제 담배꽁초를 집어 들었다.그걸 본 순간, 도윤의 얼굴에서 시골 청년의 순박함이 씻은 듯 가셨다.느슨하게 풀려 있던 눈매가 날카롭게 벼려졌고, 입가에 머물던 헤픈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형&hellip
봄이는 거실 창밖으로 멀어지는 해솔의 뒷모습을 보며 손에 쥐고 있던 유리컵을 바닥에 내던졌다.챙그랑,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안중에도 없었다.“해솔 씨가 감히… 그년 편을 들어?”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은재를 쫓아낼 생각이었지만, 해솔의 단호한 보호는 봄이의 계산에 없던 변수였다.해솔을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숴버리는 게 나았다.은재는 더더욱 살려둘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골의 아침이었다.하지만 은재가 대문을 열고 나섰을 때 마주한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끈적하고 이질적이었다.간밤의 울음으로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은재는 마을 슈퍼로 향했다.해솔의 목소리를 관리해 줄 도라지청이라도 사볼까 하는 관성 같은 걱정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할머니.”평소 같으면 살갑게 대답해 줬을 슈퍼 주인 할머니가 은재의 인사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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