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준하은 여전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직 풀을 받은 적이 없는데 네가 내 소원을 이뤄줄 때까지 기다릴게.”“이건 쉽지. 다음에 시장에 갈 때 한 자루 가득 풀을 사와서 전부 너한테 줄게.”“그럼 나 소를 사서 기를까?”성소현은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너에게 준 풀을 네가 감히 소에게 먹여보려고 하면 두고 보자.”“안 할게, 안 할게.”성소현은 가방을 열어 새로 산 두 벌의 옷을 꺼내 예준하에게 건네며 말했다.“한 번 봐, 마음에 들어? 너의 모든 옷이 이 브랜드라서 같은 브랜드로 골라봤어. 셔츠랑 자켓까지 다 있지.”심지어 그는 속옷까지 여러 벌 사주었지만 부끄러워서 꺼내지 못하고 옷 가방 안에 슬며시 넣어 두었다. 집에 돌아가 옷을 꺼내면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예준하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옷을 받아 펼쳐 보며 미소 지었다.“네가 사준 옷이라면 당연히 마음에 들어. 사이즈도 딱 맞아.”“바보야, 네게 선물하는 옷이니까 당연히 딱 맞게 사야지.”“그리고 넥타이 두 개도 있어.”성소현이 다시 가방에서 넥타이 두 개를 꺼냈다.마지막으로 롤렉스 시계를 꺼냈다.성소현은 선물 상자를 열고 예준하에게 손을 내밀라며 시계를 직접 채워주려 했다.예준하가 말했다.“내가 매일 차고 다니는 시계도 네가 준 거잖아.”예준하는 성소현에게 많은 선물을 줬고 성소현도 그에 대해 보답했다.그녀는 남자친구가 무시당하는 걸 절대 두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은 예준하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것은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돌려가며 차야겠어. 이 시계가 더 예쁜 것 같아.”예준하는 성소현이 시계를 채워주는 걸 가만히 바라보며 시계가 채워진 후 칭찬했다.“소현아 네 안목은 정말 뛰어나. 네가 사주는 물건은 다 멋지고 실용적이야. 정말 마음에 들어.”“그야 당연하지. 내 마음에 둔 것이든 사람이든 모두 최고로 뒤어나.”성소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성소현의 출신 배경은 그녀에게 이런 자신감을 줬다.
예준하의 형들 중에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셋째 형이뿐이었다지. 하지만만 그도 이미 마음에 둔 상대가 있다. 예준하와 성소현도 연애 중이지만 여섯째 형과 일곱쩨 형이 같은 나이대의 형제들은 대체로 모연정형수님의 눈치를길을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 둘은이 요즘 모연정을형수님을 보면 항상 긴장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자주 만나야 했형수님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모연정의 매력 때문이었다.성소현은 모연정이 예전에 소설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소설을 특별히 찾아서 읽었었다.성소현이 물었다. “형수님은 앞으로 소설을 안 쓰실까? 내가 소설을 잘 안 읽는데 형수님 소설은 재미있더라. 형수님은 상상력이 정말 풍부해.”예준하가 대답했다. “형수님은 지금 너무 바빠서 글을 쓸 시간이 없을 거야겠지. 그래도 가끔씩 쓰긴 하셔. 다만, 발표하지 않을 뿐이지. 우리 형제들을 소재로 글을 쓰고 계신 거 같아.”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 “너도 형수님한테 너를 주인공으로 해서 소설을 써달라고 하면 되겠네. 인기남 컨셉으로다가너한테 미녀들을 많이 줄게.”예준하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 소설의 남주인공이 된다면, 여주인공은 무조건 너일 거야.”성소현은 더욱 기쁘게 웃었다. 갑자기 그녀는 예준하의 목을 끌어안고 먼저 입을 맞췄다.춤을 선사했다.사랑하는 여인이 먼저 입맞춤을 해오니, 예준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고 그 키스를 더욱 깊게 이어갔다.입맞춤이 끝난 후 성소현의 손은 예준하의 얼굴 위로 내려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애정과 함께 약간의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점심때 많이 놀랐지? 선물은 너를 안심시키기 위해 준비한 거야.”“그렇구나.”예준하가 웃으며 다시 그녀의 입술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나 정말 놀랐어. 넌 모를 거야. 그 소식을 듣고 난 창백한 얼굴에 손발까지 차가워졌다니까?네가 모를 거야.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손발이 차가워졌어. 그 순간 내 머릿
키스 후 성소현은 부드럽게 예준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물었다.“아직도 화났어?”예준하는 다시 그녀의 얼굴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남기며 말했다.“소지훈이 운명의 여자를 찾았다고 해서 이제 마음이 놓였어. 하지만 정말로 놀랐어. 네가조금 더 따뜻하게 해줘야겠어. 내게 위로가 필요해.”성소현은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선물도 주고 키스도 해줬는데 아직도 부족해?”그녀의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대게 하며 예준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이제 충분해.”“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야. 몆 번 더 일어난다면 내가 심장마비가 올지도 몰라.”“우리가 빨리 약혼식을 하고 관성을 떠들썩하게 만든 약혼식을 열자. 전이진과 여운초의 약혼식보다 더 성대하게 말이야.”성소현은 조용히 대답했다.“그래, 관성을 떠들썩하게 만들 약혼식을 준비해줘. 난 기다릴게.”곧 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며 물었다.“일이 많지? 계속 일 봐. 나도 회사로 돌아갈게.”하지만 예준하는 다시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이미 온 김에 조금 더 있어줘. 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아내를 잃을 뻔했는데 어떻게 일을 처리할 마음이 있겠어?”“오늘 밤에 저녁 먹고 영화 좀 보러 갈까?”성소현도 그가 놀란 걸 알고 있어서 단순히 선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저녁에 영화를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좋아, 네가 알아서 해.”성소현이 가져온 선물을 바라보며 예준하는 낮게 말했다.“너가 내 외투, 셔츠, 넥타이까지 사줬는데 바지는 왜 안 샀어?”“넌 아직 가방 안에 있는 옷을 다 보지 않았잖아.”그녀의 말을 들은 예준하는 성소현을 놓아주고 가방을 뒤적여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위해 산 새 옷을 발견했다.모두 빨간색이었다.예준하: “... 전부 빨간색이네?”그는 한 번도 빨간색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어릴 적에는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옷을 사주었고 그의 띠해가 될 때마다 어머니는 빨간색 옷을 주로 사줬다. 외투든 속옷이든 전부 빨간색이었다.그는
예준하는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자신이 붉은색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붉은색이 너무 눈부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빨간색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성소현은 빨간색이 눈부시다고 생각하여 좋아했고 예준하는 그 눈부심이 너무 싫었다.“그럼 이따가 다른 색으로 바꾸자.”예준하는 성소현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였다. 성소현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기대에 가득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그럼 먼저 보관하고 있어. 앞으로 내가 빨간색을 사지 않도록 주의할게.”“여성 옷을 한번 입고 나에게 보여주면 더 좋을 텐데. 준하 씨 이렇게 멋진데 여성 옷을 입는다면 더 이쁠걸.”예준하는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일깨워주었다.“난 진정한 남자거든. 어떻게 여성 옷을 입힐 생각을 해?”“난 당신과 부부하고 싶을 뿐이지 자매 사이로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어.”성소현이 깔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럼 여장을 하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군.”“혹시 예정 씨와 효진 씨도 남편에게 여장을 입으라고 요구해 본 거야?”“태윤 씨와 정남 씨는 여장을 할 리가 없어.”성소현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하예정과 심효진은 그녀들의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성소현은 단지 농담해 보고 싶어서 예준하에게 물어본 것뿐이다.예준하는 자신이 비교된 줄로 알고 고민하며 말했다.“사실 나도 여성 옷을 입어봤어.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딸을 낳기를 바랐는데 내가 남자로 태어난 것을 보시더니 날 딸로 키우겠다고 하셨거든.”“처음 걸음마를 뗐을 때 우리 엄마가 날 괴롭혀도 내가 저항하지 못했거든. 여름이 되면 맨날 나에게 치마를 입혀주고 머리도 길러주고 그러셨어. 정말로 날 딸로 키우셨지.”성소현은 흥미를 느끼며 웃으며 말했다.“준하 씨 예전에는 왜 이런 얘기 안 해줬어?”“흑역사를 내가 어떻게 너한테 얘기를 해.”“치마를 얼마나 오랫동안 입었어? 가족들은 반대하지 않았고?”예준하가 대답했다.“난 그때 나이가
“앞으로는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말하면 안 돼.”“알았어. 알았어. 다시는 안 그럴게. 나 예준하는 정말 훌륭하고 좋은 남자야.”성소현이 으쓱하며 대답했다.“당연하지. 나 성소현이 사랑하는 남자인데 모든 방면에서 우수해야지.”두 사람은 그렇게 사무실에서 한참 동안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성소현이 사무실을 떠났다.그녀는 고객과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약속했다.예준하는 연연해 하며 여자 친구를 사무실 밖으로 배웅했다.예준하가 자못 아쉬워하며 배웅하는 모습에 성소현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서 재빨리 그의 얼굴에 뽀뽀했다.“정말로 고객과 약속이 있어서 그래. 어기면 안 되거든. 끝나면 데리러 올게. 기다려.”“웃어봐. 난 준하 씨가 웃는 모습이 좋아. 준하 씨 웃는 웃음이야말로 내가 옛날에 받은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단 말이야.”예준하는 피식 웃었다.“데리러 올 필요 없어. 내가 데리러 갈게.”“알겠어. 이만 갈게. 가서 일 봐.”예준하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서 성소현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배웅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후에야 사무실로 돌아갔다.그와 동시에 강성의 고씨 그룹.전호영은 차를 고씨 그룹 입구에 멈추고는 경적을 울려 경호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표시했다.경호원은 전호영의 차를 보더니 경비실에서 나와 전호영에게 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차에 탄 사람은 긴 머리에 치마를 입은 여성분이었다.경호원은 문득 멍해졌다. 눈앞의 차는 그가 너무나도 익숙한 차였다.이 차가 바로 뻔뻔스럽게 그들의 전 대표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매일 몇 번씩 그들의 회사를 드나드는 전호영이 자주 사용하는 차였다.그 경호원과 그의 동료들은 모두 이 차에 대해 매우 익숙했다.절대 차량을 잘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여자였다.전호영이 아니었다.순간 경호원은 고민에 빠졌다. 차에 타고 있는 여자가 전호영과 어떤 관계인지, 왜 전호영의 차를 몰고 왔는지 의문이 들었다.문을 열어 상대방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전호영은 재빨리 하이힐을 벗었다.하이힐이 이렇게 신기 힘든 존재였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어쩐지 고현이 신기 싫어하더라니.고현은 심지어 여성 옷으로 갈아입는 것조차 거부했고 남자처럼 꾸미며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고현은 전호영이 그녀에게 준 치마와 하이힐을 모두 거절하며 오히려 전호영이 여장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하여 오늘 전호영은 그녀에게 한 번 여성 옷을 입어 보이려고 결심했다.긴 가발에 긴 드레스를 입고 메이크업을 했더니 이목구비가 부드럽게 보였다. 이 모두는 소화해 내기 쉬웠지만 유독 하이힐이 신고 걷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전호영은 비틀거리며 걸어갔다.다행히도 여기는 강성이었다.그는 모두에게 자신이 전호영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언론 기자들이 알게 된다면 연예 기사의 큰 뉴스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전호영은 일부러 가방 하나를 더 가지고 다녔다.가방 안에는 그의 복장 한 벌이 들어 있었고 조금 있다가 고현 사무실 안의 휴게실에서 갈아입을 계획이었다.하지만 신발은 가져오지 못했다.차 안에 있었다.고현에게도 신발이 있을 거로 생각하면서 그녀의 신을 빌려 신을 생각을 했다.엘리베이터는 전호영을 꼭대기 층으로 안내했다.그는 또다시 하이힐을 신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고현의 사무실로 향했다.고현의 비서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전호영을 보더니 본능적으로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눈앞의 사람이 여자인 것을 보고 “전 대표”라고 내뱉으려는 말을 다시 꿀꺽 삼켜버렸다.다행히 비서는 남들처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고 재빨리 전호영을 막아 나서면서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비서는 마음속으로 어떻게 낯선 여자를 위층으로 올려보낼 수 있냐며 아래층의 사람들을 욕하고 있었다.그나저나 눈앞의 여자는 전호영 도련님의 이목구비와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저에요.”전호영은 남 비서 앞에서는 그의 신분을 숨기지 않았다.나지막이 말한 세 글자에 비서는 아연실색한 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전
“하지만 고현 씨는 이목구비가 부드러워 남자 행세를 하기에는 늘 남성스러움이 부족해요. 여성 옷으로 갈아입으면 정말 경국지색일 텐데.”“고현 씨는 원래 여자잖아요. 자, 우리 옷 바꿔입어 봐요. 제가 고현 씨를 위해 이 옷을 입고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르실 거예요.”“여장하고 다니지 말고 휴게실에서 여성 옷으로 갈아입고 저한테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데...”고현은 어이가 없었다.전호영이 여성 옷을 입고 왔다니!게다가 그 차림으로 고현의 회사까지 달려왔다.고현은 전호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건넸다.“전 대표, 여성 옷을 입은 모습이 예쁘긴 예쁜데 너무 남성적이네요.”“저는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 행세를 한다 해도 남자 같죠 . 하지만 고현 씨는 여자잖아요. 20년 넘게 남자로 분장한다 해도 여전히 여자인걸요.”“저는 고현 씨가 저처럼 여성 옷을 입고 밖에서 돌아다니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우리 휴게실에서 옷 좀 교환해 입어 봐요. 저한테 고현 씨가 여성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될까요?”“고현 씨가 여성 옷을 입은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알고 싶어서 그래요.”전호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고현을 바라보며 기대를 품었다.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는 여성 옷을 입지 않을 거예요. 너무 습관이 안 되거든요. 호영 씨는 지금 여성 옷을 입고 있는데 편하세요? 안 불편해요? 불편하잖아요. 하이힐을 신고 걸을 때 신을 던지고 달려오고 싶지 않았어요?”전호영은 고현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전호영은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아 심지어 그 하이힐을 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했다.하지만 전호영은 남자가 아닌가!“저는 제가 여자라는 것을 인정해요. 제가 몇 년을 남자로 살았어도 여자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죠. 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20년 넘게 남자로 분장했고 이런 생활과 이런 옷차림에 익숙해졌어요.”“여성 옷으로 갈아입거나 하이힐을 신고 가발을 쓰거나 머리를 기르라고 하면 제가 너무 불편할 것 같아요.”“호영 씨가 정말 저를
하지만 전호영이 웃길 때면 고현은 정말 즐겁다고 느꼈다.한 가지만은 확신했다.전호영은 처음에는 할머니의 주선으로 고현에게 접근했지만 지금은 고현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그 감정 변화가 매우 뚜렷했다.잠시 앉아 있던 고현은 몸을 일으켜 책상을 에돌아 휴게실로 향했다.전호영은 그의 평상시 복장으로 갈아입었지만 신발이 없었다. 그의 구두는 차에 있었기 때문이다.전호영은 하이힐을 보더니 허리를 굽혀 들어 올려 쓰레기통에 버리려 했다.“왜 버려요? 남겨 두지 그래요. 그래도 호영 씨가 신었던 하이힐인데.”고현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전호영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바라보니 문에 기대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현을 발견했다.“그 치마도 버리지 말고 보관하세요. 너무 아쉽네요. 제가 호영 씨 여성 옷을 입고 가발을 쓴 모습을 사진 찍어 놨어야 했는데.”고현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녀는 휴게실 안으로 들어와서 전호영에게 다가가더니 바지 주머니에 넣었던 두 손을 꺼내 전호영의 옷을 정리해 주었다.“호영 씨는 역시 남자 옷을 입어야 멋지네요.”“멋있어요?”“맞아요, 멋져요. 몸매가 좋아서 남자 모델처럼 어떤 옷을 입어도 멋지네요.”전호영은 자신의 옷깃을 정리해 주는 고현의 두 손을 잡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의 이목구비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사진 찍어 주려고요? 제가 다시 치마로 갈아입고 가발과 하이힐을 다시 신을게요. 고현 씨가 원하는 만큼 찍게 해드릴게요.”“됐어요. 호영 씨 얼굴은 멋있지만 여성 옷을 입으면 여자처럼 느껴지지 않거든요.”고현은 손을 빼내고 전호영의 넓고 평평한 가슴을 건방지게 두드리며 농담했다.“여기가 여자처럼 느껴지지 않거든요.”전호영은 잠시 할 말을 이었다.그는 좀 더 비슷하게 꾸미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흠... 전호영은 뻔뻔하지만 그 정도로 꾸미기에는 너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고현은 허리를 굽혀 휴게실의 침대 위에서 전호영이 내려놓은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