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 지나자 전이혁이 입을 열었다.“할머니, 배고프시죠? 돌아가서 아침 드세요. 큰형이 직접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어요. 큰형이 형수님께 정말 잘해 주시네요. 우리도 큰형이 해준 음식 먹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형수님은 날마다 드실 수 있네요.”전이혁의 말속에는 부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큰형은 형수님에게 정말 진심으로 대했다.전씨 할머니는 전이혁에 의해 부축되어 일어섰고 전이혁은 할머니를 도와 스피커를 집안으로 옮겨 드렸다.그리고 할머니께서 입을 열었다.“큰형이 부럽지? 너도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어.”전이혁은 스피커를 안아 들고 할머니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를 아직 본 적도 없는데 저한테 잘 맞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게다가 저의 꿈에서 어떤 여자가 저에게 매달리고 있는걸요.”“나중에 제가 누구랑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할머니 요구대로 그 여성분과 결혼하면 제가 그분을 배신할 가능성이 엄청 클 거예요. 그리고 꿈에서 저와 얽매이고 있는 그 여자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여자가 아닌걸요. 저 너무 힘드네요.”전씨 할머니가 바로 말을 이었다.“모든 일에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야. 때가 되면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지금은 일단 아무 생각 말고 네 큰형의 결혼식이나 참석해. 그리고 다시 아내에게 구애하러 가. 어차피 내가 너희들에게 준 시간이 1년이니까.”전이혁이 물었다.“할머니, 저 좀 봐주시면 안 돼요?”“내가 가장 아끼는 네 큰형도 봐주지 않았거든. 봐봐. 태윤이랑 예정이도 딱 1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잖아.”할머니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커플이 바로 전태윤과 하예정, 그리고 전이진과 여운초 두 커플이었다.지금 정겨울이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고 있었다. 여운초는 매일 약을 먹고 있었고 정겨울도 그녀가 곧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여운초는 빛을 조금 볼 수 있었지만, 독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기에 앞이 여전히 흐릿하게 보였다.여운초는 자신이 다시 빛을
그러나 그 부잣집 할머니들의 건강은 전씨 할머니보다 못할 것이다. 전씨 할머니는 나이가 드셨지만 자주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손자들을 위해 아내를 신중하게 선택해 주었다.휴, 손자들이 불효하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전이혁은 할머니가 임무를 내리지 않았다면 자신도 28세에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비방했다.결혼은 35세 이후에 결혼하려고 결정했다.형수님들의 결혼이 매우 행복해 보여서 부럽긴 했지만, 전이혁은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는 삶을 더 추구했다.전씨 할머니는 그런 손자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에 이런 임무를 내렸다.그들의 생각을 따른다면 아마 모든 손자가 30세 이후에 결혼할 것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할머니가 춤을 추면 몸도 단련되고 좋잖아. 집에서 춤추시는 거라 누구한테도 영향 주지 않고.”전태윤은 할머니께 밖으로 나가 춤추는 아줌마들에게서 춤을 배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어르신은 평생 멋지게, 마음대로 살아오셨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전씨 손자들도 할머니께서 기뻐하시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만 즐거워하신다면 어떤 일을 하시든 모두 지지했다.“할머니는 왜 찾으러 왔어?”전이혁이 부엌으로 들어가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나를 봐주라고 설득하러 왔어. 너무 일찍 결혼하고 싶지 않거든. 원래 계획은 35세에 결혼하는 건데 할머니께서 벌써 나한테 아내를 골라주셨잖아. 1년이란 기간이 지나가면 난 29살이야. 내 계획보다 몇 년이나 앞섰단 말이야.”전태윤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넌 할머니와 28년 동안이나 지내왔으면서 할머니가 어떤 성격인지 아직도 잘 몰라? 왜 쓸데없는 짓만 해? 난 또 이진이가 겪었던 일들이 너희들에게 교훈을 가져다줄 줄 알았어. 그래서 너와 전우가 말 잘 들을 줄 알았는데. 너도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었어?”전호영은 반년 동안 질질 끌다가 끝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아예 장기적으로 강성에 머물면서 아내에게 구애하고 있었다.아마 며칠 더 있어야
전태윤이 물었다.“할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어?”“나보고 직접 확인해보라고 하셨어. 날 그냥 내버려 둔다는 의미지. 내가 할머니의 친손자 맞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전씨 가문의 첫 번째 이혼남이 되라는 뜻 아니야?”전이혁이 구시렁거렸다.“할머니의 지팡이가 간지러워서 날 때리려고 꾸민 것이 틀림없어. 우리가 너무 철이 들어 효도심이 강해서 핑곗거리를 찾고 계시는 것 같아. 날 찌질남으로 몰아넣어 시원하게 때리려고 작정하신 것 같아.”전태윤은 피식 웃었다.“그 말을 할머니께서 들으신다면 아마 당장 널 때려눕히실 거야.”“내 말이 맞잖아.”전태윤이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정해주신 목표가 꿈속의 여자랑 겹친 걸 잘 못 본 거 아니야?”“어떻게 겹쳐? 생김새부터 다른데. 사극처럼 얼굴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전이혁이 중얼거렸다.전태윤이 입을 열었다.“불가능한 것은 아니야. A시 예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 재주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 인간 가면을 잘 알아봐”전태윤은 할머니가 전이혁에게 골라주신 아내가 어떤 신분인지는 모르지만, 할머니께서 고르신 분은 분명 전이혁에게 어울리는 여자라는 것만은 확신했다.능력이 없는 여자애들은 할머니의 성에 차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아마도 하예정이 가장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할머니께서 전태윤에게 선택해 준 하예정은 성장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람이었고 전태윤이 그녀의 곁을 지키며 함께 성장해야 했다.그 점쟁이에 대한 할머니의 신뢰를 떠올린 전태윤은 할머니가 자신에게 하예정을 골라준 이유가 바로 소균성처럼 아들이 빨리 결혼하여 평생 홀아비로 살지 않기를 바랐던 것일 수도 있었다.점쟁이는 전태윤과 하예정이 부부 인연이 있다고 하셨기에 할머니께서는 전태윤을 강제로 하예정과 결혼시켰다.나머지 조건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물론, 하예정은 지금 점점 더 훌륭해지고 있었다. 마음이 넓은 하예정은 앞으로 고귀한 출신인 동서들과 잘 맞을 것이다.전이혁이 의심했다.“형의 말은 내 꿈속의 그 여자가 할
전태윤이 위층으로 올라갔다.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화장실에서 하예정의 구토 소리가 들려왔다.하루도 빠짐없이 하예정은 깨어나기만 하면 바로 화장실에서 토했다.“예정아.”전태윤은 화장실로 재빨리 들어가 하예정의 등 뒤에서 서서 안쓰러운 듯 등을 토닥여주었다.“하루도 어김없이 일어나기만 하면 토하네. 이 녀석 사람 너무 괴롭히는군.”아마도 장난꾸러기일 것이다.“임신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뿐이에요. 입덧한다고 해서 아기가 사람 괴롭히는 건 아니에요.”하예정은 토한 후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었고 전태윤은 휴지를 가져와 아내의 입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배 속의 아기를 대신해 해명했다.“내가 대신 입덧 해주고 싶어.”“저 대신 입덧을 해줄 수 있다면 태윤 씨가 직접 임신해서 우리 여자들을 출산의 고통에서 구해줘요.”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하예정을 부축하며 걸어서 나왔다.소파에 자리를 잡은 전태윤은 다시 몸을 돌려 하예정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이혁이가 왔어.”“할머니 보러 오셨겠죠.”전씨 할머니께서 전태윤의 집에서 살고 계셨기 때문에 시동생들이 자주 할머니를 뵈러 오곤 했다.하여 하예정도 매일 시동생들을 보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할머니가 선택해 주신 아내감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러 왔거든. 미래의 아내에게 구애하기 싫었던 모양이야.”하예정은 피식 웃었다.“쓸데없는 행동일 뿐이에요.”“나도 그렇게 말했어.”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우리는 역시 부부야. 어쩜 하는 말도 똑같아?”전태윤은 전이혁이 꾼 꿈을 하예정에게 알려주어 하예정이 가십거리를 듣고 싶어 하는 욕구를 채워주었다.“이혁 도련님이 다시 환생한 것 아닐까요? 아니면 미래의 아내가 다시 태어나 도련님이 예견 능력이 생긴 건 아닐까요? 제가 환생 소설에서 이런 줄거리를 본 적 있거든요.”전태윤이 되물었다.“언제 또 소설까지 읽은 거야?”“저는 제가 운영하는 서점에서 효진처럼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가끔 책을 읽으
십여 분 후.하예정은 옷을 갈아입고 남편 손에 이끌려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전이혁과 할머니는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전태윤 부부가 들어오는 것을 본 전이혁은 즉시 식사하던 동작을 멈추고 몸을 일으켜 인사했다.“형수님.”“네.”하예정은 시동생들이 자신을 존중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모두가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전태윤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은 시동생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할머니.”하예정이 할머니께 인사드렸다.할머니는 자애롭게 물었다.“오늘은 좀 괜찮아?”“그대로예요. 한 달 뒤면 좀 나아질지 모르겠어요.”“괜찮아질 거야.”할머니는 전태윤을 힐끗 쳐다보았다.하예정이 계속 이렇게 토하고 있으니, 눈앞의 장손이 마음이 아플지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었다.“예정아, 태윤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너를 위해 준비한 아침이야. 나도 네 덕분에 아침 식사를 하게 되었어.”할머니께서 웃으셨다.“할머니, 저 불효자식처럼 말하지 마세요. 할머니께서 드시고 싶으신데 제가 어떻게 감히 안 해드릴 수 있겠어요?”전태윤은 할머니의 말에 반박했다.전이혁은 하예정에게 일러바쳤다.“형수님, 제 큰형이 너무 인색해요. 형은 저에게 아침밥도 차려주지 않으셨어요. 저도 손님인데 형이 저 스스로 아침을 해 먹으라고 한 거 있죠? 우리 형을 꾸지람하셔야 해요. 너무 인색해요.”하예정은 웃으며 남편을 바라보았다.“태윤 씨, 너무 인색하네요. 이혁 도련님께서 모처럼 오셨는데 잘 대접하지도 않고 아침밥을 스스로 차려서 드시게 하다니.”“가족인데 뭘 그리 예의를 차려?”하예정은 남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전이혁에게 말을 건넸다.“도련님, 태윤 씨가 우리가 한 가족이라고 했잖아요. 사양할 필요 없어요. 앞으로 드시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여기로 와서 혼자 차려 드세요.”전이혁은 할 말을 잃었다.아침 식사 후, 전태윤은 하예정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밖으로 나갔다.전이혁은 남아서 할머니께 한참
박 집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바로 대답했다.“지금 차를 준비할게요.”“어서! 빨리! 오늘 밥 먹으러 안 올 거야. 내일 다시 올 테니 태윤이가 오면 대신 알려줘.”할머니는 박 집사에게 당부했다.“알겠습니다.”전씨 할머니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박 집사도 매우 익숙해진 모양이다.전씨 할머니는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이었기에 짐 정리할 필요도 없이 휴대전화만 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박 집사는 이미 차를 대기시켰다.전씨 할머니는 직접 운전하여 돌아가려고 했지만, 박 집사는 한사코 동의하지 않았다.전씨 할머니는 신체가 튼튼하셨지만, 나이가 많이 드셨다. 혹시나 가던 길에 사고라도 생기면 박 집사는 그 책임을 질 수 없었다.게다가 전씨 할머니는 차를 빠르게 모는 것을 좋아했다.큰 도련님이든 사모님이든 모든 사람이 박 집사에게 전씨 할머니가 직접 운전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알았어. 알았어. 박 집사와 싸울 시간 없어. 차 안 몰게. 얼른 가자.”할머니는 박 집사의 고집을 이길 수 없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전씨 할머니의 안전 문제에 있어서 전씨 가문의 사람들은 매우 집요했다. 전태윤이 안전에 관한 모든 일을 지시하고 있었기에 할머니가 운전대를 만지고 싶어도 만질 기회가 없었다.박 집사는 가장 침착한 운전기사를 할머니께 안배해 드렸고 전씨 할머니는 이내 서원 리조트로 향했다.소지훈은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차를 타고 서원 리조트에 가서 정윤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소지훈도 이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하 두 명을 운전기사로 차를 몰게 하여 함께 관성의 호텔로 향했다.정윤하와 12명의 학생은 오늘 서원 리조트에 가는 것을 생각하며 기뻐서 밤새 잠을 못 잤고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났다.정윤하가 가장 흥분했다.학생들은 서원 리조트가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선생님께서 오늘 그들을 데리고 놀러 간다고 하셨으니 선생님만 믿고 따라가면 되었다.“좀 잇다가 다들 조용히 해야 해. 딴 곳으로 돌아
소지훈은 환하게 웃으며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건넨 뒤 그들을 데리고 아침 식사하러 1층 뷔페로 향했다.학생들은 관성 호텔에서 며칠 묵은 덕에 호텔에 매우 익숙해져 아침 식사하러 가자는 말에 그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앞에서 걸어갔다.소지훈과 정윤하도 학생들의 뒤를 따라갔다.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정윤하는 웃으며 말했다.“정말 부럽네요. 제가 어렸을 때 자주 무술 대회에 나갔지만, 아버지는 우리를 데리고 나가서 놀지는 않았거든요. 경기가 끝나면 기껏해야 주위 놀이터이나 구경시켜주며 아이스크림을 사주고는 집으로 데려갔어요.”정윤하처럼 사비를 털어 학생들을 잘 먹게 하지는 않았다.물론, 이렇게 하는 것은 정윤하 자신을 위한 것도 있었다.모처럼 왔는데 자신을 푸대접해서는 안 되었다.“윤하 씨는 좋은 선생님이라서 학생들이 윤하 씨를 매우 존경하는 것 같아요. 애들한테 준 만큼 다 돌아올 거예요. 앞으로 학생들은 분명 윤하 씨를 기억할 거예요.”소지훈이 칭찬했다.정윤하가 말했던 것처럼, 사비를 털어 학생들을 데리고 5성급 호텔에 묵으려고 하는 선생님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학생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관성의 풍경을 감상하고 관성의 정통 음식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이번 여행을 잊지 못하는 한 정윤하라는 무술 선생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정윤하도 학생들에게 매우 잘해 주었다.엄하게 다려야 할 때는 엄하게 대해야 하고 놀게 해야 할 때는 마음껏 놀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소지훈은 정윤하의 삶에 대한 태도를 유난히 좋아했다.역시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다웠다. 매우 훌륭했다!정윤하를 미래의 아내로 삼은 소지훈은 하루에 그녀를 시시각각 칭찬해 주고 싶었다.정윤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보답을 바라는 건 아니고요. 단지 학생들이 자신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해요. 무술을 배우는 사람들은 도덕을 가장 중요시하거든요. 다만 애들이 사회에 나가서 배운 지식으로 사회에 보답하기를 바랄 뿐이죠.”그러다가 정윤하는 문득 엄숙하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정합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면 윤하 씨 도장의 명성을 떨치게 하고 절대 법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이미 무술 할 줄 아는 소지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정합 도장에 가서 무술을 배우겠다고 말했다.그러면 매일 정윤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정윤하의 마음도 빼앗을 수 있었다.세상에서 정윤하만이 소지훈을 정상적인 남자로 만들 수 있다.절대로 정윤하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다른 남자들도 정윤하의 주위를 맴돌게 해서는 안 된다.정윤하는 소지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걸어가면서 말했다.“아저씨는 나이가 좀 드셨으니 단지 몸을 단련하려는 목적이라면 제가 아버지나 형에게 물어볼게요. 그분들이 아저씨를 받아주신다면 가서 한번 배워보세요.”“윤하 씨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었어요?”“저는 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어른은 아버지께서 가르치고 있고요. 제가 아까 말한 것처럼 어른들은 무술을 배우기에는 늦었기에 운동 삼아 배우는 것이 좋아요. 우리 아버지께서도 아마 아저씨께 기본적인 기술을 가르쳐 드릴 거에요.”“물론 기본기를 잘 훈련하면 아저씨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매일 에어컨 방에 앉아 있는 아저씨와 같은 사람들은 운동이 부족하기에 건강이 좋지 않거든요. 매일 시간을 내서 우리 아버지 따라 연습하면 몸이 많이 좋아질 거예요. 적어도, 너무 뚱뚱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정윤하는 또 소지훈의 몸매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아저씨는 다른 사장님들처럼 뚱뚱하거나 배가 나오지도 않았네요. 아저씨 신체의 몸 상태로 보면... 혹시 자주 운동하세요?”소지훈도 사실대로 대답했다.“네. 그럼 집으로 돌아가실 때 저도 비행기 표를 사서 함께 가요. 도장 사장님을 찾아뵈어 저 같은 늙은 학생을 받아주실 의향이 있는지 확인해야겠어요.”정윤하는 별생각 없이 흔쾌히 대답했다.“당연히 되죠. 하지만 아저씨 회사 일은 어쩌려고요?”“제가 잘 처리하면 돼요. 우리 회사가 꽤 오래 되었기에 안정하게 잘 운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