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철이 차를 끓여왔다.이경혜는 이은화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었고 그 찻잔을 이은화 앞에 놓으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은화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우리가 나타났으니 그럼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우리에게 양보할 겁니까?”이경혜의 여동생은 죽었지만, 이경혜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또 두 자매가 모두 딸을 낳았다.이씨 가문의 규칙에 따르면, 이경혜의 딸은 이씨 성을 따서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계승해야 하지만 성소현이 원하지 않으면 이경혜의 여동생의 후손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이은화는 이경혜가 이런 물음을 물어볼 줄은 몰랐다.두 사람은 수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야 다시 만났지만, 조카는 이은화와 이야기할 때 항상 말속에 가시 달린 말을 내뱉었고 이은화의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이은화도 조카가 믿을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이은화는 관성에 있는 이경혜의 전설도 낱낱이 조사했다.하지만 이은화는 여전히 이경혜가 그렇게 예리하게 말을 내뱉을 줄 몰랐다.이은화는 잠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경혜는 똑바로 앉아 이은화를 빤히 쳐다보면서 입꼬리를 위로 약간 올렸다. 마치 이은화의 허위를 풍자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이은화는 속으로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맏언니와 여동생을 꺾어버리고 가주 자리에 오른 뒤로 아무도 감히 이런 태도로 그녀에게 말하지 못했고 모두 공손한 태도로 이은화를 대했다.다른 사람의 존중과 공손함에 익숙해진 이은화는 이경혜에게 이런 소리 없는 수모를 겪었기에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화를 내지 못했다.이곳은 성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그것도 관성이었다. 이씨 가문의 땅이 아니었기에 이은화는 아무리 화가 나도 참아야 했다.“지난 수십 년 동안 이 가주님께서 우리 자매를 찾으셨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에도 사실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가주님께서 우리 자매를 찾아 잘 보살피려고 하는지 아니면 아예 뿌리를 뽑고 싶은지 누가 알겠어요.”“경혜야!“이은화는 낮고 묵직한 소리로 말했다.이은
“네 여동생이... 잘 지내지 못한 것도 난 정말 마음이 아파. 내가 소용없어서 너희들을 이제야 겨우 찾았어. 좀 더 일찍 찾았더라면, 너의 여동생도 그렇게 비참하게 살지 않았을 건데. 그러면 하예진 자매도 기댈 곳도 생겼을 텐데.”“경혜야, 수십 년 전과 지금은 다르잖아. 잘 생각해 봐. 예전에는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 휴대전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먼 길을 떠나는 것도 엄청 어려웠고. 게다가 카메라도 얼마 없었어. 인터넷도 안 되는 시대라서 사람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어.”이경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이은화가 연기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이은화의 말이 끝나자 이경혜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제 엄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제가 우리 엄마의 장녀로서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이어받아야 할 겁니다. 그 자리를 이어받을 사람이 이모도 이윤정도 아닌 저라고요. 참, 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혈육도 아니죠? 이모도 정말 대단하세요. 딸이 바뀐 줄도 모르고 이십여 년을 키우시다니.”이은화의 안색은 더 안 좋아졌다. 그러나 이경혜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저 후회스러운듯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윤미가 태어났을 때 집안에 일이 복잡했어. 내가 어쩔 수 없이 약한 몸을 이끌고 집안일을 처리해야 했기에 윤미를 소홀히 대한거지. 그래서 전 집사에게 기회가 주어진 거고.”“그 뒤로 다시 아기를 보았을 때 아기가 좀 달라진 것 같았는데 며칠 못 봐서 모양이 변했나 싶었어. 갓 태어난 아기들이 다 똑같게 생겼으니 더는 의심하지도 않은 거지. 그런데 정말 전 집사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꾸미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가장 노릇을 하는 것도 엄청 힘들어. 곳곳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하거든. 우리 언니가 살아계셨을 때 너를 후계자로 삼아 키운 것도 가족 모두가 인정하는 일이었는데...”이은화는 그 찻물로 목을 추긴 후 계속 말을 이었다.“언니에게 사고가 생겼고 여동생도 따라서 떠났던 그 시절은 정말 우리 이씨 가문의 가장 어두운 기간이었어.
이은화는 할 말이 없었다.하예진도 함께 교육하라고 말했다.이은화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미 집주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고 그녀가 일할 수 없게 되면 틀림없이 친딸에게 집주인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 이윤미는 이은화의 핏줄이었기 때문에 이윤정과 달리 하나를 가르쳐주면 두 개를 알았다.이윤미는 교활했다. 돼지 분장을 한 호랑이였기에 지금 강성의 사람들 모두 그 계집애에게 속고 있었다.다들 이윤미가 연약하고 만만하다고 생각했다.이윤미가 시골에서 자라 시야가 넓지 못해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다 해도 능력이 없어서 성과를 얻는다고 해도 모두 그녀 팀원들의 덕분이라고 여겼다.겉으로 이은화가 친딸에 대한 태도가 항상 안 좋게 보였고 여전히 이윤정이라는 양녀를 더 아낀듯했다.이윤정이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은화는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이윤미라는 친딸을 받아들였다.이윤미가 그녀의 곁에서 자라지 않았고 또 이은화도 나이도 많아 몇 년만 더 버티고 퇴직해야 했다. 보편적으로 가주들은 아무리 건강해도 80세 이전에 은퇴했다. 늙을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의사결정 또한 대가족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윤미가 빨리 모든 것을 익히게 하려고, 이윤미가 돼지로 분장한 호랑이라는 것을 발견한 이은화는 친딸을 협조해 함께 연기하게 되었다.그녀는 언니와 여동생을 죽이고 비로소 가주 자리에 올랐고 또 수십 년을 거쳐 후계자를 길러냈는데 다시 이 모든 것을 언니의 후손에게 물려주라고 하면 그녀는 분명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이은화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더니 이경혜는 또 “호호”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이은화의 귀를 푹푹 찌르는 것만 같았다.그녀의 이 조카는 어렸을 때 매우 대단했다. 그녀의 맏언니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십 년 후에 다시 만나도 여전히 대단했다.이경혜는 자신의 딸을 떠올렸다. 이윤미가 이윤정보다 더 자질이 있다고 해도 이경혜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이경혜는 성씨 가문에 시집간 후 시아버지와 남편의 신
적을 놓치면 자신을 해치는 거나 다름없다.“우리 집에 보양식이 부족하지는 않아요.”이경혜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네 집에 보양식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도 난 잘 알아. 그런데 이 물건들은 내 마음을 대표하는걸. 우라 수십 년을 서로 못 봤잖아. 이젠 내가 널 찾게 되었으니 앞으로 우라 자주 만나자.”“얼마 전부터 확인하러 오고 싶었지만, 항상 시간이 없었어. 이번 전 대표님 결혼식에 참석하러 오는 김에 네가 내 조카딸이라는 것을 확인했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이은화는 이 말을 내뱉을 때 아주 부드럽고 자애로운 말투로 말했다.이경혜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수십 년 동안 만나지 못한 둘째 이모에 대해 열정을 가질 수 없었고 심지어 가족 상봉에 대한 설렘도 찾아볼 수 없었다.“예정이가 전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다니 너무 좋은 소식이야.”이경혜가 무뚝뚝하게 앉아만 있는 것을 본 이은화는 스스로 화제를 찾아야 했다.“네 여동생도 이제 저승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거야. 두 딸이 지금 매우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야. 우리도 어른으로서도 안심할 수 있고.”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이은화는 하예정에게서 큰 언니의 그림자를 찾으려고 했지만, 하예정은 큰 언니와 닮지 않았다고 느꼈다. 오히려 꽃을 뿌리던 우빈이가 그녀의 맏언니와 아주 비슷하다고 느꼈다.당시 이은화는 요행을 바라면서 하예정이 맏언니의 후손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수소문하고 사실을 확인한 그녀는 결국 실망하고 말았다.이경혜가 바로 그녀의 큰 조카였다.그리고 하예정 자매는 맏언니의 후손이었다.하예정은 관성의 갑부 전씨 가문에 시집갔고 이경혜는 성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살고 있었다. 관성에서는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가장 큰 가문이었다. 만약 두 가문이 서로 손을 맞잡는다면 이씨 가문은 아마도 패배하고 말 것이다.심사숙고 끝에 이은화는 결국 성씨 가문을 방문하여 허심탄회하게 조카딸과 관계를 인정하려 했다.그 깊은 원한은 수십 년이 흘렀는데 누가 맏언니를 죽였다는
“다른 일이 없으시면 돌아가세요. 제가 병원에 가서 손자를 보러 가야 하거든요.”이경혜는 이은화와 이제는 말을 나누기 귀찮아 몸을 일으켜 손님을 배웅할 준비를 했다.이은화가 아무리 뻔뻔해도 이제는 남아있지 못할 것이다.이은화는 그녀가 성씨 가문으로 오면 이경혜가 따뜻하게 맞이할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더니 이경혜가 그녀를 쫓아내지 않으면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더니 또 이내 마음이 풀렸다.하지만 이경혜와 하예진 자매는 이은화와 보통 친척들처럼 지낼 수 없었다.그들은 은화가 살인자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은화가 일어나며 말했다.“며칠 후 강성으로 돌아갈 거야. 경혜야, 손자가 한 달 되는 날에 나한테 전화해. 내가 축하주 마시러 올게.”“얼른 가요.”이경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은화는 이경혜를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또 성문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조카사위도 집에서 정군호 같은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녀들 이씨 가문의 여자들은 모두 성격이 무척 강했다.성문철이 아내를 도와 이은화가 가져온 수많은 선물을 전부 이은화에게 돌려주었다.“이 선물들은 네 며느리가 몸보신하라고 가져온 거야. 우리가 몇십 년 동안 만나지 못해서 감정이 없긴 하지만 우리 모두 같은 핏줄이 흐르고 있는데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 내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영양제들을 선물한 거니 거절하지 마.”“감사해요. 우리 집에는 영양제들이 부족하지 않거든요. 가져가세요. 아니면 제가 쓰레기 처분할 겁니다.”이경혜는 자신의 며느리를 이은화가 보내준 영양제들을 먹게 하지 않을 것이다.이은화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이경혜는 이은화에게 어떠한 체면도 세워주지 않았다.이은화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에게 화를 내지 말라고 설득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고 이내 이경혜에게 말했다.“이 물건은 내가 너희 집으로 가져온 선물이니 네가 처리하고 싶은 대로 해.”이은화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이경혜 부부는 물건을 든 채로 그녀
“그래.”성문철은 직접 이은화가 보낸 물건을 밖에 있는 큰 쓰레기통에 버렸다.이경혜는 소현이네 새 별장에 갔다. 그 별장은 성소현의 미래 신혼집으로 될 곳이다.이경혜가 들어왔다는 노동자의 말에 예준하와 성소현은 뒤 정원에서 이경혜를 마중 나왔다. 두 사람은 방금 뒤 정원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엄마.”“아주머니.”두 사람은 이경혜에게 인사했다.성소현은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며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엄마, 드디어 오셨네요.”이경혜는 딸의 이마를 쿡 찌르며 말했다.“이제 좋아?”예씨 가문이 입장을 밝히고 게다가 소지훈이 끼어드는 바람에 이경혜는 드디어 예준하가 딸과 함께 하는 것을 허락했다.두 사람은 언제든지 결혼해도 된다.이경혜는 더는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지 않았다.예준하는 관성에 집이 두 채 있었다. 이 별장은 그들 성씨 가문의 옆집에 있었다. 예준하가 오랫동안 관성에서 일해야 하거니와 성소현도 결혼 후 여전히 관성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경혜도 딸을 자주 볼 수 있어서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성소현은 자라면서 두 남자를 좋아했는데 한 명은 전태윤이고 다른 한 명은 예준하였다.전태윤은 성소현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또 하예정의 남편으로 되었고 부부의 감정도 매우 좋았으며 하예정이 임신했기 때문에 성소현은 더는 그에게 매달리지 않았다.이경혜는 딸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다행으로 여겼다.전태윤이 결혼한 것을 알고는 즉시 그 감정에서 빠져나와 더는 전태윤에게 매달리지 않았다.전태윤과 함께하지 못한 딸이 평생 결혼하지 않을까 봐 이경혜는 무척 걱정했다.딸이 평생 홀로 사는 것과 예씨 가문으로 시집가는 것을 동의한다는 것, 이경혜는 틀림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너무 좋아요! 정말 좋아요! 좀 이따가 새언니에게 밥 가져다드릴 때 나도 불러줘요. 저도 그 아기가 너무 보고 싶어요.”이경혜도 흐뭇하게 웃었다.“우리가 저녁에 갈 필요가 없다고 했어. 장모님이 음식을 가
“엄마,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 엄마와 아빠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해요.”성소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녀는 엄마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또 강력하게 말했다.“하지만 관성에 있는 이상 무서워할 건 없어요. 감히 뭘 하려고 하면 올 때는 마음대로 와도 갈 때는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줄 거예요.”이경혜가 말했다.“걱정하지 마. 대놓고 우리한테 아무 짓도 못 할 거야. 그리고 암암리에서 뭘 한다고 해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을 거야. 예전에는 내가 어려서 그녀의 성격을 몰랐지만 한 번 만나보니 이제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외할머니의 죽음은?”성소현이 이경혜를 보며 묻자, 이경혜가 대답했다.“엄마는 언젠가 진실이 모두 밝혀질 거라는 걸 믿어. 그러니 소현아, 너는 이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너의 회사를 잘 관리하고 또 준하 씨와 데이트나 잘해. 그리고 준하 씨 집 인테리어가 끝나면 결혼에 대해 생각해 봐야지. 너희들 둘 다 이제 어리지 않잖아.”이제 막 손주를 품에 안은 이경혜는 외손주도 빨리 안고 싶어서 성소현과 예준하의 결혼을 서두르려고 했다.때마침 예준하가 이경혜에게 따뜻한 차를 가져오다가 그녀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저와 소현 씨는 금년에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이 집을 안팎으로 모두 다 손을 봐야 하는데 면적이 커서 빨리 끝낼 수가 없어요. 제일 빨라도 연말이 되어야 할 듯해요. 그래서 내년 초로 생각해 봤는데 그때가 되면 예정 씨가 만삭이어서 우리 결혼식에 참가하려면 아주 불편할 것 같아요. 소현 씨가 예정 씨도 그렇고 혜진 씨까지 모두 결혼식에 꼭 참석하기를 바라요. 그래서 소현 씨와 상의한 결과 효진 씨와 예진 씨가 출산한 다음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요.”이경혜은 예준하를 보다가 다시 성소현을 보면서 말했다.“두 사람의 인생 대사이니 둘이 잘 협의해서 결정해. 엄마는 언제든지 결혼할 수 있는 비용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 준비되면 언제든지 말해. 바로 결혼시켜 줄 수 있어.”성소현이 얼굴을
어느 월세방에서 여운초의 두 고모가 아주 오래된 나무 소파에 앉아 있고 여운별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는 아주 오래된 나무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썩은 사과 몇 개가 놓여 있었다.여운별의 큰고모 여미란이 난감한 표정으로 작은 조카에게 말했다.“운별아, 보다시피 고모가 지금 이런 곳에서 살고 있어. 그리고 소개를 받아 어느 호텔에서 청소부 일을 하고 있는데 공장에서 청소부 할 때보다 조금 더 받는다고 하지만 겨우 몇십만 원이야. 네가 먼저 찾아와줘서 고모는 고마운데 경제적으로 너를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하다.”이어서 여운별의 둘째 고모 여미정도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운별아, 둘째 고모가 너를 제일 이뻐하는 거 알지? 그런데 우리 지금 너의 큰 언니 때문에 집도 없어서 겨우 이런 작은 집에 월세로 살고 있어. 우리 이 나이에 청소부를 하며 겨우 생활하고 있어. 마음은 너를 도와주고 싶지만 보다시피 그럴 수가 없어.”그러더니 그녀는 또 태도를 바꿔서 여운초를 욕했다.“이게 다 그 맹인 때문이야. 전씨 가문을 뒤에 엎고 우리에게 무자비하게 복수를 했으니 말이야. 설사 우리가 잘못한 일이 있다고 해도 자기는 다치지 않았으면서 말이야.”예전에 여미란과 여미정이 연합하여 여운초를 납치하려고 했다가 여운초가 먼저 알아채고 그들의 계략을 파괴했으며 그 후로 전이진이 그들에게 복수하면서 그녀들 가족의 사업이 몰락하였고 빚까지 안게 된 것이다. 하여 그들은 집과 차, 그리고 모아두었던 사치품까지 모두 팔아서 빚을 겨우 갚고 모두 관성에서 제일 외진 구시가지에 있는 낡은 집을 빌려 임시로 생활하게 되었다.그런데 이런 후진 곳도 한 달에 집세와 공과금을 합치면 20만 원이 넘는다.예전에 20만 원은 그들에게 돈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20만 원이 그들의 며칠 급여가 되었다.하지만 겨우 찾은 저렴한 집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재건축해야 해서 떠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곳도 더 이상 후진 구역이 아니라 새롭게 번화한 곳이 될 것이다.그러면 집세도 무조건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