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이씨 가문의 떠들썩함은 관성에 있는 하예정 일행은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이은화가 성씨 가문으로 방문하러 간 사실을 하예정이 알고 있었다.저녁 휴식 때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던 중 하예정은 그 사실을 언급했고 두 사람은 이은화가 보름 넘게 관성에 머물면서 수작을 꾸미고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위로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예정이 이은화의 행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기에 전태윤도 사람을 지켜 이은화가 관성에서 아무런 사고도 치지 못하게 몰래 지켜보게 했다.하예정은 줄곧 자기 남자를 믿었기에 전태윤의 걱정하지 말라는 한마디에 시름 놓고 잠잘 수 있었다.다행이도 지금 그녀는 입덧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토했을 뿐이다.하예정은 자신이 유청하처럼 출산할 때까지 토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그러나 하예정은 여전히 쉽게 졸렸고 잠들기만 하면 온 세상이 어두컴컴한 것만 같아 전태윤이 그녀를 깨우지 않으면 종종 아침부터 저녁까지, 밤부터 아침까지 잠을 잘 수 있었다.그녀도 자신이 왜 이 정도로 잠을 자는지 이해가 안 갔다.하예정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눈을 떠보니 아니나 다를까 첫눈에 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녀의 남편이었다.전태윤은 빙그레 웃으며 아침 인사했다.“여보, 좋은 아침이야.”그러고는 다가와 아내의 이마에 뽀뽀했다.전태윤이 다가오자 하예정은 눈을 감고 그의 부드러운 아침 키스를 느꼈다.전태윤의 입맞춤이 끝나자 하예정은 눈을 뜨고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고는 입술에 잠자코 뽀뽀하며 미소를 지었다.“여보, 좋은 아침이에요.”두 사람은 그렇게 아침 인사를 나누고 키스도 나누었다.하예정이 물었다.“지금 몇 시예요?”“시계를 못 봤어. 아마도 7시 혹은 8시일걸.”전태윤은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전화를 들어보았다.“벌써 9시네.”하예정도 따라서 일어나 앉았다.“늦은 시간인 줄 알았어요. 제가 일어날 시간이면 항상 늦은 시간이거든요. 왜 이렇게 잠이 많을까요? 우리 아
전태윤도 출근할 필요가 없었기에 전태윤 부부는 마치 합체라도 한 듯 매일 붙어 다녔다.두 사람은 방에서 아침을 먹은 후에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전태윤은 다 먹은 그릇들을 잊지 않고 챙겼다.1층 로비에서 장소민 부부는 하예정과 노동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우빈은 장소민 품에 안겨 있었다.하예정은 계단 위에서 장소민이 가슴 아픈 어조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우빈이가 요즘 살이 좀 빠진 것 같아. 우빈아, 점심밥 먹을 때 많이 먹어야 해. 요 며칠은 집에서 쉬면서 잘 먹고 잘 자야 해. 이렇게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을 보니까 내가 가슴이 다 아파.”하예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살이 안 빠졌어요. 오히려 몇 킬로 더 쪘는걸요.”어르신들은 항상 자손들을 보면 살이 빠졌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몸보신해야 한다면서 늘 많은 보양식을 차려주곤 한다.“우빈이는 뚱뚱하지도 않네요. 어린아이는 살이 좀 찌는 게 더 귀여운데. 난 아이들이 통통하게 살이 찌면 더 귀엽더라고요.”장소민은 다시 우빈의 작은 얼굴에 뽀뽀하고 웃으며 말했다.“우빈아, 엄마 말이 맞지 않아. 너 전혀 뚱뚱하지 않아. 많이 먹어야 키가 더 크게 자랄 수 있어.”우빈이가 앳된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저의 이모보다 더 잘 먹어요.”“그래? 나보다 더 잘 먹어? 그럼 좀 이따가 누가 더 많이 먹는지 겨뤄보지 뭐.”하예정이 우빈의 말을 이었다.우빈은 고개를 들어 이모가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바로 장소민의 품에서 나와 기쁜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달려갔다.집안 어르신들은 우빈에게 너무 빨리 뛰지 말라고,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연이어 주의를 시키었다.장소민은 하예정에게 걱정하며 말을 건넸다.“예정아, 발밑을 조심해.”하예정은 계단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달려오는 우빈을 보면서 두 팔을 벌려 안으려 했다.하인은 전태윤의 손에 들려 있는 쟁반을 보더니 급히 다가가 전태윤에게서 그 그릇들을 건네받아 부엌으로 가져가 씻었다.하예정이 달려오는 우빈을 안자 전태
우빈은 성실한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전태윤을 빤히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모께서 여동생을 낳지 못해서 화나셨어요?”전태윤은 우빈을 안고 소파에 앉았고 꼬마 녀석을 그의 허벅지에 앉혔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옆에 앉자 그는 비로소 꼬마 녀석의 질문에 대답했다.“화 안 났어. 이모부는 딸이 더 좋지만, 아들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이모가 우빈처럼 귀여운 아들을 낳게 된다면 너무 좋은걸.”사실 전태윤도 감히 희망을 품지 못했다.전씨 할머니께서 모셔 온 그 점쟁이에게 전태윤 부부의 팔자를 보여준 뒤로 전태윤은 조금 희망을 품게 된 것뿐이었다.하예정의 말처럼 두 사람은 1년 동안 서로 사랑하다가 임신했기에 아기가 남자든 여자든 모두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라고 생각했다.우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태윤의 허벅지에서 내려온 우빈은 하예진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엄마, 이모와 이모부가 화 안 내셨어요. 앞으로 저에게 거짓말을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집안의 모든 사람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예진은 웃으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손을 뻗어 아들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놀러 나가 봐. 멀리 가지 말고.”우빈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저 혼자 너무 재미없어요. 엄마, 놀아줘요.”“엄마가 이모랑 얘기 좀 해야 해. 혼자 놀러 가.”우빈은 여전히 나가고 싶지 않았다. 서원 리조트는 매우 재미있지만, 우빈이 혼자뿐이었기에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있어도 친구가 없어서 재미없다고 느꼈다.전태윤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홉째 삼촌이 이번 주에 휴가라서 쉬고 있을 거야. 이 시간이면 일어났을 텐데 네 삼촌한테 가서 놀아. 아니면 집사 아저씨한테 친구들을 불러 달라고 부탁해서 놀이공원에 놀러 가도 되고.”전씨 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일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다만 평소에 아이들을 리조트에 들여보내 놀이공원에서 놀게 할 엄두를 못 냈다. 주인집이 친절해도 초대를 받지 않는 한 감히 보내지 못했다.예를 들어 우빈
“저도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요. 태윤아, 너와 예정 씨가 신혼여행 중인데 내가 감히 방해할 수도 없잖아.”전태윤 부부가 신혼여행을 가지 않고 관성에서 자가용 여행을 하고 있었지만, 노동명은 여전히 전태윤 부부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면, 만약 노동명이 하예진과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가게 되면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이 좋은 곳에도 많이 놀러 다니면서 노을 지는 풍경도 보고 행복하게 신혼여행을 즐기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집사는 우빈을 전지율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소정남이 심효진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집사는 별장으로 들어와 전태윤에게 알려주었다.“도련님, 소정남 씨 오셨어요.”그러자 장소민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이어 하예정도 말했다.“다행히도 우리가 정남 씨 험담을 하지 않았네요.”사람들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소정남은 손에 여러 가방을 들고 심효진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효진아.”친구를 본 하예정은 웃으며 친구에게 손짓했다.전태윤은 일어나서 소정남에게 다가가 소정남 손에 들려 있는 물건들을 건네받으며 말했다.“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많이 사 들고 왔어.”소정남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이 보신품들은 모두 우리 효진에게 보내온 선물들이야. 효진이가 입이 하나라서 많이 못 먹어. 그래서 예정 씨에게 좀 나눠주기로 했거든. 우리 사촌 누나는 효진에게 보양식을 너무 많이 먹지 못하게 하셔. 정상적인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서 누나가 준비한 식단에 따라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해.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좋지 않다면서 말이야.”소정남은 그의 사촌 누나가 그의 집안의 영양사로 일하고 있었기에 사촌 누나를 무척 신뢰했다.그러나 사촌 누나는 가끔 간섭이 조금 심했다. 그러나 심효진은 남매 사이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 봐 이런 사실들을 소정남에게 알려주지 않았다.하지만 자기 집안일을 소정남이 모를 리 없었다. 다른 집
하예정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태윤 씨를 엄격하게 대하지 않거든요.”“하지만 태윤이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기만 하면 항상 예정 씨 핑계를 대요. 아내가 담배 피우는 거 싫어하느니, 아내가 술을 마시는 거 싫어하느니, 집에 가서 아내 곁에 있어 줘야 한다면서요. 늘 예정 씨 핑계를 대는 거죠.”“정남 씨! 말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정남 씨를 벙어리로 여기지 않거든.”소정남은 크게 웃었다.“사람들이 내가 벙어리인 줄로 알 까봐 그냥 말을 해 본 거야.”노동명도 말을 이었다.“넌 마누라를 방패막이로 삼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네. 관성 사람들이 너희 두 사람 모두 아내에게 잡혀서 산다는 것을 모를 것 같아? 너희들은 유명한 사랑꾼이야.”소정남이 이내 끼어들었다.“도긴개긴이거든. 동명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태윤이와 친척이 될 사이라고 태윤이와 함께 나를 상대하려는 거야?”노동명은 소정남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하예진은 태연하게 앉아있었다.지인들 눈에는 하예진과 노동명 관계는 이미 커플이나 다름없었다.하예진과 노동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두 사람을 이미 짝으로 보았다.“이제 너희 젊은이들은 밖에 나가서 놀아. 우리는 나이가 많아서 대화에 참견도 못 하는데 너희들이 떠드는 게 싫어.”장소민은 웃으면서 젊은이들을 밖으로 내쫓았다.전태윤은 전이진에게 전화를 걸어 여운초와 함께 오라고 했다.두 사람은 어젯밤에 리조트에서 머물렀다.전태윤 일행은 정자 아래에 앉아서 고급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롭게 주말 휴가를 즐겼다.한편 서원 리조트 기슭에 있는 경비실에서 지나가려는 택시를 가로막았다.택시 뒤에 앉은 사람은 창문을 누르고 경비원을 향해 소리쳤다.“어이! 거기 문 지키는 쓸모없는 인간! 빨리 문 열어! 우리 들어갈 거야!”쓸모없는 인간으로 불려지자 경비원은 화가 치밀었다.경비원은 올바른 직업이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존중을 받아야 했으나 소질이 낮은 사람들은 늘 경비원을 능력 없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여겼다.서원 리조
눈앞의 여자가 또 몇몇 도련님의 구애자일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그 젊은 여자는 바로 여운별이었다.차에서 내린 여운별은 곧장 경비실 창가로 걸어가더니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경비원을 마구 때렸다.경비원은 여운별이 사람을 때릴 줄 몰랐기에 무방비로 그녀에게 두들겨 맞았다. 그제야 반응한 경비원은 바로 일어나 뒤로 물러나 여운별의 습격을 피했다.“왜 때려요!”“문이나 지키는 주제야 내가 때리면 안 돼? 잘 들어! 당장 문 열어. 내가 누군지 알아?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 친동생이야! 감히 날 막으려 든다면 내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때릴 거라고!”‘둘째 사모님 여동생이라고?’예전에 이씨 가문은 전씨 가문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여운초와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리조트의 사람들은 대부분 여운초가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다.경비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자와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도 함께 차에서 내렸다.택시기사는 서둘러 말을 건넸다.“차를 타고 산에 갈 수 없다고 하니 저는 올라가지 않을게요. 요금을 계산해 주시고 걸어서 올라가세요.”“안 돼요! 걸어서 산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기다려요. 조금 이따가 우리를 리조트 입구로 데려다줘요. 그때 가서 요금을 결제해 줄게요.”여운별은 걸어서 산에 가고 싶지 않았다.리조트 부근의 산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걸어서 올라가면 무척 힘들었다.그녀는 지금 예전처럼 떠받들리면서 생활하지 않았지만 이미 감옥에서 나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되찾았기에 걸어서 산에 올라갈 필요 없었다.전용차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만 해도 여운별은 서럽다고 느꼈다.택시기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여운별은 경비원에게 다시 뻔뻔스럽게 명령했다.“당장 우리를 들여보내 줘. 나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이자 여운초의 친동생이라니까! 잘 들어. 날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운초 언니를 만나 꼭 너에
그러나 여운별의 발은 큰 개들에게 물리고 말았다.여운초가 집에 없었기에 그녀의 동의 없이 집사도 여운별을 집에 들여보내지 못했고 여운별에게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라고 돈을 건네주었다.여운별은 너무 놀라 집사가 건네준 돈을 집어 들고는 부랴부랴 뛰쳐나왔다.뛰쳐나가면서 다시 여운초를 찾아올 거라면서 경고까지 했다.그리고 오늘 아침 여운별은 또 두 사촌 오빠와 함께 여씨 가문의 별장으로 갔지만, 여운초가 어젯밤에 집에 머물지 않고 전이진을 따라 서원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여운별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곧장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택시를 잡아 서원 리조트로 갔다.여운초를 만나 치료비를 물어내라고 할 겸 전씨 가문의 사모님들에게 여운초의 선하게 생긴 얼굴 밑에 존재하는 악랄함을 보여주려고 했다.자매가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같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자매였다.여운초가 개들을 풀어서 친동생을 물게 하다니, 여운별은 이토록 악랄한 며느리를 전씨 가문에게 고자질하고 싶었다.김씨 집안의 장남 김양훈은 펜을 들고 방문 등록 책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경비원은 그 내용을 본 후에야 그들을 통과시켜 주었다.택시 기사는 곧 세 사람을 태우고 산으로 올라갔다.김양훈은 여운별을 보면서 말했다.“운별아, 여기는 전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질 좀 가라앉혀. 손 좀 대지 말고. 자꾸 사람을 때리면 손해 보는 건 우리뿐이야. 아까 그 경비원이 성격이 좋아서 네가 여자인 것을 보고 반격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경찰에 신고했을걸. 그리고 다른 경비원들을 불러온다면 우리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거야.”여운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나도 개들에게 괴롭힘당해서 그래요. 여운초 때문에 피해를 보아서 그런 거라고요. 여운초와 하예정만 아니었다면 난 지금도 여씨 가문의 고귀한 둘째 아가씨로 지내고 있었다고! 그리고 부모님도 감옥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거고, 저 경비원에게 괴롭힘당할 일도 없었을 텐데.”두 사촌 오빠는
몇 분 후, 택시 기사는 세 사람을 리조트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도착했어요. 요금을 지불하세요.”사촌 오빠들은 차에서 내렸다.그들은 단지 여운별의 경호원이 되어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뿐이었다. 심부름비가 없으면 그만이지만 그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일은 더욱 불가능했다.이제 그들은 더 이상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었다. 돈을 물 쓰듯 쓰던 날과 작별하고 스스로 일을 하여 한 달 월급 수십만 원을 벌어 부모님과 자녀들을 돌봐야 했기에 돈을 아껴야 했다.여운별의 상황과 같지 않았다.여운별은 여운초와 아무리 심하게 다투었어도, 여씨 가문의 별장에 들어갈 수 없어도 여전히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였기에 어느 정도 재산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녀가 여씨 가문에 다시 돌아가면 그녀의 은행 카드와 휴대전화, 그리고 자동차 열쇠만 가져오면 무궁무진한 돈이 있을 것이다.하여 이 차비는 여운별이 내야 했다.두 사촌 오빠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여운별은 그들이 차비를 지급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욕을 몇 마디 하고는 마지못해 차비를 냈다.택시 기사는 요금을 받고 여운별 일행이 차에서 내린 뒤로 서둘러 차를 돌려 산에서 내려갔다.이때 김양훈이 갑자기 소리쳤다.“어이, 기사님! 가지 마세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우리 잠시 후에 또 기사님 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야 하거든요.”여기에서 택시를 잡을 수 없었다.전씨 가문은 차량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줄 리가 없었고 그들을 시내로 모셔다드리기에는 더더욱 불가능했다.최성욱과 여운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택시 기사를 남겨두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택시 기사는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세 사람을 태워주고 싶지 않았다.“젠장, 뭐가 저렇게 빨라?”택시 기사를 남기지 못한 여운별은 차를 향해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뒤이어 최성욱이 말했다.“됐어. 이따가 온라인 택시를 한 대 더 예약해. 운별아, 너도 성질 좀 죽여.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지금 우리 큰아버지는 이미 감옥으로 들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