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임도준이 진료소에 돌아가서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말을 했는지, 진소아는 알지 못했다.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정말로 임도준을 사랑하지 않고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마음을 억지로 누르며 맞추어갈 생각도 없었다.진씨 진료소가 한결 한가해지자 진소아는 비로소 전유림과 함께 진료소를 나섰다.두 사람은 걸어서 민심 아파트로 향했다.길게 뻗은 거리, 양옆으로 늘어선 상가들을 바라보며 진소아는 전유림이 전에 이 거리가 전씨 가문 소유라고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유림 씨, 전씨 가문에서는 어떻게 이 거리의 상가를 한 번에 사들이게 되셨나요? 언제쯤 사신 건가요?”전유림이 대답했다.“글쎄요, 저도 그 부분은 자세히 알지 못해요. 지금은 큰형수님이 이 일을 맡고 계셔서 나중에 큰형수 뵐 때 여쭤볼게요. 저희 집안 상가 중에는 예전에 누군가 빚을 돈으로 갚지 못해 상가로 대신 갚은 경우도 꽤 있거든요.”진소아가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꽤 오래전 일이겠네요. 아마 개발 초기라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았을 때였을 거예요. 그때는 아무도 지금처럼 값어치가 치솟을 줄 몰랐겠죠.”예전에는 집값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다. 최근 2년 사이 부동산 경기가 출렁이고 있지만 아무리 떨어진다고 해도 예전 가격까지 되돌아가지는 않을 터였다.평범한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집 한 채 사려면 온 집안의 재산을 털어 넣어야 했다.일부분 외동 자녀가 결혼하여 집을 장만할 때는 심지어 양가 부모님의 저축까지 쏟아부어야 할 정도였다.“아마도요.”예전의 전씨 가문은 지금처럼 최고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재력을 가진 집안이라 누군가 돈을 갚지 못해 집이나 상가로 빚을 대신 청산하는 일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집안이 갈수록 더욱 부유해지면서 이런 월세 관리는 안주인의 몫이 되었고 남자들은 더 넓은 사업 판에서 활약하고 있었다.전유림은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면 민심대로가 어떻게 전씨 가문의 재산이 되었는지 그 역사를 물어봐야겠다고.아마 하예정도 자세히는 모를지도 모른다.전씨
“좀 더 버텨 보세요. 조금만 더 진 선생님께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그래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제가 포기하라고 권할게요. 아마 그분은 평생 임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을지도 몰라요.”김아라는 임도준에게 당장 내려놓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조용히 권했다.분명 김아라도 임도준을 사랑하고 있었다.그가 진소아에게 마음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속이 미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를 이해하고 감쌌으며 지지하고 격려했다.진소아는 말했다. 그의 곁에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눈앞의 사람을 붙잡으라고, 자신에게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김아라는 좋은 여자였다.임도준이 진료소를 개업하자마자 찾아왔고 여러 해 동안 함께하며 점점 더 호흡이 맞아 갔다.그러나 김아라에게는 두 명의 남동생이 있었다. 부모님의 수입은 넉넉지 않았고 퇴직금도, 건강보험도, 예금도 없으셨다.그 대신 고향에 3층짜리 집을 한 채 지으셨다.김아라가 몇 년간 모아 온 월급은 모두 그 집을 짓는 데 들어갔다.그 집은 두 동생을 위한 것임이 분명했다. 그녀가 그렇게 많은 돈을 댔건만 아마 방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할지도 몰랐다.김아라의 막냇동생은 아직 초등학생이었고 큰 동생은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갔다.그녀의 부모님은 나이가 드실수록 점점 지쳐 갔기에 그녀가 자연스레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사실 임도준도 자신의 형제자매와 수많은 친척을 돌보는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다만 친척 관계와 부모님 체면 때문에 참아 낼 뿐이었다.그는 관성에 집 한 채를 마련해 두어 평소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은 여전히 고향에서 살고 있었다.그가 일 처리를 잘못한다는 소문이 나면 가족들이 창피를 당할 것이 분명했다.하여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임도준은 친척들이 도움을 청해 오면 가능한 한 모두 도와주었고 정말 어려운 일은 조언이라도 해 주었다.그런 피로를 몸소 겪어 봤기에 그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여자와는 결코 결
진소아처럼 좋은 조건의 여자가 어떻게 임도준과 같은 가정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사실 그 간호사 김아라야말로 집안 사정이 임도준과 비슷하기에 그의 처지를 이해하고 감싸 줄 수 있으며 친척들이 아프면 모두 그를 찾는 일까지도 참아 낼 수 있는 것이다.그들이야말로 한배를 타야 할 사람들이다.문제는 임도준이 좋아하는 사람이 진소아라는 점이다.진소아는 의사 집안 출신으로 온 가족이 의사이며 의학계에 상당한 인맥을 두고 있다.임도준이 진소아를 좋아하는 것이 꼭 그 인맥을 노려서라곤 단정할 수 없지만 총명한 진소아가 그런 속내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자, 받으세요.”임도준이 진소아가 거절한 그 꽃다발을 김아라에게 건넸다.그러나 김아라의 기뻐하는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제자리로 돌아가 앉아 두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다.김아라는 그 꽃다발을 안고 임도준을 바라보았지만 마음 한쪽이 편치 않았다.임도준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았고 사실 김아라의 마음도 잘 알고 있었다.받아들이지도, 거절하지도 않는 채, 마치 그녀를 어장 속 물고기처럼 곁에 두었다.그래도 김아라는 여전히 그를 좋아했다.그들은 같은 부류였다.임도준은 김아라가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남자였다.그녀는 꽃다발을 조심스럽게 제자리에 정리해 두었다.임도준이 진료를 마치자 김아라가 그 환자에게 주사를 놓고 약을 지어 주었다.김아라는 임도준의 연애 상황에 관해 묻지 않았다.알고 싶지도 않았다.알면 속만 상할 테니까.몇 년째 짝사랑해 온 임도준이 진소아를 좋아하지만 정작 진소아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그 사실이 김아라에게는 큰 타격이었다.그래서 그녀는 묻지 않기로 했고 그저 조용히 진료소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이곳은 임도준의 사업이자 생계의 근원이었다.그는 진국림에게 배운 지식을 환자 치료에 쏟아부었고 몇 년 동안 공을 들여 겨우 임씨 진료소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잠시 후, 두 환자가 모두 약을 받아 들고 자리를 떠났다.임도준은 제자리
“포기하세요. 저한테 꽃이나 선물 보내지 마요. 받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 저 때문에 온 거라면 다시 오지 마세요. 만약 우리 작은아버지한테 의술을 배우러 오는 거라면 제가 뭐라고 할 수 없지만요. 제 결혼은 제가 결정해요. 집안 어른들 누가 나서도 저한테는 소용없어요.”진소아의 뜻은 분명했다. 임도준이 더 이상 그녀의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를 구슬려 보아야 소용없다는 것이었다.그들은 친척일 뿐 부모님이 아니었다.설령 친부모님이라 해도, 그녀에게 누구와 사귀고 누구와 결혼하라고 강요할 수 없었다.진소아의 부모님과 오빠들도 결혼을 재촉하긴 하지만 결혼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고, 그들은 조언만 할 뿐이라고 늘 말해 왔다.최종 결정은 언제나 그녀 자신의 몫이었다.임도준은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눈빛에는 간절한 애원이 담겨 있었고 손을 내밀어 진소아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몸을 살짝 피하며 계속해서 말했다.“소아야, 우리가 몇 년 동안 지내왔는데 너를 처음 본 그날부터 나는 너를 좋아했어. 그때는 네가 아직 공부 중이라 너를 놀라게 할까 봐, 그리고 공부에 방해될까 봐, 또 네가 김호 씨랑 사귀고 있어서... 그동안 내 감정을 꾹꾹 눌러 왔어. 감히 티를 낼 수 없었지. 난 너를 쭉 기다려왔어. 간신히 네가 김호 씨랑 헤어졌는데 상처받은 네가 당장 새 연애를 시작할 리 없다고 생각해서 또 기다렸어. 일부러 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진료소를 열었어. 나는 젊은 의사라 경험이 부족해서 환자들이 나를 잘 믿지 않았고 진료소는 거의 문을 닫을뻔했지. 그래서 뻔뻔하게 너의 작은아버지께 의술을 배우러 왔어. 의술을 배우는 것도 진심이었지만 네 집안 어른들 앞에서 호감을 얻고 싶었던 것도 진심이야. 소아야, 내가 이렇게 한 건 모두 너 때문이야. 지금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 알아. 당장 받아달라고 하는 게 아니야. 단지 기회를 하나만 달라는 거야. 나한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임도준은 사랑하는 그녀
임도준은 그 간호사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내보내지도 않았다.그는 그녀를 진료소에 그대로 두었고 그녀는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아마 그녀를 일종의 어장 속 여자 친구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그 여자 간호사는 진소아보다 두 살 아래로, 얼굴은 맑고 단아했으며, 성품도 온화하고 인내심이 있었다.임싸 진료소를 찾은 환자들은 그녀에 대해 모두 좋은 평가를 내렸다.그녀는 졸업하자마자 바로 임씨 진료소로 들어와 몇 년째 일하고 있어 임도준의 가정 형편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여전히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안고 있는 가족 환경까지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하여 진소아는 바로 그 간호사야말로 임도준과 가장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진소아는 임도준을 사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환경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평생 가족 뒷바라지에 휘둘리며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만약 그녀가 마음을 억지로 눌러 임도준을 받아들여 함께하게 된다 해도 그가 여기저기 퍼 주고 구제하느라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언젠가는 반드시 다투게 될 것이었다.부부 싸움은 곧 마음에 못을 박는 일.그녀는 형제끼리 서로 돕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끝없이 퍼 주기만 하고 남을 도와주기만 하는 생활을 못 받아들일 뿐이었다.임도준은 매달 부모님의 생활비를 드리는 것 외에도 그의 형제들에게도 일정한 돈을 보낸다고 했다.얼마를 주는지는 진소아도 알지 못했다.임도준 본인이 말하길, 자신은 일가친척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며 부모님의 노후도 자신이 도맡아야 하고 형제들에게는 기대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그뿐만 아니라 매달 형제들에게도 돈을 준다고 했다.그리고 그들의 생활고가 너무 심하고 또 그가 예전에 공부할 때 형제자매들이 조금이나마 도와주었으니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그는 매달 꼬박꼬박 그렇게 행동해 왔고 이제는 그의 형제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진소아는 바쁘게 출근하겠지만 임도준은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그러나 아쉽게도 임도준의 가족이 그를 발목 잡을 것이다.부모와 형제, 심지어 조카들까지 모두 그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저 많은 친척을 도와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터였다.들려오는 말에 따르면 임도준 집안의 친척들은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조금만 나도 바로 임도준에게 약을 지어 달라고 하지만 약값은 주지 않는다고 했다.만약 임도준이 해결하지 못하면 인맥을 동원해 큰 병원에 입원시켜 달라고까지 한다고 했다.큰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은 오히려 작은 일이었다. 문제는 상대방이 병원비가 없어서 임도준이 대신 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진소아는 지금 관성에서 가장 좋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임도준이 진소아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소아의 직장도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앞으로 임도준 집안 친척들이 입원하거나 진료받을 일이 있을 때 편리하게 부탁하려는 뜻도 담겨 있지 않은가.진씨 가문은 위로 여섯 대째 의술을 업으로 삼아 왔다.직접 개인 진료소를 운영하는 이들도 있고 진소아처럼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있으며 사립 병원에 몸담은 이들도 있다.하여 의학 분야만큼은 그들의 인맥이 매우 넓었다.임도준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루어 낸 점에서 분명 뛰어났다. 그러나 그는 임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의대를 나와 출세한 사람이다.그가 진소아에게 마음을 두었으면서도 진씨 가문이 의학계에서 쌓아 올린 인맥과 위세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었을 터이다.“아, 저분은 소아 선생님의 환자분이셨군요. 나는 임 선생님의 경쟁자인 줄 알았어요.”이정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연적이라면 임 선생님한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세요?”그 아주머니가 다시 한번 전유림을 바라보았다.전유림은 진료를 볼 줄 몰랐고 약도 지을 줄 몰랐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기는 싫어 대신 돈을 받아 주는 일을 거들었다.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을 느꼈지만 전
“그 사람들이 한 말은 전부 헛소리니까 신경 쓰지 마. 가족보다 더 친한 우리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그 사람들 말을 더더욱 믿어서는 안 돼.”예천우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고 여운초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누나, 난 절대 고모한테 속지 않을 거야.”여운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가문에서 제일 착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은 바로 너야. 넌 부모님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자신의 원칙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야.”여천우의 엄마는 여천우가 어릴 적부터 여운별과 오누이 사이라고 말하면서 가깝게 지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천우는 처음부터
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사업 문제는 걱정하지 마요. 회사에 관리팀이 있으니까요. 다만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피할 수 없네요.”“그건 피할 수 없죠. 전 대표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이 많아요. 소지훈 씨가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정말 행운이네요.”정윤하는 사실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부부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고 얼굴 한 번 마주친 적도 없었다. 설사 소지훈이 정윤하를 데려간다고 해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게다
정윤하는 매우 설렜다.정윤하가 입을 열었다.“생각해봐야겠어요. 남의 저택으로 우리가 놀러 가면 시끄러워질 수도 있잖아요.”정윤하는 어디를 가든 12명의 학생을 데리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그녀만 쾌활하게 즐기고 싶지 않았다.“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만약 너무 걱정된다면 제가 지금 전 대표께 메시지를 보내 그의 뜻을 물어볼게요.”소지훈은 정윤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었다.그는 바로 전태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소지훈은 사전에 전태윤에게 문자로 미래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알려주었
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어르신들은 다 그러세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도 마찬가지에요. 특히 저를 가장 근심하시거든요.”“우리 부모님께서는 호영 씨를 보면 황금을 보는 것보다 더 기뻐하세요. 제 인생의 가장 큰 일이 드디어 싹이 트는 것 같으시니까요.”전호영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그건 제가 훌륭해서 그런 거에요.”고현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네네네. 엄청나게 훌륭하시죠. 그럼요.”두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내 고성 호텔에 도착했다.전호영은 지난번처럼 고현과 함께 사람들 몰래 비밀 통로로 맨 위층에 있는 수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