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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Author: 고능비
고개를 돌리자 하예정은 아예 그를 보지도 않은 채 음식만 챙기고 있었다. 하예정이 들고 잇는 음식을 보니 채소볶음 한 접시를 제외하고는 죄다 해산물이었다.

그건 성소현이 선물한 해산물이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하예정의 손에서 그릇을 빼앗았다.

"들어온 김에 대신 날라줄게. 괜히 왔다 갔다 하기 힘들잖아."

"고마워요, 태윤 씨."

막 걸음을 옮기려던 전태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왜 그래요?"

하예정은 그가 그릇을 빼앗아 간 뒤 다른 그릇을 들었다. 그러다 어두워진 눈빛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본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옷이 더러워진 것도 아니었다.

"당신, 태윤 씨라고 안 부를 수는 없어?"

전태윤은 홧김에 마음속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예정과 지내면서 무슨 불만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하예정에 추측하라고 두기에는 미안하지만 그녀는 그럴 시간이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계약 내용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전태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순간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이름만 부르기에는 그도 어색했다.

여보라고 부르기에는, 생각해보지 않아도 부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전태윤도 어쩐지 하예정에게 남편이라고 불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

전태윤은 그 한마디만 내뱉은 뒤 음식 그릇을 들고 나갔다.

하예정은 작게 중얼거렸다.

"태윤 씨가 아니라, 남편이라고 부르면 뭐 대답이나 해줄래요?"

전태윤은 당분간 결혼 사실을 숨긴다고 말했고, 지금까지 그들이 부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았다.

하예정은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은 채 음식 그릇을 들고 날랐다.

심효진과 하예진은 이미 테이블을 깨끗이 닦은 뒤 다 차려놓았다.

부부가 음식을 들고나온 것을 보자 심효진과 하예정도 주방에 들어가 도왔다.

비록 오늘은 할머니가 전태윤에게 하예정에게 새우 껍질을 까주라고 귀띔해 주지는 않았지만 한 번 경험이 있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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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해은은 선물 상자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이 녀석이 혼자 올 줄은 몰랐어요. 어머님께서 이혁이가 점심 먹으러 온다고 하시길래 아영 씨도 따라서 온줄 알았거든요. 어제 함께 저녁도 먹고 술도 마셨으니 오늘은 데려올 줄 알았는데.”명해은은 전이혁이 준 선물도 이제는 별로 반갑지 않았다. 미래의 며느리인 도아영이 와야 기쁠 것 같았다.전이혁이 입을 열었다.“지금 바로 나갈게요. 회사로 돌아갈게요.”그는 일어서서 떠나는 척했다.전현민이 다시 말했다.“네 엄마가 이미 반찬을 더 준비하라고 했는데 우리 집의 강아지도 다 먹지 못할 텐데 네가 도와서 다 먹고 가.”즉, 집에서 기르는 개가 밥을 다 먹을 수만 있다면 전이혁에게 밥을 주지도 않겠다는 의미였다.여자친구를 데려오지 못하는 아들은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집안이란 말인가.“밥 드세요.”명해은은 남편과 아들을 식탁으로 불렀다.전이혁은 일어나 명해은을 따라가며 중얼거렸다.“정말 밥 안 주실 줄 알았어요... 저는 이제 우리 집 개보다도 못한 존재네요.”“이번은 봐줄게. 다음에 도아영 씨가 오면 꼭 데리고 와서 식사해. 네 아빠와 나도 한번 보게. 길에서 마주쳐도 누군지 모를 텐데 우리도 한 번 좀 만나보자고.”“엄마, 저는 아영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명해은이 눈을 부릅떴다.“할머니께서 골라주셨는데 안 좋아한다고? 안 좋아하면서 지난 몇 달 동안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네 형은 두세 달 만에 운초의 마음을 움직였는데.”여운초는 당시 그녀가 시각장애인이어서 전이혁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계속 거절했지만 사실은 이미 마음이 움직인 상태였다.전이혁은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저랑 형은 달라요. 형도 3개월 만에 형수님을 꼬시지는 못했거든요.”명해은도 앉으며 말을 이었다.“도아영 씨가 안 좋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사람인데 아무리 못해도 그 정도는 아닐걸. 너무 까다롭게 여자를 고르지는 마. 너도 거울 좀 봐. 넌 너희 형제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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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해은의 친정집도 재벌 가문으로 그녀는 어릴 때부터 보석 액세서리들과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었다.전씨 가문에 시집올 때 그녀의 부모님과 형님, 형수님이 준비해 주신 보석들은 보석 가게를 열어도 될 만큼 많았는데 그것이 그녀의 혼수품이었다. 지금도 그 보석들은 그녀의 보석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전이진이 여운초와 결혼한 뒤로 명해은은 수많은 소장품 보석들을 며느리에게 선물했다.전이혁이 대답했다.“저는 아직 아내가 없잖아요. 새로 나온 보석 액세서리들을 보고 너무 예뻐서 한 세트 사 왔어요.”“전씨 할머니께도 사드렸지?”전이혁은 빨간색 선물 상자를 명해은에게 건네며 말했다.“할머니께서 액세서리들을 선물하지 말라고 하셔서 꽃다발만 사드렸어요. 근데 또 산 아래 꽃밭에 꽃이 많은데 왜 돈을 쓰냐면서 꾸지람 하신 거 있죠.”명해은은 상자를 건네받으며 웃었다.“겉으로는 싫다고 하시지만 속으로는 매우 기쁘셨을 거야. 꽃다발을 네게 돌려주지 않으신 건 마음에 드셨다는 뜻일 거고. 오늘 산 아래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지 않고서는 돌아오지 않으실 거다.”수십 년 동안 전씨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명해은은 시어머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명해은은 다시 아들 뒤를 살피다가 차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차에 아무도 없니? 너 혼자 왔어? 할머니께서 네가 식사하러 온다고 하시길래 엄마는 네가 귀한 손님을 데려올 줄 알았는데.”“제가 혼자 왔어요.”전이혁은 모른 척했지만 속으로는 전씨 할머니가 이미 도아영이 관성에 온 일을 명해은에게 알려주었을 것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씀대로라면 명해은 부부가 아들들의 인생사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평소 부모님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기에 조바심을 내도 소용없었을 뿐이다. 하여 전씨 할머니께서 나서서 형제들의 인생사를 걱정해주실 수밖에 없었다.명해은은 아들을 노려보며 나무랐다.“도아영 씨가 온 거 아니었어? 너희들 어제저녁 함께 식사도 하고 밤도 같이 보냈잖아. 근데 데려오지도 않고 말이야. 엄마는 할머니께서 너에게 골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8화

    도아영은 그 선물이 전이혁이 선물인 것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잠시 생각하던 전이혁은 결국 전씨 할머니의 말씀대로 하기로 했다.만약 도아영에게 선물이 자신이 준 것이라고 알려준다면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도아영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집착할 수도 있을 테니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할머니, 집에 가서 식사 안 하실 거예요?”전이혁은 시간을 확인하며 물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했다.“너무 많이 먹었더니 배가 불러. 조금 있다가 가서 흰죽 한 그릇 먹을 거야.”고기 요리를 많이 먹으면 간단한 죽에 김치를 곁들이는 게 좋았다.“넌 집에 가서 네 부모님과 식사하렴.”“네.”전씨 할머니가 집에 가길 원하지 않자 전이혁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다른 어르신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셨고 굶을 염려도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꽃 구경하자고 전화해서 친구들을 불러야겠다.”전씨 할머니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어르신들이 이쪽으로 오는 모습을 확인한 전이혁은 그제야 정자에서 나왔다.곧 차 앞에 도착한 전이혁은 차에 올라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떠난 뒤로 전씨 할머니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속삭이는 것을.“이 자식아! 너는 할머니를 이길 수 없어. 나중에 네가 할머니에게 매달릴 날이 올 거야.”이렇게 해야 드라마가 재미있어지는 법. 노년의 삶에 약간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으니 말이다.나이가 들면 할 일이 없어진다. 손자들이 일을 시키지 않는다면 전씨 할머니는 손자들을 놀려먹으며 즐기면 그만이었다.명해은은 별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이혁의 차가 보였고 그가 아직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명해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피어났다.아들이 다 큰 뒤로 집에 오는 횟수가 줄어들자 명해은 부부는 아들들이 집에 와서 식사라도 함께하는 걸 간절히 바랐다. 며칠이라도 집에서 머물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하지만 아들들이 모두 바쁜 사람들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7화

    전씨 할머니는 묵묵히 전이혁을 바라보았다.이미 모든 말을 털어놓은 전이혁은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전부 입 밖으로 내뱉었다.오늘 본가에 온 것도 전씨 할머니에게 확실하게 말하러 온 것이다. 그는 형들처럼 전씨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전이혁에게는 그가 원하는 여자가 있었다.그의 말이 끝나자 전씨 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의 말도 일리가 있구나. 오래 끌기보다 단칼에 정리하는 게 낫지. 아영 씨도 너에 대한 감정이 아직 깊지 않을 테니 확실히 설명해 주고 마음을 접게 하는 게 좋겠다. 아영 씨의 시간을 더 뺏지 말고.”전씨 할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물었다.“이혁아, 정말 아영 씨를 고려하지 않을 거냐? 할머니의 안목을 전혀 믿지 못하겠어?”전이혁은 진지하게 대답했다.“할머니, 저는 할머니의 안목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아영 씨는 정말 좋은 여자예요. 그런데 저는 그녀에게 설레는 느낌이 없어요. 아영 씨와 결혼한다 해도 예의만 차리며 형식적으로 살뿐 진정한 부부간의 정은 없을 거예요. 아영 씨도 똑똑한 사람이라 그런 삶을 원하지 않을 거예요. 사랑이라는 건 강제적으로 이어진다고 해서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 것 같아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알겠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할머니도 이제는 네 연애사에 간섭하지 않겠어. 원하는 대로 해 봐. 하지만 단 한 가지! 인품이 좋은 여자를 데려와.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최소한의 선은 지키는 사람이어야 해. 우리 전씨 가문의 이름을 망치지 말고. 만약 인품이 나쁜데도 네가 고집부린다면 난 억지로 막지는 않겠다. 대신 나와 인연을 끊고 전씨 가문에서 나가.”전씨 할머니는 쥐 한 마리가 천 냥 술을 썩히는 걸 용납하지 않으셨다.전씨 가문의 좋은 명성은 몇 대에 걸쳐, 그리고 전씨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평생 심혈을 기울여 이룩한 것이다.전이혁 하나 때문에 무너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약속했다.“전씨 할머니, 걱정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6화

    “할머니는 제 마음속에서 저의 부모님보다도 더 중요하거든요. 백 세까지 오래오래 사셔야 증손녀도 안으실 거 아니에요. 우리 형제가 아홉이나 되는데 앞으로 아홉 며느리가 생기면 그중 한 명이 꼭 증손녀를 낳아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증손녀를 안고 키우시면서 나중에 좋은 신랑을 골라주시기까지 하셔야 하는걸요.”전씨 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도 하느님께 500년 수명을 더 빌고 싶지만 그게 될 일이니? 현실을 직시해야지. 나는 증손녀가 태어나는 걸 보기만 해도 만족해. 증손녀가 시집갈 때까지 살겠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이지.”전씨 할머니의 건강은 아직 좋으시지만 이미 여든이 넘으신 데다 증손녀가 언제 태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어쩌면 막내인 전이율이 결혼할 때까지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어이구, 농담이야. 아까 내가 말했듯이 인품이 좋고 가치관이 바르면 내가 정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고. 그럼 꿈속의 그녀가 누군지는 아느냐?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네가 아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전이혁은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했다.“제가 너무 무능해서 알아낸 정보가 하나도 없어요. 정남 형에게 부탁해 그녀를 조사해보라고 했는데 이런 일은 신경 쓰기 싫다고 하더군요. 만약 태윤 형이 부탁한다면 무슨 일이든 도와주겠지만 제가 부탁하는 건 싫다고 하더라고요.”“정남이가 네 형의 친구이지 네 친구가 아니잖아.”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이 전이혁의 부탁을 거부한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소정남은 전이혁에게 빚진 것도 없지 않는가.전이혁은 전씨 그룹 본사에서 일하지도 않고 소정남과도 동료 사이도, 친구 사이도 아니었다. 소정남이 원하면 도와주고 원하지 않으면 안 도와줘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그런 일까지 정남에게 부탁하려고?”전씨 할머니가 다시 물었다.전이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그는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 결국은 바베큐만 먹었다.“2, 3개월 정도의 시간을 더 주겠다. 그때 가서도 여전히 도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5화

    그런데도 전이혁은 휴지로 할머니의 자리를 닦았다. 그러나 전이혁 자신은 의자에 앉을 거라서 굳이 의자를 닦지 않았다.“할머니는 정말 수재이신 것 같아요. 수재는 집 밖을 안 나가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잖아요.”할머니는 전이혁을 흘겨보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만 아부하고, 어서 말해봐. 도아영 씨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 건데?”“아영 씨 괜찮은 사람이에요. 전 나쁘다고 한 적 없어요. 저도 좋아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아영 씨와 감정을 쌓아보려고 노력도 했는데 전 안 생기고 아영 씨만 강정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먼 길까지 절 찾아와서 따지더라고요.”“아영 씨는 제가 자기 가지고 논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저도 억울해요. 저도 아영 씨 좋아해 보려고 진심으로 노력했지만,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는 걸 어떡해요.”전이혁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입은 쉬지 않고 계속 바비큐를 먹고 있었다.“할머니가 점찍은 사람이라 능력도 좋고 조건도 잘 맞고, 여러모로 저랑 잘 어울린다는 거 알아요. 저도 아영 씨를 싫어하지 않고요. 하지만 함께 있으면 뭔가 찌릿한 느낌이 부족해요. 이미 봐온 시간도 꽤 되고, 이제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전 아영 씨를 사랑할 수 없어요.”“물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아영 씨와 결혼해서 평생 서로 존중하며 지낼 수는 있을 거예요.”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그런데?”전이혁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뗐다.“할머니도 아시잖아요. 제 꿈속에 자꾸 어떤 여자가 나타나 저와 얽힌다는 사실을요. 사실, 현실에서 진짜로 그 여자를 만났어요.”“나도 알고 있어.”전이혁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정말 할머니를 속일 수 없다니까. 제가 그 여자의 물건을 가지고 간 것도 아시잖아요.”“네가 그 물건 가져간 거 인정하면서 왜 아직도 안 돌려줘? 그 여자가 회사까지 찾아가서 네 둘째 형에게 물어봤었다며. 너 없다는 거 알고 나서야 돌아갔다고 하더라.”이 일은 할머니뿐만 아니라 전씨 가문 온 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4화

    전날 밤잠을 설쳐 속이 불편했던 전이혁은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비닐봉지에 먹을 것들을 담고 나서야 할머니의 뒤를 따랐다.“할머니, 여기 구운 닭 다리요.”전이혁은 할머니에게 닭 다리 하나를 건넨 뒤, 고개를 돌려 테이블 앞에 앉아 입가가 번지르르할 정도로 맛있게 먹고 있는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더니 할머니에게 물었다.“할머니, 그런데 저 여자아이는 누구예요? 엄청 복스럽게 먹고 있네요.”“소령이라고, 그 애 부모가 여기 꽃밭 관리자야. 난 그 애가 참 마음에 들어.”전이혁은 할머니가 구운 생선 꼬치를 먹으면서 말했다.“할머니는 여자아이면 다 좋아하잖아요. 예씨 가문에 갔을 때도 그 집안에 유일한 증손녀를 데려오고 싶어 하셨잖아요.”할머니는 아쉬운 듯 말했다.“우리는 예씨 가문과 조건도 비슷하고 가풍도 똑같이 좋은 집안이라 지연이가 우리 집에서 살더라도 나쁠 게 없을 텐데, 아쉽게도 그 집 식구들이 허락하지 않더구나. 예준성은 내가 정말 딸을 데려가기라도 할까 봐 얼마나 나를 경계했는지 몰라. 내가 가면 할 일도 없는지, 맨날 집에 붙어서 나를 감시하는 거야.”“그거야 지연이가 예씨 가문의 유일한 증손녀이니 당연히 아까워하죠. 제가 예준성이라도 할머니가 딸 훔쳐 갈까 봐 감시했을 거예요. 하하하.”전이혁은 눈앞에 그려지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손자인 전이혁이 보기에도 할머니는 진심으로 손녀 아니면 증손녀를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그는 가끔 자기 부모에게 시험관 아기라도 시도해서 넷째는 꼭 딸을 낳으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 돌아오는 건 부모의 매질 뿐이었다. 그러면서 그의 부모는 이제 손주 볼 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그들 형제 셋이 각자 노력해서 딸 한 명쯤은 낳아 보라고 독려하곤 했었다.“할머니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자, 이제 말해 봐.”할머니가 물었다.전이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할머니 보고 싶어서 왔죠. 그냥 할머니 보러 오면 안 돼요? 꼭 할머니한테 무슨 할 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3화

    전씨 할머니는 한 손에 꽃다발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갓 구운 생선을 집어 전이혁에게 건넸다.“이런 작은 생선은 막 구웠을 때 먹는 게 맛있어. 식으면 맛이 없으니 따뜻할 때 먹어.”“고마워요, 할머니.”전이혁은 할머니가 건넨 생선을 받아 주저 없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는 먹던 중에 핸드폰을 꺼내 전우에게 사진을 한 장 찍어 보냈다.전이혁은 전우와 나이도 비슷하고, 어릴 때부턴 전우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형제 중에서 전우와 가장 친했다. 그러니 그는 자랑하고 싶을 때는 무조건 전우를 찾았다.전이혁의 사진을 보자마자 전우는 가족 단톡방에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할머니, 낚시 가셨어요? 직접 구워 드시기까지 하네요. 많이 잡으셨어요? 저도 먹을래요. 지금 당장 갈게요.”전이혁은 일부러 약 올리듯 답장했다.“이젠 없어. 할머니께서 나 주려고 특별히 남겨둔 거야. 그러니 네 몫은 없어. 그리고 너 진짜 생선 한 조각 먹으러 올 거야? 손해가 클 텐데?”“돈은 언제든 벌 수 있지만 할머니표 생선구이는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할머니는 워낙 자유로워서 오전엔 리조트에 있다가도 오후에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곤 했었으니, 큰 손자인 전태윤도 못 말릴 정도였다.부모 세대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수십 년간 할머니의 손에서 할머니의 기세에 눌려 살아왔기 때문에 할머니에게 잘 해드리는 것밖에 없을 뿐, 감히 할머니를 간섭할 수 없었다. 그나마 큰 손자인 전태윤이 할머니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인데 그마저도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할머니는 그야말로 나이 든 개구쟁이였다. 할머니는 지금은 리조트에 있지만 다섯째 손자인 전우가 도착할 즈음이면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할머니는 웃으며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오늘은 많이 잡지 못했어. 넷째한테 줄 몇 꼬치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다 먹었어. 먹고 싶으면 설 연휴 때 와서 직접 낚시해서 구워 먹어. 그래야 더 맛있지.”전우는 아쉬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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