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11화

Author: 고능비
하예진은 입술을 깨물면서 겨우 눈물을 그쳤다.

하예진은 주형인을 위해 울었었고 더 이상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했다.

하예진의 눈물은 그이의 연민을 얻어낼 수 없게 돼서, 눈시울을 붉힐 의미가 없었다.

"나는 괜찮아."

하예진은 종잇장을 봉투에 집어넣으면서 애써 꿋꿋하게 말했다.

"나 지금 마음이 많이 진정됐어. 인제 와서 그이가 나를 배신했다는 것을 안 것도 아니야."

"예정아."

하예진은 봉투를 예정이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이 증거들을 네가 언니 대신 보관해 줘. 집에 가져갔다가 그이한테 들키면, 재산을 미리 빼돌려서 나한테 불리할 수 있어."

"그래."

하예정이 봉투를 건네받으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네가 말한 것처럼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일자리가 안정되면 그때 가서 이혼하자고 말할 거야. 내 몫을 확실히 챙겨서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거야!"

하예진은 결혼 후에 직장을 다니지 않았지만, 가정을 위해 헌신했다. 결혼 후에 주형인이 번 돈은 부부 공동 재산에 속하기에, 하예진은 그이가 모아둔 돈을 빼앗아서 그이의 심정을 편찬하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 비용도 하예진이 낸 것이었다.

그래서 주형인에게서 인테리어 비용을 돌려받으려고 했다.

"언니 화이팅!"

하예정은 하예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언니, 마음 놓고 싸워, 내가 곁에 있어 줄게!"

"예정아."

하예진은 하예정을 꼭 껴안았다.

열다섯 살에 엄마 아빠가 세상을 떠났고 하예진과 하예정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하예진은 쓰레기 같은 주형인 때문에 무너지지 않았다.

"링링링......"

예진이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하예진은 하예정의 품에서 떨어져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 표시를 봤다. 주형인이 걸어온 전화였다.

하예진은 말없이 전화를 받았다.

"하예진, 너 지금 어디야?"

주형인이 다짜고짜로 하예진에게 질문했다.

"하루 종일 밖에서 뭐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엄마랑 누나가 집에 찾아갔다가 지금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하예진은 쌀쌀맞은 말투로 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2화

    "예정이는 당신한테 빛진 것 없어. 당신 엄마랑 누나가 먹고 싶다는데 왜 내 동생이 사줘야 하는데? 주형인, 내가 결혼하면서 삼 년 동안 일을 안 해서 돈을 벌어 오지 못했지만, 대신 집안일을 했어. 내가 뒤에서 받쳐주지 않았으면 네가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돈을 주지 않으면 사지 않을 거야. 그리고 돈을 보낼 때 인건비도 보내. 네가 말했잖아, 우린 더치페이라고. 그들은 네 엄마고 네 누나니까 내가 밥해줄 의무가 없어. 네가 밥해주라고 했으니 당연히 인건비도 줘야 해.""삼 년 넘게 같이 살아온 정이 있으니, 인건비는 3만 오천 원만 받을게."주형인이 전화로 욕설을 퍼부었다."돈 쓰고 먹는 줄만 알아서 지금처럼 뚱보가 된 거야. 집안일을 뭐 했는데? 난 그런 적 한 번도 못 봤어. 나의 사업은 내가 노력해서 이뤄낸 거야. 너랑 아무 상관도 없어.""그리고 인건비? 나의 엄마는 네 엄가가 아니야?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밥해주면서도 돈을 받아? 사람들이 알까 봐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겠다.""돈 없으면 밥을 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하예진은 곧바로 통화를 끊었다.아내가 전화를 끊자, 주형인은 화가 나서 핸드폰을 바닥에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새 핸드폰이고 서현주와 같은 신형 모델이어서 참았다. 주형인은 한꺼번에 핸드폰을 두 대 구입해서 서현주에게 한 대를 나눠줬다.핸드폰을 던지기에는 너무 아까웠다."빌어먹을 뚱보년, 우빈이가 유치원에 가면 바로 이혼할 거야! 나를 떠나면 그 꼴로 아마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걸? 그래도 난리 칠 수 있을 것 같아?"주형인이 사무실에서 하예진을 한참 욕했다. 그리고 결국 하예진에게 생선값 팔만 오천 원을 보냈다. 하지만 하예진에게 생선을 사면서 영수증을 꼭 챙기라고 했다. 자기가 저녁에 들어가 영수증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그사람이 언니보고 집가서 음식하래?"하예진이 전화를 끊자, 하예정이 물었다."그 잘난 시어머니랑 시누이가 또 왔어. 주형인이 생선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3화

    전화를 두 번이나 걸어도 하예진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주서인은 화를 내면서 전화를 끊고 엄마한테 말했다."엄마, 예진이는 자기 동생의 가게에 가 있어. 우빈이가 자고 있어서 우빈이가 깨어나야 집에 돌아갈 거니까 우리보고 직접 가서 키를 가져가라는데."김은희가 눈썹을 찡그리며 언짢게 말했다."우빈이가 자고 있으면 우빈이를 안고 돌아오면 되잖아. 하예정가 차로 데려다주면 바로 올 수 있 있어."그녀는 며느리가 자기와 딸이 문 앞에서 기다리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 우리가 자기를 기다리게 일부러 그러는 거야."주서인도 김은희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엄마가 키를 집에 놓고 왔을 때 예진이가 집에 없어도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돌아와서 문을 열어줬어. 이번처럼 이렇게 오래 기다리라고 한 적이 없어. 엄마, 예진이가 형인이와 대판 싸우면서 태도가 바뀐 것 같아."김은희가 주서인의 말에 응했다."아마 그런 것 같아."주서인이 욕설을 퍼부었다."하예정이 지난번에 형인이를 그렇게 때려놓고, 예진이도 형인이를 집에 데려가려고 찾아오지도 않고, 결국 우리가 형인이를 말려서 집으로 보냈어. 우빈이가 없었으면 형인이한테 말해서 예진이를 집에서 쫓아냈어.""그 집은 형인이 집이야.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형인이한테 말해서 쫓아낼 거야!"하예진은 남편 면목을 봐서 큰누이와 따지지 않았지만, 큰누이는 항상 하예진을 지적하고 구박했다. 주서인은 현재 하예진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아 당장 동생에게 말해서 하예진을 쫓아내려고 했다.이혼해도 주형인의 조건이면 서현주같이 젊고 예쁜 아가씨와 결혼할 수 있지만, 하예진은 자기 동생을 떠나면 받아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재혼한다 해도 할아버지들 외에는 받아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런 말은 나랑 있을 때만 해. 형인이 앞에서는 하지 마."김은희는 예진이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손자를 위해서도 아들과 며느리가 해어지지 않기를 바랐기에 딸을 경고했다.주서인이 주형인 앞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4화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지 않았다면 하예진을 도와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주부로 지내다 보니 수입이 없어 그 집 식구들에게 짓밟힌 것이었다.두 모녀는 한참을 더 기다렸다가 하예진이 아들을 데리고 돌아왔고, 두 모자의 뒤를 따라온 것은 하예정이었다.하예정의 손에는 방금 시장에서 사 온 해산물 한 봉지가 들려 있었다.주 씨 집 모녀는 하예진을 보면 본능적으로 욕을 하고 싶었지만, 뒤따라오는 하예정을 보자 욕하고 싶은 말을 되레 삼켰다.지난번 가정폭력 사건 후 주 씨 집 모녀는 하예정을 찾아갔지만, 결국 하예정이 화를 내며 말하는 모습에 허겁지겁 도망을 쳤고 그 이후 하예정한테 트라우마가 생겼다."우빈아"김은희는 곧 웃으며 앞으로 나와 유모차에서 주우빈을 끌어안았다."우빈아, 할머니 우빈이 엄청 보고 싶었어요.""김은희는 손자를 안고 양쪽 얼굴에 뽀뽀를 여러 번 하고 있었다.""할머니"우빈은 여러 번 뽀뽀를 받은 뒤, 손을 들어 뽀뽀를 받은 곳을 닦으며 할머니를 불렀다.주서인은 우빈의 얼굴을 주무르며 웃으면서 말했다. "한동안 못 봤더니 우빈이 얼굴에 살이 쪄서 손에 쥐는 촉감이 정말 좋네. 우리 집 정한이랑은 다르게 말이야. 정한이는 살이 빠졌어."고모의 손길이 아파서 주우빈은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주무르던 고모의 손을 쳐냈다.하예진은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김은희가 딸을 두고 말했다."아이 앞에서 살쪘다고 하지 마라. 안 좋다.""우빈이 뚱뚱하지 않아요. 지금 보기 딱 좋아요."김은희는 외손자가 더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이모도 오셨네."김은희는 하예정을 금방 본 것처럼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하예정은 담담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언니와 우빈이를 데려다주고 있었어요."하예정은그 해산물 봉지를 주서인에게 건넸다. "이건 먹고 싶다던 해산물입니다."주서인의 생활은 편했다. 부모님이 도와주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동생 집에서 먹으면서 이득을 보고 있었다.그러니까 주씨 집안 같은 일품 집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5화

    그 말을 들은 주서인은 하예진에게 따지려는 것을 어머니가 슬그머니 옷자락을 잡아당겨서 화를 꾹 참았다.하예정은 언니를 도와 유모차를 집안으로 들였다.금방 주서인이 언니도 3만 원을 내 해산물을 사라는 말을 듣고는 어이없단 듯이 웃었다.이렇게 어이없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다."엄마"주서인은 두 자매가 집으로 들어간 후 낮은 목소리로 엄마한테 말했다."왜 하예진한테 따지지 못하게 해! 먹고 자고 쓰는 거 다 형인이의 것인데 밥 먹는 것을 이렇게 하나하나 선 긋고 말이야.""형인하고 하예진 지금 더치페이하고 있어. 너랑 나는 형인 가족이고 밥 먹는데 하예정이 하나하나 따지는 거 두 사람의 더치페이에 맞는다고 본다. 네가 따지다가 화내게 되면 예정이가 널 도와서 애 배웅하고 밥을 해줄 거 같니?"주서인은 오늘 온 주요 목적을 생각하고는 화를 참았다.그렇지만 동생한테 아내가 있는데 없는 거나 마차가지고 하예진은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너무 안중에도 없다고 투덜거렸다."예정아, 학생들 곧 하학시간이야. 넌 빨리 가서 가게를 도와. 언니 도와 줄 필요 없을 거 같아."하예진은 동생에게 떠나라고 재촉했다."언니 그래도 불안해.""걱정하지 마. 언니 더는 참지 않을 거야. 넌 볼일 봐. 언니 진짜로 일 생기면 꼭 연락할게."하예정은 그래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너 자주 일이 있어서 항상 효진이한테 가게를 맡기는데 아무리 절친이어도 계속 그러는 건 아니라고 봐. 빨리 가게 가서 물건 파는 거 도와줘.""효진이는 이해할 거야. 가게는 걱정하지 말고 언니 먼저 도우라고 말하는 애야.""효진이가 개의치 않는다고 해서 늘 이렇게 하면 안 돼. 그러면 얼마나 안 좋아. 빨리 돌아가. 언니 혼자서 대처할 수 있어. 괜찮아. 두 사람이 괴롭히면 부엌칼 들고 쫓아다니지 뭐. 난 신경 쓰지 않아. "하예정은 언니의 재촉에 말했다. "언니, 그럼 가게로 먼저 돌아갈게. 너무 많은 일 할 필요 없어. 만 원의 인건비 정도만 하면 돼.""그건 당연하지, 괜히 3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6화

    장난감은 한 박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거실은 순식간에 장난감으로 난장판이 되었다.어지러운 꼴을 못 참은 주서인은 큰 소리로 하예진에게 말했다. "예진아, 거실 좀 치워줄래? 온통 우빈이 장난감이야!"하예진은 주방 문턱에서 거실을 한번 확인하고는 말했다. "놀게 놔두세요. 이따가 제가 치울게요."그리고는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가 일하기 시작했다.주우빈은 지칠 줄 모르는 활발한 아이라 장난감을 잠깐 가지고 놀고는 다른 놀거리에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거실은 이내 지저분해졌다.주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방 입구로 가서 문에 기대어 하예진에게 물어봤다."예진아, 예정이한테 뭐 줬어? 아주 큰 한 봉지를 들고 나가더라? 우리 형인이가 사 온 거 다 가져간 거 아니지?""우리 형인이가 매일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예정이도 지금 결혼해서 가정이 있잖아. 너 바보같이 막 예정이 도와주면 안 돼."하예진은 돌아서 차가운 표정으로 주서인을 째려보며 말했다."우리 예정이는 제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요. 누구처럼 자기 부부가 번 돈 아까워하면서 동생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고 동생의 등골 뽑아 먹는 사람이 아니에요.""야!"반격당한 주서인은 매우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주서인은 하예진을 사납게 한참 노려보고는 대화를 끝냈다.주서인은 혹시라도 하예진이 몰래 하예정을 챙길까 봐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동생에게 꼼꼼히 체크하라고 하려고 했다.김은희와 누나가 온 것을 알고 퇴근 후에 곧장 집으로 퇴근했다.주형인은 어지러운 거실을 보자마자 하예진에게 소리쳤다."하예진! 우빈이가 거실을 완전 어지럽혔잖아, 좀 치워라!""너 맨날 집에서 뭘 했어? 그냥 아무것도 안 하지?"하예진은 밥 한 공기를 들고 나와 아들에게 밥을 먹이고 나서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주형인의 잔소리를 듣고는 차갑게 대답했다."맞아, 나 아무것도 안 해서 거실이 이렇게 더러워진 거야."주형인의 말문이 막혔다."우빈이가 그랬어. 애들이 다 이렇지, 뭐. 정한이도 평소에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7화

    주형인은 하예정을 쳐다보며 물어봤다. "내가 돈 줬잖아."이 말을 들은 주서인은 벌떡 일어나서 빠르게 주형인으로 다가가 말했다. "예진아, 너 우리 동생 돈을 떼먹었지. 동생이 너한테 5만 원만 줘서 새우랑 게 큰 거는 못 산다고 해 놓고."하예진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들에게 밥을 계속 먹였다. 아무렇지 않게 주형인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너의 어머니와 누나가 온 거니까 너 돈으로 장보고 요리해 줘야 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날 시키려면 수고비로 3만 원 더 내야지.""나는 무슨 호구야? 무료로 밥도 해주고 나한테 뭘 해주기는커녕 불만에 지적질까지 한다고?"여태까지 하예진은 헛수고를 많이 했지만, 고맙다는 말을 못 들었다.주형인은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주서인은 동생 표정을 보고 하예진의 말이 다 맞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실망한 듯 다시 소파에 앉았다.하지만 참지 못해 또 하예진에게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예진아, 너 형인이랑 부부잖니. 부부간에 뭐 그렇게 따지니? 나랑 엄마는 시댁 사람이고 너 우리 주씨 집안으로 왔으니, 식구한테 밥 한 번 해줬다고 뭐 형인이한테 돈을 받니?""이러면 차라리 형인이가 밥 사 주는 게 낫지, 오랜만에 맛있는 거도 좀 먹고 얼마나 좋아."하예진은 고개 들어 남편과 형님을 보고 못 들은 척 계속 아들에게 밥을 먹이면서 말했다. "더치페이잖아요. 더치페이는 각자가 자기걸 계산하는 거예요."주씨 집안 사람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주형인에게 집안일을 제외하고 돈을 써야할 때는 더치페이를 하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주서인이 더치페이를 제안했고 하예진은 이에 따른 것이기에 주씨집안 사람은 할 말이 없었다."물론 저한테 준 돈을 아까워하시면 앞으로 오실 때 형인이한테 호텔에서 밥 사라고 하세요. 저는 오히려 좋아요."하예진은 지금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사람들을 챙기고 싶지 않았다.주형인은 한참을 하예진을 사납게 노려봤고 더 이상 하예진에게 따지지 않고 어머니와 누나에게 말했다. "엄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8화

    하예정은 항상 밥을 빨리 먹어서 밥을 다 먹자마자 하예진이 빨리 가서 밥 먹으라고 대신 우빈에게 밥을 먹였다.시댁 사람은 밥 먹는 데만 급급하고 하예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하예진도 사람이니 밥을 안 먹으면 배가 고팠다."엄마, 새우 먹어."주형인은 어머니에게 새우를 집어주면서 누나에게 말했다. "누나 많이 먹어, 다 누나가 좋아하는 거잖아."주서인은 게를 먹으면서 말했다."이번의 게는 너무 작아서 살이 거의 없네. 그냥 맛만 보지 뭐."맘에 안 들어 하는 게 너무나 잘 느껴졌다.주형인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말했다. "다음에 호텔 가서 먹자. 내가 살게."주서인은 동생을 배려한 듯 허세를 부리면서 말했다. "호텔 너무 비싸잖니, 요즘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데. 다음에 누나한테 돈 주면 예진이 요리해 줄 수 있게 내가 장 좀 봐올게.""그렇게 해도 되고."주형인은 하예진에게 장 볼 돈을 조금만 주고 해산물을 살 일이 있으면 대신 누나에게 돈을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물론 누나를 시키면 더 많은 돈을 줘야 한다.주서인은 해산물을 좋아해서 끼니마다 해산물 요리가 있어야 한다. 해산물이 비싼 데다 주서인에게 해산물을 사는 돈을 주면 5만 원은 부족할 게 뻔하다.새우와 게는 좀 작았지만, 하예진의 요리 솜씨가 좋아 주씨 집안 세 사람은 맛있게 먹었다. 사실 하예정도 어느정도 요리 실력이 있는 편이고 음식을 맛있게 만들 줄 안다.주씨 집안 세 사람은 빠르게 모든 해산물을 먹어 버렸고 하예진이 먹을 음식은 남지 않았다.김은희는 젓가락을 놓고 만족스러운 듯 휴지로 입을 닦았으며 말했다. "아 근데 우리 다 먹어버렸는데 예진이는 뭘 먹지?"그리고는 등을 돌려 하예진에게 말했다. "예진아, 우리 본의 아니게 다 먹어 버렸네, 이따가 계란프라이 해서 먹어."자주 있는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하예진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알겠어요."우빈이도 배가 부른 지 아무리 밥을 먹여 줘도 입을 꾹 다물었다.하예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9화

    채소는 하예진이 어제 요리하다가 남은 것이었다. 딱 혼자서 먹기 적당한 반 정도를 냉장고에 넣었다.하예진 본인 돈으로 산 것이라서 주씨 집안 세 사람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주서인은 할 말을 잃었다.이 죽을 뚱뚱한 년, 감히 미리 반찬을 뺀다고? 어디 굶어 죽지는 않겠네.하예진은 반찬과 밥을 들고 나가 식탁 앞에 앉아 여유롭게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하예정은 언니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바쁜 가운데에도 하예진에게 전화했다. "언니, 그 사람들이 언니를 괴롭히지 않았지?""언니가 칼을 들고 길거리에서 형부 쫓아간 적 있잖아. 요즘엔 그냥 말로만 좀 시비걸더라고. 여자가 남편을 별로 신경 안 쓰게 되면 남편이랑 시댁 사람이 선 넘는 행동을 하면 그냥 참지 않지."하예정은 언니가 한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언니, 밥 잘 먹었어?""먹고 있어, 너는?""나 지금 바빠서 이따가 먹으려고. 언니, 나 끊을게.""그래."하예진은 이 시간에 동생이 바쁜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과 통화를 끝낸 후 하예진이 계속 밥을 먹었다.주서인이 설거지를 다 하고 주방에서 나왔을 때 하예진은 이미 밥을 다 먹은 상태였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밥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형인아. 나 할 말이 있어."주서인은 동생 옆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퇴근하기 전에 하예진이 하예정한테 뭔지 모르겠지만 아주 큰 봉지 하나를 줬더라. 너 빨리 가서 확인해 봐, 우리 집 거 빼돌렸는지.""너 혹시 맛있는 걸 사 와서 집에 뒀어? 아무래도 먹을 것 같아."하예진이 집 물건을 하예정에게 주는 걸 싫어하는 주형인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음식을 준 것 같다는 소리를 듣고 눈살을 풀며 말했다. "누나, 내가 산 거 아니야. 나 요즘 집에 먹을 거 안 가져 와.""다행이다. 네가 산 것을 하예정이 가져가면 가서 달라고 해야지. 아니면 손해잖아.""누나, 나 그런 사람 아니잖아. 누나, 이번에 엄마랑 왜 여기 왔어? 정한이랑 같이 오지." 주형인은 누나가 이번에

Latest chapter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1화

    “할머니께서는 저의 선택을 존중하신다고 하셨지만 후회하지 말라고 하셨어요.”전이혁은 명해은에게 먼저 국물을 떠드렸고 또 전현민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다시 국물을 한 그릇 떠드리며 말했다.“저는 후회할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비록 이전에는 도아영과 꿈속의 여자 ‘여우'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우'와 함께할 때 특별히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는 ‘여우'와의 만남을 간절히 기대했고 만나서 싸운다고 해도 그 순간이 기다려지기만 했다. 이런 기대감은 도아영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그가 도아영에게 접근한 건 순전히 전씨 할머니께서 선택해주신 사람이기 때문이다.결국 감정은 억지로 할 수 없는 법, 억지로 따온 열매는 달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명해은이 입을 열었다.“그래. 후회하지나 말고.”명해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어머님이 널 이렇게 쉽게 놔두실 리가 없지. 넌 아직도 진실을 모르고 있구나!'전이혁은 그가 후회할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전씨 할머니께서는 확신 없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시는 분이었다.명해은이 전씨 할머니를 잘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현민은 아들로서 명해은보다 그의 어머니를 더 잘 알았다.전현민 부부는 서로를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웃었다.그리고는 전이혁과 도아영에 관한 화제를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식사하면서 명해은은 계속 전이혁에게 반찬을 얹어주었다.“엄마, 제가 방금 돌아오자마자 바비큐를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요. 이렇게 많이는 못 먹겠어요.”자기 그릇에 산처럼 쌓인 반찬을 보며 전이혁이 말했다.“엄마, 아빠께도 좀 드리세요. 안 그러면 또 제가 아빠의 아내 관심을 뺏었다고 투덜대실 거예요.”말이 떨어지자 전현민도 전이혁의 그릇에 반찬을 얹어주셨다.“평일엔 바쁘게 일하느라 제대로 식사도 못 했겠다. 살도 많이 빠졌네. 많이 먹어.”전이혁은 웃으며 말했다.“아빠, 아까는 밥 한 그릇과 나물 한 접시만 주신다고 하셨잖아요.”“그건 화나서 한 말이지,”전이혁도 부모님께 반찬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0화

    명해은은 선물 상자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이 녀석이 혼자 올 줄은 몰랐어요. 어머님께서 이혁이가 점심 먹으러 온다고 하시길래 아영 씨도 따라서 온줄 알았거든요. 어제 함께 저녁도 먹고 술도 마셨으니 오늘은 데려올 줄 알았는데.”명해은은 전이혁이 준 선물도 이제는 별로 반갑지 않았다. 미래의 며느리인 도아영이 와야 기쁠 것 같았다.전이혁이 입을 열었다.“지금 바로 나갈게요. 회사로 돌아갈게요.”그는 일어서서 떠나는 척했다.전현민이 다시 말했다.“네 엄마가 이미 반찬을 더 준비하라고 했는데 우리 집의 강아지도 다 먹지 못할 텐데 네가 도와서 다 먹고 가.”즉, 집에서 기르는 개가 밥을 다 먹을 수만 있다면 전이혁에게 밥을 주지도 않겠다는 의미였다.여자친구를 데려오지 못하는 아들은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집안이란 말인가.“밥 드세요.”명해은은 남편과 아들을 식탁으로 불렀다.전이혁은 일어나 명해은을 따라가며 중얼거렸다.“정말 밥 안 주실 줄 알았어요... 저는 이제 우리 집 개보다도 못한 존재네요.”“이번은 봐줄게. 다음에 도아영 씨가 오면 꼭 데리고 와서 식사해. 네 아빠와 나도 한번 보게. 길에서 마주쳐도 누군지 모를 텐데 우리도 한 번 좀 만나보자고.”“엄마, 저는 아영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명해은이 눈을 부릅떴다.“할머니께서 골라주셨는데 안 좋아한다고? 안 좋아하면서 지난 몇 달 동안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네 형은 두세 달 만에 운초의 마음을 움직였는데.”여운초는 당시 그녀가 시각장애인이어서 전이혁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계속 거절했지만 사실은 이미 마음이 움직인 상태였다.전이혁은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저랑 형은 달라요. 형도 3개월 만에 형수님을 꼬시지는 못했거든요.”명해은도 앉으며 말을 이었다.“도아영 씨가 안 좋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사람인데 아무리 못해도 그 정도는 아닐걸. 너무 까다롭게 여자를 고르지는 마. 너도 거울 좀 봐. 넌 너희 형제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도 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9화

    명해은의 친정집도 재벌 가문으로 그녀는 어릴 때부터 보석 액세서리들과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었다.전씨 가문에 시집올 때 그녀의 부모님과 형님, 형수님이 준비해 주신 보석들은 보석 가게를 열어도 될 만큼 많았는데 그것이 그녀의 혼수품이었다. 지금도 그 보석들은 그녀의 보석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전이진이 여운초와 결혼한 뒤로 명해은은 수많은 소장품 보석들을 며느리에게 선물했다.전이혁이 대답했다.“저는 아직 아내가 없잖아요. 새로 나온 보석 액세서리들을 보고 너무 예뻐서 한 세트 사 왔어요.”“전씨 할머니께도 사드렸지?”전이혁은 빨간색 선물 상자를 명해은에게 건네며 말했다.“할머니께서 액세서리들을 선물하지 말라고 하셔서 꽃다발만 사드렸어요. 근데 또 산 아래 꽃밭에 꽃이 많은데 왜 돈을 쓰냐면서 꾸지람 하신 거 있죠.”명해은은 상자를 건네받으며 웃었다.“겉으로는 싫다고 하시지만 속으로는 매우 기쁘셨을 거야. 꽃다발을 네게 돌려주지 않으신 건 마음에 드셨다는 뜻일 거고. 오늘 산 아래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지 않고서는 돌아오지 않으실 거다.”수십 년 동안 전씨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명해은은 시어머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명해은은 다시 아들 뒤를 살피다가 차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차에 아무도 없니? 너 혼자 왔어? 할머니께서 네가 식사하러 온다고 하시길래 엄마는 네가 귀한 손님을 데려올 줄 알았는데.”“제가 혼자 왔어요.”전이혁은 모른 척했지만 속으로는 전씨 할머니가 이미 도아영이 관성에 온 일을 명해은에게 알려주었을 것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씀대로라면 명해은 부부가 아들들의 인생사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평소 부모님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기에 조바심을 내도 소용없었을 뿐이다. 하여 전씨 할머니께서 나서서 형제들의 인생사를 걱정해주실 수밖에 없었다.명해은은 아들을 노려보며 나무랐다.“도아영 씨가 온 거 아니었어? 너희들 어제저녁 함께 식사도 하고 밤도 같이 보냈잖아. 근데 데려오지도 않고 말이야. 엄마는 할머니께서 너에게 골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8화

    도아영은 그 선물이 전이혁이 선물인 것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잠시 생각하던 전이혁은 결국 전씨 할머니의 말씀대로 하기로 했다.만약 도아영에게 선물이 자신이 준 것이라고 알려준다면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도아영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집착할 수도 있을 테니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할머니, 집에 가서 식사 안 하실 거예요?”전이혁은 시간을 확인하며 물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했다.“너무 많이 먹었더니 배가 불러. 조금 있다가 가서 흰죽 한 그릇 먹을 거야.”고기 요리를 많이 먹으면 간단한 죽에 김치를 곁들이는 게 좋았다.“넌 집에 가서 네 부모님과 식사하렴.”“네.”전씨 할머니가 집에 가길 원하지 않자 전이혁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다른 어르신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셨고 굶을 염려도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꽃 구경하자고 전화해서 친구들을 불러야겠다.”전씨 할머니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어르신들이 이쪽으로 오는 모습을 확인한 전이혁은 그제야 정자에서 나왔다.곧 차 앞에 도착한 전이혁은 차에 올라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떠난 뒤로 전씨 할머니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속삭이는 것을.“이 자식아! 너는 할머니를 이길 수 없어. 나중에 네가 할머니에게 매달릴 날이 올 거야.”이렇게 해야 드라마가 재미있어지는 법. 노년의 삶에 약간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으니 말이다.나이가 들면 할 일이 없어진다. 손자들이 일을 시키지 않는다면 전씨 할머니는 손자들을 놀려먹으며 즐기면 그만이었다.명해은은 별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이혁의 차가 보였고 그가 아직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명해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피어났다.아들이 다 큰 뒤로 집에 오는 횟수가 줄어들자 명해은 부부는 아들들이 집에 와서 식사라도 함께하는 걸 간절히 바랐다. 며칠이라도 집에서 머물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하지만 아들들이 모두 바쁜 사람들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7화

    전씨 할머니는 묵묵히 전이혁을 바라보았다.이미 모든 말을 털어놓은 전이혁은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전부 입 밖으로 내뱉었다.오늘 본가에 온 것도 전씨 할머니에게 확실하게 말하러 온 것이다. 그는 형들처럼 전씨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전이혁에게는 그가 원하는 여자가 있었다.그의 말이 끝나자 전씨 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의 말도 일리가 있구나. 오래 끌기보다 단칼에 정리하는 게 낫지. 아영 씨도 너에 대한 감정이 아직 깊지 않을 테니 확실히 설명해 주고 마음을 접게 하는 게 좋겠다. 아영 씨의 시간을 더 뺏지 말고.”전씨 할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물었다.“이혁아, 정말 아영 씨를 고려하지 않을 거냐? 할머니의 안목을 전혀 믿지 못하겠어?”전이혁은 진지하게 대답했다.“할머니, 저는 할머니의 안목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아영 씨는 정말 좋은 여자예요. 그런데 저는 그녀에게 설레는 느낌이 없어요. 아영 씨와 결혼한다 해도 예의만 차리며 형식적으로 살뿐 진정한 부부간의 정은 없을 거예요. 아영 씨도 똑똑한 사람이라 그런 삶을 원하지 않을 거예요. 사랑이라는 건 강제적으로 이어진다고 해서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 것 같아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알겠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할머니도 이제는 네 연애사에 간섭하지 않겠어. 원하는 대로 해 봐. 하지만 단 한 가지! 인품이 좋은 여자를 데려와.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최소한의 선은 지키는 사람이어야 해. 우리 전씨 가문의 이름을 망치지 말고. 만약 인품이 나쁜데도 네가 고집부린다면 난 억지로 막지는 않겠다. 대신 나와 인연을 끊고 전씨 가문에서 나가.”전씨 할머니는 쥐 한 마리가 천 냥 술을 썩히는 걸 용납하지 않으셨다.전씨 가문의 좋은 명성은 몇 대에 걸쳐, 그리고 전씨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평생 심혈을 기울여 이룩한 것이다.전이혁 하나 때문에 무너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약속했다.“전씨 할머니, 걱정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6화

    “할머니는 제 마음속에서 저의 부모님보다도 더 중요하거든요. 백 세까지 오래오래 사셔야 증손녀도 안으실 거 아니에요. 우리 형제가 아홉이나 되는데 앞으로 아홉 며느리가 생기면 그중 한 명이 꼭 증손녀를 낳아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증손녀를 안고 키우시면서 나중에 좋은 신랑을 골라주시기까지 하셔야 하는걸요.”전씨 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도 하느님께 500년 수명을 더 빌고 싶지만 그게 될 일이니? 현실을 직시해야지. 나는 증손녀가 태어나는 걸 보기만 해도 만족해. 증손녀가 시집갈 때까지 살겠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이지.”전씨 할머니의 건강은 아직 좋으시지만 이미 여든이 넘으신 데다 증손녀가 언제 태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어쩌면 막내인 전이율이 결혼할 때까지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어이구, 농담이야. 아까 내가 말했듯이 인품이 좋고 가치관이 바르면 내가 정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고. 그럼 꿈속의 그녀가 누군지는 아느냐?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네가 아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전이혁은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했다.“제가 너무 무능해서 알아낸 정보가 하나도 없어요. 정남 형에게 부탁해 그녀를 조사해보라고 했는데 이런 일은 신경 쓰기 싫다고 하더군요. 만약 태윤 형이 부탁한다면 무슨 일이든 도와주겠지만 제가 부탁하는 건 싫다고 하더라고요.”“정남이가 네 형의 친구이지 네 친구가 아니잖아.”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이 전이혁의 부탁을 거부한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소정남은 전이혁에게 빚진 것도 없지 않는가.전이혁은 전씨 그룹 본사에서 일하지도 않고 소정남과도 동료 사이도, 친구 사이도 아니었다. 소정남이 원하면 도와주고 원하지 않으면 안 도와줘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그런 일까지 정남에게 부탁하려고?”전씨 할머니가 다시 물었다.전이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그는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 결국은 바베큐만 먹었다.“2, 3개월 정도의 시간을 더 주겠다. 그때 가서도 여전히 도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5화

    그런데도 전이혁은 휴지로 할머니의 자리를 닦았다. 그러나 전이혁 자신은 의자에 앉을 거라서 굳이 의자를 닦지 않았다.“할머니는 정말 수재이신 것 같아요. 수재는 집 밖을 안 나가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잖아요.”할머니는 전이혁을 흘겨보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만 아부하고, 어서 말해봐. 도아영 씨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 건데?”“아영 씨 괜찮은 사람이에요. 전 나쁘다고 한 적 없어요. 저도 좋아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아영 씨와 감정을 쌓아보려고 노력도 했는데 전 안 생기고 아영 씨만 강정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먼 길까지 절 찾아와서 따지더라고요.”“아영 씨는 제가 자기 가지고 논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저도 억울해요. 저도 아영 씨 좋아해 보려고 진심으로 노력했지만,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는 걸 어떡해요.”전이혁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입은 쉬지 않고 계속 바비큐를 먹고 있었다.“할머니가 점찍은 사람이라 능력도 좋고 조건도 잘 맞고, 여러모로 저랑 잘 어울린다는 거 알아요. 저도 아영 씨를 싫어하지 않고요. 하지만 함께 있으면 뭔가 찌릿한 느낌이 부족해요. 이미 봐온 시간도 꽤 되고, 이제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전 아영 씨를 사랑할 수 없어요.”“물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아영 씨와 결혼해서 평생 서로 존중하며 지낼 수는 있을 거예요.”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그런데?”전이혁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뗐다.“할머니도 아시잖아요. 제 꿈속에 자꾸 어떤 여자가 나타나 저와 얽힌다는 사실을요. 사실, 현실에서 진짜로 그 여자를 만났어요.”“나도 알고 있어.”전이혁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정말 할머니를 속일 수 없다니까. 제가 그 여자의 물건을 가지고 간 것도 아시잖아요.”“네가 그 물건 가져간 거 인정하면서 왜 아직도 안 돌려줘? 그 여자가 회사까지 찾아가서 네 둘째 형에게 물어봤었다며. 너 없다는 거 알고 나서야 돌아갔다고 하더라.”이 일은 할머니뿐만 아니라 전씨 가문 온 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4화

    전날 밤잠을 설쳐 속이 불편했던 전이혁은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비닐봉지에 먹을 것들을 담고 나서야 할머니의 뒤를 따랐다.“할머니, 여기 구운 닭 다리요.”전이혁은 할머니에게 닭 다리 하나를 건넨 뒤, 고개를 돌려 테이블 앞에 앉아 입가가 번지르르할 정도로 맛있게 먹고 있는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더니 할머니에게 물었다.“할머니, 그런데 저 여자아이는 누구예요? 엄청 복스럽게 먹고 있네요.”“소령이라고, 그 애 부모가 여기 꽃밭 관리자야. 난 그 애가 참 마음에 들어.”전이혁은 할머니가 구운 생선 꼬치를 먹으면서 말했다.“할머니는 여자아이면 다 좋아하잖아요. 예씨 가문에 갔을 때도 그 집안에 유일한 증손녀를 데려오고 싶어 하셨잖아요.”할머니는 아쉬운 듯 말했다.“우리는 예씨 가문과 조건도 비슷하고 가풍도 똑같이 좋은 집안이라 지연이가 우리 집에서 살더라도 나쁠 게 없을 텐데, 아쉽게도 그 집 식구들이 허락하지 않더구나. 예준성은 내가 정말 딸을 데려가기라도 할까 봐 얼마나 나를 경계했는지 몰라. 내가 가면 할 일도 없는지, 맨날 집에 붙어서 나를 감시하는 거야.”“그거야 지연이가 예씨 가문의 유일한 증손녀이니 당연히 아까워하죠. 제가 예준성이라도 할머니가 딸 훔쳐 갈까 봐 감시했을 거예요. 하하하.”전이혁은 눈앞에 그려지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손자인 전이혁이 보기에도 할머니는 진심으로 손녀 아니면 증손녀를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그는 가끔 자기 부모에게 시험관 아기라도 시도해서 넷째는 꼭 딸을 낳으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 돌아오는 건 부모의 매질 뿐이었다. 그러면서 그의 부모는 이제 손주 볼 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그들 형제 셋이 각자 노력해서 딸 한 명쯤은 낳아 보라고 독려하곤 했었다.“할머니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자, 이제 말해 봐.”할머니가 물었다.전이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할머니 보고 싶어서 왔죠. 그냥 할머니 보러 오면 안 돼요? 꼭 할머니한테 무슨 할 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23화

    전씨 할머니는 한 손에 꽃다발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갓 구운 생선을 집어 전이혁에게 건넸다.“이런 작은 생선은 막 구웠을 때 먹는 게 맛있어. 식으면 맛이 없으니 따뜻할 때 먹어.”“고마워요, 할머니.”전이혁은 할머니가 건넨 생선을 받아 주저 없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는 먹던 중에 핸드폰을 꺼내 전우에게 사진을 한 장 찍어 보냈다.전이혁은 전우와 나이도 비슷하고, 어릴 때부턴 전우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형제 중에서 전우와 가장 친했다. 그러니 그는 자랑하고 싶을 때는 무조건 전우를 찾았다.전이혁의 사진을 보자마자 전우는 가족 단톡방에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할머니, 낚시 가셨어요? 직접 구워 드시기까지 하네요. 많이 잡으셨어요? 저도 먹을래요. 지금 당장 갈게요.”전이혁은 일부러 약 올리듯 답장했다.“이젠 없어. 할머니께서 나 주려고 특별히 남겨둔 거야. 그러니 네 몫은 없어. 그리고 너 진짜 생선 한 조각 먹으러 올 거야? 손해가 클 텐데?”“돈은 언제든 벌 수 있지만 할머니표 생선구이는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할머니는 워낙 자유로워서 오전엔 리조트에 있다가도 오후에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곤 했었으니, 큰 손자인 전태윤도 못 말릴 정도였다.부모 세대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수십 년간 할머니의 손에서 할머니의 기세에 눌려 살아왔기 때문에 할머니에게 잘 해드리는 것밖에 없을 뿐, 감히 할머니를 간섭할 수 없었다. 그나마 큰 손자인 전태윤이 할머니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인데 그마저도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할머니는 그야말로 나이 든 개구쟁이였다. 할머니는 지금은 리조트에 있지만 다섯째 손자인 전우가 도착할 즈음이면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할머니는 웃으며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오늘은 많이 잡지 못했어. 넷째한테 줄 몇 꼬치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다 먹었어. 먹고 싶으면 설 연휴 때 와서 직접 낚시해서 구워 먹어. 그래야 더 맛있지.”전우는 아쉬움으로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