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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4화

작가: 고능비
이은화가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는 정군호보다 열 살 남짓 위였다.

그녀의 큰언니 이은숙을 모시던 특별 비서였다. 그 남자는 오직 가주에게만 충성했고 단지 이은화의 짝사랑이었을 뿐이다.

이은화가 친언니 이은숙을 죽인 이유도 사랑이 질투로 변해 이룰 수 없는 감정에 피로 물든 결말을 초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군호에게는 이은화가 그녀의 자매를 살해한 증거가 없지만 수십 년간 부부생활로 그녀의 잔인함은 잘 알고 있었으며 이씨 가문의 가족 뒷말도 들은 적 있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정군호는 이은화가 친자매의 피를 밟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 할망구라면 무슨 짓이든 못 하겠나... 사랑했던 그 남자가 아직 살아있을 리 없는데 어쩌면 그의 무덤밖에 찾을 수 없을 텐데.’

정일범 형제는 정군호의 말에 서로 눈치만 보았다.

두 동생이 정일범을 바라보자 그는 잠시 침묵을 깨듯 입을 열었다.

“아빠, 차라리 윤미에게 돈을 달라고 하세요. 윤미는 지금 돈도 많고 엄마도 윤미를 믿으시잖아요. 설령 엄마께서 윤미가 아빠께 돈을 준 걸 알더라도 윤미는 꾸중만 듣고 끝날걸요. 어쨌든 윤미도 아빠의 친딸인데 아빠가 용돈 좀 달라고 하면 안 줄 리 없잖아요? 너무 많이 요구하지 마시고 한 번에 백만 원 정도만 타가시면 좋잖아요. 그 정도면 엄마도 뭐라 안 하실 거예요. 대신 자주 요구하시지 마시고요. 엄마가 의심할 테니.”

이윤미라는 친딸 이야기가 나오자 정군호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 애 얘기라면 집어치워라! 윤미는 너희 엄마랑 똑같아. 윤정이만 내 딸이거든.”

그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정일범이 지갑을 꺼내더니 안에 있던 현금을 모두 꺼내 정군호에게 건넸다.

“아빠, 저도 평소에 현금을 잘 안 써서 이게 다예요. 전부 드릴게요.”

정군호는 힐끔 쳐다보더니 백만 원 정도 되는 현금을 보고는 즉시 건네받았다.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얼른 받았다.

정일범이 돈을 주자 정일호와 정일군도 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형제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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