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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3화

Penulis: 고능비
전씨 할머니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우빈은 정말 말썽도 잘 피우지만 기본적으로 착하고 사려 깊은 아이예요. 조용히 있을 때면 반드시 사고를 치고 있을 때잖아요.”

하예정이 말을 이었다.

“한번은 혼자 조용히 놀고 있길래 뭘 하고 있나 보러 갔더니 제 화장품을 가지고 놀고 있더군요. 립스틱으로 책상과 바닥을 도배해놓았죠. 얼굴에도 입술에도 온통 칠해놓고서는 제 앞에서 뿌듯해하던 표정이 어찌나 우스운지...”

그 장면을 상상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우빈은 웃음거리가 된 것이 부끄러웠는지 한성근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작은 목소리로 투덜댔다.

“증조할아버지... 이모가 저를 놀려요.”

한성근은 그 애교 어린 호칭에 마음이 녹아내렸는지 당장 우빈을 감싸면서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

“예정 아가씨, 아이를 놀리지 마세요. 어린아이들이 다 그렇잖아요. 경희 아가씨도 어릴 적엔 말썽꾸러기였거든요. 경희 아가씨는 가주님께서 소중히 아끼시던 술을 쏟아버리고 병까지 깨뜨리기도 했고 가위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 옷을 마구 자르는 바람에 결국 가주님께서는 가위는 반드시 높은 곳에 두라는 지시를 하셨을 정도죠. 우빈은 외할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모양이로군요.”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말썽꾸러기라고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제 기억 속의 어머니는 아주 부드러우신 분이셨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께도 효도하시고 아빠와도 금슬이 엄청 좋으셨어요. 하지만 효자 효녀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경우는 드문 법이죠.”

말을 이어가던 하예정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하예정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그녀는 이미 열 살이 되어 어느 정도 세상을 이해할 나이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모님을 차별하던 모습, 딸만 둘이라며 핀잔주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3대 독자를 끊었다며 아들을 낳으라고 종용하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했다. 부유하지도 않은 집안에서 아들 한 명을 더 기른다는 것은 엄청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부모님은 농촌에 계셨기에 생활도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고 아들을 낳는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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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두고 다툴 때 홍씨 가문의 사람들은 유산을 포기하고 하예진 자매에게 모두 주겠다고 했다. 이후 하예정은 홍씨 가문에 선물을 보내며 예의를 차렸지만 오직 그뿐이었다.이경희가 어릴 적 여러 집안을 전전하며 많은 기억을 잃었는데 어쩌면 선택적 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예정 자매는 이경희의 과거를 한두 번쯤 여쭈어보았지만 그녀는 회상하기를 꺼리며 알려주지 않아 그녀들도 더는 묻지 않았다.하예정은 특히 어머니의 어린 시절이 궁금했다. 이경희는 서너 살까지는 정말 행복한 아이였다고 했다.한성근은 추억에 잠긴 듯 말을 건넸다.“경희 아가씨는 입이 말주변이 좋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죠. 지금 우빈을 보면 어릴 적 경희 아가씨를 보는 것 같아요. 정말 누구나 좋아하는 아이였죠. 말썽을 자주 피워도 모두 경희 아가씨를 꾸짖기는 어려웠을 정도죠. 아이들의 천성이었으니까 다들 이해는 해주었거든요. 경혜 아가씨는 경희 아가씨처럼 말주변이 좋은 건 아니지만 보는 이마다 안아주고 싶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가문의 변고로 인해 운명이 급변하고 결국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이경희에 대한 화제는 너무 무거웠다. 전씨 할머니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경혜 씨, 이제 식사할 시간이죠? 저는 일찍부터 와서 빈속이라 배가 너무 고파요.”이경혜도 전씨 할머니의 의도를 이해했다. 이경희의 이야기 또한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의 아픔이었다.“네, 식사 준비되었어요. 얼른 가시죠.”그녀는 또 한성근에게 따뜻하게 말했다.“아저씨, 종일 주무시고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죠? 일단 식사하시고 나중에 우빈이와 놀아요.”한성근은 옛날 생각을 정리하며 우빈을 바라보았다.“그럼 먼저 식사나 하죠.”그는 품에 있는 우빈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우빈아, 우리 밥 먹으러 갈까? 너 혼자 잘 먹을 수 있어? 어른들이 도와줘야 하나?”우빈은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며 당당하게 대답했다.“증조할아버지, 저는 혼자 잘 먹을 수 있어요! 유치원에서도 항상 혼자 먹는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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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말씀하시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쩌면 좋아요? 전 대표님 같은 사람도 그럭저럭 지내는 편이라면 우리 같은 건 아예 낙제 수준이 아니에요?”성기현이 웃으며 할머니께 말했다.예준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그러자 전씨 할머니는 더욱 환하게 웃으셨다. 그녀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바로 아홉 명의 손자들이었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아홉 손자가 전부 가정을 꾸리게 될 터, 그때면 죽어서도 저승에서 사흘 밤낮을 웃으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한성근의 시선이 우빈에게로 향했다.우빈은 하예정의 품에 안겨 모두를 호기심 가득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른들의 대화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열심히 귀 기울이고 있었다.한성근이 중얼거렸다.“닮았어... 정말 닮았구나. 경희 아가씨 어릴 적과 똑 닮았어. 만약 양 갈래 머리를 하고 치마를 입히면 바로 경희 아가씨의 환생이라고 해도 믿겠어요.”한성근은 우빈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예전에 이경희는 한성근을 볼 때마다 어린애 같은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아저씨, 안아주세요. 업어주세요!”그는 그 어린아이의 요청을 절대 거절할 수 없었다. 매번 그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고 빙글빙글 돌린 후 자신의 어깨에 앉혀 마당을 돌아다니곤 했다.그때마다 이경희는 두 팔을 벌리며 ‘와! 나 지금 날고 있어!’라고 외치곤 했다.이은숙은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늘 ‘한성근이 바쁜 사람인데 자꾸 귀찮게 하지 마.’라고 나무라셨다. 그러면 한성근은 그냥 싱글벙글 웃으며 ‘괜찮아요. 틈을 내서 같이 놀아주고 싶어요.’라고 하면서 대답했다.이은숙은 늘 한성근이 친아빠보다 딸들에게 더 잘해준다고 하셨고 그때마다 한성근은 그저 웃기만 했다. 이경혜 자매는 귀여운 아이들이었고 게다가 이은숙의 자식들이니 당연히 아낄 수밖에 없었다.그의 마음속에서 가주 이은숙이 모든 것보다 중요했고 그녀의 자식들을 피를 나눈 자식은 아니지만 친자식처럼 여겼다.아이들의 아빠도 사실 그녀들을 무척 아꼈다.이은숙은 몸이 편치 않았고 성격도 엄격하여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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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윤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할머니께서는 또 손자들을 멍청하다고 하셨다.하예정도 미소를 지었다.전씨 할머니는 항상 몇몇 손자들의 혼사를 걱정하셨다.민지영은 모두가 자신을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전이혁을 흘끗 쳐다보았다.전씨 할머니는 성씨 가문에 오실 때 아직 관성에 머무는 몇몇 손자들에게 연락해 성씨 가문에 와서 여러 고수님을 만나보라고 했다.김청산 일행이 전씨 할머니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서원 리조트에 머물겠다고 약속했지만 할머니는 그들이 말을 지키지 않고 갑자기 사라질까 봐 걱정했다. 그렇게 되면 도대체 어디서 그들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비록 모두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전씨 할머니는 그들과 별로 친분이 없었고 이름만 들어볼 뿐 실제로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그들이 정말로 자신의 체면을 살려 서원 리조트에 와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공은호는 전씨 할머니의 말을 듣고 제자를 힐끗 바라보더니 농담했다.“이리저리 날아다니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 제자는 어떠합니까? 지영이도 이젠 20대 중반인데 계속 솔로인데 결혼하라고 재촉하면 오히려 우리에게 아내를 찾아오라고 합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우리 이렇게 늙었는데 무슨 결혼까지... 아내를 맞이해서 우리 재산을 나눠주기라도 하라는 것처럼...”전씨 할머니는 민지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민지영 씨는 정말 좋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우리 집 넷째랑도 잘 어울리는데... 그 녀석이 개구쟁이라 제가 골라준 좋은 여자는 안 받아들이고 이름도 모르는 여자를 쫓아다니고 있단 말이죠. 다른 손자들은 다 목표가 정해졌고 아직 목표가 없는 손자들은 결혼할 나이도 안 됐거든요. 하지만 민지영 씨가 괜찮다면 우리 집 일곱째 손자 유하나 여덟째 손자 유림을 소개해줄 수도 있는데.”민지영도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연상 연애는 별로라서요. 저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남자를 좋아해요. 너무 많이는 안 되고 최소한 동갑이어야 해요. 남자들이 나이가 너무 어리면 성숙하지 못하고 유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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