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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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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9화
노동명은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걱정하지 마. 방 비서님이 지켜줄거니까 절대로 위험하게 두지 않을 거야. 일하느라 힘들었지? 여기 기대.”노동명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하예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대자 노동명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끌어당겼다.“여보.”“응?”“당신이 있어서 정말 든든해요.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게 됐네요.”예전의 그녀는 동생에게도, 아들에게도 늘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녀도 기댈 자리를 얻게 되었다.노동명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난 네가 있어서 더 좋아. 너도 내 버팀목이야. 내가 버티는 이유이기도 하고.”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속삭였다.“예진아, 우리를 만나게 해주신 하느님이 참 고마워.”노동명은 서로 알아가고,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어 이제는 서로의 삶을 함께하게 된 시간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요?하예진이 물었다.노동명이 웃음을 터뜨렸다.“그걸 어떻게 잊어. 그날 너 우빈이 유모차 밀고 오다가 내 차를 긁었잖아. 새로 뽑은 차였는데 바로 긁혀서 속으로 얼마나 씁쓸했는지 알아? 그런데 태윤이가 전화와서 내 차를 긁은 사람이 자기 처형이라고 하더라고. 체면 봐서 수리비도 그냥 형식적으로만 조금 받았었지.”보험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새 차가 바로 긁힌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었다.초면에 노동명은 그녀에게 아무런 호감도 느끼지 못했다.유일하게 마음이 갔던 존재는 우빈뿐이었지만 우빈은 또 그를 매우 무서워했다.노동명은 우빈이란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당시 하예진이 겁에 질린 얼굴로 연신 사과를 건네고 있었기에 화를 억누르며 참아 냈다.하예진은 자세를 바로 하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태윤이가 전화한 거였어요?”노동명이 대답했다.“태윤이가 깜짝 결혼한 뒤 신분을 숨기고 지냈어도 뒤에서는 예정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어. 예정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이 당신과 우빈이라는 걸 아니까, 태윤이도 자연스럽게 당신들을 자기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8화
이런 방법만이 정일범 형제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동명 씨가 오셨어요. 얼른 가보세요.”호텔로 들어서니 입구 쪽에서는 노동명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고 뒤에서는 그의 경호원 두 명이 휠체어를 밀며 따라오고 있었다.호텔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한 번쯤 그에게 시선이 머물곤 했다.호텔 매니저가 부축하려 하자 노동명은 사양했다.하예진은 숨을 고더니 이윤미에게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 잘될 거예요.”“고마워요. 우리는 다 잘될 거예요.”이윤미가 미소를 지었다.하예진은 노동명에게로 향했고 이윤미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하예진이 다가가 노동명을 부축했다.“여보, 우리도 가요.”노동명은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몸을 맡기며 천천히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그리고 노동명이 물었다.“이윤미 씨는 갔어?”“네. 정확한 장소는 저한테 안 알려주더라고요. 그래도 오늘일 가능성이 커요. 정일범 씨 형제는 회사에서 맡긴 일도 다 끝내고 평소처럼 퇴근했대요.”노동명이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도와주는 사람이 더 있대. 그중 두 명은 이윤정의 친오빠들이라고 하던데”하예진은 말없이 그의 걸음에 맞추며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었다.호텔을 나와 차에 올라탄 뒤에서야 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윤미 씨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가족들한테 사랑받은 적이 거의 없잖아요. 양부모님도, 양오빠들도 늘 윤미 씨를 괴롭히기만 했죠. 친부모님 곁으로 돌아갔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친아버지와 세 오빠도 윤미 씨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솔직히 윤미 씨 친어머니조차도 백 년 넘게 내려온 규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윤미 씨를 챙기신 거잖아요.”이은화가 나중에 이윤미에게 잘해 주려 했던 건 그녀에게 살길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그것 또한 백 년 넘게 이어 온 이씨 가문의 규칙을 벗어날 수 없었기에, 친딸인 이윤미만이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이은화를 움직였을 뿐이다.이윤정은 20년 넘게 정성을 들여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7화
강성, 하루 호텔.거래를 성사한 이윤미와 하예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객과 악수했다.그리고 함께 내려가 고객을 배웅해 주었다.차가 멀어지자 이윤미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했다.“예진 씨, 늦었어요. 동명 씨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실 텐데 얼른 모시고 가세요. 오늘은 유난히 추워요. 다리도 불편하시고 강성 날씨에도 아직 적응을 못 하셨잖아요.”노동명은 강성에 온 지 사흘째 되던 날 감기에 걸려 약을 먹었고 아직 감기 기운이 남아있었다.그런데도 하예진은 자리를 뜨지 않고 조용히 물었다.“오늘 밤에 정말 움직인대요?”“저도 모르죠. 하고 싶을 때 하겠죠. 저는 그냥 기다리면 돼요. 아마 조만간 움직일 거예요. 윤림 씨가 보름 동안 출장을 간 걸로 소문을 흘려 놨으니까 바로 움직이겠죠.”이윤미는 하예진이 더 걱정할까 봐 자신의 오빠들이 바로 오늘 움직인다는 사실은 숨겼다.하예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이윤미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윤미 씨는 거짓말하실 때 꼭 눈빛이 흔들려요. 제 눈을 똑바로 못 보죠. 너무 티 나요.”이윤미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치며 웃었다.“예진 씨, 누가 뭐래도 저는 예진 씨 이모예요. 이렇게 얼굴을 집으면 저를 완전히 아이 취급하시는 것 같은데요. 저는 우빈이가 아니거든요.”“맞아요. 이모시죠. 그래도 저보다 어리잖아요. 세상일을 겪은 건 제가 조금 더 많은걸요.”“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저는 귀하게 자란 적도 없고 온갖 구박 속에서 버티며 살아왔어요. 그다지 행복한 어린 시절은 아니었거든요. 예진 씨는 최소한 의지할 동생이라도 있었잖아요. 저는 정말 혼자였어요. 양부모도, 양오빠들도 저를 단 한 번도 가족처럼 대해준 적이 없었으니까요.”친부모에게 돌아간 뒤에도 친어머니를 제외하면 누구 하나 그녀를 진심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정일범이 이윤미에게 오빠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했지만 그들 역시 한 번도 그녀를 동생으로 대해준 적이 없었다.이윤미는 어린 나이부터 뼈저리게 깨달았다. 기댈 곳은 어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6화
선우민아는 문득 마지막으로 Ａ시의 야경을 마음 편히 바라본 게 언제였는지를 떠올렸다. 매일같이 새벽부터 밤까지 뛰어다니고 회의와 업무가 끝없이 이어지다 보니 늘 시간이 모자랐다.그렇게 숨 돌릴 틈 없이 지내는 사이 세월은 어느새 조용히 흘러갔다.어제 막 가문의 사업을 이어받은 것만 같았는데 돌아보니 이미 몇 년이나 지나 있었다.처음 사업을 물려받았을 때 선우민아를 깔보던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그들은 선우씨 가문의 거대한 사업을 그녀가 버틸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고 그 틈을 타 가문을 집어삼키려 하거나 재산을 나눠 가지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선우민아의 부모 세대가 지나치게 평범했던 탓에 조부모께서 세상을 떠난 후 가문은 금세 하락하기 시작했고 손실도 매우 컸다.그 사이 친척들은 기회만 보이면 온갖 덫을 놓았는데 선우민아의 부모는 그 수작에 수차례나 휘말려 곤란을 겪었다.그렇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장녀이자 장손녀였던 선우민아는 10대 때부터 가문의 사업을 배워야 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며 한 걸음씩 기반을 세워 갔고 흐트러진 판을 바로잡아 친척들이 짜놓은 온갖 계책을 하나하나 무너뜨렸다.이제는 친척들조차 그녀만 보면 슬그머니 길을 비켜 갈 정도였다.어쩔 수 없이 마주친다고 해도 대부분은 괜히 잘 보이려 애쓰거나 혹은 말을 아끼며 공기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밀어낼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그들 중 상당수는 선우민아의 부모에게는 가까운 친척, 이를테면 고모나 외삼촌 같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그녀의 부모가 그들과의 연락을 끊지 않는 이상 그녀 또한 완전히 등을 돌릴 수는 없었다.특히 한경주는 친정과 여전히 연락하며 살고 싶어 했고 몇 년 동안 문제만 일으켰던 외삼촌도 여전히 친정 식구로 받아들였다.그런 상황에서 선우민아는 외삼촌을 모질게 몰아붙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하여 선우민아는 명절이 와도 더는 외삼촌 집에 찾아가지 않았다.그녀의 외삼촌도 그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감히 불평을 입에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5화
선우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창빈 씨가 집안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저는 마음이 괜히 들썩여요.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그러다 보니 아예 그 집안에 마음대로 드나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스칠 때가 있었다.하지만 그런 말까지는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다.전창빈은 선우민아에게 언제나 친절했다.선우정아 역시 전창빈이 자신을 바라볼 때면 눈빛부터 달라진다며 그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실제로 전창빈이 그녀에게 신경을 쓰는 이유 가운데 그런 마음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녀의 까다로운 입맛 때문이었다.개인 요리사를 직접 고용한 사람이 바로 선우민아이기도 했으니 말 그대로 전창빈은 요리 때문에 이곳까지 온 셈이었다.가끔 선우민아가 전창빈과 시선이 마주칠 때면 그의 그윽한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특별한 의미를 떠올릴 때가 있었다.혹시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그러나 그런 상상은 이내 털어냈다.선우민아와 전창빈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고용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전창빈이 그녀에게 잘해 주는 이유도 어쩌면 그녀가 맛의 미세한 차이까지 정확히 짚어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그녀의 한마디 조언은 그의 요리를 더 섬세하게 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선우민아는 요리에 인생을 쏟아붓다시피 하는 그에게 그 이상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요리 외에는 눈에 띌 만한 취미도 없어 보였다.두세 달 가까이 지내면서 선우민아가 확실히 파악한 건 단 하나, 전창빈은 요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뿐이었다. 그 외의 취향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그리고 선우민아가 인상 깊게 느낀 점이 있었다. 전창빈은 재벌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훌륭한 교육을 받아온 사람답게 품행이 곧고 예의 바르며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만큼 수양이 매우 깊었다.이런 면들을 생각해 보면 전창빈은 선우민아가 배우자로 떠올릴 만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남자였다.전씨 가문과 선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54화
전창빈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아가씨께서 저의 조카 만월 연회에 함께 가 주신다면 우리 가족들이 정말 좋아할 겁니다. 아주 환영할 거예요.”전창빈의 가족들은 이미 선우민아를 그의 미래 아내로 보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며느리로 생각하며 맞이하려 할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런 상황을 선우민아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아직 서로 감정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조급해할 생각도 없었다.천천히 다가가 마음을 조금씩 흔들어 두면 그다음은 자연히 이어질 터였다.선우민아가 장난스럽게 물었다.“아직 아기도 안 낳으셨는데 벌써 조카 이야기뿐이네요. 다들 아들을 기다리는 건가요? 나연의 말로는 창빈 씨 집안 어른들은 오히려 딸을 기다리신다던데요?”딸 이야기가 나오자 전창빈은 쓴웃음을 지었다.“나연 씨도 관성에 가 본 적 있으니까 우리 전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지 아셨을 거예요. 집안 어른들이 평생 딸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왔는지도요. 사람들은 우리 가문이 남탕 같은 가문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정말 이상해요. 우리 가문 시집온 분들은 모조리 아들만 낳으셨거든요. 위로 3대를 올려봐도 딸이 단 한 명도 없죠. 우리 할머니도, 우리 엄마도, 작은어머니들도 평생 딸을 기다렸는데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그 부담이 전부 우리 세대로 넘어왔어요. 우리 형제 아홉 명이 전부 결혼하면 할머니는 손주며느리를 아홉 명이나 보게 되잖아요? 손자가 많은 만큼 그중 누군가 증손녀를 낳아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계신 거죠. 우리 형수님도 아들 낳을 가능성이 크대요. 배가 길쭉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데다 우빈이도 형수님 뱃속에 남동생이 있다고 했거든요. 조카딸은 솔직히 기대할 수가 없죠. 그래도 다음 세대의 첫아이라서 딸이든 아들이든 태어나기만 하면 다들 보물처럼 아낄 거예요.”선우민아가 웃음을 터뜨렸다.“근데 정말 이번 세대에서 누가 딸을 낳기라도 하면 전씨 가문이 난리 나겠네요. 온 집안 어른들이 그냥 하늘 위까지 떠받들 것 같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