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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1화

Author: 고능비
이윤미가 입을 열었다.

“제가 강성을 떠난다고 해도 여전히 엄마의 딸이에요. 이씨를 버리고 정씨로 바꿀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녀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성을 따르고 싶었다.

“엄마, 제가 회사에 한 번 나가볼까요?”

이윤미는 부드러운 태도로 이은화에게 물었다. 이은화의 말대로 어쨌든 두 사람은 모녀였다.

엄마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배신한 적도 있지만 회사 일은 도와주고 싶었다.

“됐어. 이미 고위급 회의를 열어 네가 몸이 안 좋아 요양 중이라 회사에 나오지 않을 거라고 알렸어.”

사실은 이은화는 딸이 이씨 가문의 일에서 손을 떼고 자유롭게 강성을 떠나 방윤림과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기 바랄 뿐이다.

이은화는 이윤미를 방윤림에게 부탁했지만 저 죽일 놈의 방윤림이 너무 충성한 나머지 이은화가 한 말과 약 가루까지 전부 이윤미에게 말해버렸다.

그리고 그 미련한 딸은 이은화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언도 듣지 않았다.

‘어휴!’

이은화는 평생 순탄하게 살아왔지만 유독 딸 앞에서는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끊은 뒤 정일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아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다면 분명 장남인 정일범이 주동자일 것이다.

정일범 녀석은 무슨 일이든 자신의 죄를 분담하기 위해 두 동생을 끌어들였다. 혼자 욕먹을 바에야 동생들까지 끌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경찰들이 찾아왔을 때 정일범 형제들은 마침 회사에 없었다.

이씨 가문과 하예진 일행의 다툼이 격화되면서 관성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려오자 정일범은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정군호가 왜 서둘러 가족들을 데리고 정씨 집안의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제 와서 떠나려고 해도 이은화가 허락할 리 없었다.

정일범 형제들은 몰래 상의한 끝에 일단 강성에 남기로 했다.

누가 이길지 지켜봐야 하지 않은가.

만약 이은화가 이긴다면 그녀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망갔다가 나중에 돌아온다면 신뢰를 다시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이 진짜로 이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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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도혁찬 씨에게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이은화가 대답했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연락할게요.”그녀는 도혁찬에게 전화를 걸어 즉시 이씨 그룹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경찰들이 그가 총기를 소지한 혐의로 조사하려 한다며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도혁찬은 그 전화를 받더니 무척 당황했다.이은화가 몰래 보관 중인 권총 한 자루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예전에 사냥용으로 쓰던 산탄총이었다. 하지만 산탄총이라 해도 소지 자체가 불법이었다.발견되면 압수당하는 건 물론 형사 처벌도 받아야 했다.도혁찬의 생각은 이은화와 똑같았다.그들은 오랫동안 총기를 숨겨왔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도혁찬과 이은화가 함께 꾸민 계획에는 하예진 일행을 이씨 가문 저택으로 유인한 후 불을 질러 모두 죽이거나 총으로 하예진 일행을 사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계획을 실행하기 전까지 도혁찬은 숨겨둔 산탄총들을 꺼내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이 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와 이은화뿐이었다.그런데 경찰들이 어떻게 알았는지...도혁찬의 부하 중에 배신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의 부하들도 그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관성에서 온 사람들이 알고 신고한 건 아닌가? 정말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야...’도혁찬은 관성에서 온 사람들을 얕보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와 이은화의 능력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 가주의 지위를 지킬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이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도혁찬은 그들이 완전히 패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결국 이은화는 지위를 잃고 명예마저 잃을 뿐만 아니라 법에 걸려들 수도 있었다. 그녀의 나이로 감옥에 들어가면 살아 나올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관성 사람들은 비록 돈과 권력이 있지만 법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을 사람들이다.만약 그들이 법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일을 저지를 사람들이었다면 이경혜가 강성 이씨 가문의 큰따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냈을 때 즉시 이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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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한 일을 머릿속으로 다시 돌려보며 잘못한 게 없다고 확신한 뒤에야 정일범은 긴장을 좀 풀었다.“일범아, 경찰들이 우리 회사에 왔는데 너희 삼 형제가 몰래 무슨 법을 어기는 짓을 한 건 아니지? 특히 우리 회사 이름으로 말이다.”이은화는 엄숙한 표정으로 정일범에게 따져 묻기 시작했다.정일범은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 말투만으로도 그녀의 사태의 심각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경찰들이 회사에 갔다는 말에 정일범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엄마, 저희는 회사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한 적 없어요. 우리는 정상적으로 사업했어요. 가끔 경쟁 회사의 사업을 뺏을 때도 가격을 올려서 정당하게 따왔거든요. 경찰들이 왜 온 거예요? 우리 회사 세금에... 문제라도?”이은화가 꾸짖었다.“세무 조사는 국세청에서 오는 거잖아. 경찰만 오는 게 아니야.”정일범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정말 모르겠어요. 저희 형제는 그런 일을 한 적 없어요. 제가 장담해요.”만약 그들의 문제라면 경찰들이 직접 형제들을 찾았을 것이다.그러나 이은화의 말을 들어보니 형제들을 찾는다는 소리는 없었다.“지금 어디야? 동생들도 불러서 전부 회사로 와.”이은화가 명령했다. 아들들에게 연락한 후 그녀는 도혁찬에게도 전화를 걸어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고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이씨 그룹으로 향했다.회사에 도착하자 경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경찰들이 엄숙하게 말했다.“이은화 씨, 신고 접수되어 출동했습니다. 이은화 씨의 비서 도혁찬 씨가 총기 소지 혐의로 조사가 필요합니다. 동행하셔서 경찰서까지 함께 가주시고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도혁찬은 이은화에게만 충성했고 모든 지시는 그녀에게서만 받았다. 따라서 도혁찬의 연락처는 이은화만 알고 있었다.다른 직원들은 도혁찬을 자주 보았지만 연락처는 없었기에 경찰들은 회사로 찾아와 이은화에게 도혁찬과 연락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경찰은 이은화가 도혁찬에게 직접 연락하여 그와 함께 경찰서에 가서 조사에 응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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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일을 한 건 방윤림이었지 이윤미가 아니었다.“엄마가 묘원에 간 거 알고 있었지? 네가 예진에게 말했어? 그리고 경찰들이 회사에 와서 나를 찾는다고 하던데 너 또 엄마 뒤통수친 거야? 넌 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거냐?”이윤미가 대답했다.“엄마 덕분에 제가 며칠 병원 신세를 졌잖아요. 처음 이틀은 일어설 힘도 없어 방 비서님이 부축해줘야 했는데 그런 약골인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제가 이번 일과 아무 상관 없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엄마가 묘원에 가신 건 알아요. 엄마도 워낙 대놓고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나가시니까... 묘원 관리인들도 있는데 모를 수가 있나요?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다 아는 일인데 하물며 제가 모를 리 있겠어요? 설마 엄마가 묘원에 가서 이씨 가문 조상님들 묘에 불이라도 지르러 가신 건 아니시죠?”‘이 불효녀 같으니라고! 도대체 왜 이런 딸을 낳았지?’속이 터질 노릇이었다.이은화는 뭐라 반박할 말도 없었다.“회사에 경찰들이 찾아왔다면 세 아드님에게 물어보셔야죠. 제게 묻지 마시고. 이씨 가문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장사나 불법 사업은 저에게 맡기지 않으셨잖아요.”이은화는 울분을 참으며 소리쳤다.“이씨 가문에는 그런 사업 없다! 말조심해! 입이 달렸다고 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이씨 가문을 망하게 할 셈이냐? 그건 너와 네 딸을 위한 재산이야. 손해 보는 건 너 자신이라고!”이윤미는 여전히 담담했다.“엄마께서 이씨 가문에 불법 사업이 없다고 하셨으면서 뭐가 그리 두려우세요? 세 아드님이 무슨 일을 저질렀다면 그들만 잡혀가면 되잖아요. 엄마한테는 영향이 없을 테고 이씨 그룹의 평판만 좀 떨어지겠죠.”그렇다. 이은화는 세 아들에게 묻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그들이 몰래 일을 저지르다가 누군가에게 신고당해 경찰 수사가 시작된 것일 수도 있었다.이윤미의 곁에는 방윤림이 있다. 그녀 성격상 법을 어기는 사업을 할 리도 없었다.하지만 세 아들은 장담할 수 없다. 머리도 그리 좋지 않은 데다 만일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619화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이은화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윤미가 전화를 받자 이은화가 바로 물었다.“지금 어디야?”이윤미가 대답했다.“집에서 쉬고 있어요. 엄마 덕분에 며칠 입원했다가 막 퇴원했는데 엄마가 또 집에서 쉬라고 하시니까 저도 그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죠.”이은화는 잠시 말이 없더니 다시 물었다.“너 또 엄마 등 뒤에서 칼 꽂은 짓을 했어?”“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거죠?”이은화는 피를 토할 뻔했다.‘어떤 일을 말하느냐고? 내가 낳은 친딸이 이런 아이라니! 어휴!’그 말은 이윤미가 이은화를 배신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뜻이다.이경혜는 이것이 바로 이은화의 업보라고 말했었다.이은화는 업보 같은 말을 믿지 않았지만 확실히 그녀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사실은 그녀 혼자 버티고 있었다.남편과 아들은 모두 그녀에게 의지하며 살고 있지만 정작 그녀를 도울 줄은 몰랐다.딸은 능력이 있어 도움이 될 만도 했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았고 그녀를 몇 번이나 배신했는지 모른다.“너 엄마를 배신한 일이 그렇게 많아?”이은화는 친딸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인지 힘없이 물었다.“윤미야, 네가 내 곁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내가 뱃속에서 열 달 동안 품어서 낳은 딸이야. 내가 너에게 생명을 준 건데 모녀간의 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거니?”이윤미는 잠시 침묵하더니 되물었다.“엄마 생각에는 우리 모녀 사이에 정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이윤미가 친부모님 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스물일곱 가까이 되는 나이였다. 막 돌아왔을 때부터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고 가족들은 겉으로 예의만 차렸을 뿐 이윤정을 더 아꼈다. 그들 마음속에는 이윤정이야말로 진짜 딸(동생)이었다.이윤미가 드디어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지만 오히려 가족들의 원망만 샀다. 그녀의 존재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정, 형제와 자매 간의 우애를 해쳤다는 이유에서였다.분명 이윤정이 그녀의 가족을 빼앗고 그녀의 모든 것을 누렸는데 오히려 가족들은 이윤미를 탓했다.이윤미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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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빈이가 그토록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겨울 방학이 되자 엄마를 따라 강성에 오기보다 예진 리조트로 하예정을 따라간 이유가 바로 따뜻한 곳을 좋아해서였다.강성은 너무 추웠다.가끔 며칠 동안 와서 눈을 보고 눈사람을 만들어보는 건 괜찮지만 꼬마가 강성에서 장기간 지내기에는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눈도 한 번 보고 소원을 이루면 그뿐이었다.“박하사탕을 먹었으니 이제 고씨 가문의 경치라도 감상해야겠어요. 가요! 한 바퀴 돌고 다시 들어가요. 남자들은 모여서 끝없는 사업 이야기와 주제를 나누느라 바빠요.”모두 여러 업계의 거물들이라 공통 화제가 많았다. 평소에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기에 이씨 가문의 일로 모였지만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귀한 시간이었다.그렇게 두 명이었던 산책이 다섯 명으로 늘어났다. 그래도 대화는 즐겁게 이어졌다.그러나 이은화는 이 정도로 여유롭지 못했다. 그녀는 가족 묘원에서 시내 중심으로 돌아오던 중 이씨 가문의 저택으로 가서 친딸에게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 혹시 정보를 흘린 건 아닌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사에 경찰들이 찾아왔으니 서둘러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경찰들이 왜 찾아온 거지? 총기를 소지한 것이 관성 쪽에 발견되어 신고당한 건 아니겠지?’이은화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그녀 자신이 소지한 권총 한 자루를 제외하면 다른 총기들은 모두 도혁찬에게 있다는 점을 떠올리며 또 안심했다. 그녀가 몰래 총기를 소지한 사실은 자식들은 물론이고 가장 가까이 지내고 있었던 정군호조차 모르는 비밀이었다.한 번도 꺼내어 사용한 적이 없었다.옛날 법이 관대하던 시절 기회가 생겨 몰래 보관해둔 것이다.정군호조차 모르는 일을 하예진 일행이 알 리 없었다. 설령 신이라도 그녀가 총을 숨기고 있을 줄은 예측 못 했을 터였다.“경찰들이 무슨 일로 찾아왔대?”이은화는 침착하게 비서에게 물었다.비서가 대답했다.“자세히 말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 대표님께서 회사로 오시거나 아니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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